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6.11 09:31최종 업데이트 21.06.11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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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이 우리 곁을 떠난지도 어언 3년이 흘렀다. 그의 3주기에 즈음하여 노회찬 재단은 오마이뉴스와 함께 공동기획으로, 4월 16일부터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 [우리시대 '6411투명인간'과 '약자들의 벗 노회찬'의 정치실천: 기록으로 기억하다] 기록 연재를 시작한다.[편집자말]
(*지난 기사 [6411 투명인간과 약자들의 벗 노회찬] 여성과 노회찬 ③에서 이어집니다.) 

'명절증후군'과 '평등명절 만들기'

'명절증후군.' 우리 사회에서 언제부턴가 설이나 추석이 되면 심심찮게 등장하는 말이다. 어머니, 아내, 며느리, 딸이란 이름을 가진 이 땅의 여성에겐 명절이란 그저 스트레스와 고단함의 연속으로 되어 '증후군'이란 이름의 병명까지 얻게 된 것이다. 모두에게 풍요롭고 여유로운 명절은 불가능한 것일까? '평등' 명절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물론 코로나19 확산으로 명절증후군이라는 말이 일상에서 많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평등명절 만들기'는 '바쁜여성증후군' 등 여러 차원의 '신 명절증후군'에 대한 우려, 후유증과 관련해서도 여전히 중요한 숙제가 아닐 수 없다.
 
※ 참고
코로나19 확산으로 고향을 찾는 귀성객이 감소되고 이른바 '집콕족'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신 명절증후군'이 나타났다(「코로나19로 변화된 '新 추석증후군' 어떤 게 있을까?」, <포츈 코리아>, 2020.9.28.).

▲ '명절증후군' 피한 주부들에게 찾아온 '바쁜여성증후군': 가족들이 외출을 하지 않으면서 집안일을 지속적으로 만들기 때문

▲ 수면 부족과 척추 통증을 야기하는 '시차 증후군': 대표적 습관 중 하나가 소파나 바닥에서 TV, 스마트폰 등을 보다 불현듯 잠이 드는 경우

▲ 지속적으로 기름지고 자극적인 배달음식 섭취로 '과민성대장증후군'

▲ 고향에 남은 노인 분들이 주의해야 할 'LID 증후군': 상실(Loss)、소외(Isolation), 우울(Depression)의 약자를 딴 것으로 타인과 교류가 점점 줄어들면서 오는 고충을 잘 반영하는 질환

2004년 9월 25일 영등포역. 

2003년 추석부터 평등명절 거리캠페인을 시작한 민주노동당이 추석을 앞두고 세 번째 행사를 가졌다. 빨간색 앞치마를 두른 노회찬은 떡메를 치고 부침개를 부쳤다. 또 우리 쌀로 만든 떡을 만들어 지나가는 시민들에 나눠주기도 했다.


김혜경 당대표는 "명절이 되면 여성들만이 모든 일의 중심이 돼서 하게 되는데 명절 증후군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남성들도 가사 일에 참여해야 한다"면서 "수입쌀도 절대 사먹지 말아야 하고 생명을 담보로 하는 농민들을 위해서 우리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화답하듯 노회찬(민주노동당 17대 국회의원)은 이렇게 덧붙였다.

"명절이 힘있는 사람, 남자들만의 명절이 돼서는 안 된다. 남자도 부침개를 부치고 음식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서 평등 명절을 만들어야 한다."
 

2004년 9월 25일 영등포역에서 진행한 추석 명절 캠페인 ⓒ 노회찬재단

2004년 9월 25일 영등포역에서 진행한 추석 명절 캠페인 ⓒ 노회찬재단

   
2009년 10월 1일 오전 11시 서울역 광장.

추석명절 연휴를 맞아 노회찬(진보신당 대표)과 중앙당 당직자들이 모여 앞치마와 어깨띠를 두른 채 열심히 부침개를 부쳤다.

"올 추석에는 여성과 남성이 함께 일하고 함께 쉽시다. 남성분들은 고스톱만 치고 여성분들은 일하는 모습을 벗어나야 합니다. 그리고 결혼, 취업, 돈 문제 등 친지들에게 고통으로 다가올 수 있는 질문들은 물어보지 맙시다."

진보신당은 '평등명절을 만드는 다섯 가지 약속'으로 ▲ 여성과 남성이 함께 일하고 함께 쉬기 ▲ 시집과 처갓집에 골고루 인사드리기 ▲ 외로운 이웃과 정을 나누기 ▲ 음식은 먹을 만큼만 준비하기 ▲ 돈, 성적, 결혼 얘기는 되도록 안하기 등을 제안했다.

오가던 귀성객들은 이런 모습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며 악수를 청하러 오기도 했다. 특히 귀성객들은 바쁜 발걸음을 옮기던 중 '5가지 약속' 중 선택해 스티커를 붙이게 만든 패널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50대의 한 여성은 발걸음을 재촉하던 중 패널을 발견하고 자신의 아들에게 "1번(여성과 남성이 함께 일하고 함께 쉬기)에 스티커 두 개 붙여라 두 개"라고 말하기도 했다. 소리를 들은 당직자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2009년 10월 1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서 진행한 추석 명절 캠페인 현장 ⓒ 노회찬재단

  

2009년 10월 1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서 진행한 추석 명절 캠페인 현장 ⓒ 노회찬재단


노회찬의 명절 인사는 진보정의당, 정의당에서도 추석 명절 연휴를 앞두고 계속됐다.

2016년 9월 13일 오전 9시 30분 서울역.

"취직걱정, 결혼걱정, 출산걱정 고생많지? 따뜻한 격려과 최고의 선물입니다"는 현수막과 함께 정의당 당직자들의 손팻말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었다.

'"힘내라" "고생많지?" 따뜻한 명절 보내세요'
'최고임금법(살찐 고양이법) 도입! 평등한 대한민국!'
'체불임금 1조원! 명절에는 해결하라!'
'세월호 특조위 활동 보장! 진실을 인양하라!'
'어린이 병원비 국가보장! 필요하고 가능하다!'
듣고 싶은 말: '수고했어!' '음식은 간단히 하자' '필요한 데 써' '많이 못 넣었어요'
듣기 싫은 말: '요새 뭐 하니?' '옆집 누구는...' '결혼은? 첫째는?' '공부 잘하고 있지?'

 

2016년 9월 13일 서울역에서 진행된 명절 캠페인 ⓒ 노회찬재단

  
노회찬은 오가는 귀성객들에게 이렇게 인사말을 전했다.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서울역에서 추석명절을 쇠기 위해서 고향으로 가시는 분들, 잘 다녀오십시오.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 풍성하고 행복한 추석 명절 보내시길 바랍니다.

지금 우리 정의당 지도부가 여러분에게 인사드리고 있는 이 앞에 민주노총에 계신 분들이 여러분들의 고민을 위해서 지금 나와 계십니다. 성과연봉제는 노동조합의 과제입니다. 철도 민영화 막고 공공성 지키는 철도노조를 지지합니다. 이 플랭카드 한 번 잘 봐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쉬운 해고, 비정규직 노동개악 이미 심판받았다', '박근혜 정권은 노동개악 꿈도 꾸지 말라' 이렇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다 우리를 위한 방안들입니다. 추석명절 건강하게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노회찬의 요리교실'
: "하느님, 정녕 이 요리를 제가 만들었단 말입니까"


진보신당 대표 시절인 2010년 3월 30일 노회찬은 아내와 마들연구소 자원봉사단인 '노공주회' 분들을 위해 벨기에식 홍합 요리를 만들어 대접했다. 그리고 그것을 촬영해 '노회찬의 요리교실'이라는 이름으로 인터넷에 올렸다. 촬영 장소는 마들연구소에서 정책담당자로 일하는 '아마추어 홍합요리 셰프' 유성재의 신혼살림집이었다.

유튜브 영상에는 요리를 마친 노회찬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 요리를 드시러 오늘의 주인공들에게 가겠습니다."
"진짜 맛있어요."
"국물은 껍데기에다 떠먹어도 되고. 맛있게 드세요."


정말 맛있었다는 후문이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고마운 마음을 품은 정성이야말로 맛을 살린 비법이지 않았을까 싶다. "요리 실력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남자의 혼수"(<여성동아>, 489호, 2004.9.)라고 강조한 노회찬은 고교 시절부터 무려 18년 동안 자취생활을 한 터라 웬만한 요리에는 통달한 수준이었다고 한다. 염은비 동화작가는 "하느님, 정녕 이 요리를 제가 만들었단 말입니까"는 글과 함께 만화로 재미있게 표현하기도 했다.
 

2010년 3월 30일, 노회찬이 아내와 마들연구소 자원봉사단 ‘노공주회’ 분들을 위해 벨기에식 홍합 요리를 만드는 모습. ⓒ 노회찬재단

  

염은비 동화작가가 그린 요리하는 노회찬. ⓒ 염은비

 
그에 앞서 2월 11일 집에서 촬영해 올린 매생이굴국 유튜브를 보면 매생이굴국 유튜브를 보면 노회찬의 말을 만날 수 있다.

"과거에 매생이는 주로 겨울철에만 먹을 수 있었습니다. 주로 1월, 2월에 나는 햇매생이를 가지고서 음식을 마련했는데요. 요즘에는 사시사철 먹을 수 있게 냉동매생이도 건조매생이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영양분이나 맛은 햇매생이, 참매생이에 미치지 못할 것입니다."

"남은 매생이 두 덩이는 냉동실에 넣어 두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매생이 철인 2월이 저물지만 마음은 든든합니다. 이순신 장군은 '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있습니다'고 말했다는데 저에겐 '아직 두 덩이의 매생이가 있습니다.' 열두 척의 배가 결국 나라를 구하듯이 두 덩이의 매생이가 가정을 구합니다."


강상구(정의당 전 교육연수원장)는 '1주기 추모' <오마이뉴스> 글(「노회찬 부엌에 붙은 은박지... "두 덩이 매생이가 가정을 구합니다"」, 2019.7.22.)에 이 장면을 이렇게 묘사했다.
 

매생이굴국을 만드는 노회찬 ⓒ 노회찬재단


"노회찬은 국민과 똑같이 사는 생활인이었다. 그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건, 그의 삶이 그의 말과 같았기 때문이다. 노회찬의 말은 곧 국민의 말이었다. 그는 사는 대로 말했다. … 내 눈에 들어온 건 노회찬 의원의 능숙한 요리실력이 아니라 부엌의 모습이었다. 꽤 오래 사용한 것처럼 보이는 냉장고 앞면과 옆면에는 여느 집처럼 이런 저런 자석이 붙어 있었다. 우리 집엔 피자집·치킨집 홍보 자석 같은 게 붙어 있다. … 진보정당 16년째인 내게 노회찬은 든든한 '매생이' 같은 존재였다. 국민과 똑같이 사는 보통의 사람이 우리는 든든했다."

'본인이 가장 멋있다고 생각되는 때는?'이라는 물음에 "아내에게 꽃 선물할 때"라고 답한 노회찬은 이런 말을 가끔 자주 남기기도 했다.

"내가 태어나서 여러 가지 일을 많이 해왔는데 아직까지는 성공한 게 한 가지밖에 없어요. 결혼이에요. 결혼 후 20년 이상을 제 자신이 조금 나은 사람이 되어 가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갖고 같이 살아왔습니다."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 "저에게 가장 먼저 손을 내밀어 주셨던 분"


2018년 1월 29일 서지현 검사는 jtbc '뉴스룸'에 출연해 검찰 내에서 겪은 성추행 사실을 폭로했다. 이에 노회찬은 이틀 뒤인 31일 tbs 교통방송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가해자로 지목된 안태근(전 검찰국장)을 비판하고 서 검사를 지지했다. 당시 노회찬은 "임은정 검사가 (서지현 검사와) 상담하던 중에, 이를 검찰에서 알고 임 검사를 불러 무마하려고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며 "(서지현 검사의 폭로는) 명백한 사실로 간주돼야 한다. (검찰 무마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장면"이라고 말했다.

이어 "넘어갈 수 없는 것이다. 공소시효 때문에 법을 적용하기에는 시간이 많이 흘러갔지만 서 검사가 이를 알면서도 폭로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고 얘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회찬은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부 통신망에 올릴 때, 사건을 담은 글과 더불어 첨부문서 2개를 같이 올렸다. 인사 불이익에 대한 소명과 본인이 쓴 소설"이라며 "본인 얘기가 핵심 줄거리고, 그걸 타자화해 소설을 썼다. 얼마나 절절했으면 이렇게까지 만들었겠나. 소설 내에는 다른 성폭력 사례들도 등장한다"고도 했다.

2018년 5월 노회찬은 '2018년 제13회 들불상' 수상 후보자로 서지현 검사를 추천, 심사를 거쳐 서 검사는 수상자로 선정됐다. '들불상'은 5·18민주화운동 전후로 민주주의를 위해 분투하다 세상을 뜬 들불열사 7명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만들어진 상이다. 노회찬은 추천사유를 이렇게 말했다.

"서 검사의 용기 있는 폭로는 한국사회에 만연된 성차별·성폭력 문제에 대해 모두가 돌아볼 수 있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줬다. 시민들의 공감과 연대는 우리 사회 전반의 성폭력, 성차별 문제를 돌아보게 만든 힘으로 작동했다."

2018년 7월 25일 저녁 빈소에 조문을 마친 서지현 검사는 지금의 심경을 묻자 나지막히 이렇게 답했다.

"저에게 가장 먼저 손을 내밀어 주셨던 분이다. 지금 믿기지가 않는다. (비보를 듣고) 며칠 동안 많이 울었다. 항상 약자 곁에 있었던 당신을 정말 잊지 않겠다."

2019년 1월 24일 노회찬재단이 창립했다. 창립행사에 참석한 서 검사는 다른 분들과 함께 창립선언문을 낭독했다. 창립선언문의 일부 내용을 발췌해 소개하는 것으로 오늘의 기록 이야기 <여성과 노회찬>을 마친다.
  

2019년 1월 24일 노회찬재단 창립행사에서 창립선언문을 낭독한 모습. ⓒ 노회찬재단


"마침내, 노회찬재단은 더불어 숨쉬고 꿈꾸는 사람들의 숲과 광장이 될 것이며,
제2 제3의 노회찬도 그 숲과 광장에서 태어나고 성장할 것입니다."

"노회찬재단은 노동자, 서민, 여성, 장애인 등 대다수 국민들이
더 이상 사회적 약자로 불리지 않는
평등하고 공정한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여러분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노회찬재단은 노회찬이 온 생을 바친 진보정치의 강줄기를 따라
참다운 민주주의의 바다로 함께 나아갈 것입니다."


기록 연재 | 조현연 노회찬재단 특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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