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1.25 07:38최종 업데이트 21.11.25 07:38
  • 본문듣기

서울 종로구 수송동 연합뉴스, 연합뉴스TV 사옥. ⓒ 권우성

 
연합뉴스가 양대 포털인 네이버와 다음에서 퇴출되었다. 퇴출이라는 말로 주로 표현되지만 연합뉴스가 받은 처분은 정확하게는 포털 메인화면 뉴스 카테고리에 기사가 배치되었던 기존 '콘텐츠 제휴'가 취소되고 독자들이 검색창에 직접 검색을 해야만 뉴스를 볼 수 있는 검색 제휴로 계약이 변경되었을 따름이다.

사건의 시작

대략적인 사건은 이렇다.


연합뉴스가 지난 7월 광고 또는 홍보 비용을 받고 작성하는 '기사형 광고'를 작성하고 이를 포털에 송고한 정황이 미디어 비평 매체 <미디어오늘>의 취재를 통해 드러났다. 이에 따라 양대 포털의 뉴스 제휴 입점 심사를 담당하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심의위원회(이하 제평위)가 연합뉴스에 대해 지난 9월 1차적으로 1개월간 포털 노출 중단 조치를 했다.

그리고 지난 11월 12일 제평위는 재심사 끝에 연합뉴스를 양대 포털 메인 뉴스 카테고리에서 퇴출하는 처분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11월 18일부터 연합뉴스는 포털의 뉴스 메인과 카테고리에 뉴스를 게재할 수 없게 되었고 독자들은 검색을 통해서만 접할 수 있게 된 상태다.

연합뉴스는 자신들이 받은 처분에 대해 1개월 포털 노출 중단에 이은 퇴출은 부당한 이중 처벌이며 자신들의 포털 퇴출은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결정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뿐만 아니라 연일 포털 중심으로 형성된 공론장과 포털 및 제평위의 권력을 비판하는 기사들을 쏟아냈고, 제평위의 처분을 취소하라는 취지의 법적 대응까지 진행 중이다.

연합뉴스가 해서는 안 될 말

그렇지만 누가 봐도 '기사형 광고'를 '기사'로 둔갑시킨 연합뉴스의 허물은 명백하다. 연합뉴스에는 매년 300억 원이 넘는 국고가 정부구독료라는 명목으로 지원된다. 뉴스통신진흥법에 따라 정부가 정부구독료를 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월 기자들 임금 지출만으로도 빠듯하게 운영되는 대부분 언론사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특혜다. 다른 언론사들이 넘보기 어려운 특혜를 연합뉴스가 독차지하기에 타 언론사들이 연합뉴스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럽다.

독자인 시민들도 자신들이 내는 혈세가 특정 언론사 한 곳에만 매년 300억 원이 넘게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달갑지만은 않았던 듯하다. 지난 2019년에는 연합뉴스의 국고 지원을 폐지하자는 국민청원이 올라왔고 이 청원은 순식간에 364,290명의 동의를 받았다. 청와대가 뉴스통신진흥법을 근거로 연합뉴스의 국고지원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청원 절차가 마무리되었지만, 배타적인 연합뉴스 국고지원에 대한 시민 여론이 얼마나 험한지를 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이었다.

언론계의 시선과 국민정서가 이처럼 처참한 줄 알았다면 연합뉴스는 좀 더 겸손한 태도로 국가기간통신사의 본분인 국민의 알 권리 확대에 충실할 만도 했을 텐데, 오히려 광고를 기사로 둔갑시켜 송출하는 부정을 저질러 버렸다. 드러난 기사형 광고의 수만도 2019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2000건이 넘었다.

드러난 부정의 질도 양도 모두 변론의 여지가 없다. 연합뉴스는 기사형 광고가 업계 전반에 만연한 문제라고 주장하지만, 매년 300억 원 넘게 국고를 지원받고 실질적으로 공공기관에 준하는 책임을 가져야 할 연합뉴스가 해서는 안 될 말이다. 자신들의 포털 퇴출로 국민의 알 권리를 해친다고 강변하지만, 그 소중한 국민의 알 권리를 먼저 기만해온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연합뉴스다.

포털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한국의 공론장은 기형적이다. 게다가 독자들에게 노출되는지 여부, 즉 실질적인 언론에 대한 생사 여탈권 자체를 제평위가 쥔 구조 자체는 전 세계 언론사를 두고 보아도 하나의 특이한 현상이며 분명한 개선점이 필요하다. 이 개선에 대한 논의는 빠른 시일 내에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자신들이 저지른 부정에 대한 반성에 앞서 국민의 알 권리를 인질 삼아 포털과 제평위의 구조적인 문제를 탓하며 도리어 목에 핏대를 세우고 있는 연합뉴스의 태도는 국민에게 좋게 보일 리 없다. 자신들의 부정이 드러나기 전에는 이 포털 중심의 언론 생태계 최상위에서 국고 지원에 더해 제휴 콘텐츠 비용 및 광고 수익까지 받으며 우월적인 지위를 누려오다가, 거기서 퇴출 되니 양대 포털과 제평위가 악의 축이었던 것처럼 비판하는 모습은 대다수 시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소위 최소한의 염치가 아쉽다.

일치단결한 정치권

그런데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더 있다. 여·야, 좌·우를 막론하고 누구 한 명 예외 없이 모두 연합뉴스를 두둔하기 바쁘다. 가장 순발력 있게 연합뉴스의 우군을 자처한 것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다. 이 후보는 지난 11월 15일 제평위 결정이 "이해하기 어렵다"며 연합뉴스 퇴출은 "이중제재인 데다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재갈물리기로 볼 여지"가 있다며 연합뉴스를 두둔하고 나섰다.

물론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도 빠지지 않았다. 윤 후보는 바로 다음날 연합뉴스의 포털 퇴출을 두고 "국가기간 뉴스통신사로서의 업무를 제약하는 결정이자 이중 제재"라고 역시 연합뉴스의 편을 들었다. 이준석 국민의 힘 대표도 "윤석열 후보와 연합뉴스 포털 송출 제한 사태에 대해 비슷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며 "매일같이 기사를 작성하고 송고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기자들의 노력이 징계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다른 형태의 징계가 가능"하다며 제평위의 징계가 부당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어느 한 후보만 연합뉴스를 두둔하면 연합뉴스가 해당 후보를 다루는 보도가 후해질테니 공평하게 두 후보 모두 연합뉴스를 두둔하는 것을 객관적인 태도라고 칭찬해야 할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왼쪽)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중앙일보 주최로 열린 '2021 중앙포럼'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의 공식 입장도 마찬가지였다. 11월 15일 국민의힘 이양수 수석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가기간 뉴스통신망 포털 퇴출을 재고해야 한다고 했고, 11월 16일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수석대변인도 "연합뉴스가 중립적인 논조를 견지하고, 많은 언론사가 연합뉴스를 참조하는 상황에서 공론장 형성에 대한 심각한 개입"이라며 같은 목소리를 냈다.

나아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승원·장경태 의원은 11월 1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뉴스 소비의 80%는 포털에서 이뤄지고 있어 사실상 뉴스가 포털에 종속되어 포털이 최상위 포식자가 돼 언론 생태계를 망치고 있다"며 제평위를 개방적 구조로 바꾸고 포털들의 뉴스 편집 및 배열권을 없애는 대신 이명박 정부 때 삭제된 기사형 광고 제재 조항을 되살리겠다고 했다.

진보정당인 정의당도 양당과 다르지 않은 입장을 보였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 선대위의 정호진 대변인은 11월 16일 "국가기간 뉴스통신사의 공적 기능과 역할이 제한된다는 점에서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결정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제평위의 구성과 운영이 투명하지 못한 것도 문제라고 주장했다.

공공연한 야합

이처럼 대통령 후보들을 필두로 모든 정치권이 선거철이라는 것을 염두에 둔 듯 시기상 의식적으로 언론과 적절한 거리를 두어야 함에도 서로 앞다투어 연합뉴스를 두둔하고 있다. 국민 눈에 유력 대통령 후보들과 정당들의 발언을 통해 특정 언론이 수혜를 입게 되면 이는 심각하게 부적절한 관계로 비칠 수 있는데도 누구 하나 시민 눈치 보지 않고 용감할 따름이다.

더구나 두 후보와 정당들 모두 사태의 원인이 된 연합뉴스 기사형 광고 송출 행위에 대해 자세한 사실 관계를 언급하지도, 비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를 퇴출하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저해하는 이중 처벌이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태도와 발언은 두 대통령 후보와 정당들 역시 연합뉴스가 저지른 부정을 별 것 아닌 일로 치부하고 있는 듯한 인식을 주고 있다. 연합뉴스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 말하는 이재명·윤석열 두 유력 대선 후보와 정당들의 인식 역시 시민에게는 상식적으로 비칠 리 없다.

정치권은 기사형 광고에 대한 재발 방지책을 내놓고, 국고지원을 받으면서도 연합뉴스가 저지른 부정에 책임을 물어야 했다. 그렇지 않고 선거철 정치권이 보이는 획일적인 연합뉴스 두둔은 정치와 언론의 공공연한 야합이라는 혐의를 벗기 어렵다.

최근 몇 년간 민심을 대표하는 단어는 다름 아닌 공정이었다. 민심은 불공정과 내로남불의 태도 앞에서는 일말의 관용도 없이 분노로 돌변했다. 연합뉴스와 정치권은 시민들의 싸늘한 시선과 민심을 더 이상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의견


10만인클럽후원하기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