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6.29 10:02최종 업데이트 21.06.29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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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이 우리 곁을 떠난지도 어언 3년이 흘렀다. 그의 3주기에 즈음하여 노회찬 재단은 오마이뉴스와 함께 공동기획으로, 4월 16일부터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 [우리시대 '6411투명인간'과 '약자들의 벗 노회찬'의 정치실천: 기록으로 기억하다] 기록 연재를 시작한다.[편집자말]
노회찬은 진보정의당 당대표 취임사(2012.10.21.)와 당대표 퇴임 고별사(2013.7.21.)에서 "6411번 버스를 아시나요?"라며 투명인간 분들을 구체적으로 호명한다. 이번 글에서는 '농민'과 관련한 노회찬의 이야기와 그들의 '지금·여기' 삶의 현주소를 하나씩 살펴보기로 한다. - 기자말

농사가 세상 으뜸이 되는 근본이라는 옛말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에서, 언제부턴가 일상어로 자리잡은 '갓난아이 울음소리가 끊긴 지 오래'인 농촌마을.
오늘의 농촌과 관련한 '두 개의 장면'을 소개한 뒤, <농민과 노회찬>을 주제로 한 '기록으로 기억하다' 이야기를 시작할까 한다.

'하나의 장면': 농촌의 고령화와 농촌인구 지속적 감소 추이

2020년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농촌 인구는 180만 명 가까이 줄었지만 65세 이상 인구는 오히려 17만 명이나 증가해 농촌 사회 고령화가 폭발적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농가 수 및 농가인구는 전국 출산률 감소와 농촌의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는 점과 과거 농가 수 및 농가인구 추이를 볼 때 지속적으로 감소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2019년 농촌인구는 전년대비 7만 명이 줄어 224만5000명으로 감소했다. 농가수도 전년대비 1만4000가구가 줄어 100만7000가구로 조사됐다. 2인 가구가 가장 많으며 70세 이상이 전체 농가의 46%를 차지하는 고령사회가 더욱 고착되고 있다. 경영주 평균연령은 68.2세다(<한국농정신문>, 2020.4.26.).
 

2020년 통계청이 발표한 농총인구 증가 추이 ⓒ 통계청

  
인구감소에 따른 고령화가 이대로 지속된다면 농촌의 경우 앞으로 20∼30년 뒤에는 65세 이상 노인이 주민의 80%를 넘어서 '전 농촌지역의 양로당화'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까지 했다. 더 큰 문제는 농촌인구 고령화 속도가 가팔라져 '농촌 붕괴'라는 재앙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 하나의 장면': 식량자급률의 하락 추세

식량자급률이 50% 미만이고, 곡물자급률은 21.7%%, 식량재고률은 20% 수준에 불과한 세계 6위의 식량 수입국. 쌀을 제외하고는 100% 자급할 수 있는 식량자원이 없는 나라. 보리 31.4%, 밀 0.7%, 옥수수 0.7%, 콩 6.3% 등 주요 식량작물을 자급할 수 없는 나라. 바로 우리나라의 이야기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최근 5년간 식량자급률 현황' 자료(사료용 곡물 제외)에 따르면 지난 2015년 50.2%, 2016년 50.8%, 2017년 48.9%, 2018년 46.7%, 2019년 45.8%로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매년 하락 추세를 보여왔다.


식량자급률의 의미에 대해 물어봤을 때 과연 어떤 대답이 나왔을까? 농민신문사에서 2016년 실시한 '도시민의 농업 인식조사'에 따르면 도시민의 절반 이상이 식량자급률에 대한 개념을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농민신문>, 2016.8.12.).

'식량자급률이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이름 정도만 들어본 적이 있다'와 '전혀 모른다'는 응답이 55.7%에 달했다. '잘 알고 있다'와 '알고 있다'는 응답은 20.8%에 불과했다. 식량자급률의 개념을 제대로 알고 있는 도시민이 10명 중 2명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약간 알고 있다'는 응답은 23.5%를 차지했다. 이는 '웬만한 국민이라면 식량자급률의 개념을 이해할 것'이란 농업계의 상식을 뒤집는 조사 결과다.

먹을 것이 넘쳐나는 사회 분위기로 인해 예전보다 도시민들의 식량 개념이 희박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연령별 식량자급률 인지도는 50대가 상대적으로 높고 20~30대가 상대적으로 낮아 식량 문제가 젊은층에겐 '먼 나라 이야기'임을 보여준다.

식량안보에 대한 인지도는 이보다 더 떨어졌다. 식량안보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이름 정도만 들어본 적이 있다'와 '전혀 모른다'는 응답이 63.9%나 됐다. 식량안보에 대한 개념조차 없는 도시민이 10명 중 6명이나 되는 셈이다. '잘 알고 있다'와 '알고 있다'는 응답은 16.5%밖에 되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과 식량안보 현황을 묻는 질문에는 '불안하다'는 답변이 45.7%를 차지했다. 그럼에도 '식량자급률과 식량안보 현황 개선을 위해 세금을 더 낼 의향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긍정보다 부정적인 답변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매우 그렇다'와 '그렇다'는 응답은 20%에 불과한 반면, '그렇지 않다'와 '전혀 그렇지 않다'는 답변은 46.1%였다. 

식량자급률 제고: 농촌 회생과 식량안보, 식량주권
: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낮추는 것은 농업희생을 더 강화하는 것"


2018년 2월 6일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발언에서 노회찬(정의당 20대 국회 원내대표)은 "불평등, 불공정 구조 타파와 격차 해소를 위한 초당적 노력을 경주하자"고 강조하면서 이렇게 덧붙여 말했다.
 

2018년 2월 6일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 중인 노회찬. ⓒ 노회찬재단

 
"작지만 중요한 이야기를 한 가지만 더 하겠습니다. 최근 정부가 2022년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당초 60%에서 49.5%로 낮추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는 농림축산식품부가 2011년 설정했던 목표치보다 10.5%를 낮춘 것으로, 7년이라는 기간이 지나는 동안 목표치가 오히려 뒷걸음질하면서 '목표'라는 용어가 무색해졌습니다. 목표라는 단어는 달성하는 것인데 거꾸로 목표치를 낮추는 이유가 무엇인지, 저는 농민들과 우리 국민들에게 설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정부에서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낮추겠다는 말은 결과적으로 농업에 대한 보호육성을 줄이겠다는 것으로 이는 지난해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의 원인이 된 농업희생을 더 강화하는 것입니다.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지속적으로 높이는 것은 단지 농민뿐만이 아닌 국민들의 식량안보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자급률의 점진적 상향을 위한 실효적인 정책대안을 마련할 것을 정부에 촉구합니다."


IMF 구제금융을 받던 시절인 1998년 우리나라를 방문한, 평화학의 창시자라 불리는 요한 갈퉁(Johan Galtung)이 의미심장한 발언을 한 바 있다. "에너지 자급과 식량 자급이 생존의 기본이다. 이 둘만 자급할 수 있다면 그 어떤 경제 위기에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020년 쌀 가격은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유통과 노동 인력의 이동 제한, 그리고 이로 인해 각국이 곡물 비축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식량위기' 이야기까지 나온다.

문제는 식량의 절대량이 아니다. 식량의 가격탄력성으로 인해, 즉 식량은 가격이 오른다고 해서 소비를 줄일 수 없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절대량과 관계없이 식량위기는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은 식량 공급망뿐 아니라 생산에도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각국이 국경을 봉쇄하면서 농사를 지어야 할 인력 유입이 곳곳에서 막혔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역시 식량 생산에 타격을 주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교란, 각국의 수출제한과 기후변화 등으로 식량 가격 또한 출렁이고 있다(서울경제, 2020.12.5.).

이처럼 식량자급률 향상 여부는 농민들의 삶·농촌의 회생과 함께, 식량안보(Food Security)와도 직결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식량자급률 향상은 식량주권(Food Sovereignty)을 강화시키기 때문이다.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식량자급률을 법제화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2013년 '농어업·농어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은 농어업·농어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고, "정부는 내우외환, 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 시 최소한의 식량과 주요 식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식량증산, 유통제한 및 그밖에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도록 하는 게 골자였다. 하지만 농민단체의 오랜 숙원인 '식량자급률의 법제화'는 빠진 채, 2021년 오늘까지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식량자급률 목표치의 법제화는 노회찬이 몸담아 온 진보정당의 당론이자 정책방침이었다. 그리고 2018년 4월 1일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이 구성한 공동교섭단체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평화와 정의)이 합의한 여덟 가지 정책 공조 분야의 하나로 '식량주권 실현'과 농업예산 확충이 꼽혔다.: ▲한반도 평화 실현 ▲개헌 및 선거제도 개혁 ▲특권없는 국회와 합의 민주주의 실현 ▲노동 존중 사회와 좋은 일자리 창출 ▲식량주권 실현과 농업예산 확충 ▲골목상권과 중소상공인보호 육성 ▲검찰과 국정원 등 권력기관 개혁 ▲미투 관련 법안 발의 선도.
 

2018년 4월 1일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이 구성한 공동교섭단체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평화와 정의) ⓒ 노회찬재단

 
[참고] 식량자급, 식량안보, 식량주권과 관한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강령 내용

- 민주노동당 강령(2000.1.30.)의 농어민 부문강령(농어업의 가치 재인식과 농업보호정책으로의 전환)

: "그동안 한국 농어업은 고도 경제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저가격정책과 미국 등 농산물 수출국의 압력에 의한 과도한 농산물 수입으로 재생산의 위기에 빠졌고, 농어민들은 큰 희생을 당해야 했다. 한국 농업은 소득 보장적 농업보호정책을 추구해야 할 단계였는데도 정부는 농산물 수입을 자유화하고 WTO체제에 대응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시장지향적 농업자립정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농산물 가격정책의 뒷받침이 결여된 상태에서 농업구조개선정책을 강행한 결과 식량자급도의 급격한 하락과 농가부채 누적을 초래했다."

: "지구 환경 위기가 현실화될 21세기에 식량 안보, 환경 보존, 지역 사회 유지 등 농어업의 중요성은 새롭게 인식되어야 한다. 우리는 농업정책의 목표를, 국민경제 속에서 농업의 역할을 높이고 농민의 소득 향상을 통하여 도시민과 대등한 생활을 보장하는 것으로 한다. 특히 식량자급율을 획기적으로 끌어 올리고 환경을 보전하고 지역사회를 유지하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

- 진보신당 강령(2009.3.29. 정기당대회 2차회의 채택)의 본문 18항 ('신자유주의 농업말살 정책을 막고 소농·가족농 중심 생태 농업과 도농 연대의 방향에서 농업과 농촌을 회생시키며 식량 주권을 확보한다.')

: "신자유주의 농업말살 정책을 통해 농업과 농촌이 더 이상 파괴되는 것을 막고, 생태 농업의 방향에서 농업과 농촌을 회생시킨다. 또한 점차 심화되는 식량 위기 시대를 맞이하여 농업의 공공적 가치를 분명히 하고 식량 주권을 확보한다. 식량 자급률을 법제화하고, 목표소득 직불제도를 도입하며, 경자유전원칙과 농지공개념 제도를 유지 강화한다. 농업협동조합이 협동조합 본연의 정체성을 확립하게 하고, 친환경 유기농업 및 지역순환농업을 중심으로 농업 체계를 전환한다. 기업적 대농 중심으로 변화하는 농업 생산 체계를 소농과 가족농 중심으로 바꾸며, 이를 통해 농업에서 녹색 일자리도 확대한다. 신선하고 안전한 먹거리의 생산 및 유통과 소비가 이뤄지도록 생산자와 소비자, 도시와 농촌의 연대를 통해 농업을 지킨다. 또한 농촌 지역의 교육 및 문화 활동을 충분히 보장한다."

[에피소드] 노회찬에 따져 물은 전농... 천영세가 한 말

지역구 선거 득표에 따라 배분되던 전국구 의석이 정당명부 득표율로 결정되는 비례대표로 바뀌어 치러진 첫 선거는 2002년 동시지방선거, 두 번째 선거는 2004년 17대 총선이었다.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경선 결과와 관련한 한 가지 에피소드를 소개한다(김수민, "6, 7번이라니?" "여기는 8번", <뉴스풀>, 2015.3.16.).

민주노동당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경선이 끝나고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관계자들이 항의차 민주노동당을 찾았다. 전농은 바로 그 얼마 전 민주노동당 가입을 결정했다. 전농은 비례대표 후보에 농민운동가인 현애자, 강기갑씨를 내세웠는데 각각 6번과 7번을 받는 데 그쳤다. 민주노총 출신인 심상정, 단병호씨가 1, 2번이었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당선권 밖의 순번을 받았다는 생각에 전농 관계자들은 흥분했다. (당시 일반적인 관측은 4등, 최대한 5등까지가 당선권이라는 관측이었다.)

성토 대상은 노회찬 당시 사무총장. 노 총장이 전농을 민주노동당에 들이는 일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당에 들어와 줬는데, 이럴 수 있소?" 그러자 옆에 있던 천영세 부대표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 사람은 8번이오. 차라리 나한테 그러시오." 노 총장은 초창기 민주노동당의 대표적 일꾼이었지만 당내 조직 기반이 약해 비례대표에서 8번으로 밀려나 있었다. 그리고 천영세 부대표는 '4번'이었다. 하지만 천영세는 물론 현애자, 강기갑은 당선됐고 노회찬도 국회로 가는 막차를 탄다.

기록연재 | 조현연 노회찬재단 특임이사

(*다음기사 [6411 투명인간과 약자들의 벗 노회찬] 농민과 노회찬 ②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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