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7.21 17:12최종 업데이트 21.07.21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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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선수단 숙소 앞 '욱일기' 시위 16일 오후 도쿄 하루미 지역 올림픽선수촌의 한국선수단 숙소동 앞에서 일본 극우단체 관계자가 응원 현수막 문구를 문제 삼으며 욱일기를 든 채 시위를 하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숙소 외벽에 태극기와 함께 '신에게는 아직 5천만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 있사옵니다'라고 적힌 문구를 내걸었다. ⓒ 연합뉴스

 
일본 극우정당이 도쿄 올림픽을 무대로 혐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15일 대한체육회가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습니다"라는 이순신 장군의 보고서를 패러디한 "신에게는 아직 5천만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 있사옵니다"라는 현수막을 선수촌 아파트에 게시한 것을 빌미 삼아 벌이는 일이다.

극우 정당이자 혐한 정당인 일본국민당이 시위의 선봉에 섰다. 16일에는 당원 6~7명이 욱일기와 확성기를 들고 "한국의 어리석은 반일 공작은 용납할 수 없다"며 "한국 선수단을 내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일에도 이 당의 시위가 벌어졌다. 이날 시위에서 스즈키 노부유키 대표는 한국 선수단의 식사 문제에 대해서까지 시비를 걸었다. 대한체육회가 선수단 식당을 별도로 꾸린 것을 두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대한 뜬소문을 조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매도했다.
  

도쿄올림픽 선수촌에 한국 선수단이 내건 현수막 관련 논란을 보도하는 일본 후지뉴스네트워크(FNN) 갈무리. ⓒ FNN

 
혐한 시위 앞장서는 일본 극우정당

1965년생인 스즈키 대표는 서울까지 와서 위안부 소녀상에 말뚝 테러를 감행한 극우 행동가다. 2011년 8월 울릉도를 조사한다며 입국한 적이 있는 그는 2012년 6월에 한국에 들어와 그 같은 비정한 일을 저질렀다.

그해 6월 19일 그는 일본대사관 앞의 위안부 소녀상에 일장기와 함께 말뚝을 설치했다. 그가 '다케시마의 비(碑)'로 명명한 말뚝에는 철자 틀린 한글로 "타캐시마는 일본 땅"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경찰이 말뚝을 제거하자, 그는 끈으로 묶어 고정시켰다. 이 모습은 그가 촬영한 동영상으로 세상에 전파됐다.
  

2012년 위안부 소녀상에 '말뚝테러'를 한 일본 정치인 스즈키 노부유키(鈴木信行)씨가 19일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보금자리 나눔의집에 소포로 보낸 '제5종보급품'(第五種補給品)이라는 글자가 적힌 용기 속 일그러진 소녀상과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글자가 적힌 작은 말뚝. 2015.5.19 ⓒ 연합뉴스

 
그는 이 만행을 무용담처럼 홍보한다. 헤이세이(아키히토) 일왕 때 있었던 이 일을 그는 트위터(@ishinsya) 프로필 란에 "헤이세이 24년 6월에 주한일본대사관 앞의 매춘부상에 '다케시마의 비'를 묶어 한국의 반일여론이 격화됐다"고 소개했다.
    

본문에 인용된 스즈키 노부유키의 트위터 프로필란. ⓒ 스즈키 노부유키

 
일본은 이번 올림픽을 어떻게든 잘 치러야 한다. 아베 신조 전 총리는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헌법 제9조(전쟁 금지)를 개정해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겠다고 공약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이 공약에는 차질이 생겼다. 그럴지라도 이번 올림픽을 제대로 치러야만 일본의 위신과 위상을 지킬 수 있다.

그런 사정을 모를 리 없고, 누구보다도 그것을 배려해야 할 극우세력이 외국 선수단 숙소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어느 나라 선수단에 대한 것이든, 잔치를 주관하는 나라의 정치인들이 손님들을 상대로 그런 시위를 벌이는 것은 상식에서 벗어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걸 모를 리 없는데도 올림픽 기간 중에까지 혐한 시위를 벌이는 것은 그들이 한국과의 대결 구도를 얼마나 중히 여기는지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일본 극우가 한국을 싫어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만, 이들의 주의·주장을 들어보면 그 싫어함의 정도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임을 느낄 수 있다.

1996년에 유신정당·신풍 도쿄도본부로 출발하고 2017년에 유신정당·신풍에서 분리돼 독자 정당이 된 일본국민당은 2019년 지방자치단체 선거에서 의원 2명을 당선시켰다. 이 정당의 강령을 보면 '혐한 전문 정당'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다. 강령 5개 조항 중에서 4개가 어떻게든 한국과 연관돼 있거나 한국인들을 위협할 만한 것들이다.
   

본문에 인용된 일본국민당 강령. ⓒ 일본국민당

 
제1조는 '일본은 일본 국민이 지킨다'고 선언한다. 이 의미는 '자주헌법 및 자주국방의 확립'이라고 바로 밑에 설명돼 있다. 미국의 개입 하에 제정된 평화헌법을 폐지하겠다, 전쟁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벗어나 자주국방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담은 조항이다.

제2조는 '일본을 폄하하는 나라와는 인연을 끊는다(日本を貶める国とは縁を切る)'고 선언한다. 바로 밑에는 '일·한 국교 단절(日韓国交断絶)'이라는 해설이 부기돼 있다.

국교가 체결돼 있는 나라와 인연을 끊자는 것은 대개의 경우는 전쟁을 하자는 의미다. 바로 옆이기 때문에 남남처럼 살 수 없는 두 나라의 인연을 끊자는 것은 그런 의미가 되기 쉽다. 더군다나 혐한 감정을 노골적으로 표출하는 극우 정당이 국교 단절을 외치고 있으니, 이들이 한국을 얼마나 적대시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일본의 세금은 일본 국민을 위해'라는 제3조에는 '외국인에 대한 공적 자금의 지출 폐지'라는 해설이 적혀 있다. 재일한국인에 대한 처우와 직결되는 주장이다. '일본국민이 일본에 긍지를 갖자'는 제4조에는 '역사·전통 문화에 기초한 교육'이라는 해설이 딸려 있다. 침략전쟁 등에 관한 역사 교육을 수정하자는 주장과 연결되는 대목이다.

상상 이상의 혐한 정서

일본국민당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힘을 보유한 극우세력이 있다. 오사카에 기반을 둔 극우세력이 그들이다. 그들이 주축 세력 혹은 핵심 세력으로 참여한 2012년의 일본유신회, 2014년의 유신당, 2017년의 일본유신회는 각각의 해에 치러진 중의원 선거에서 54석, 41석, 11석을 획득했다. 이 정도면 주요 정당이다.

2012년 당시의 일본유신회를 대상으로, 이들이 왜 극우세력인지를 설명한 논문이 있다. 2016년 <한국과 국제정치> 제32권 제4호에 실린 조재욱 경남대 교수의 논문 '일본 포퓰리스트 극우정당의 약진과 한계: 일본유신회를 중심으로'가 그것이다.

이 논문은 "일본유신회의 영어 당명은 Japan Restoration Party로 restoration은 복고 또는 부활의 의미를 가지는데, 이는 패전과 함께 사라진 대일본제국의 부활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한 뒤, 이들이 추구하는 것은 자주헌법이라고 설명한다. 이들은 "평화헌법의 개헌보다는 폐지와 함께 새로운 자주헌법 제정을 내걸고 있으며, 국내총생산 1% 이내인 방위예산 제한을 철폐해 군비증강의 길을 열어놓고 있으며, 심지어 핵무장 등의 독자적인 군사력 행사까지 주장하였다"고 논문은 말한다.

일본국민당은 당 강령으로 한국을 자극한 데 비해, 이들은 당 로고를 통해 그렇게 했다. 논문은 "일본유신회는 당 로고에 일본열도를 그려 넣었는데, 여기에 쿠릴열도, 일본명 치시마열도, 센카쿠열도, 독도까지 포함하였다"고 설명한다.

국교가 체결된 국가와의 관계를 끊자는 주장과 마찬가지로 국교가 체결된 상대방 나라의 영토를 자기 영토로 표시하는 것 역시 매우 적극적인 적대 표시다. 상대방 영토를 빼앗겠다는 의지의 표현과 다름없다고 볼 수 있다.

한국에 대해 노골적 적대감을 표시하는 극우정당들이 지방의회와 중앙의회에 진출해 있는 현실은 일본에서 메이지 유신 3년 뒤인 1871년부터 정한론(征韓論)이 본격 대두된 사실을 떠올리게 할 만하다. 19세기판 혐한론인 정한론의 주장자들은 한국을 쳐서 정복해야만 일본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다면서 한국에 대한 적대적 여론을 조성했다.

정한론이 본격 대두되기 전에 이를 선도적으로 제기한 요시다 쇼인(1830~1859년)은 일본이 서양열강의 압박을 막아내려면 조선은 물론이고 만주와 중국까지 정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지론을 반영하는 것이 "옛날 성시(盛時)와 같이 조선을 공격하여 공물을 바치게 하고, 북쪽으로는 만주 땅을 손에 넣고, 남쪽으로 타이완과 루손제도를 취하여 일본 땅으로 삼아 더욱 진취의 기상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발언이다.

일본의 옛날 전성기 때도 한국이 일본에 조공을 바친 적은 없다. 외교관계의 일환으로 예물을 상호 교환했을 뿐이다. 요시다 쇼인은 예물 교환을 조공으로 호도하면서, 그 같은 성시 때의 역사를 복원하자고 주장했다.

요시다 쇼인의 정한론과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맥락을 갖는 것이 현대판 혐한론이다. 혐한론은 단순히 혐오를 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국교를 단절하자고 주장하거나 독도를 일본령으로 간주하는 등의 방식으로 한국에 대한 공격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그런 혐한론자들이 경찰의 제지도 받지 않은 채 평화적인 올림픽 무대에까지 출현해 한국 선수단을 위협하고 있다. 그런 세력이 지방과 중앙의회에서까지 세력을 넓히고 있다는 것은 일본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를 전망케 하는 불길한 징조가 아닐 수 없다.
 

한국선수단 숙소 앞 '욱일기' 시위 16일 오후 도쿄 하루미 지역 올림픽선수촌의 한국선수단 숙소동 앞에서 일본 극우단체 관계자가 응원 현수막 문구를 문제 삼으며 욱일기를 든 채 시위를 하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숙소 외벽에 태극기와 함께 '신에게는 아직 5천만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 있사옵니다'라고 적힌 문구를 내걸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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