22.01.14 06:22최종 업데이트 22.01.14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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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한국 여성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의 미래를 준비하는데 있어 어떤 허들이 있습니까?' 164명이 357개의 허들을 이야기했습니다. 그 목소리를 품고, 오마이뉴스 X 시사인 X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여성들이 가장 살기 좋은 나라'라는 아이슬란드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아이슬란드 사람 33명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우리가 다다른 결론은 하나입니다. '여성이 멈추면 세상이 변한다.'[편집자말]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윤지현 사무처장. ⓒ 김민수

 
"국제적 연대에서 중요한 건 경향성이다. 각국의 의사 결정권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앰네스티가 함께 했던 낙태죄 폐지 운동이 그 예다. 2018년 아일랜드가 국민투표로 낙태죄를 폐지했고, 다음 해(2019년) 우리나라는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위헌 판결을 내렸다. 또 그 다음해(2020년)에는 아르헨티나 상원이 낙태 허용 법안을 통과시켰다. 국제적으로 어느 나라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다는 걸 알려내는 것은 그래서 매우 중요하다." (윤지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

연대. 

잇닿을 연(蓮)에 띠 대(帶). 세계는 띠와 같다. 떨어져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연결돼 있다. 이런 진실을 바탕으로 앰네스티는 오랫동안 국제적 연대 활동을 지속해 온 단체다. 그들의 활동은 그래서 윤 처장 말대로 세계 곳곳의 흐름을 알리는 것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2016년 10월 앰네스티 한국지부가 아이슬란드 출신 인터섹스 인권활동가 키티 앤더슨(Kitty Anderson)과의 대담을 국내에 소개한 것도 그 중 한 예다.

당시 대담에서 키티 앤더슨은 "우리 목표는 미용 또는 사회적 이유로 아이들에게 이뤄지는 불필요한 의료 수술을 모두 중단시키는 것"이라면서 "이미 상당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5년 몰타에서는 인터섹스 어린이에게 사회적 이유로 수술을 하는 것을 불법화했고, 콜롬비아 역시 이런 수술은 사법제도를 거쳐야 하도록 제도를 마련했다"고 소개했다. 국제적 경향성을 전하면서 또한 그가 강조한 것은 "더 큰 움직임"을 위한 연대였다.

경향성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윤지현 사무처장. 그는 "여성들이 세계의 절반이니 함께 목소리를 확 내면 정말 힘을 발휘할 수 있다"면서 국제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김민수

 
우리가 앰네스티 한국지부에 공동기획을 제안한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국제적 연대의 경험이 풍부한 단체인 만큼, 아이슬란드 현지 취재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했다. 그리고 이번 보도가 여성 인권 발전을 위해 양국 지부가 또 다른 연대를 모색하는 계기로 발전하길 희망했다. 다행스럽게도 한국지부 측은 우리 제안에 흔쾌히 응했다. 아이슬란드로 떠나기 전 윤지현 사무처장을 만났다. 그가 강조한 단어는 경향성이었다.

"인권에 타협은 없다. 이 정도면 괜찮아? 한동안 얘기 안 해도 괜찮아? 그건 아니다. 가야하는 방향이 있을 뿐이니까, 경향성을 만들기 위해 많이 움직인다."

경향성은 좋은 쪽으로도 움직이지만 나쁜 쪽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더 많다. 과거에는 없던 나쁜 흐름이 새롭게 나타나기도 한다. 앰네스티 한국지부가 집중하고 있는 '디지털 성착취' 문제가 그러하다. 윤 사무처장은 "한국에서만 일어날 일도 아니고 앞으로 세계 곳곳에서 계속 발생할 문제이기 때문에 사명감을 갖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앰네스티 한국지부는 현재 구글 등 온라인 플랫폼을 상대로 '2차 가해'에 대한 문제 제기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앰네스티 한국지부는 교차차별 문제도 주목하고 있다. 여성, 비정규직, 이주민, 장애 등 차별 유발 요인이 함께 교차하는 집단일수록 더 사회적 약자가 된다. 윤 사무처장은 "2030년까지 계획에서 주요 우선 순위가 젠더와 교차차별"이라면서 "앰네스티 모든 캠페인을 젠더와 교차차별의 눈으로 보자고, 관련 조사 뿐 아니라 우리 조직 내부까지 그런 눈으로 보자고 얘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 사무처장은 "숨겨진 차별을 드러내야 뿌리(구조)에 무엇이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차차별의 눈'으로 경향성을 새롭게 해석하고, 디지털 성착취 문제에 대해서는 경향성을 좋은 쪽으로 이동시키는 것이 현 앰네스티 한국지부 활동의 주요 흐름인 셈이다. 그렇다면 아이슬란드 여성인권 시스템을 들여다보는 것은 윤 사무처장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그는 "성 격차 문제에 있어 앞으로 '어떤 어젠다를 제시해야 하는가'란 고민이 우리에게 있다, 힌트나 아이디어를 얻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슬란드의 경향성을 앰네스티 한국지부의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기도 전에 아이슬란드의 경향성을 실감했다. 

연대
 

국제앰네스티 아이슬란드지부 브린디스. ⓒ 김민수

 
Male
Female
Unspecified

사전 입국 등록을 하면서 마주친 새로운 선택지, 성 정체성을 '불특정'으로 표기할 수 있었다. 지난 10월 26일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 있는 앰네스티 아이슬란드 지부, 우리와 만난 브린디스 뱌르나도티르(Bryndis Bjarnadottir)는 "자신의 성별을 명시하지 않아도 되는 법이 생기면서 만들어진 변화다, 아이슬란드에서도 꽤 새로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젠더는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컨셉(개념)이다. 여기에 자신을 구겨 넣는 걸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거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논의가 많이 이뤄지고 있고, 특히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활발하다. '성 및 젠더 자율성에 관한 법안'이 2019년 쉽게 통과된 배경이다. 물론 아직 성적 고정 관념은 존재한다. 성적 역할에 부합하지 않으면 차별을 경험하는 경우가 여전히 있다. 하지만 인터섹스와 같은 새로운 논의가 꽤 많이 이뤄졌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앞서 인터섹스 인권활동가 키티 앤더슨이 언급했던 '우리의 목표'도 아이슬란드에서는 2019년 달성했다고 전했다. 브린디스는 "인터섹스 아기들이 태어나자마자 성기를 평범하게 만드는 수술을 병원에서 받아야 했었다, 사회에서 딱 정해진 성에, 남자 또는 여자로 맞췄던 것"이라면서 "그 수술을 제한하는 법안이 통과되도록 정부를 압박했고, 작년(2020년) 12월에 해당 법안이 통과됐다"고 소개했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합리적으로 반영·개선해서 제도화하는 것이 정부나 국회의 책임이다. 21년 동안이나 스토킹처벌법이 국회에서 표류했던 현실을 떠올리면, 아이슬란드의 '정치적 경향성'은 확실히 우리나라의 그것과는 많이 달랐다. 하지만 브린디스는 "지난 14년 동안 아이슬란드가 성평등지수에서 세계 1위였다는 것 자체는 좋은 일이긴 하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매우 많다"면서 "아직도 CEO 중 여성은 25%밖에 되지 않는다. 젠더 쿼터 할당제 등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리고, 아이슬란드 앰네스티 지부에서 13년 동안 일했다는 브린디스가 강조한 말이 있었다. 

"특히 여성 인권 문제는 국제적 연대가 정말 중요하다. 최전선에서 사람들이 계속 싸울 수 있도록 하는데 큰 도움이 되니까. 이건 앰네스티 정체성이기도 하다."

앞서 윤 사무처장도 같은 말을 했었다. 그는 "국제적 연대가 필수적"이라고 했고, "여성들이 세계의 절반이니 함께 목소리를 확 내면 정말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국제적으로 연대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약속
 

원정대는 아이슬란드 사전 입국 등록을 하면서 'X'와 마주했다. 자신의 성별을 명시하지 않아도 되는 법이 만들어지면서 생긴 변화였다. 아이슬란드 평등 시스템의 경향성을 보여주는 정책 사례였다. 경향성, 윤지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은 앞서 우리에게 "국제적 연대에서 중요한 건 경향성"이라고 했다. 연대는 새로운 경향성을 만들어낸다. 두 나라 지부는 여성 인권 관련 보다 긴밀한 연대를 진행하기로 약속했다. ⓒ 독립편집부

 
당연히 서로 대화를 이어가고 연대 행동을 같이할 수 있죠. 지부끼리 함께 일하는 건 언제나 좋다고 생각합니다! (국제앰네스티 아이슬란드 지부가 한국지부에 보내 온 이메일 내용)

지난 9일 앰네스티 한국지부에 반가운 소식이 도착했다. 

양국 지부 활동 상황을 정기적으로 교류하고 그 내용을 회원들에게 알리자는 한국지부 측 제안을 아이슬란드 지부에서 흔쾌히 받아들였다. 특히 한국지부는 '디지털 성폭력' 관련 보고서를 공유하고 아이슬란드의 '젠더 폭력'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 연대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또 하나의 구체적인 연대가 이뤄진 것이다. 

"여성과 남성은 동일한 권리를 갖고 있다. 이건 국제적으로 너무 많이 언급된 것이다.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여성에게 씌워진 족쇄는 견고하다. 그래서 더 굳건해야 한다. 많은 어려움과 고통이 있을 거다. 투쟁의 결과를 얻는 게 멀리 보일 거다. 그래도 계속 싸워야 하고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그 권리는 당신의 것이니까." (브린디스 뱌르나도티르, Bryndis Bjarnadottir)
 

국제앰네스티 아이슬란드지부 브린디스는 "최전선에서 사람들이 계속 싸울 수 있도록 하는데 국제적 연대는 큰 도움이 된다"며 "앰네스티의 정체성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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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이주연·장일호·정창·이정환
영상 : 김민수 | 사진 : 선재 | 제작 : 이종호 | 개발 : 황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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