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6.24 16:39최종 업데이트 21.06.24 16:39
  • 본문듣기
 

'윗물이 맑기를 요구하는 청년들의 기자회견'이 2020년 9월 24일 오전 여의도 국회앞에서 2030정치공동체 청년하다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우리 편에게는 너그럽고 상대편엔 싸늘한 시절이다. 계급, 지역, 성별, 종교 등 같은 정체성을 가진 이들끼리 집단을 형성하여 정체성이 다른 이들에 대한 경계심을 강화하고 혐오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민주주의 발전에 있어 좋지 않은 징후이다.

이러한 흐름에 저항하고 보편적 인권의 향상, 연대와 협력의 가치를 강화하려는 집단들이 있다. 과거 독재정권 시절에는 주로 민주당, 노동조합, 종교가 이러한 역할을 맡아왔다. 그 시절 대다수 국민은 그들이 너무 이상적이라고 생각할망정 그들의 공신력과 사회적 권위는 인정해주었다.


하지만 지금은 보편적 인권을 향상하려 노력하고, 경쟁이 아닌 연대와 협력의 가치를 가르치려는 이들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다. 예전에는 아무도 선뜻 나서지 않으려던 일을 앞뒤 재지 않고 손해를 무릅쓰고 뛰어들었기에 그들의 권위가 인정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남들이 가지 않으려는 길, 희생하고 손해를 보는 자리가 아니라 남들이 다 차지하고 싶은 기득권의 자리에 서서 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혐의(?)를 받고 있기에 예전과 같은 공신력과 권위를 얻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단순히 혐의가 아니라 사실이라는 점이다. 학생들의 교육여건 향상을 위해 노력한다고 하는 진보적 노동조합 소속 정규직 교사가 기간제 교사에게 학교 내 허드렛일과 힘든 수업을 떠넘기고, 휴직계를 낼 때도 방학 직후에 내고 방학 직전에 복귀하여 기간제 교사가 방학 중 급여를 받지 못하게 하는 등 다양한 갑질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런 이야기가 전해지면 아이들의 교육여건 향상을 위해 학급 내 학생 인원을 20명 이내로 줄이는 입법 제안을 하고 캠페인을 해도, 결국 자기들이 편하기 위해 하는 것 아니냐는 싸늘한 의심의 눈초리를 받을 수밖에 없다.
  
2030세대의 기준, 오늘 내 앞에 있는 이 사람
   

정규직 전환 촉구하는 기간제 교사들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가 2017년 9월 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정규직 전환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노동조합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여전히 아이들을 사랑하는 노동조합 교사들이 많고 소수가 물을 흐리는 것인데, 노동조합 전체가 도매금으로 욕을 먹는다고 억울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당하는 을의 입장에서는 집단 전체인지, 부분인지는 의미가 없다. 당하는 을의 입장에서는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어떤 명함을 달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를 통해 그 사람이 속한 집단을 판단한다.

내 앞에 있는 이 사람과 이 사람이 속한 집단이 과거에 얼마나 많은 희생을 했는지가 아니라 지금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가 판단기준이다. 진보진영에 대한 2030세대의 지지가 점점 떨어지는 이유도 과거보다 오늘이 더 익숙한 2030세대가 진보진영의 사람들과 만나고 겪은 불편한 경험들이 그들 사이에 입소문으로 전해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느 집단이건 물을 흐리는 소수는 있기 마련인데 너무 과도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면서 전체를 도매금으로 평가절하하고 있다는 억울함은 내려놓아야 할 때이다. 민심이 그렇게 느낀다면 어쩔 수 없다. 민심의 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개혁은 불가능하기에 민심을 탓할 수 없다.

진보진영이 개혁의 주체로 다시 인정받고자 한다면, 여전히 시대적 역할을 하기 원한다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끊어내기 위한 '내부단속'을 해야 할 시절이 돌아왔다. 외부의 어떤 세력이 작은 문제를 침소봉대하여 부당하게 음해한다는 피해의식과 음모론에서 벗어나는 것이 '내부단속'의 첫걸음이다.

피해의식과 음모론은 내부 성찰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사회적 편견과 힘겹게 싸우는 소수자들이 가지는 피해의식은 이해가 되고 연민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이미 기득권의 자리에 있는 이들에게 피해의식은 과거에 종속되어 현재를 바라보지 못하게 만드는 암막일 뿐이다.

피해의식을 걷어낸 후에는 단체와 연관된 단체 외부의 '을'들을 대상으로 무기명 설문조사를 권한다. 단체구성원을 '갑'으로 만나고 있는 '을'들의 하소연이 쏟아질 것이다. 개혁은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의견


10만인클럽후원하기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