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9.13 13:16최종 업데이트 21.09.13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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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언론에서 '위드 코로나'라는 말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를 독감처럼 여기고 일상생활이 가능한 수준으로 방역 수준을 낮춰서 코로나와 공존한다는 의미로 주로 씁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더 나아가 코로나에 대한 방역을 포기하고 중증환자만 치료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어서 정부당국은 위드 코로나 대신 '단계적 일상 회복'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백신접종률과 확진자 수 추이에 따라 거리두기 단계를 조절하겠다는 겁니다.
  

한국의 언론 보도를 보면 싱가포르는 진작에 위드 코로나를 시작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 구글 검색 화면

 
그런데 언론에서 위드 코로나를 언급할 때마다 예로 드는 나라가 둘 있는데 바로 영국과 싱가포르입니다. 지난 7월부터 마스크 의무 착용을 포함한 방역 규제 대부분을 없앤 영국의 경우는 위드 코로나의 사례로 적합한 듯합니다. 하지만 싱가포르를 위드 코로나의 사례로 드는 건 말도 안 됩니다. 싱가포르는 아직 위드 코로나를 시작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싱가포르는 위드 코로나 시작한 적 없다

싱가포르에선 위드 코로나 대신 코로나와 공존하는 '뉴 노멀 (new normal)'이라고 부르는데, 백신접종률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려 코로나로 인한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든 후 방역과 일상이 공존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는 했습니다. (싱가포르가 방역을 포기했다고? 그들은 한발 앞서 간다 http://omn.kr/1uf0a 참조.)

그리고 그 공존 방식은 봉쇄 같은 극단적인 방법을 쓰는 대신 지속 가능한 방역 수단을 도입하겠다는 의미입니다. 방역 포기가 아니라 방역과 일상을 같이 하겠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기획단을 꾸려 계획만 세웠을 뿐, 지속적인 확진자 수 증가로 인해 실행에 옮긴 건 거의 없습니다.
  

싱가포르 보건부 사이트 첫화면입니다. 코로나 극복을 위한 준비 단계이며 아직도 수 많은 거리두기 제한 사항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싱가포르 보건부

 
한국 언론에서 위드 코로나를 실시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싱가포르의 지금 상황을 몇 가지만 볼까요?

- 백신을 맞은 사람만 다섯 명까지 식당에서 식사 가능.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은 야외의 푸드코트에서 두 명까지만 식사 가능
- 결혼식 및 종교행사는 모두가 백신을 맞은 경우 1000명까지 참석 가능하나 한 그룹 당 다섯 명까지만 허용. 백신을 맞지 않은 경우는 50명까지만 참석 가능
- 야외활동이나 헬스장에서도 한 그룹당 다섯 명까지만 허용
- 재택근무가 가능한 업종의 경우 최대 50%까지만 회사에서 근무 가능



한국의 거리두기 4단계와 크게 차이 나지 않습니다. 이걸 두고 방역을 최소화하고 거리두기를 완화한 일상, 즉 위드 코로나 혹은 뉴노멀이라 부를 수는 없을 겁니다. 그나마 이 정도도 외식 자체가 금지되었던 7월에 비해 많이 완화된 것입니다.

확진자 수 집계는 하지 않고 중증환자만 관리한다는 것도 사실이 아닙니다. 아래 문자 메시지는 9월 11일 아침에 정부로부터 받은 건데 현재 병원에서 치료받는 환자수, 응급실에 있는 환자수, 백신 접종률과 함께 전날 발생한 확진자 수도 집계하고 공유하고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 확진자 개개인의 전파경로를 따로 구분해서 집계하지 않겠다는 발표를 확진자 수 집계 자체를 하지 않는다는 걸로 한국 언론이 잘못 해석한 것입니다.
  

싱가포르 정부가 매일 공유하는 코로나 상황. 중증환자 수부터 일일 확진자 수까지 지속적으로 집계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 이봉렬

 
지난 6월 싱가포르 정부가 코로나와 공존하는 '뉴노멀'이라는 개념을 공개하고 그걸 위한 기획단을 꾸려 현재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내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우리가 위드 코로나로 부를 수 있는 그런 상황은 아직 한 번도 없었습니다.

지금의 거리두기 완화가 위드 코로나라면 한국은 처음부터 위드 코로나였습니다. 그러니 싱가포르가 위드 코로나로 전환했다거나 위드 코로나를 실험했다가 위기를 맞고 있다는 식의 보도는 맞지 않는 것입니다. 싱가포르의 지금 상황은 봉쇄에서 겨우 벗어나 단계적 일상회복을 위한 준비 단계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한국은 국민의 70%가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면역이 형성되는 2주간의 시간이 지난 11월부터 단계적 일상회복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합니다. 그럼 정말 백신 접종 70%가 넘으면 단계적이라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백신 접종 80% 넘긴 싱가포르의 뉴노멀

싱가포르는 지난달 이미 백신 완전 접종률 80%를 넘겼습니다. 우리의 바람 대로라면 위드 코로나든 단계적 일상회복이든 가능한 단계여야 합니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지 않습니다. 9월 11일 싱가포르의 확진자 수는 573명입니다. 지역감염자 수만 보면 코로나 이후 최대치입니다. 인구 580만 명의 도시 국가에서 573명이면 한국으로 치면 하루 5000명 이상 발생하는 것과 같습니다.

왜 이런 상황이 된 걸까요? 싱가포르 국립 감염병 센터(NCID)의 레오(Leo Yee Sin) 교수는 싱가포르 일간지 <스트레이츠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델타 변이 바이러스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기존의 코로나 바이러스에 비해 확진자 한 명당 더 많은 양의 바이러스를 방출하고 잠복기는 3~5일로 짧으며 백신을 맞은 경우에도 감염이 되는 특징을 보여준다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기존 바이러스에 비해 감염 후 좀 더 심한 증상을 겪게 된다는 겁니다.

그는 단호하게 말합니다. "우리는 백신에만 의존해서는 안 됩니다(We cannot solely rely on vaccines)." 백신을 맞아도 감염이 되고, 감염된 사람이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에게 감염을 시킬 수 있는데, 백신 맞지 않은 사람이 감염이 되면 중증을 앓게 될 확률이 높다는 겁니다. 백신과 함께 일상에서의 거리두기, 개인위생 관리가 여전히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코로나19를 독감처럼 여기고 대응해도 되느냐는 질문에도 아니라고 답을 합니다. 독감에 대해서는 수십 년간의 경험과 연구에 의해 대응방안을 찾은 거지만, 코로나19는 작년에 처음 발견되었고 이제 변이가 발생하고 있는 단계라서, 어떻게 진화하고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지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합니다.
  

관광객이 없어 썰렁한 싱가포르의 차이나타운 입구에 60세 이상은 누구나 예약없이 백신 접종이 가능하다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습니다. ⓒ 이봉렬

 
그럼 위드 코로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우선 코로나를 계절성 독감처럼 여겨도 된다는 전제는 아직 확실한 근거를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질병관리청이 위드 코로나를 '단계적 일상 회복'이라고 바꿔 부르는 건 그런 면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11월에 백신 접종률 70% 넘기면 일상으로 돌아 갈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고 하면 어떡하냐는 이야기가 벌써 들리는 듯합니다. 그래서 나름 희망적인 이야기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싱가포르에서는 올 해 외식을 전면금지하는 봉쇄를 두번이나 했습니다. 지난 5월의 1차 봉쇄 때는 하루 확진자 수가 평균 20명 수준이었고, 7월에 2차 봉쇄를 할 때는 하루 평균 160명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백신 접종률 80%를 넘긴 지금은 5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봉쇄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정부가 사상 최대의 확진자 수 발생에도 불구하고 봉쇄를 하지 않는 이유가 뭘까요? 아래 도표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첫번째 도표는 지난 한 달 동안의 확진자 발생 수 입니다. 지난 한 달새 열배 가까이 늘어난 걸 볼 수 있습니다.

두번째 도표는 확진자 중 산소 호흡기가 필요한 중증 환자와 중환자실에 있는 환자의 수입니다. 확진자 수는 급격하게 늘었지만 중환자의 수는 한 달 전이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습니다. 80%가 넘는 백신 접종이 중증환자 증가를 확실히 막아주고 있는 겁니다. 의료시스템이 온전히 유지되는 한 국민의 삶에 큰 불편을 주는 봉쇄를 선택할 이유가 없습니다.
  

위 도표는 코로나 확진자 수, 아래 도표는 중증환자 수입니다. 확진자 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음에도 중증환자의 수는 안정적입니다. ⓒ 싱가포르 보건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한국의 백신접종률 역시 중증환자를 줄이고 의료시스템을 안정화시키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면 단계적인 일상의 회복도 가능할 겁니다. 방역을 포기하고 코로나와 함께 사는 위드 코로나가 아니라, 제대로 된 방역을 통해 코로나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한 상황, 그런 걸 두고 여기서는 '뉴노멀' 즉 새로운 일상이라고 부르고 그걸 위해 많은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곧 그런 상황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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