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6.15 12:06최종 업데이트 21.06.15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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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9일 중앙사고수습본부의 정례브리핑에서 윤태호 방역총괄반장은 여행안전권역, 일명 '트래블 버블' 추진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트래블 버블은 특정 국가와의 입국금지-격리조치를 완화하여 보다 자유롭게 여행·교류 등을 할 수 있게 하는 제도로, 정부는 "방역이 안정되고 신뢰도가 높은 싱가포르와 여행안전권역제도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시행 초기에는 예방접종을 완료한 단체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하고 여행사에서 방역전담 관리사를 지정하여 방역지침을 교육하고 준수 여부 확인이나 체온 측정 등의 관리 책임을 민간에 위탁하는 형태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정부는 트래블 버블 추진이 "국제 관광 및 항공시장 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소식은 대부분의 언론이 크게 보도했습니다.
 
- 올 여름 격리 없이 싱가포르·괌·사이판 단체관광 간다 (연합뉴스)
- [Q&A] 7월 싱가포르부터 하늘길 열릴듯... 트래블 버블 궁금증 (중앙일보)
- 백신 접종자 해외여행 간다…싱가포르-타이완 등 우선 검토 (sbs)
 

언론 보도처럼 싱가포르로 가는 하늘길이 열리게 된 걸까요? 싱가포르에서는 아직 아니라고 합니다. ⓒ 이봉렬

 
과연 기사 제목대로 "올 여름 격리 없이 싱가포르 단체관광"을 갈 수 있을까요?, "7월 싱가포르부터 하늘길이 열릴"까요? 아쉽게도 아직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정부의 브리핑을 자세히 봐도 "여행안전권역을 시행할 예정입니다", "협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등으로 아직 확정 된 게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트래블 버블을 추진한다는 상대 국가인 싱가포르의 반응을 보면 더 더욱 갈 길이 더 멀어 보입니다.

한국 정부 발표 후 싱가포르 정부의 반응은

정부의 발표 이후 싱가포르 대표 일간지 <스트레이츠 타임스> 한국 특파원이 쓴 아래 제목의 기사가 하나 있습니다.
 
한국은 7월부터 트래블 버블을 시작하기 위해 싱가포르, 대만과의 빠른 대화를 희망한다. (South Korea hopes to expedite talks with Singapore, Taiwan to start travel bubble from July.)

한국 언론의 기사들과는 달리 제목에서부터 조심스러운 느낌이 묻어 납니다. 기사 본문에는 한국 정부가 "싱가포르, 대만과 트래블 버블 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회담을 진행 중"이라는 내용과 함께 "스트레이츠 타임스는 이와 관련해 싱가포르 교통부에 논평을 요청했다"고 나옵니다. 한국 정부의 발표가 아직은 싱가포르 정부로부터 공식적으로 확인이 안 된 내용이라는 걸 의미합니다.

그리고 다음 날 싱가포르 신문에는 트래블 버블과 관련된 세 개의 기사가 실립니다.


첫 번째는 싱가포르와 호주의 정상이 만나서 양국 간 트래블 버블을 함께 검토했다는 기사입니다.

양국 정상은 디지털 형태의 건강 상태 확인 및 백신 예방 접종 증명서를 상호 인정하기 위한 시스템을 마련한 뒤 트래블 버블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양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유학생들부터 적용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합니다. 사업을 위한 왕래나 단체 여행객이 아니라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유학생을 우선순위의 맨 앞에 둔 것이 인상적입니다.

두 번째는 싱가포르와 홍콩 간 트래블 버블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는 기사입니다. 싱가포르와 홍콩 간의 트래블 버블은 작년 11월과 올 해 5월, 두 번이나 시행을 하기로 했다가 연기된 상태입니다.

홍콩은 최근 확진자 추세가 안정적이고, 싱가포르는 5월 초 확진자 급증 후 극단적 봉쇄 조치로 다시 수치가 한자리 수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싱가포르 교통부 장관과 홍콩 경제 개발부 장관은 회담 후 양국이 백신 접종률을 최대한으로 늘린 후 7월 초에 트래블 버블 재개 날짜를 정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싱가포르와 홍콩 간의 트래블 버블 재개를 위해 7월 초에 날짜를 검토하겠다는 공고가 실린 트래블 버블 홈페이지. 싱가포르는 확진자 수가 적은 나라와 트래블 버블을 지속적으로 검토 하고 있습니다. ⓒ 홍콩 트래블버블 홈페이지 갈무리

 
세 번째는 한국과의 트래블 버블에 관련된 것입니다. 홍콩과의 트래블 버블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한국과의 트래블 버블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보건부 장관은 "중기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코로나 재확산에서 막 회복 중인 이 시기에는 확실히 적합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I think these are concepts that we need to think about for the medium term, (but) definitely not in this period when we are just recovering from this wave of transmission and opening up in stages.")

싱가포르 총리가 호주 총리를 만나 유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트래블 버블을 논의하고, 장관이 홍콩과의 트래블 버블 재개를 이야기 하는 중에 한국과의 트래블 버블만 콕 집어 "확실히 아니다"라고 말한 건 한국의 확진자 수가 최소한 호주(7일 평균 11명)나 홍콩(7일 평균 3명) 수준은 되어야 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싱가포르 보건부장관 "한국과 트래블 버블 적합지 않다"
 

싱가포르 한 초등학교 교문 앞에서 교직원들이 학생들에게 의심 증상이 있는지, 최근 해외여행 이력이 있는지 등을 묻고 있다. ⓒ 연합뉴스

 
6월 12일 현재 싱가포르의 확진자 수는 7일 평균 13명이고, 1회 이상 백신 접종을 마친 비율은 44%가 넘습니다. 한국은 7일 평균 572명, 1회 이상 백신 접종을 마친 비율은 20.4%입니다. 하루 확진자 수가 30명을 넘자 4주간 봉쇄를 실시한 싱가포르 입장에서 하루 확진자 수 500명이 넘는 한국과 트래블 버블을 서두를 수가 없습니다. 한국의 확진자 수와 백신 접종률이 싱가포르와 비슷한 수준이 되어야 이제 "시기"가 되었다고 이야기할 것입니다.

시기가 되었다 하더라도 단체여행보단 유학생, 사업자, 꼭 필요한 개인의 왕래 등이 먼저 고려가 될 것이고, 여행객에 대한 관리 감독 책임도 민간에 위탁하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정부가 직접 책임을 지고 처리하려고 할 것입니다. 한국이 추진하는 "국제 관광 및 항공시장 회복"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여행은 우선순위가 아닐 것입니다.

트래블 버블과 같이 상대가 있는 정책은 상호 충분한 합의 후 발표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협상 상대국과 충분히 조율이 되지 않은 채 내놓은 정부의 섣부른 발표로 인해 혼선을 빚는 일이 더 없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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