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1.19 07:13최종 업데이트 21.11.19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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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다시 3천 명을 넘었다. 9월 25일 3271명을 기록한 이후 두 번째로 많은 발생 수에 해당한다.

7월 7일 올해 들어 다시 천 명 단위를 넘은 국내 신규 확진자 수는 8월 11일 2천명 대를 돌파했고 9월 25일 3천 명 선도 넘었다. 이후 증감 추이가 정체 현상을 보였지만 최근 다시 3천 명 선이 뚫리면서 '위드 코로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외국의 사례들을 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상회복을 선언한 많은 국가들이 다시 이동 제한과 영업 제한 등 엄격한 방역 기준으로 선회하거나 고심 중에 있다. 특히 최근 몇 달 미국과 서유럽의 상황이 눈에 띄게 악화되고 몇몇 국가는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상황 악화

지금까지 누적 확진자 기준 가장 피해가 큰 세 나라는 미국, 인도, 브라질. 이들 가운데 인도와 브라질의 경우 최근 몇 달 확진자 증가 폭이 상대적으로 둔화되는 모양새다.
 

최대 피해국 가운데 브라질과 인도의 확장세가 주춤해지고 있다. ⓒ coronaboard.kr

 
브라질의 경우 최근 들어 백신 보급이 원활해지고 있는 것이 호전 양상의 주된 이유로 꼽힌다. 특히 화이자 백신의 공급수가 늘어나면서 대국민 접종도 활기를 띠고 있다.
 

브라질 코로나19 동향. 옅은 파란색 막대그래프가 신규 확진자 수, 짙은 파란색 선 그래프가 한 주의 평균 확진자 추이를 나타낸다. ⓒ 존스홉킨스대학 코로나19 데이터 저장소

 

인도 코로나19 동향. 옅은 파란색 막대그래프가 신규 확진자 수, 짙은 파란색 선 그래프가 한 주의 평균 확진자 추이를 나타낸다. ⓒ 존스홉킨스대학 코로나19 데이터 저장소

 
인도 역시 미국, 서유럽과 달리 백신 보급이 최근 들어 활기를 띤다. 게다가 지난 봄, 비극적 확진자 증가와 그에 따른 피해를 겪은 후 현재 전체 인구의 60~70%가 코로나19 항체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배경이 최근 신규 발생 둔화의 요인으로 꼽힌다.

반면 독일과 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에서는 가을 들어 뚜렷한 신규 확진자 증가세가 보인다. 특히 비교적 안정적 관리를 유지해온 독일의 변화가 눈에 띈다. 11월 중순 들어 처음으로 1일 신규 확진자 규모 5만 대를 넘어섰다. 11일과 17일 각각 5만 7787명, 5만 3811명을 기록했다.
 

프랑스 ⓒ 존스홉킨스대학 코로나19 데이터 저장소

 

독일 ⓒ 존스홉킨스대학 코로나19 데이터 저장소

 
유럽 국가 가운데 1일 신규 확진자 5만 명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1월 9일 프랑스가 기록한 8만 3324명, 올해 1월 7일 영국이 기록한 6만 2129명, 스페인이 7월 20일과 27일 각각 기록한 6만 1628명, 6만 1625명에 이어 이번 독일의 경우가 다섯, 여섯 번째에 해당한다.

미국과 유럽이 고전하는 두 가지 이유

인도, 브라질 등 후발 백신 접종국들과 달리 미국과 유럽의 상황이 악화되는 이유로 두 가지 가설이 거론된다.

첫째는 백신 효과의 감소다. 상대적으로 일찍 대규모 접종을 시작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올해 4월 이후 현저한 신규 확진자 감소 현상을 보였다. 심지어 올해 연말이면 코로나 종식이 가능할 것이라는 섣부른 전망까지 나왔다.

코로나 종식을 향한 성급한 기대에는 경제 회복을 바라는 시민들의 절실함도 한 몫 했다. 1년 넘게 이어지는 경제활동 제한 조치는 정부를 향한 압박으로 작용했고, 특히 중증환자의 급감으로 보건 체계가 안정을 되찾아 가면서 각국 정부도 시민과 재계의 바람에 응할 수 있는 여유를 얻었다.

하지만 빠른 시일에 70% 이상의 백신 접종으로 집단 면역을 기대했던 미국과 유럽의 각국 정부는 다수 국민들의 백신 거부라는 뜻밖의 복병을 만났다. 다양한 방식의 독려에도 불구하고 백신 70% 달성은 늦어지고 그러는 사이 접종 후 6개월이 경과한 초기 접종자들이 늘어갔다. 이는 백신 효과의 감소를 의미한다.

한쪽에서는 백신을 거부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접종 완료자들이 3차 재접종(부스터 샷)을 해야 하는 본격적인 '깨진 독에 물 붓기' 게임이 시작됐다. 백신 전략으로 코로나19에 맞서려 했던 인류는 분열했고 그 사이 바이러스 역시 다양한 변이체로 분열했다. 그리고 두 종류의 분열이 벌인 승부의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
 

독일 수도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통제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행진하고 있다. 시위대 대부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2020.8.29 ⓒ 연합

 

농협 하나로마트 마스크 판매 서울 노원구 창동 농협하나로마트에서 마스크를 구매하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있다. 2020.3.2 ⓒ 권우성

 
두 번째 가설은 좀 더 전통적 영역에 있다. 미국과 유럽의 시민들은 근본적으로 동아시아인들보다 마스크에 친숙하지 않다. 심지어 마스크 착용을 개인의 자유에 대한 침해, 인격에 대한 침해로 여기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많다. 입을 가리게 하는 것을 굴욕으로까지 여긴다.

한국인들에게는 눈이 중요한 소통의 수단이 되지만, 서구인들에게는 그 이상으로 입을 통한 소통이 중요한 것이 사실이다. 한국인들에게 침묵은 미덕이 되어 왔지만, 서구인들에게 함구는 굴욕을 상징한다. 한국인들이 사회망(social media)에서 상대방을 향해 웃음을 표시할 때 눈 모양의 이모티콘 '^^'을 사용하는 반면, 서구인들은 입을 통한 미소 ':)'를 사용하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미국과 서유럽 각국 정부가 일상회복과 위드 코로나를 예고했을 때 많은 서구인들은 그것을 '마스크 벗어 던지기' 허용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실제 많은 사람들이 짧게는 수 주, 길게는 수개월 마스크 없는 세상을 만끽했고, 그 결과는 앞서 기술한 대로다. 걷잡을 수 없는 재확산을 지금 보고 있는 것이 결코 우연일 수 없다.

K-방역에 남은 기회

'일상회복'을 다른 말로 '위드 코로나'로 칭하는 것에 대해 국내 일각에서도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코로나의 공존을 암암리에 당연시 할 위험이 있다는 정당한 우려였다. 하지만 다른 반론도 가능하다. '일상회복'이라는 표현이야말로 현실을 왜곡할 우려를 내포하고 있지 않을까?

우리는 분명 '위드 코로나' 시대를 못 벗어났다. 코로나를 완전히 궤멸하지 못해 전략적 동거를 하고 있을 뿐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 주변을 떠돌고 있다. 다중 시설과 상업 시설을 이용하는 것과 별개로 생활 방역을 놓치면 어떤 결과가 벌어지는지 서구 사회가 보여주고 있다.
 

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송파보건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다. 2021.11.15 ⓒ 연합뉴스

 
백신에 대한 오해도 분명히 풀어야 한다. 최근 캐나다의 공영방송 <라디오 캐나다>는 보도를 통해 백신의 본래 목적을 '중증 예방'이라고 명확히 했다. 화이자, 모더나, 얀센 등 지금까지 배포된 코로나19 백신의 본질적 기능은 확진자 예방이 아닌 중증 이행 억제다. 

다만 부차적으로 감염 예방과 전염 예방에도 효과가 있는 것뿐이다. 실제 최근 전 세계적인 확진자 확산에도 불구하고 접종자의 감염, 접종자에 의한 전염은 줄어든 것이 사실이라고 <라디오 캐나다>는 전하고 있다. 

하지만 백신이 감염과 전염을 모두 막아줄 것이라는 기대는 오히려 방역에 장애물이 된다. 분명 백신의 보급과 접종 이후 감염자의 중증 이행이 현저히 감소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공공 보건 체계가 유지될 수 있게 하는 것이 백신의 본질적 기능이다.

그렇다면 위드 코로나 시대의 방역에 대한 답은 정해진 셈이다. 마스크 착용과 위생관리 등 생활 방역은 이전과 똑같이 유지하는 수밖에 없다. 중증 이행률이 줄었다는 신뢰를 가지고 공공시설을 좀 더 이용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확진자 수가 크게 늘면 중증 이행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논리다.

일상회복을 서두르다 후퇴하려는 일부 국가들에 K-방역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여전히 남았다. 우리에게는 아직 기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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