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1.18 15:46최종 업데이트 21.11.18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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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27일 문희상 국회의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찬성 156, 반대 10, 기권 1표로 통과시키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항의하고 있다. ⓒ 유성호

 
"본 안건은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국회 본회의장에 울린 목소리. 2019년 12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의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함께 상정된 '만18세 청소년 선거법'이 통과되는 순간이었다. 그동안의 노력들이 결과물을 이뤘다는 생각에 함께 활동했던 동료들과 서로를 격려했다.

그리고, 2020년 4월 15일,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나는 투표장에서 교복 입은 유권자를 볼 수 있었다. 성인만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정치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왔다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한 변화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 투표장 밖에서 부모님을 기다려야만 했다.


선거연령 1살 낮추는 데 강산이 변했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당시 만21세였던 선거연령은 1960년 만20세로 하향된 이후 40년 넘게 변화하지 못하다가 2005년 노무현 정부 당시 만19세로 하향됐다. 선거연령 두 살 낮추는데 약 60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린 것이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경제적으로 급격한 성장을 이뤘지만 젊은 세대의 정치참여는 민주주의의 한 가운데서 성장을 멈췄다. 왜 우리나라 젊은 세대의 정치참여는 늦어질 수밖에 없었을까.

청소년 시기에는 금기시... 그런데 '성숙한 어른'을 바란다

우선 학생은 대학과 취업을 위해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팽배한 사회적 인식 아래 주도적인 정치주체로 성장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었다. 그렇기에 학업과 관련 없는 다른 관심사를 찾아보는 것은 매우 큰 부담이었다. 체육이나 예술 분야에서는 조금씩 변화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청소년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한다는 것은 냉랭한 사회적 인식과 부딪혀야만 한다. 

그리고는 청소년 시기가 지나고 갓 성인이 됐을 때, 사회는 어느 누구보다 성숙한 어른을 기대한다. 하지만 변화하지 않는 제도, 지금의 사회적인 분위기 속에서 민주시민으로 거듭나기 위한 선행 교육 없이 성숙한 어른을 바라는 것은 또 다른 무리수를 강요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선거권도 없었고, 당사자도 없었다. 특정 분야의 정책적 발전을 위해 정치권은 선거기간동안 당사자 정치인을 육성하거나 영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해당 분야의 정책적 공백을 보완한다.

하지만, 청소년 참정권의 필요성에 대해 찬성과 반대 여론이 극명하게 나뉘어지는 상황에서 반대여론을 무릅쓰고 추진하기에는 매우 큰 부담이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법률은 바뀌지 않았고, 당사자 정치인은 만들어질 수 없었다. 청소년 정책은 전적으로 정치권에 의존해야만 하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만18세 선거권이 통과되기까지

사실 내가 처음 활동을 시작했을 때, 만18세 선거권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지는 않았다. 선배 활동가서부터 꾸준히 주장하는 주제였지만, 그저 산적한 여러 해결과제 중 하나로 여겨졌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로 청소년이 광화문에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청소년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은 변화했다.
 

2016년 중학교 1학년 당시, 광화문 박근혜 전 대통령 하야 집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이정인

 
청소년이 집회를 주도하고 군중 속에서 발언하며 퍼져나간 파장은 청소년이 사회이슈를 외면하지 않고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세상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언론도 주목했다. 그리고 그 바람을 따라 19대 대선 전후로 여러 청소년 단체들이 생겨났다. 내가 위원장을 지낸 '더불어청소년' 또한 그 시기쯤 결성됐다.

아마 청소년이 들었던 촛불은 비단 국정농단의 분노만이 아닌 어른들만 믿었던 정치와, 그들이 뽑은 대통령 그리고 지금 한국사회에 대한 분노였을 것이다.

새로운 개념 : 정당의 청소년 포럼?

19대 대선 전후로 여러 청소년 단체가 만들어지면서, 정당에 참여해 함께 목소리를 내고 싶었던 청소년도 많았다. 그러나 현행 정당법상 선거권자만 할 수 있던 정당가입은 여전히 청소년에게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그래서 새로운 개념으로 등장한 것이 청소년 지지포럼이었다. 정당에 소속된 조직은 아니지만, 당의 이념과 강령을 존중하고 지지하는 청소년이 모여 각자의 방식으로 토론하고, 정책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당에 제안하는 형태로 구성됐다. 하지만, 공식기구가 아니기 때문에 정당의 도움을 받기 어려웠고, 사회적인 영향력 또한 미미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의원실마다 협조 공문을 보냈고, 아무도 불러주지 않아 우리끼리의 토론회도 개최했었다.

선거기간에는 3만 원 남짓한 피켓을 만들어 길거리에서 사전 투표를 독려하기도 하고, 패스트트랙이 통과되기 전에는 국회 앞에서 릴레이 발언도 이어갔다. 그 결과, 정치권도 반응을 보이며 만18세 선거권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었고, 그에 맞춰 민주당 내에 청소년위원회가 설치되고 예비당원 입당식을 진행하는 등의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만18세 선거권이 통과되고, 더불어청소년과 더불어민주당이 진행한 청소년 예비당원 입당식이 진행되고 있다. 여당의 첫 예비당원 입당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 이정인

 
청소년을 공동체 구성원으로 함께 인식해야

얼마 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교복 입은 정치인을 만들어내도록 피선거권 연령을 하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소년 참정권에 미온적인 태도를 유지하던 국민의힘에서 나온 반응이라 의아함과 동시에 의미 있는 주제로 환영할 만 했다. 

지금 사회에서 청소년이 바람직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당장의 제도 변화도 중요하다. 하지만 사회가 청소년을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로 인식하고 대우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가족끼리도 정치이야기는 하지 말라'는 사회적인 분위기 속에서는 바람직한 민주시민을 기대하기에 한계가 존재한다.

학교에서부터,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교과과정 내 민주시민 과목을 추가하여 충분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교육제도 또한 개편돼야 한다.

청소년이 더 이상 내일의 시민이 아닌, 오늘을 함께 살아가는 구성원으로 인식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이정인님은 학교 내 체벌과 폭력을 고발하며 청소년 인권보호 운동을 시작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청소년 지지포럼 더불어청소년 위원장을 지내며 청소년 참정권 보장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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