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1.26 15:27최종 업데이트 21.11.26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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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한 존 매케인 예비후보가 플로리다주 공화당 예비선거(프라이머리)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미국 보수 진영을 대표하는 거물급 정치인인 매케인(공화·애리조나) 상원의원이 2018년 8월 25일(현지시간) 향년 81세로 별세했다. ⓒ 연합뉴스

 
한 번도 눈여겨본 적 없던 존 매케인 책들이 도서관 제일 좋은 자리에 놓여 있다. 모두들 그가 떠난 자리가 크다 느끼는 듯. 매케인에 대한 추모 글과 다큐와 뉴스 클립들을 보며 든 생각. 그의 인생 최고의 선택은 베트남전 포로로 고문당하면서도 아버지 끗발 등 모든 특혜를 거부하고 5년을 감옥서 버틴 것. 최악은 대선 러닝메이트로 세라 페일린을 지명한 것이 아닐까? 
#선거캠프가 했겠지만 #개관사정 #Maverick
- 2018년 8월 28일 필자가 동네 도서관에서 올린 페북

매일 뉴스에서 보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2018년 8월 25일 뇌종양으로 숨졌다. 미국은 오랫동안 추모의 물결로 넘쳤다. 그의 인생을 재조명했고 그가 대통령이 됐으면 미국이 어떻게 달라졌을지 아쉬워했다. 용감한 군인이었고 35년간 공화당 의원을 하며 두 번이나 대선에서 떨어진(2000년 공화당 경선에서 부시에게 패, 2008년 본선에서 오바마와 경쟁) 그를 미국인들은 그때도 지금도 여전히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있는 것 같다. 

공화당이란 자부심

존 매케인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영상이 있다. 2008년 대통령 선거를 두 달 앞둔 미네소타. 그는 청중들의 질문에 답하는 타운홀 미팅을 했다. 노동자로 보이는 남성이 자신의 공포를 말한다. 


"난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는 게 무서워요. 왜냐면 그는 국내 테러리스트들을 지지하고 있으니까요.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면 우리 미국인들은 공포에 떨게 될 거예요."

마이크를 건네받은 매케인은 자신의 지지자인 남자에게 말한다.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는 품위 있는 사람입니다. 그가 대통령이 된다 해도 미국인들은 겁에 질릴 필요가 없습니다."

오랫동안 자신의 차례를 기다린 한 노인도 버락 오바마에 대한 불신을 표한다. 

"나도 질문을 하나 하려고요. 나는 오바마를 신뢰할 수 없어요. 그는 아랍인이에요. 그렇잖아요?"

매케인은 고개를 저으며 답한다. 

"부인, 그렇지 않습니다. 그는 품위 있고 가정적인 미국 시민입니다. 단지 어쩌다 그와 나는 근본적 이슈들에 있어 의견이 다를 뿐이지요. 그게 바로 이번 선거의 핵심인 거고요."

처음엔 야유를 보내던 주민들이 하나둘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곧 체육관은 뜨거운 갈채와 함성으로 가득해졌다. 존 매케인은 유권자들을 거짓으로 협박하지 않았다. 이성으로 합리적인 판단을 하길 바랐다. 타운홀 미팅을 마친 이들은 공포와 혐오 대신 공화당에 대한 자부심과 신뢰를 갖고 행사장을 나설 수 있었다. 

"포로로 붙잡혔던 사람은 진정한 전쟁 영웅이 아니지."
"그는 해군사관학교를 꼴찌로 졸업한 멍청이잖아."


트럼프 대통령은 수시로 존 매케인을 향한 거친 언사를 내뱉었다. 지지자로 둘러싸인 유세장은 물론이고 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같은 공화당의 존경받은 의원을 깎아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매케인 사후 보궐 선거에서 공화당 텃밭인 애리조나에서 30년 만에 민주당 상원의원이 탄생하자 당선자는 석 달 전 세상을 떠난 존 매케인 공화당 의원에게 감사했다. 트럼프가 밀었던 공화당 의원 대신 애리조나는 그 반대편의 사람을 뽑은 것이다. 호사가들은 죽은 매케인이 산 트럼프를 잡았다 말했다. 

"뭐, 문제가 되나요? 그는 어차피 죽어가고 있잖아요."

매케인이 뇌수술을 하며 투병 중일 때 대통령이 주재한 백악관 회의에서 보좌관이 한 말이 언론에 알려졌다. 트럼프가 고문 논란이 있는 자를 CIA 국장으로 지명하자 매케인 상원의원이 인준에 반대하던 상황이었다. 베트남전 고문 후유증이 있는 노 병사에 대한 트럼프 내각의 인식을 알려주는 발언이었다. 정치매체 <악시오스>(Axios)는 이 발언 유출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트럼프가 회의를 소집했다고 보도했다. 

성토장 된 장례식장

숨지기 전 매케인은 자신의 장례식에 트럼프가 참가하는 것을 거부했다. 그는 같은 공화당 소속이었지만 몹시 다른 트럼프와 사사건건 충돌했다. 자신이 평생 지켜온 공화당의 이상을 파괴한 장본인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현지시각으로 2018년 9월 2일 워싱턴 DC 국립 대성당에서 거행된 존 매케인의 장례식엔 클린턴과 부시, 오바마를 비롯한 1000여 명의 각계 인사가 참석했다. 같은 시각 트럼프는 버지니아 인근 골프장에서 골프를 쳤다. 연단에 오른 버락 오바마가 그를 추도했다.

"존과 나는 모든 문제에 대해 의견이 일치한 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미국의 역할에 대해 함께 의견을 모았습니다. 우리는 같은 팀이었고 한 번도 그것을 의심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는 정직했고 명예로웠고, 그와 적대적인 이들도 애국자고 인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자유가 박탈당해 본 사람의 열정으로 자유를 사랑했습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9월 1일 미국 워싱턴 DC의 워싱턴 국립 대성당에서 열린 존 매케인 상원의원 장례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00년도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싸웠던 부시 전 대통령도 그를 존경하며 추모했다. 

"존은 권력 남용을 혐오했고 편협하고 잘난 체하는 폭군들을 참을 수 없어 했습니다."

이 날 장례식을 <뉴요커>는 이렇게 묘사했다. 
 
트럼프의 이름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토요일 아침 워싱턴 국립 대성당에서 열린 존 매케인의 장례식은 매케인의 계획대로 초대받지 않은 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비난으로 가득했다.

이 잡지는 두 명의 전직 대통령과 달변가인 매케인의 딸이 팀을 이뤄 노골적으로 도널드 트럼프를 질책했다고 전한다. 

장례식 3일 전 매케인의 고향 애리조나에서 열린 추도식에선 바이든 전 부통령이 추도사를 전했다.

"저는 민주당원입니다... 셰익스피어가 말한 대로 우리는 그와 같은 사람을 두 번 다시 볼 수 없을 것입니다... 당을 초월해 우리 모두가 매케인의 죽음을 슬퍼하는 이유는 국가에 대한 그의 애정 때문입니다. 그는 삶으로 용기를 보여준 사람입니다... 정치는 신뢰입니다. 나는 내 인생에서 그를 신뢰했습니다."

바이든은 자신과 매케인의 오랜 인연을 이야기했다. 6년 전 눈 감은 그의 아들과 같은 질병으로 세상을 떠난 가장 친한 친구에 대한 추도사였다. 고민을 나눌 동료를 잃은 이의 슬픈 애가(哀歌)였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애리조나 주 피닉스의 노스 피닉스 침례교회에서 엄수된 고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 상원의원 추도식에서 추도사를 하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델라웨어 상원의원 출신인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날 추도사에서 "그는 언제나 나의 형제였다"며 고인과 함께한 의정 생활 등을 추억하고, 원로로서 점점 초당적 협력이 사라져 가는 정치권 세태에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각각 미국 보수, 진보 진영을 대표해온 '거물'인 두 사람은 비록 소속 정당은 달랐지만, 미국 정치사에서 당적을 뛰어넘는 우정을 보여온 것으로 유명하다. 2018.8.30 ⓒ 연합뉴스

 
부재가 더 아쉬운 정치인

"이 기념비는 매케인의 참전을 증명하기도 하지만 우리 미군의 엄청난 희생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지난 8월 24일 싱가포르와 베트남을 방문 중이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하노이에 있는 한 추모비에 헌화한다. 1967년 해군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한 존 매케인이 북 베트남군에 생포된 곳에 만들어진 기념비였다. 포로로 잡혔던 그는 하노이 교도소에서 5년 반 끔찍한 수감 생활을 했다. 미국인에게 치욕의 현장일 수 있는 그곳이 지금은 존 매케인을 기리는 장소가 되었다. 

그렇게 되기까지 그는 자신이 포로가 됐던 베트남을 직접 방문해 양국 관계 증진에 앞장섰다. 그는 항상 따뜻한 환영을 해준 베트남인들을 미워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며 자신이 체포된 기념비 앞에서 사진을 찍고 방문 기록을 남겼다. 매케인은 자신의 정치 경력의 많은 부분을 미국과 베트남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이바지했다. 
 
매케인 3주기. 세상의 혼란 속에,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그의 조언과 지혜를 얼마나 그리워하고 있는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2021년 8월 25일 아침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위원이 오랜 동료 매케인의 부재를 슬퍼하는 트윗을 올렸다. 길을 잃은 공화당의 현재 모습을 안타까워하는 다른 많은 이들처럼 말이다.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길 원하십니까?"
"항상 옮은 선택을 한 건 아니었지만, 나라를 위해 봉사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CNN과의 마지막 인터뷰에서 존 매케인이 한 대답이었다. 총칼로 권력을 찬탈하고 7년간 무소불위 권력을 휘둘렀던 독재자가 죽었다고 한다. 한국 현대사를 얼룩지게 한 독재자의 죽음 소식에 정치란 무엇인가를 보여준 한 인간의 삶이 더 무겁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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