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8.18 18:21최종 업데이트 21.08.18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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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지는 저녁, 갯벌 나무가 드넓은 바다에 펼쳐져 있다. 전남 무안의 갯벌 모습이다. ⓒ 신병문

 
세계가 대한민국 갯벌의 가치를 인정했다. 지난 7월 26일 제44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한국의 갯벌'들이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 세계유산에는 기념물‧유적‧문화재 등 '세계문화유산'과 지질학적 생성물‧동식물 서식지 등 '세계자연유산', 그리고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동시에 충족하는 '복합유산'이 있다.

대한민국 갯벌은 우리나라 15번째 세계유산이다. 특히 '세계문화유산'에 비해 등재가 더 어렵다는 '세계자연유산'으로,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에 이은 국내 2번째다.

세계도 인정한 대한민국의 갯벌, 우리는 우리 갯벌들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바닷물이 들고나는 크고작은 갯골이 기둥과 가지가 되어 커다란 나무로 변신하였다. ⓒ 신병문

 
세계자연유산, 갯벌

갯벌은 바닷물을 정화하고, 수많은 생명을 품어주는 바다의 생명나무다. 썰물로 바닷물이 빠져나가면 크고 작은 갯골이 커다란 나무가 되고, 그 나무들이 모여 바다의 숲을 이룬다. 바닷물 속 갯벌 위에 붙어 살아가는 초록빛 감태가 마치 나뭇가지의 잎사귀처럼 바다 생명나무를 더 빛내주고 있다.
 

갯벌 바닥에 붙어 있는 감태가 바다 갯벌 나무 잎사귀가 되어 초록나무로 탈바꿈한다. ⓒ 신병문

 
그러나 갯벌이라고 해서 모양이 모두 같은 것이 아니다. 갯벌은 주로 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역에서 발달한다. 하천은 갯벌을 형성하는 중요한 조건이다. 갯벌은 퇴적 지질에 따라 모래갯벌, 펄갯벌, 그리고 이 두 가지가 섞인 모래펄갯벌 등으로 나뉘며, 지역에 따라 모두 다른 형태를 띠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알려져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전남 순천의 순천만 갯벌이다. 해가 지는 저녁이면 갯벌이 황금빛으로 빛나며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탄성을 짓게 한다.
 

전남 순천만 갯벌의 황홀한 저녁 풍경 ⓒ 신병문

  
또 다른 형태인 전남 강진의 갯벌이다. 마치 누군가 밭을 만들어 놓은 듯 네모난 조각조각의 모양을 이루고 있다.
 

전남 강진군 강진만 갯벌. 누군가 네모 조각을 널어 놓은듯 하다 ⓒ 신병문

  
전남 고흥군 앞바다의 갯벌이다. 마치 밭고랑을 파놓은 듯한 모습이다. 바닷물 속에서 어떻게 저런 모양이 만들어졌는지 신비롭기만 하다.
 

누군가 밭이랑을 매놓은 듯한 갯벌 모습. 전남 고흥군의 갯벌이다. ⓒ 신병문

   
우리나라 해안선은 1만1543km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거리인 477km의 약 27배에 이르고, 지구 둘레의 약 1/4에 이르는 엄청난 길이다. 작은 국토면적에 비해 매우 긴 해안선을 갖고 있다. 서남해안 해안선의 들고남과 많은 섬들이 있는 까닭이다.

특히 해안선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갯벌의 넓이는 약 2800㎢로, 작은 국토에 비해 갯벌이 많은 편이다. 이 중 80%가 서해안에 그리고 나머지가 남해안에 위치하고 있다. 남해가 서해보다 섬도 많고 해안선도 더 길지만 바닷물의 들고나는 조수간만의 차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유산위원회는 대한민국 갯벌 중에 신안갯벌, 보성·순천갯벌을 비롯한 서천갯벌, 고창갯벌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했다. 세계유산에 등재되기까지는 쉽지 않았다.

2019년 유네스코에 세계유산 등재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유네스코는 지난 5월 현장 실사 후 '반려' 권고를 내렸다. 한국의 갯벌은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중요한 자연 서식지로써의 가치는 인정되지만, '신안갯벌'을 제외하고는 지형학적·생태학적 과정을 보여줄 만큼 갯벌이 넓지 않고,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핵심 지역들을 포함하지 못했으며, 완충 지역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점들이 지적됐다.
 

세계유산위원회가 가치를 제일 높게 매긴 전남 신안 갯벌 ⓒ 신병문

  
우리나라가 그동안 새만금 등 갯벌들을 쓸모없는 곳으로 인식하여 매립되어왔으며, 이로 인해 갯벌의 면적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었다.

계절 따라 변신

갯벌은 지역과 위치뿐 아니라, 계절에 따라 다른 모양을 보여준다. 추운 겨울, 눈이 내린 전남 신안군 앞바다의 갯벌 모습이다. 물이 들고나는 갯골에 내린 눈이 녹아 까만 나무 기둥과 흰 나무가 되었다.
 

신안 앞바다의 겨울 갯벌 풍경 ⓒ 신병문

 
전북 부안 줄포면 앞바다의 겨울 갯벌은 신안의 겨울 갯벌과 정반대 신비로움으로 가득하다. 갯골만 하얀 눈으로 장식했다. 마치 까만 도화지에 잎이 모두 떨어진 하얀 나무 기둥처럼 보인다.
 

갯골에만 눈이 남겨져 잎이 떨어진 나무기둥처럼 보이는 부안 줄포만 갯벌 ⓒ 신병문

 
줄포만의 겨울 갯벌은 볼수록 신비롭다. 줄줄이 이어진 갯골은 가시나무 가지처럼 보이기도 한다.
  

가시나무 가지처럼 보이는 줄포만의 겨울 갯벌 모습 ⓒ 신병문

 
알록달록한 시흥시 월곶 갯벌 모습이다. 갯벌은 시간이 흐르면서 지면이 높아진다. 갯벌이 공기 중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지는 위쪽에는 염생식물이 자라기 시작하며 또 다른 모습으로 변신한다.
 

알록달록 염생식물이 자리한 경기도 시흥시 월곶 갯벌 ⓒ 신병문

   
세계가 인정한 가치

세계유산위원회는 반려 후 보완된 내용에 대해 "한국의 갯벌이 지구 생물 다양성의 보전을 위해 세계적으로 중요하고 의미 있는 서식지 중 하나이며, 특히 멸종위기 철새의 기착지로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 Outstanding Universal Value)가 인정된다"며 세계자연유산에 등재했다.
 

갯벌엔 조개를 비롯하여 생명이 가득하다. 전남 보성군 벌교읍 갯벌에서 뻘배를 밀고다니며 갯벌 보물창고에서 수확하고 있다. ⓒ 신병문

 
갯벌은 갯지렁이와 같은 환형동물, 조개와 고둥 같은 연체동물, 게와 새우 등이 서식하는 생태의 보고다. 연간 300여 종, 약 100만 마리가 넘는 철새들의 이동 경로로써 영양 보충 장소가 되어주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갯벌은 우리보다 먼저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유럽보다 약 4.3배 많은 717종의 대형저서동물들이 살아갈 만큼 생물다양성이 뛰어나다고 한다.

갯벌은 철새들에게만 중요한 곳이 아니다. 사람들이 배출하는 오염수를 깨끗하게 정화해주는 역할을 할 뿐 아니라, 풍요로운 먹을거리를 제공해준다. 갯벌은 조개를 캐고 낙지 등을 잡아 살아가는 어민들에게 금고와 같은 존재며, 국민들의 밥상을 책임지는 농토와 같다.
 

바닷물이 빠져나간 갯벌에 많은 사람들이 조개 채취를 하고 있다. 충남 태안 파도리 갯벌 ⓒ 신병문

 

해수욕장이 아니다. 바닷물이 빠져나간 갯벌에 조개를 잡으려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갯벌은 우리에게 소중한 밥상과 같다. ⓒ 신병문

 
바다의 허파인 갯벌의 가치는 숲의 10배, 그리고 농경지보다 100배 이상의 경제적 가치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백용해님이 쓴 <갯벌이야기>(여성신문사 2003년 10월 발행)는 갯벌의 소중함을 다음과 같이 강조하고 있다.
 
갯벌은 육지로부터 끊임없이 흘러드는 오염원을 정화시켜 바다를 깨끗하게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바다와 갯벌이 깨끗하게 유지된다는 것은 결국 바다의 먹이사슬이 건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갯벌은 바다생물들에게 산란장과 보육장으로 제공되어 풍요로운 황금어장의 밑바탕이 되는 곳이다. 또한 따지고 보면 갯벌의 수혜자는 특정 지역의 사람만이 아니다. 왜냐하면 갯벌에서 생산되는 어패류는 우리나라 모든 국민들에게 중요한 단백질의 공급원이며, 대한민국 해안을 정화시켜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갯벌 위의 까만 줄의 정체는? ⓒ 신병문

 

함께 무리지어 조개를 캐는 아낙들의 모습이다. 이렇게 갯벌은 우리의 밥상을 풍요롭게 해준다. ⓒ 신병문

 
탄소 먹는 기후위기 해결사

갯벌은 바다 생물들의 서식처, 수질오염 정화, 수산물 생산, 재해방지 등 다양한 편익이 발생하는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최근 갯벌의 탄소흡수 능력이 발표되며 기후위기 시대에 갯벌 보존의 필요성이 더 강조되고 있다.

지난 7월 6일 해양수산부는 우리나라 갯벌이 약 1300만 톤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으며, 연간 26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고 밝혔다. 이는 연간 승용차 11만대가 내뿜는 수준의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다.
 

갯벌은 탄소를 흡수하여 기후위기를 막아주는 소중한 바다의 생명나무다. ⓒ 신병문

 
해양수산부는 서울대 김종성 교수 연구팀이 우리나라 갯벌의 탄소흡수 역할을 세계 최초로 규명한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인 '종합환경과학회지(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최신호에 발표했다며, 탄소 저장고로서의 갯벌의 중요함을 강조했다.
 

갯벌 위를 날아가는 새와 그림자 모습 ⓒ 신병문

 
이번 세계유산위원회는 지난 2004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던 영국의 '리버풀 - 해양산업 도시'를 세계유산 목록에서 삭제했다. '항만지구 내와 세계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완충지대에 새 건물이 들어서 역사적 가치가 훼손됐다'라는 사유였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세계유산의 등재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보존과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의 갯벌'을 세계유산 등재 결정하면서 우리에게 몇 가지 과제를 던져 주기도 했다.

① 2025년까지 유산 구역을 확대할 것.
② 유산의 통합 관리 체계를 구축할 것.
③ 유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개발을 관리할 것.
④ 멸종위기 철새 보호를 위해 동아시아 철새 이동 경로상의 국가들과 협력할 것.


탄소 저장고이자 탄소 흡수원인 갯벌. 제대로 보전을 하지 않는다면 갯벌 안에 간직되어 있던 탄소를 배출하는 폭탄이 된다. 세계유산위원회의 첫째 권고안이 '2025년까지 유산 구역을 확대'하는 것이다. 앞서 지적한 것처럼 한국의 갯벌은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중요한 가치는 인정되지만, '신안갯벌'을 제외하고는 갯벌이 넓지 않고,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핵심 지역들을 포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네덜란드는 방조제를 제거하여 갯벌로 복원하는 역간척사업을 진행 중이다. 독일과 네덜란드와 덴마크 3개국이 인접한 북해 바덴해(Wadden Sea) 갯벌은 연간 8000만 명 이상이 찾아오는 생태관광지로 사랑받고 있다.

갯벌은 하늘이 준 선물이다. 잘 보전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 현재 가치만이 아니라, 미래세대가 누리는 가치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더 이상의 갯벌 파괴들을 멈춰야 한다. 신음하는 갯벌들을 다시 복원하여 세계자연유산 구역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세계유산 등재 17년 만에 등재 목록에서 삭제된 영국의 '리버풀 - 해양산업 도시'를 따라가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 최대의 갯벌이요, 가장 많은 철새들이 찾아오던 새만금. 30년째 방조제에 막혀 신음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희망을 만들 기회는 남아 있다.
 

신병문 작가가 겨울 비행을 위해 하늘을 날아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 신병문

 
※ 위 사진들은 항공사진 전문가인 신병문 작가가 지난 수년간 동력 패러글라이더를 타고 전국을 비행하며 담아온 작품들이다. 그는 '한국의 발견-우리 삶과 문화, 풍경의 새로운 발견'이라는 주제로 우리 땅 구석구석을 다니며 사진작업을 해오다가, 2011년부터 개인 비행장비(모터패러)를 만나 '하늘에서 본 우리 땅의 새로운 발견'이라는 주제로 우리 땅의 새롭고 신비로운 풍경을 담아내고 있다.
   
신 작가는 갯벌의 4계를 담아내기 위해 손가락이 꽁꽁 어는 추운 겨울에도 비행을 했다. 그 덕에 우리가 눈 내린 겨울 갯벌의 신비로움도 만날 수 있었다.

우리 갯벌의 세계유산등재를 축하하며 독자들에게 대한민국 갯벌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위해 신 작가로부터 사진을 빌려왔다. 이 기사에 게재된 몇 장의 사진들은 신 작가가 지금까지 찍어 온 신비로운 갯벌 사진 중 일부분에 불과하다. 더 많은 국민들이 대한민국 갯벌의 아름다움을 알아가고, 갯벌 보전의 국민 여론이 더 번져갈 수 있도록 갯벌 사진집이 하루빨리 출간되기를 손꼽아 기다려본다.
덧붙이는 글 대한민국 갯벌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널리 전하기 위해 신병문 작가로 부터 사진을 빌려왔습니다. 사진을 허락해준 신병문 작가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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