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6.25 09:50최종 업데이트 21.06.25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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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이 우리 곁을 떠난지도 어언 3년이 흘렀다. 그의 3주기에 즈음하여 노회찬 재단은 오마이뉴스와 함께 공동기획으로, 4월 16일부터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 [우리시대 '6411투명인간'과 '약자들의 벗 노회찬'의 정치실천: 기록으로 기억하다] 기록 연재를 시작한다.[편집자말]
노회찬은 진보정의당 당대표 취임사(2012.10.21.)와 당대표 퇴임 고별사(2013.7.21.)에서 "6411번 버스를 아시나요?"라며 투명인간 분들을 구체적으로 호명한다. 이번 글에서는 '도시빈민'과 관련한 노회찬의 이야기와 그들의 '지금·여기' 삶의 현주소를 하나씩 살펴보기로 한다. - 기자말 

(*지난 기사 [6411 투명인간과 약자들의 벗 노회찬] 도시빈민과 노회찬 ②에서 이어집니다.)
 

'2012 빈민대회'에 참석해 연대발언 중인 노회찬. ⓒ 노회찬재단


"싸운 만큼 손에 쥘 수 있습니다. 원한 만큼 변할 수 있습니다."

2012년 12월 8일 서울 보신각 앞. 노회찬(진보정의당 공동대표, 19대 국회의원)은 '2012 민중대회'('세상을 바꾸는 민중의 힘') 사전 집회로 열린 '2012 빈민대회'에 참석해 연단에 올라 연대발언을 했다. 


"… 국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대통령선거라 해가지고 모든 후보들이 경제적 민주화 이야기하고 골목상권 보호하겠다고 얘기하고, 경제적 약자 배려하겠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지금 국회 법사위에 유통산업발전법이 새누리당이 반대해서 통과 안 되고 있습니다. 

그 법이 바로 지금 대형마트들 영업시간 단축시키는 겁니다. 밤 12시까지 하기로 돼 있는 대형유통마트 밤 10시에 문 닫아라 이겁니다. 아침 8시부터 열게 돼 있는 대형마트 오전 10시부터 열어라 이겁니다. 그렇게 해서 남는 짜투리 시간 고거라도 동네슈퍼들 노점상들 이런 사람들 장사하게끔 해 달라 이겁니다. 이걸 하겠다고 해놓고 통과되기 직전에 통과 못 시키겠다 대형마트 편에 서서 그 한줌도 안 되는 세력의 이익을 위해서 지금 설치고 있는 것이 새누리당입니다.

원한만큼 바뀐다는 말이 있습니다. … 우리는 투표하러 가야 합니다. 왜? 더 좋은 조건에서 싸우기 위해서도 투표를 해야 합니다. 어차피 우리 싸움은 하루이틀에 안 끝납니다. 금방 세상 바뀌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 공짜가 없습니다. 싸운 만큼 손에 쥘 수 있습니다. 원한 만큼 변할 수 있습니다. … 손을 잡고 앞으로도 변치 않고 빈민해방 노동해방 그리고 제대로 된 진보적 정권 탄생을 위해서 여러분과 함께 힘차게 싸워나가겠습니다. 힘내십시오. 투쟁!"


2013년 2월 6일 진보정의당 노회찬·조준호 공동대표는 "정권교체의 실패를 딛고 사즉생의 각오로 진보혁신에 나서겠습니다"는 각오를 밝히는 신년 기자회견 자리를 마련했다. 기자회견문에는 이런 내용이 있었다.

"진보정치의 근본적 위기를 맞게 된 지금, 10여년의 진보정치 과정을 근본적으로 성찰하고 사즉생의 각오로 혁신에 착수하겠습니다. 혁신의 방향은 아래로 향해야만 합니다. 더욱 몸을 낮추어 국민들과 소통하는 국민소통 정당이 되겠습니다.

노동자·농민·빈민, 우리 사회 소외된 계급계층의 사회경제적 권리를 정치적으로 대변하는 유능한 정책정당으로 거듭나겠습니다. 현장을 찾는 민생정치로 진보 회생의 길을 찾겠습니다. 이제 진보정의당의 당사는 여의도가 아니라 대한민국 곳곳이 될 것입니다. 365일 이동하는 민생당사로 국민 여러분을 찾아뵙겠습니다."
 

넉 달 뒤인 6월 4일 국회 본청 217호에서 진보정의당 노회찬 공동대표·김제남 의원(당 소상공인위원장)과 전국노점상총연합 신임지도부가 면담을 가졌다. 전노련에서는 조덕휘(23기 신임의장)과 심호섭(공동의장), 김장룡(수석부의장), 서효성(정책위원장), 최영재(대협실장) 등이 참석했다. 나눈 대화를 발췌해 소개하면 이렇다.

- 조덕휘) 이번 전노련 총회의 주제는 혁신이었다. 그 동안 빈민·노동 운동이 분열돼 있었는데, 이번 23기 신임지도부 출범을 통해 조직 내부를 민주적으로 개선하는 것으로부터 정비를 시작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진보정의당이 많은 도움을 주기 바란다. 앞으로 당과 긴밀하게 접근할 수 있는 소통창구 마련을 당부드린다.

- 노회찬) 이번 전노련 총회에서 나름대로 변화가 있었는데, 그 변화가 주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신임 의장님의 어깨가 무거우실 것 같다. 의장님을 비롯해 전노련의 회원 분들께서 갖고 계신 진보정치에 대한 소신은 변함이 없으실 것이라고 본다. 특히 저희들의 창당과정에서 지원을 많이 해주신 것이 큰 힘이 됐다.

- 심호섭) 사실 모든 철거민들이 비공식노동자들이다. 그 중 정치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이 정말 많다. 그런 사람들이 자신의 실제적인 이익과는 상관없이 보수정당에 투표하기도 한다. 그런 이들이 진보정의당으로서는 미개척지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잘 챙겨주시기 바란다.

- 김제남) 진보정의당의 노동기반 중 중요한 것은 중소상인이나 철거민, 노점상 등의 취약계층이다. 진보정의당이 노동의 새로운 영역을 확장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시덕의 <서울선언>과 노회찬의 <서울, 2010년 6월 노회찬의 약속>

"문헌은 기록이고 흔적"이라는, 문헌학자 김시덕의 서울 답사기인 <서울선언> (열린책들, 2018.6.10.)은 광주대단지도 불러내고 2010년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한 노회찬의 투명인간들 발언도 불러냈다(강대호, '투명 인간이 사는 도시...김시덕의 <서울 선언> 리뷰', <오피니언뉴스>, 2018.9.12.).

"생각하면 있지만,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무수한 투명인간들, 이런 분들이 이 서울 시내에 얼마나 많습니까." 

노회찬의 말을 인용한 것에 이어 김시덕은 투명인간만이 아니라 투명지역도 있다고 덧붙인다.

"사람뿐 아니라, 지역도 그렇습니다."
 

문헌학자 김시덕의 서울 답사기인 <서울선언>은 노회찬의 발언도 불러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무수한 투명인간들, 이런 분들이 이 서울 시내에 얼마나 많습니까." ⓒ 열린책들

 
2018년에 출간된 박시덕의 <서울선언>을 보면 서울은 1963년 영등포의 동쪽인 영동, 즉 강남지역이 편입된 이후 급격한 성장을 겪었다. 성장의 흐름을 따라 서울로 유입된 사람들이 있었다면 밀려난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그들은 가난해서 밀려났고, 보기 싫다고 가리워졌다. 김시덕은 예전의 흔적을 가리고 지워내기보다는 모든 순간과 공간을 우리의 과거로, 역사와 문화로 받아들이자고 설득한다. 문헌학자다운 시각으로. 작가는 서울을 얘기하고 있지만, 이 지점에서 논의의 초점을 대한민국 전체로 확대한다.

지우고 가렸던 과거의 흔적을 보니 모두 '개발'이라는 논리가 최고의 가치로 작용된 결과였다. 옛 공단의 회색빛 공장을 헐어내고 들어선 첨단의 아파트형 공장도, 백제의 왕족일 수도 있는 유골에 포크레인을 들이대고 들어선 아파트 단지도, 이름 모를 5,000여 기의 조선 시대 무덤을 파헤치고 들어선 뉴타운도. 모두 서울에서 밀려나기 싫었던 사람들의 불안을 지렛대 삼아 밀어붙였다. 

2010년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노회찬(진보신당 서울시장 후보)은 정책공약집 <서울, 2010년 6월 노회찬의 약속>을 펴냈다. 119쪽 분량의 이 공약집에는 '서울시장 노회찬'이 꿈꾸는 서울의 미래가 빼곡히 담겨 있다. 노회찬은 장벽 없는 소통과 공존의 서울,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서울, 아이와 엄마가 행복한 서울, 미래로 진보하는 서울, 일과 여가가 조화되는 서울, 태양과 바람의 도시 서울, 일자리와 집, 건강 걱정 없는 서울 등 7대 약속을 내놨다.
 

노회찬의 정책공약집 <약속>. ⓒ 노회찬재단


노회찬은 이 책에서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한 10가지 약속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먼저 시청과 광장에서 시민을 쫓아내는 일을 절대로 안 하겠다고 약속했다. 사람 잡는 '뉴타운'도 절대 안 하겠다고 약속했다. 철거민, 영세상인, 세입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염두에 둔 정책공약이다.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인 오세훈 시장이 야생 조류의 서식지 한강 노들섬에 추진하고 있는 '노들섬 오페라 하우스' 건립도 '절대로 하지 않겠다'는 내용도 목록에 들어갔다. 또 연말이면 되풀이되는 멀쩡한 보도블록 파헤치기, 가로등 바꾸기 연례행사도 중단하겠다고 다짐했다.

노회찬은 "그 돈으로 걷고 싶은 길을 만들고, 자전거 도로 정비, 장애인 접근이 보장되는 교통편의 시설 확충에 쓰겠다"고 밝혔다. 한강운하, 4대강 공사도 절대로 안 하겠다고 밝혔다. 지하 40미터 깊이의 대심도 지하도로도 폐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회찬은 아울러 현 서울시의 가계부와 생활기록부도 공개하고, 자신이 당선되면 투명한 가계부, 공정한 생활기록부가 되도록 뜯어고치겠다고 강조했다.

기록연재 | 조현연 노회찬재단 특임이사

(*다음기사 [6411 투명인간과 약자들의 벗 노회찬] 도시빈민과 노회찬 ④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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