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8.26 07:27최종 업데이트 21.08.27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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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8월 27일 오전 10시 26분]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지난 4일 충남 공주시 마곡사를 방문해 원경 주지를 접견했다. ⓒ 김동연 캠프 제공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님께

지난 20일 차기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 발표(관련기사 : 김동연 "정치 창업 선언한다" 제3지대 대선 출마선언 http://omn.kr/1uwme) 잘 들었습니다. 거대 양당의 러브콜을 뿌리치고 정치의 새로운 판을 펴고자 험지로 나가시는 모습이 늘 안전한 자리, 될만한 자리를 찾는 정치인들과 달라 보입니다.


최근 내신 저서 <대한민국 금기 깨기>를 보기 전까지는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선물을 보낸 수백명 정관계 인사 중 선물을 거절한 두 명의 청렴한 공직자 중 한 명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부총리님이 인식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해결하고자 하는지 잘 알 수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보수와 진보, 공무원, 정규직, 재벌과 노조 등 각 진영과 계층이 각자의 기득권에 기초한 금기와 터부를 깨어야 한다는 점 십분 동의합니다. 결국 어떤 영역이건 노력 이상의 과실을 가져가는 지대추구를 근본적으로 차단해야 제대로 된 성과보상체계가 마련되고 기회의 평등과 경제의 역동성이 살아나기 때문입니다.

기회복지국가 ≒ 좌도우기

국민이 혁신의 주체가 되어 역동적인 대한민국 사회와 경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를 완화하고 시장경제의 성과보상체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되 복지안전망을 탄탄하게 갖추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한 도전들을 할 수 있는 '기회공화국', '기회복지국가'를 만들자는 부총리님의 제안을 들으면서 '좌도우기'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지대추구 현상의 원인과 대안을 제시한 19세기 경제학자 헨리 조지의 역작 <진보와 빈곤>의 역자인 김윤상 경북대 명예교수는 19세기 말 조선의 개화파들이 주장했던 서양의 도구와 기술을 사용해 동양의 도를 이루자는 '동도서기'를 차용하여, '사회연대와 복지'라는 좌파의 지향을 '자기책임과 시장'이라는 우파의 방식으로 달성하자는 '좌도우기'를 제안한 적이 있습니다. 부총리님께서 대한민국 부동산문제의 해법으로 생각하신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이 대표적인 '좌도우기' 방식입니다.

부동산 문제의 핵심이 아파트 가격이 아니라 건물 아래 깔린 토지라는 점, 거품경제·세습경제를 해체하고 한국경제의 역동성을 되살리기 위한 부동산정책으로 개인의 노력이 아닌 사회적 요인으로 오른 토지가치의 불로소득을 공공이 환수하는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을 명확히 언급해주셔서 반가웠습니다. 문재인정부 초기에 이런 생각을 강하게 피력해주셨으면 어땠을까 싶지만, 청와대와 기재부의 역학관계 등 복잡한 사정과 부총리 사임 후 2년 반 동안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를 어떻게 풀지 현장의 민초들을 두루 만나고 전문가들의 연구를 들여다보시면서 깨달은 방안이라 생각합니다.

현재 언론과 정치권에 많이 알려진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 구현 방식은 토지보유세를 높이고 거둔 세수를 전국민에게 고루 배분하는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이지만, 지대추구 근절의 핵심인 토지보유세 강화는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가 가능합니다.

'토지보유세+생존권 보험' 모델
 

다세대주택과 아파트가 섞여 있는 서울 강북지역 주택가. ⓒ 권우성

 
재난지원금을 정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두텁고 촘촘하게 지원하는 것이 보편적 복지라는 부총리님의 생각과 복지안전망을 두텁게 마련하는 '기회복지국가' 제안을 감안했을 때, 부총리님이 생각하는 기회복지국가와 어울리는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 구현 모델은 김윤상 교수님이 제안한 '토지보유세+생존권 보험' 모델입니다.

지대추구 근절을 위해 거둔 토지보유세를 보험료로 하여 기금을 조성하고, 국민 누구든지 개인적·사회적 재난 상황이 발생하여 소득이 기본생계비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 소득과 기본생계비와의 차액만큼 보험금을 타가는 구조입니다. 토지보유세+기본소득 모델이 조세저항을 뚫기 위해 거둔 토지보유세를 매년 전국민에게 1/n로 배분하는 방식이라면, 토지보유세+생존권 보험은 거둔 토지보유세를 기금으로 만들어 개인적·사회적 재난이 발생할 때 기본생계비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두 방식 다 모든 국민들이 토지에 대한 권리와 동일한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철학에 기초한 정책입니다. 도덕적 해이 방지 및 생존권 보험에 대한 보다 자세한 논의는 김윤상 교수의 저서 <특권없는 세상>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좌도우기'의 정수를 맛보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토지보유세+생존권 보험 모델은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가 비판받는 지점인 개인에게 너무 작은 금액이 돌아간다는 한계를 극복한 방안입니다. 기본소득에 부정적인 복지국가주의자들도 반대할 이유가 없는 방식입니다. 다만 토지보유세+생존권 보험 모델이 조세저항을 뚫고 국민들의 신뢰를 얻어 제도로 안착될 수 있을 것인가는 정치인의 역량에 달려있습니다.

대한민국 사회와 경제의 역동성을 되살려 다양한 혁신이 일어나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한 특권과 지대추구를 근절하여 '더 많은 기회, 더 고른 기회를 만들고, 튼튼한 복지안전망을 제공하는' 기회복지국가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기회복지국가를 이루기 위해 시민들이 정치와 정책의 '수동적인 대상이자 소비자'가 아니라 '적극적인 참여자와 생산자'로서 시민들의 집단지성, 대중의 지혜가 사회문제 해결의 원동력이 되는 아래로부터의 유쾌한 반란을 꿈꾸는 부총리님의 걸음을 응원하고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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