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7.28 13:08최종 업데이트 21.07.28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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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불볕더위가 이어지자 도로에 걷는 이 보기 드물고, 달리는 차 없어 한산하다. 코로나19가 또 한 번 우리사회를 덮치며 비수도권까지 거리두기 3단계에 진입했다. 문을 닫은 가게가 눈에 띄게 많아져 생업이 막다른 골목에 와 있음을 실감한다. 코로나19의 그림자가 내 집 앞, 내 코앞까지 다가와 불안이 가중되고, 여느 해보다 더 뜨거운 불볕더위에 지친 한숨을 마스크가 가로막고 있다. 퇴로 없는 나날에 지칠대로 지쳤을 때 올려다 본 하늘.
 

노을 속에 인천대교 여객선 뱃머리에 일제히 나와 노을 사진을 찍는다. ⓒ 최수경

 
하루 종일 푹푹 찌며 사람들을 힘들게 한 것이 미안한 듯 해는 고운 색을 남기며 퇴장하는 것 같다. "오늘 하루 버티느라 많이 힘드셨지요? 당신을 위안합니다. 힘내세요"라고 말하며. 요즘 서산에 지는 해가 빚어내는 노을을 대할 때마다, 잠깐이나마 근심을 내려놓고 대자연의 위대한 서사에 감동한다.
 

금강 세종시 청벽에 지는 해 일몰시 노을이 금강을 물들이는 경관, 1년 중 몇번만 볼 수 있는 장관이다 ⓒ 최수경

 
하늘을 올려다보니 구름이 미쳤다

한낮의 구름은 어떤가. 요즘 하늘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새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여러 가지 색과 모양으로 배치를 달리하며 이동한다. 하나의 예술 작품이다. 높이를 가늠할 수도, 그 너비를 가늠할 수조차 없는 다양한 형태와 색은 차라리 신비롭다.
 

계룡산 금수봉에서 바라 본 대전 하늘 파란 하늘에 구름이 수채화를 그린다 ⓒ 최수경

  

성난 마음을 대변하는 듯한 구름 심리의 반영이자 우리 삶에 여유를 제공하는 자연의 아름다운 현상 ⓒ 최수경

 
'미루나무 꼭대기에 조각구름이 걸려있네, 솔바람이 몰고 와서 걸쳐놓고 도망갔지요.' 익숙한 동요가사다. 지금은 하천가에서 찾아보기 어렵지만, 어릴 때 흔히 보았던 미루나무 아래에서 올려다 본 하늘엔 정말 조각구름이 걸려있었다.
  

조각구름이 걸린 듯한 미루나무 하천 정비로 인해 하천가에 줄지어 서있던 미루나무는 더 이상 보기 어려워졌다 ⓒ 최수경

 
그러나 요즘은 어릴 적 보았던 조각구름보다는 양떼처럼 너비도 크고 무리 짓는 구름을 더 자주 본다. 구름도감을 찾아보니 이를 권적운이라고 하는데, 구름 가운데 가장 아름다워 노래나 시에 자주 등장하는 구름이다.
  

양떼구름이라 칭하는 권적운 구름 가운데 가장 아름다워 노래나 시에 자주 등장한다 ⓒ 최수경

  
구름은 높이에 따라 상층운, 중층운, 하층운, 수직운으로 나뉜다. 상층운은 털실이나 새털모양의 권운, 비늘과 같은 흰 모양의 권적운, 흰 베일을 덮은 것 같은 권층운으로 나뉘고, 중층운은 양떼같이 보이는 고적운, 회색차일과 같은 모양의 고층운으로 나뉜다. 그리고 하층운은 흰색의 큰 덩어리 구름인 층적운과 낮은 구름인 층운, 어두운 회식구름 혹은 비구름인 난층운으로 나뉜다. 수직운은 맑은 하늘에 있는 뭉게구름으로 적운과 가장 발달한 소나기구름인 적란운으로 나뉜다.
 

물에 비치 하늘 구름을 담은 하늘이 물에 내려왔다(옥천군 부소담악) ⓒ 최수경

   
권적운보다는 털쌘구름 같은 우리말 이름이 더 와 닿는다. 높은 층에 털구름, 털쌘구름, 털층구름, 중층에 높샌구룸, 높층구름, 하층에 층쌘구름, 층구름, 비층구름, 수직운에 쌘구름, 쌘비구름이 그것이다.
   

유리창에 비친 하늘 촌 구름색시, 소나무에 둘둘 보쌈 말아 도시로 납치 중(무주군 설천면) ⓒ 최수경

 
<승정원일기>를 토대로 한 1600년에서 1800년 서울지역의 기상기후 환경을 현재와 비교해 본다면, 이 기간 서울지역 대부분의 여름이 서늘하였고, 대체로 기상현상의 변화가 심하고 한랭 건조했다. 현재의 맑음(운량 25%이하)과 흐림(운량 75%이상)의 규정과 일치하는지는 판단할 수 없지만, 여름의 경우 당시 평균 맑음이 54.3일이었다면 현대는 9.5일에 불과하여 맑음 빈도가 낮다. 이는 당시의 한랭한 기상조건에 따른 것으로, 낮은 기온과 상대습도로 인해 증발량이 영향을 받아 구름양이 감소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가을 들판과 비교해도 빼어난 모습의 가을 하늘 하늘이 돋보여 더 아름다운 가을 풍경(장수군 장계면) ⓒ 최수경

 
눈앞에 다가온 기후위기

지구 온난화와 도시화로 인해 기온이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특히 도시지역은 시골지역에 비해 한여름 온도가 40도를 향해 가고 있다. 여름에 비가 더 많이 오고, 나머지 기간은 지금처럼 건기가 되어 가뭄이 길어지는 것, 아열대 기후의 특징을 닮아가고 있음을 말한다. 이미 생태계에서 아열대성 식생과 곤충, 어종이 출현한 것은 오래된 일이다. 구름이 한층 다양하고, 노을도 훨씬 변화무쌍해진 것을 마냥 아름답다 감상하며 즐거워 할 일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구름에 반사된 노을 저녁식사 도중 입에 수저를 가져가다 찰라의 하늘을 보았다. 음식이 식어도 좋아 지금부턴 저 하늘이 반찬이다.(충북 옥천군 장찬리) ⓒ 최수경

 
우울할 땐 하늘을 봐요. 하늘을 보라고 하는 이유는 파랑은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색이자, 그 파랑의 대표적인 것이 하늘이기 때문이란다. 하늘색이라 불렸던 파랑은 그래서 신성한 색이자 영원한 색으로 늘 우리 곁에 있는 하늘처럼 지속성의 이미지를 갖는다고 한다. 이런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한 다양한 구름 문양과 기상현상은 지금은 물론이고, 일찍부터 선조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어 심리를 나타내는 수단이 되었던 것 같다. '어느 구름에서 비 올지 모른다.' 멋지지 않은가. 기회는 언제든지 있다는 은유가 숨어 있다. 저녁노을이 좋으면 다음날 날씨가 좋다는 속설은 경험의 산물이다.
  

자연과 하나되는 가족 기행(대전 갑천 도안동) 파랑과 초록은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색의 순서다. 자연에서 치유가 되는 이유이다. ⓒ 최수경

  

자동차를 타고 가며 맞이하는 비구름 비구름이 고속도로를 짓눌러 버릴 듯 내려오고 있다(당진-대전 고속도로) ⓒ 최수경

  
그렇다면 불확실한 기후위기를 살고 있는 우리는 과연 미래세대에게 날씨 경험을 전수할 수 있을까. 태양이 지평선 가까이 내려앉으며 붉은 혀를 길게 내밀고 하늘을 붉게 물들일 때, 내일은 날씨가 좋다고 말이다. 
 

서울에 빛이 저물고 다른 빛이 켜질 때 오늘 하루 힘들었지만 충분히 고마운 하늘. ⓒ 최수경

  

서해에 지는 해 붉은 혀를 길게 내밀며 하루를 마감하는 해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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