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9.24 07:10최종 업데이트 21.09.24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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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용 돌을 캐내는 레미콘 공장의 채석장 모습. 채석장 뒤편에 레미콘 공장이 보인다. ⓒ 최병성

 
산봉우리 몇 개가 사라졌다. 이뿐 아니다. 끝없이 땅 밑으로 파먹고 있다. 저렇게 깊이 채굴하면 폐광 후 복원은 어떻게 가능할까? 이곳은 경기도 화성에 있는 레미콘공장의 채석장이다.

지하 커다란 물웅덩이 3개에 초록빛 물이 고여 있다. 좌측 웅덩이의 물 색깔이 다르다. 왜일까? 광산의 경사면을 따라 물결무늬처럼 흘러내린 물체가 물웅덩이까지 가득 채우고 있다. 
 

공사장에서 남은 레미콘의 폐콘크리트를 절개지에 부어 환경오염이 발생하고 있다. ⓒ 최병성

  
이곳은 콘크리트용 골재를 캐내는 채석장이고 바로 옆에 레미콘 공장이 있다. 채석장 절개지면을 따라 쏟아 붓고 있는 이상한 물체는 폐콘크리트다. 레미콘 차들이 공사장에 붓고 남은 콘크리트를 채석장 한 곳에 쏟아 붓고 있는 것이다. 물웅덩이의 색이 다른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레미콘차 안에 남아 있던 콘크리트 혼화제 성분이 물에 녹아 나온 것이다.

콘크리트의 질기를 고르게 하고, 철근 부식을 억제하며, 겨울철 공사 때 내동해성 향상 등 다양한 기능을 위해 첨가하는 화학물질을 콘크리트 혼화제라고 부르는데, 포름알데히드, 나프탈렌, 아크릴아미드 등의 발암물질과 메틸알코올, 시클로헥산 등의 유독물질로 만들어진다. 새로 건축된 아파트의 딱딱하게 굳어진 콘크리트에서는 혼화제가 휘발성 유기물질이 되어 새집 증후군의 원인이 되지만, 레미콘 차량의 굳지 않은 콘크리트 상태에서는 혼화제가 물에 녹아 밖으로 유출된다.


레미콘 차의 남은 콘크리트가 버려지면서 유독성 혼화제 침출수가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있는 채석장. 아무 문제 없는 것일까? 

대한민국 채석장의 현실

전국에 크고 작은 다양한 채석장들이 있다. 콘크리트용 골재를 캐내는 광산뿐 아니라 큼직한 돌을 캐내는 화강암 광산들도 있다. 도시의 건축물이 올라가기 위해서는 채석장이 필요하다. 돌을 캐내는 과정에서 산의 나무들이 베이고 환경 훼손이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과정이다.

그러나 돌을 다 캐내고 난 후의 광산은 복원해야 한다. 돌을 캘 때도 향후 복원을 염두에 두고 계획적으로 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금 당장 더 많은 돌을 캐내려고 안전과 환경을 소홀히 한 채 돌을 캐내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채석장이 어떤 모습이고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화강암을 캐내고 있는 경기도 포천의 화강암 채석장이다. 울창하던 산림이 속에 감추고 있던 화강암을 내주기 위해 점점 더 넓고 깊게 훼손되고 있는 현장이다.  
 

화강암을 캐내고 있는 포천시의 채석장 모습 ⓒ 신병문

 
충남 아산시의 골재 채취 광산이다. 광산 내부에서 작업 중인 포클레인이 10대가 넘는다. 광산 규모가 엄청남을 짐작할 수 있다. 캐낸 돌은 다양한 크기의 자갈이 되어 레미콘이나 도로공사에 사용된다.  
 

콘크리트 골재용 채석장의 모습 ⓒ 신병문

 
아래는 화강암을 캐내는 전북 익산의 한 채석장이다. 땅 속으로 계속 들어간다. 다른 채석장들과 달리 도심 한복판에 있다. 채굴이 끝나면 어떻게 복원하려는 것일까? 저렇게 깊이 파내면 향후 복원이 가능할까?
 

익산 시내에 있는 화강암 채석장 모습. 앞으로 폐광 후 복원은 가능할까? ⓒ 신병문

 
지역 주민에게 보은한 국내·외 폐광산들

경기도 포천의 아트밸리(Art Valley)다. 국내 최초로 폐채석장을 친환경 방식으로 복원한 문화예술 공간이다. 이곳은 1960년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화강암 채석장이었다. 포천석이라 불리는 화강암이 질이 좋아 청와대와 국회의사당 등 국내 유명한 건축물의 조경석으로 사용되었다.
 

포천 아트밸리. 화강암을 캐낸 폐광을 포천시가 복합예술공원으로 바꿨다. ⓒ 포천시청

 
폐광 후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다가 2009년 10월 포천시가 문화예술공간으로 조성해 '포천 아트밸리'로 재탄생했다. 폐채석장의 웅덩이가 수심 25m의 '천주호'로 거듭났고 높이 60m의 기암절벽과 어우러져 장엄한 경관을 지닌 문화공간이 되었다.

2009년 10월 24일 개장해 현재 20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했으며 2010년 중학교 과학 교과서에 광산 복원이 잘된 사례로 수록됐다.
 

채굴이 끝나 방치되었던 폐광산이 아트밸리라는 멋진 문화예술공간으로 거듭나 지역민들의 자랑이 되고 있다. ⓒ 포천시청

  
경기도 안양시 수리산 '병목안 시민공원'. 일제강점기인 1930년부터 1980년까지 경부선과 수인선의 철도용 자갈을 채취하던 채석장이었다. 폐광 이후 대규모 절개면의 재해 방지와 도심 경관을 위해 안양시가 사업비 260억 원을 들여 2년여의 공사 끝에 2006년 5월 24일 시민공원으로 개장했다.
 

돌을 캐내던 폐광지가 아름다운 시민공원으로 탈바꿈했다. 많은 시민이 즐겨 찾는 안양 병목안 시민공원. ⓒ 안양시청

 
높이 65m, 최대 너비 95m의 인공폭포는 병목안 시민공원의 자랑이며 중앙광장, 사계절정원, 잔디광장, 복합 어린이 놀이시설, 체력단련장이 폐광 부지에 자리하고 있다. 특히 채석장 사면을 계단식으로 만든 사계절정원에는 은방울꽃, 할미꽃, 금낭화, 기린초, 벌개미취, 참나리 등 5만여 그루의 야생화가 계절별로 아름다움을 뽐낸다.

또 어린이 놀이터 바로 옆에는 녹슨 철로 위에 두 량의 화물열차가 있다. 이곳이 과거 돌을 캐던 채석장이었음을 상기시키기 위한 것이다.
  

폐광 절개지를 이용하여 만들어진 폭포의 위용 ⓒ 최병성

 
캐나다엔 부차트 가든(The Butchart Gardens)이 있다. 2004년 캐나다 정부로부터 사적지로 지정되었고 전 세계에서 매년 100만 이상이 찾는 유명한 관광지다.

이곳은 시멘트공장에 석회석을 공급하던 채석장이었다. 폐광 후 황폐해진 이곳이 전 세계에서 수집한 진귀한 나무들로 채워졌다. 부차트 가든은 훼손된 석회석 광산을 그대로 디자인 한 성큰가든(Sunken Gardens)과 이탈리아 정원(Italian Garden), 지중해 정원(Mediterranean Garden), 장미정원(Rose Gaden) 등으로 구성되어 이곳을 찾는 이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있다.
 

석회석을 캐내던 폐광을 전 세계인이 찾는 가든으로 탈바꿈시켰다. ⓒ 박명주

 
브라질에 있는 오페라 데 아라메(Opera de Arame) 극장 역시 폐광산이었다. 시가 폐광산을 매입해 자연 상태로 복원함과 동시에 1000개 좌석이 있는 오페라 하우스를 건설했다. 230톤의 철강으로 80명의 기술사들이 약 60일 만에 완공했다.
 

폐광이 1000개의 좌석이 있는 오페라하우스로 바뀌어 친환경도시로 거듭났다. ⓒ 김신환

 
포천 아트밸리를 비롯해 안양 병목안 시민공원, 캐나다 부차트 가든, 브라질 오페라 데 아라메 극장은 폐광으로 흉물스럽게 방치된 곳을 지형지물에 맞게 잘 활용해 시민들에게 되돌려 준 모범 사례다.

채석할 때는 소음과 분진으로 주변 마을 주민들에게 해를 입히던 곳이었지만 폐광을 잘 이용함으로써 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관광자원이 됐다.

계속 고통 안겨주는 폐광산

모든 채석장이 잘 복원되는 것은 아니다. 흉물로 방치되는 곳이 더 많다. 심지어 복원 대신 사업자가 또 다른 돈벌이를 위해 쓰레기매립장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고통을 가중하는 곳들도 있다.

아래는 경기도 화성에 있는 돌을 캐내던 폐광산이다. 복원한다고 경사면에 나무를 심었지만 여전히 채석 과정의 후유증이 흉물스럽게 남아 있다. 폐광지 한쪽에서는 악취가 진동하는 정체불명의 쓰레기를 퍼내고 있다. 알록달록 천 조각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을 보니 의류공장에서 발생한 불법 폐기물들이다.
 

경기도 화성의 한 폐광지에 투기된 불법 폐기물들을 치우고 있다. ⓒ 최병성


바로 곁엔 또 다른 종류의 폐기물이 가득하다. 구리 등을 빼낸 후 전선 피복을 잘게 갈아낸 폐기물 자루들이 주를 이루고, 자동차범퍼에서 온갖 잡동사니까지 산업폐기물들이 사방에 널려 있다. 한적한 폐광지임을 알고 업자들이 불법으로 폐기물을 투기한 것이다.
 

폐전선에서 구리 등의 금속을 빼낸 후 전선피복을 잘게 갈아낸 폐기물들을 폐채석장 부지에 불법 투기하였다. ⓒ 최병성

 
전북 익산의 한 폐광 현장. 폐광 전체가 검은 천으로 뒤덮여 있고, 악취 진동하는 시커먼 침출수가 줄줄 흘러내리고 있다. 업체가 폐광을 복구한다면서 폐기물 143만 톤을 매립했다. 익산시에 따르면, 이 중 불법 화학 폐기물이 20만 톤 섞였다. 폐광에서 흘러내린 독성 침출수로 인해 인근 하천에는 물고기가 살지 못하게 되었다.
   

전북 익산의 한 폐광산. 복원한다며 쓰레기 145톤을 매립, 침출수가 발생하여 주변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 ⓒ 최병성

 
익산시가 폐광에 매립되었던 폐기물을 다른 곳으로 처리 중이지만 전국적인 매립장 부족으로 지금까지 처리된 폐기물은 전체 143만 톤의 약 3.6%인 5만여 톤에 불과하다. 이 속도로 143만 톤의 폐기물을 다 치우려면 앞으로 30년, 총 4000억 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익산시 예산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수도권 2000만 식수 위협하는 쌍용 매립장

강원도 영월 서강변에 있는 쌍용C&E(전 쌍용양회) 폐광에는 축구 경기장 25개 면적의 대규모 쓰레기 매립장이 건설될 예정이다. 쌍용C&E가 1960년대부터 시멘트를 만들려고 석회석을 파내던 곳이다. 쌍용 홍사승 회장은 국내 두 번째 크기의 쓰레기 매립장이라고 언론에 자랑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곳은 쓰레기 매립장이 들어서면 안 되는 곳이다. 지하 동공으로 빗물이 줄줄 새는 위험한 곳이기 때문이다. 54일 장마였던 지난 2020년 여름 매립장 예정지에 가득했던 빗물이 비가 그치고 단 며칠 만에 다 지하로 빠져나갔다. 쓰레기 매립장을 만들 경우 상상할 수 없는 대형 재난이 발생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었다.
   

2020년 8월 4일, 매립장 예정지 폐광산에 빗물이 가득 찼다. ⓒ 최병성

 

2020년 8월 21일, 매립장 에정지에 가득했던 그 많던 빗물이 지하 동공으로 다 빠져나갔다. ⓒ 최병성

 
지난 1월 13일엔 쌍용 매립장 예정지에서 200여 m 떨어진 쌍용천과 서강이 초록색으로 물들었다. 얼음이 꽁꽁 어는 추운 겨울이니 분명 녹조는 아니었다. 54일간의 장마 빗물이 단시간 사라졌다는 지난 2020년 10월 8일자 <그림처럼 아름다운 서강, 이대로 잃을 순 없잖아요>(http://omn.kr/1rfef) 보도 후 쌍용C&E가 침출수 유출 경로 확인을 위해 우라닌(Uranine)이라는 초록색 형광물질로 추적자 실험을 한 것이다.
 

쌍용천과 서강이 추운 겨울임에도 녹색으로 물들었다. 15년이 아니라 단 3일만에 강을 오염시켰다. ⓒ 최병성

 
쌍용C&E는 2020년 6월 환경영향평가서에는 매립장에 차수막을 하지 않더라도 200m 떨어진 쌍용천까지 쓰레기 침출수가 도달하려면 15년 걸린다고 기록했다. 매립장 예정지가 그만큼 안정된 지반임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거짓이었다. 15년이 아니라 단 3일 만에 쌍용천뿐 아니라 서강까지 초록색으로 물들었다. 이곳에 쓰레기 매립장을 지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쌍용C&E 스스로 입증한 것이다.

그러나 쌍용C&E는 아직도 쓰레기 매립장 건립을 포기하지 않았다. 지역 언론인 <영월신문> 9월 6일 자에 친환경매립장을 건설하겠다는 광고를 실은 것. 매립장 허가만 받으면 1조 5천억 원이 넘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빗물 줄줄 새는 위험 지반에 세계 최고의 매립장을 건설하겠다며 국민의 목숨을 건 도박판을 벌이는 쌍용C&E. ⓒ 영월신문

  
만약 서강변에 쌍용C&E의 쓰레기 매립장이 건설될 경우 대한민국 국민 절반이 사는 수도권과 충북 제천, 단양, 충주에 사는 국민에게 식수 재앙이 발생할 수 있다.

쌍용 매립장 예정지는 우발레와 돌리네가 있던 곳이다. 우발레와 돌리네란 석회암이 오랜 시간 물에 녹아 지반이 평평해져 밭으로 이용되는 곳이다. 우발레가 있다는 것은 그 지하에 물이 빠져나가는 동공이 자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54일간의 장마 빗물이 단 시간에 다 새 나가고, 15년 걸린다던 우라닌 추적자 실험에서 단 3일 만에 서강이 초록으로 변한 것이 바로 그 증거다.

쌍용C&E가 조만간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을 원주지방환경청에 제출할 예정이다. 대구지방환경청은 한 회사가 문경시에 건설하려던 산업폐기물 매립장에 대해 석회암 지대라는 이유로 환경영향평가서에 부동의 해 사업을 취소시켰다. 원주지방환경청은 국민을 위한 올바른 결정을 내릴까.

대재앙 우려

지난 4월 19일 충북 제천시의회와 단양군의회는 "쌍용C&E는 무모한 폐기물매립시설 조성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며 쌍용C&E의 산업폐기물매립장 반대 결의안을 채택했다. 또 지난 4월 30일 충북도의회도 쌍용C&E 산업폐기물 조성계획 철회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며 매립장 건설 반대에 가세했다.
 

쌍용C&E매립장 반대 결의문을 채택한 제천시의회 의원들. ⓒ 제천시의회

 
충북도의회는 결의문에서 "매립장 예정지는 석회암 지대로 한강수계의 상류지역이며 지하 절리와 동공이 발달해 침출수 유출이 불가피한 지역으로, 한강수계인 제천·단양·충주 그리고 수도권 식수원에 막대한 피해를 끼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며 반대의 뜻을 명확히 했다. 특히 충북도의회는 "쌍용C&E가 폐광 지역을 마땅히 친환경적으로 복구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오랫동안 이를 방치해오다 복구는커녕 회사 이익만을 앞세워 폐기물 매립이라는 최악의 선택을 했다"며 쌍용C&E의 무책임한 기업윤리를 비판했다.

또 지난 5월 6일엔 충북 11개 시·군 의회 의장들이 단양군청 소회의실에 모여 쌍용 매립장 반대 성명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쌍용C&E의 매립장 반대 물결이 영월·제천·단양 등 충북을 지나 경기도와 서울로 점점 퍼져가고 있다. 경기도의회와 서울시의회에서도 몇몇 의원들이 뜻을 모으기 시작했다.

쌍용C&E의 매립장은 단순히 영월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축구장 25개 면적의 쌍용매립장에서 침출수 유출 사고가 발생할 경우 대재앙이 된다.

쌍용C&E가 상식에 벗어난 쓰레기 매립장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폐광 복원에 대한 관련 규정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이제 국민의 건강과 환경 보전을 위해 문재인 정부가 나서 폐광 복원의 규정을 제대로 만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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