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8.12 20:23최종 업데이트 21.08.12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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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진자 수가 연일 최고치를 갈아 치우며 늘어나는데 백신접종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두고 언론들은 입을 모아 "K-방역 어디 갔냐"고 묻고 있습니다.
 

백신접종율이 낮다는 이유로 K방역을 비판하는 기사들 ⓒ 구글 뉴스 검색 결과

 
그 중에 동아일보 인터넷판에 실린 기사를 하나 보겠습니다. <'K-방역'은 어디로…韓 백신 접종 완료율, OECD 회원국 중 최하위>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동아일보는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의 집계를 인용하며 "한국의 접종 완료율은 15%로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세계 평균 접종 완료율(15.3%)에 못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고, "한국과 비슷한 시기에 백신 접종을 시작한 일본과 콜롬비아의 접종 완료율은 각각 32.9%와 25%"라며 K방역을 비판했습니다.

백신접종률이 높으면 그게 곧 방역을 잘하는 건지, 백신 확보를 제대로 못했다고 이제까지 해 온 K방역의 성과가 아무 것도 아닌게 되는 건지, 다른 나라들은 다 잘하고 있는데 K방역만 길을 잃은 것인지… 이런 것들이 궁금해서 동아일보가 인용한 아워월드인데이터의 자료를 살펴보았습니다. 이 사이트에는 백신접종률 뿐만 아니라 코로나 확진자 숫자, 치명률,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중증환자 비율까지 상세히 정리해 두고 있었습니다.

일단 전체 자료에서 코로나 확진자 및 백신 접종 현황이 업데이트 되고 있는 211개 나라를 뽑아냈습니다. 그 중에 사모아, 팔라우, 괌 등 인구가 너무 적은 나라들은 통계를 왜곡할 수 있어서 인구 50만 명 이하는 비교대상에서 제외하고 158개국만 대상으로 통계를 냈습니다. 브루나이, 모로코, 아이슬란드 등이 이런 이유로 함께 빠졌습니다.
 

인구 50만 이상의 나라를 대상으로 백신접종률을 비교한 도표. 한국은 비교대상 158개국 가운데 76위입니다. 데이터 : Our World in Data ⓒ 이봉렬

 
우선 언론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백신접종률부터 보겠습니다. 조사 시점인 8월 10일 자료를 보면 한국은 15.73%로 158개국 가운데 76위입니다. 아랍에미리트가 72.5%로 가장 높고, 싱가포르가 66.62%로 4위입니다. 뉴스에서 백신을 가장 많이 접종한 나라로 늘 보도되는 이스라엘과 영국은 각각 9위(62.43%)와 16위(58.46%)입니다. 일본이 35.5%로 45위입니다. 백신 접종만 보면 다른 나라들에 비해 한참 뒤처져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코로나 확진자 수는 어떨까요? 한국의 누적확진자 수는 21만6206명으로 81위입니다. 미국이 압도적으로 1위(3606만 명), 영국 6위(615만명), 일본 32위 (106만명), 이스라엘 34위 (91만569명)입니다. 비교대상 국가들 중에서 가장 잘 관리하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나라별로 인구가 달라서 단순비교를 할 수는 없으니 백만명당 확진자 수를  보겠습니다.
 

인구 100만명당 누적확진자수 도표입니다. 데이터 : Our World in Data ⓒ 이봉렬

 
도표에 158개국을 다 넣는 대신 비교하기 쉽게 관심있을 만한 주요국가만 넣었습니다. 대신 순위는 전체 국가를 대상으로 적었습니다. 백신접종률을 제외하고는 순위가 낮을수록 좋은 겁니다. 인구 백만명 당 확진자 수는 한국이 4217명으로 114위입니다. 일본은 우리의 두 배인 8346명이고 미국은 우리보다 25배 이상 많습니다.

처음엔 우리가 방역을 잘해서 K방역이란 찬사를 받았지만 최근 한달 동안은 상황이 바뀌지 않았느냐고 물을 수도 있을 겁니다. 앞의 통계는 코로나가 처음 시작됐을 때부터 누적된 거니까요. 그렇다면 8월 10일 기준으로 직전 일주일 동안의 인구 백만명당 일일 확진자 수 평균을 보겠습니다. 그게 지금 현재의 확진자 현황을 가장 잘 보여줄 겁니다.
 

직전 일주일 동안의 인구 백만명당 확진자 수 일일 평균. 데이터 : Our World in Data ⓒ 이봉렬

 
한국을 찾았나요? 뒤에서부터 찾아야 합니다. 백만명당 하루 확진자 수는 34명으로 95위입니다. 백신접종률 세계 9위인 이스라엘은 백신 접종률 높다고 거리두기를 해제한 탓인지 458명으로 8위입니다. 거리두기를 해제한 영국 역시 410명으로 12위로 확진자 수 억제를 위해서는 백신보다 거리두기가 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걸 보여줍니다. 우리보다 백신접종률이 두 배 높은 일본도 110명으로 우리보다 한참 앞에 있습니다.
 

나라별 코로나 치명률 Data ; Our World in Data ⓒ 이봉렬

 
이번에는 치명률을 보겠습니다. 한국의 치명률은 125위로 아예 100위권 바깥입니다. 백신 접종률이 높은 영국, 미국, 일본 등 대부분의 나라의 치명률이 1% 이상인데 반해 한국은 0.99%입니다. 이 통계도 최근 일주일간 인구 백만명당 사망자 숫자를 뽑아 보면 한국은 0.08명으로 121위이며 미국 1.65, 영국 1.33, 일본 0.11에 비해 낮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도표를 통해 확인한 것처럼 백신 접종률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데이터가 한국이 여전히 방역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백신 접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K방역을 흔들기 보다는 오히려 "백신 접종률 OECD 국가 중 최저", "세계평균보다도 낮은 접종률"인 상황에서도 이 정도 수준으로 방역을 하고 있는 걸 다행이라고 여길 수도 있겠습니다.

이 연재 제목이 <이봉렬 in 싱가포르>니까 싱가포르 사례로 마무리를 하겠습니다.
 

백신접종률 70%에 육박하는 싱가포르지만 확진자는 계속 발생하고 있고 백신완전접종자도 감염되고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 싱가포르 보건부

 
위 도표는 싱가포르 보건부의 코로나 현황 자료 중 확진자 통계입니다. 최근 28일 동안 발생한 확진자 가운데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의 수가 1356명입니다. 백신을 맞지 않은 상태에서 확진된 사람 715명 보다 더 많습니다. 백신 접종률이 70%에 육박한다는 걸 감안하면 델타변이 확산 이후로는 백신을 맞아도 코로나에 조금 덜 걸릴 뿐 완전한 예방이 되지는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다만 백신을 접종받은 경우에는 산소호흡기가 필요하거나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상태가 나빠지는 경우는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듭니다.

싱가포르의 사례에서 보듯이 한국의 백신 접종률을 70% 이상으로 끌어 올린다고 해도 확진자가 아주 없을 거라고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백신이 코로나 방역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방역의 전부인 것도 아닙니다. K방역이 언론의 비판으로 인해 백신 접종률에만 집중했다간 나중에 줄어들지 않는 확진자 수에 진짜로 길을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델타변이의 확산 이후 전 세계적으로 확진자 수가 늘어나고 있는 이 때 백신 접종률 하나만 가지고 K방역을 깎아 내리기 보다는 보건당국과 의료진을 좀 더 응원하고 지혜를 모아주는 게 더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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