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0.05 07:01최종 업데이트 21.10.0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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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타 변이와 방역 완화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지난 7월 말, 이스라엘 당국은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부스터 샷' 접종을 시작했다. 8월 말부터는 12세 이상 모두로 부스터 샷 접종 대상을 확대했다. 이스라엘은 방역도 다시 강화했는데, 음식점이나 박물관, 헬스장 등에 들어갈 때 백신 접종이나 코로나19 음성 결과를 증명하는 '그린 패스'를 제시하도록 했다.

이스라엘은 9월 8일에 일일 신규 확진자 수 최고 수치인 2만 2291명을 기록했고, 그 이후로는 줄고 있다. '월드오미터' 기준 9월 29일 신규 확진자 수는 3659명이다. 부스터 샷 접종과 방역 강화의 결과다. 이중 부스터 샷 접종 효과가 과연 얼마나 작용했는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이스라엘이 부스터 샷 접종을 시행한 첫 나라인 만큼, 그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실시간 실험 역할을 하는 셈이다.

사실로 확인된 부스터 샷 효과

9월 23일 자 미국의 <시엔비시>(CNBC) 기사는 부스터 샷 접종 결과를 두고 '놀랍다(impressive)'고 평가한 미국 국립보건원장 프랜시스 콜린스(Francis Collins)의 말을 전했다. 화이자-바이오앤텍 부스터 샷을 접종하고 12일 후에 감염률이 10배 감소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9월 15일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발표된 이스라엘 논문에 근거한 것이다. 연구진은 이스라엘에서 부스터 샷 접종이 시작된 직후인 2021년 7월 30일부터 8월 31일 사이 화이자-바이오앤텍 백신 2회 접종을 마친 지 5개월 이상 된 60세 이상의 사람 113만여 명에 대해 분석했다. 이들을 '부스터 샷 접종을 한' 그룹과 '부스터 샷 접종하지 않은' 그룹으로 나누어 코로나19에 대한 감염률이 달라지는지를 비교했다.
 

이스라엘 라마트간 지역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소에서 30일(현지시간) 한 남성이 화이자 백신을 접종받으면서 셀카를 찍고 있다. 2021.8.30 ⓒ 연합뉴스


그 결과, 연구진은 부스터 샷을 접종하고 12일 이상이 경과한 그룹의 경우 부스터 샷을 접종하지 않은 그룹에 비해 코로나19 감염률이 11.3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참고로 부스터 샷을 접종하지 않은 그룹은 이미 2회 접종을 완료했지만 부스터 샷 접종을 하지 않은 사람들로, 백신을 아예 접종하지 않은 그룹과 다르다.

또한 코로나19 감염 시 중증으로 발전하는 경우는 부스터 샷 접종을 한 그룹에서 19.5배가량 더 낮은 것으로도 나타났다. 종합하면, 부스터 샷 접종 시 코로나19 감염으로부터의 보호 효과가 크게 높아지고, 감염되더라도 중증으로 발전하는 확률이 크게 줄어드는 것이다.


이는 사실 아주 놀라운 일은 아니다. 모든 감염병이 그렇듯, 백신으로 인한 보호 효과는 평생 지속되는 것이 아니고, 부스터 샷을 맞으면 면역력이 높아진다. 이스라엘의 경우를 통해 부스터 샷의 효과가 높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여전히 우리에게는 '부스터 샷 접종이 시급한가'라는 질문이 남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우려

'이스라엘에서 얻은 교훈은 명확하다: 코로나19 부스터 샷은 표준이 되어야 한다(The message from Israel is clear: Covid booster shots should be standard)'는 제목의 9월 27일 자 기사에서 <가디언>(The Guardian)은 이스라엘이 발표한 부스터 샷의 보호 효과를 보도했다. 기사는 이것이 고무적인 소식이라고 평가하는 한편, 그럼에도 불구하고 델타 변이를 계속 재생산하는 인구는 백신 접종을 했더라도 보호 효과가 떨어지는 사람들, 백신 접종 대상이 아닌 어린아이들, 백신 접종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방역을 위해서는 부스터 샷 접종보다 백신 접종을 아직 하지 않은 사람들을 설득하는 일이 더 시급하다는 의미다. 또한 기사는 부스터 샷 접종이 백신 불평등 문제를 야기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백신 불평등 문제는 코로나19 백신이 처음 분배되던 올해 초부터 대두되었던 문제다. 여러 선진국들이 빠르게 백신을 접종하는 사이 아프리카와 남아시아, 남아메리카 등 개발도상국, 후진국들은 백신으로부터 소외됐다. 중국과 러시아가 자국이 개발한 백신을 이들 국가에 공급하고, 백신 공동구매 프로젝트 코백스나 일부 나라에서 공동 혹은 개별 기부를 통해 소외된 나라에 백신을 공급했지만, 여전히 국가 간 백신 접종률 차이는 크다.

9월 29일 기준 '아워 월드 인 데이터'의 통계를 보면, 적어도 1차 접종을 마친 인구의 비율이 한국의 경우 76%로 상위권에 속하고, 유럽연합 평균은 67%, 북미는 57%, 남미는 62% 선이다. 이에 비해 태국과 베트남은 40%대, 아프리카 평균은 6%대에 그친다. 세계 평균은 45%선이다.
 

'아워 월드 인 데이터' 자료. 여러 국가와 지역에서 인구대비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부분접종(밝은 초록색)과 접종완료(짙은 초록색)으로 나누어 표시했다. ⓒ Our World in Data

 
현재 개발된 코로나19 백신들이 1차 접종만 하더라도 감염률이나 중증이나 사망에 이르는 비율을 크게 낮추는 만큼, 백신 분배의 문제는 일차적으로 윤리 문제이기도 하다. 백신 공급이 낮은 나라들, 그래서 1차 접종도 잘 이루어지지 않은 나라들은 감염 폭발이 사망자 폭발로 이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간 전문가들은 백신 분배의 형평성 문제를 팬데믹 통제를 위한 핵심 요소로 강조해 왔다. 인도에서 확산된 델타 변이가 세계로 퍼지면서 새로운 파도를 일으켰던 것을 통해 알 수 있듯이, 감염 폭발이 통제되지 않은 곳이라면 어디서든 새로운 변이가 생겨 전 세계에 감염 폭발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주목해야 할 실험 결과

백신을 평등하게 분배하면 정말 팬데믹 상황이 나아질까? '그렇다'는 것이 9월 24일 <사이언스>(Science)에 실린 논문의 분석 결과다. 연구진은 '백신 공급이 높고 백신 비축량이 높은' 지역과 '백신 공급이 낮은' 지역을 설정하고, 이들 국가들에서 중장기적으로 코로나19의 감염률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모델링을 이용해 실험했다.

그 결과, 한 지역에서만 백신 공급과 비축량이 높으면, 백신 공급량이 낮은 지역에서 감염률을 높이게 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뿐만 아니라 여기에 지역 간 사람들의 이동, 바이러스가 진화함에 따라 전파력이 높아지는 것 등을 반영하면, 양쪽 지역 모두에서 전염률이 높아진다는 것도 확인했다. 결과적으로 백신 접종률이 높은 지역에서도 방역과 확진자 추적을 위해 높은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델타 변이가 세계적으로 유행하게 됨에 따라 백신 접종에 총력을 기울여온 여러 선진국에서도 여전히 높은 방역 비용을 지불해야 했던 상황을 방증한다. 연구진은 이들 지역 간에 백신 공급의 균형이 맞을수록, 전체적인 전염률도 낮아지고 변이 바이러스 발생 가능성도 낮춘다고 밝혔다.

결국, 팬데믹은 전 지구적 문제라는 게 다시 확인된 것이다. 새로운 바이러스 변이를 억제하고 방역 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 백신의 공평한 분배에 대한 논의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아프리카 케냐 수도 나이로비 공항에서 6일(현지시간) 미국에서 기증한 모더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2차 물량(88만여 회분)이 하역되고 있다. 미국은 코로나19 백신 공동 구매·배분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를 통해 모두 176만 회분을 케냐에 공급했다. 2021.9.6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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