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6.11 09:30최종 업데이트 21.06.1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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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이 우리 곁을 떠난지도 어언 3년이 흘렀다. 그의 3주기에 즈음하여 노회찬 재단은 오마이뉴스와 함께 공동기획으로, 4월 16일부터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 [우리시대 '6411투명인간'과 '약자들의 벗 노회찬'의 정치실천: 기록으로 기억하다] 기록 연재를 시작한다.[편집자말]
(*지난 기사 [6411 투명인간과 약자들의 벗 노회찬] 여성과 노회찬 ②에서 이어집니다.) 

<82년생 김지영>을 대통령께 선물하다
: "정작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사람들은 남성"; "책이 문제 제기를 한다면 바꾸는 건 정치"


2005년 9월 노회찬(민주노동당 17대 국회의원)은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대화를 나눴다(박이은경 편집장,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 <여성신문>, 2005.9.9.).


"그의 폭탄 발언과 당당한 자신감은 '여성'문제에 대해서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강금실 전 법무장관에 이어 서울시장 후보 2위를 차지한 소감을 묻자 "강 장관이 (내년 지방선거에 서울시장 후보로) 나간다면 나 역시 출마하겠다. '찬조' 후보로 나와 최초의 '여성' 서울시장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고 싶으니까"라고 거침없이 말한다.

노회찬은 대표적인 여성 정치 이슈 3가지에 대한 입장으로 ▲ 당직의 30% 이상 여성 할당 의무화를 시작해 최종 목표는 50% 여성할당 ▲ 모든 당직과 공직에 나서기 위한 조건으로 성폭력 예방 교육 이수 ▲ 여성할당제에 적극 찬성하며 그 방법으로 비례를 늘려 그 절반을 여성에게 할당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대화의 일부를 발췌해 소개하면 이렇다.

- 상당히 친여성적인 정치인으로 알고 있다. 자신의 페미니스트적 면모에 대해 스스로 평가한다면.
"사회에 눈을 뜨면서 내게는 너무나 상식인데 우리 사회에선 안 되는 것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남녀문제란 걸 알았다. 우리나라에는 (남자와 여자라는) 두 종류의 국민이 있는 셈이다. 사회 정치적으로 강자인 남성이 봉건문화, 유교문화, 가부장적 질서 등 힘과 폭력에 의해 차별과 억압구조를 만들어 간다. 현실 속에서 이 같은 의문점들이 다 해결이 안 됐기에 창비(창작과비평)에서 나온 <여성>이란 계간지를 읽었는데, 이 책이 내가 접한 최초의 페미니즘 책이었다. '여성' 공부는 그렇게 했다."

- "지금까지 인생에서 최고의 성공은 아내를 만난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부인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것으로 안다. 여성의전화연합 활동가인 부인 김지선 씨는 의원님과 함께 노동운동을 하다가 여성운동으로 전환한 것으로 안다.
"노동운동권 속에서도 여성은 이중 삼중으로 고통 받는다. 아내는 여성의전화를 통해 노동문제에서 여성과 연관된 사회문제로 옮겨갔다. 본인은 이를 스스로 '발전'이라 말한다. 난 특히 아내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아내의 활동을 보면서 새로운 영감을 얻고 실태를 알게 된다. 나 때문에 뭘 접어야 한다거나, 가정 때문에 아내가 하고 싶은 일을 못하거나 하는 경우가 단 한 번도 생기지 않도록, 그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한다."

- 국회와 정부에 여성운동가들이 진출하면서 여성운동이 권력화되고 있어 여성운동에 위기가 오고 있다는 비판도 일부 있었다. 어떤 의견인가.
"실제 지표나 통계로 우리나라 여성들의 처지나 양성평등 수준을 볼 때, 여성운동이 웬만큼 해냈다고 자족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긴장하고 더 싸워야 할 것이 많다. 따라서 여성운동도 여전히 투쟁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부 여성운동권의 리더가 권력기관으로 가는 것을 실용적으로도 볼 수 있지만, 잘못하면 운동의 현실은 저 밑바닥에, 그 참모와 지휘부는 저 높은 곳에 아득히 멀리 떨어져 있는 꼴이다. 현장과 동떨어지지 말고, 전선의 중심에 굳건히 서있는 것이 중요하다."

노회찬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성평등 사회를 위한 소신을 밝히고 변화를 촉구했다.
2017년 5월 19일 문재인 대통령과 5당 원내대표의 만남에서는 대통령에게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을 선물하며,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에 앞서 2월 1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소개한 바도 있다.

"올해 세 권의 소설을 읽는다면 <82년생 김지영>, 이 책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이 책을 읽은 사람이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도 좀 더 인간다운 사회가 되리라 확신한다. 강추!"   

<82생 김지영>을 소개한 노회찬의 페이스북 글 ⓒ 노회찬재단

 
몇 달 뒤인 8월 29일 마포구 레드빅스페이스. 노회찬(정의당 20대 국회의원)은 '2017 예스24 여름문화학교'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소설가 토크콘서트에 참석했다. 토크콘서트는 <82년생 김지영>의 속 이야기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김지영의 이름과 나이, 극중 등장하는 사람들의 모습 등 이 이야기는 곧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 그 자체와 연결되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을 직접 낭독한 노회찬은 "정작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사람들은 남성"이라면서 작가와 대화를 주고받았다.
 

2017년 8월 29일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소설가 토크콘서트에 참석한 노회찬 ⓒ 노회찬재단

 
- 노회찬: "에피소드 하나하나는 모두가 다 아는 현실이었지만 그게 총체적으로 한 사람의 인생에서 구현된다고 생각하니 책을 읽고 충격적이었습니다."

- 조남주: "책 속 상황은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고 현실이라면 너무나 끔찍한 설정이죠. 책이 지적하는 문제들이 조금이라도 해소되기 위해선 세상의 절반이 이런 현실에 속해 있다는 걸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한민국에서 남자라는 게 여전히 최고의 스펙으로 여겨지는 관습, 제도, 문화가 있죠. 그걸 깨기 위해선 더 많은 남성들이 이 책을 봤으면 해요."

- 노회찬: "책 안에는 말도 안 되는 차별의 예들이 굉장히 많죠. 그것에 둔감해지는 완강한 질서가 우리 사회에 많고요. 이를 해소하려는 문제의식들이 어느 때보다 싹트는 시점이라 이 소설 한 권이 세상을 바꾸는 영웅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노예해방은 모든 노예들이 다 싸워서 이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이 책 읽는 사람 늘어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4000만 국민이 모두 읽을 순 없죠. 이미 이 책을 30만명 가까이 읽었다는 게 우리 사회의 성과가 아닐까요. 마중물 한 바가지가 땅속 지하수가 나오도록 돕듯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사회를 바꾸는 마중물이 되길 바랍니다.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마중물이 될 의무도, 능력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회찬은 이렇게 말을 맺는다.

"이 책을 읽는 사람이 많아지면 우리 사회가 그만큼 좋아질 거라 생각했어요. 제가 쓴 책도 아닌데 대통령께 책을 선물하며 '82년생 김지영을 안아 주세요'라고 썼던 것도 그래서죠. 책이 문제 제기를 한다면 바꾸는 건 정치입니다. 정치인들은 법이나 정치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라고 뽑힌 사람들이니까요."
 

노회찬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82년생 김지영>을 선물하며 남긴 말. ⓒ 노회찬재단

  
"나라다운 나라의 첫 번째 조건은 바로 성평등한 나라"

2017년 1월 18일 노회찬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위원장 남윤인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와 한국여성의정이 공동주최한 '성평등 의회를 위한 정치관계법 개선 토론회'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이 토론회는 20대 국회에서 열리는 첫 여성정치참여확대 토론회였다.

"오늘 이런 뜻 깊은 토론회에서 축하말씀 드리게 되어서 매우 영광스럽습니다. 사실 저는 정의당을 대표해서 축하 인사를 하러 왔는데, 와서 보니 본의 아니게 249명의 남성 의원들을 대표해서 무거운 마음으로 인사를 드리게 됐습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현재 우리 국회에 51명의 여성의원이 지금 있습니다. 역대 최고기록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다 잘 알고 있다시피 여성의원의 비율은 17%이고, 전 세계 193개 나라 중 109위 밖에 되지 않는, 아직도 가야할 길이 까마득한 상태에 놓여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성평등 의회를 위한 정치관계법 개정 토론회'가 더욱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의 사태에도 불구하고 저는 여성정치인이 많아야 정치가 더 깨끗해진다는 확고한 믿음을 여전히 견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의 자연스러운 성비에 걸 맞는 비율이 남성과 여성의 50:50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성불평등이 여전히 개선되고 있지 않은 한국 사회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도 우선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정치권부터 여성들의 참여와 비중과 역할이 더 제고돼야 합니다. 휘어진 막대기를 바로 잡기 위해 반대 방향으로 구부려야 되는 것처럼 특단의 법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017년 1월 18일 ‘성평등 의회를 위한 정치관계법 개선 토론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는 노회찬 ⓒ 노회찬재단

 
2018년 6·13지방선거에서 '정의당 여성당당 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노회찬은 여성 후보자들의 당선을 위해 노력했다. 발족식에서는 "제가 태어나서 맡은 직책 중 가장 영광스러운 직책을 오늘 이 자리에서 맡게 됐다"면서 "나라다운 나라의 첫 번째 조건은 바로 성평등한 나라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여성의 가사부담, 폭력으로부터의 위협, 경력단절, 차별 등 무수한 문제가 바로 여성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성평등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직사회의 '유리천장'과 성폭력·성범죄 대책
: "유리천장이 존재하는 한, 권력에 의한 성적 억압과 착취 문제는 계속될 것"


2018년 3월 7일 노회찬(정의당 20대 국회의원)은 행정안전부와 인사혁신처에서 제공받은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 간 여성공무원 현황 및 여성관리자 임용확대계획을 점검한 결과, 우리나라 공직 사회에 여성에 대한 유리천장(glass ceiling)이 엄연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유리천장'이란 충분한 능력을 갖춘 사람이 직장 내 성 차별이나 인종 차별 등의 이유로 고위직을 맡지 못하는 상황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용어다.

"지난 10년 간 여성은 전체 공무원 중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고위공무원단이라는 높은 직책에 오르는 인원은 매우 적었다. 2009년 이후 여성공무원의 비율은 41%에서 45%까지 꾸준히 증가했지만, 여성 고위공무원단 비율은 3~4%대 박스권에 갇혀 있었다. 우리나라 공직사회에 유리천장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어 노회찬은 "정부는 2002년부터 '여성관리자 임용목표제'를 실시하고 있고 그 정책의 일환으로 2007년부터 2017년까지는 '4급 이상 여성관리직 임용확대 계획'을 운용해왔다"며 "2007년부터 진행된 '4급 이상 여성관리직 임용확대 계획'에서 정부가 제시한 목표치에 미달하는 기관이 연도별로 55%~70%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노회찬은 "최근 미투(MeToo)운동을 통해 권력의 힘으로 강제되었던 성추행·성폭력 문제가 터져 나오고 있다. 우리 사회에 유리천장이 존재하는 한, 권력에 의한 성적 억압과 착취 문제는 계속될 것이다. 정부는 유리천장을 부수는 데 더욱 더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지가 해마다 발표하는 '유리천장지수'에서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국 중 꼴찌로, 9년째 같은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2019 유리천장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00점 만점 중 간신히 20점을 넘었다. 회원국 평균인 60점에도 턱없이 못 미쳤다. 스웨덴은 80점을 훌쩍 넘기며 정상을 차지했고, 노르웨이·아이슬란드·핀란드·프랑스가 뒤를 이었다.

한국은 10개 성차별 항목 중 3개 부문에서 꼴찌를 기록했다. 우선 한국은 여성 임금이 남성과 비교했을 때 34.6%나 적었다. 또 여성 관리자 비율도 12.5%에 불과했고, 여성 기업이사의 비율도 2.3%로 꼴찌였다. 스웨덴의 경우 여성 관리자와 이사의 비율이 각각 39.0%, 36.9%였다. 한국은 3차 교육(고등교육) 이수자의 남녀 비율 차가 6.6%포인트로 꼴찌에서 두 번째였다. 노동참여 인구의 남녀 비율 역시 20.3%포인트로 바닥권이었다.

이코노미스트는 "꼴찌인 한국은 남녀 간의 임금 격차가 터무니없이 크고, 경제활동 참여자 비율도 남성이 79%인데 비해, 여성은 고작 59%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한국, '유리천장 지수' OECD 국가 중 꼴찌」, 중앙일보, 2019.3.8.)'

2020년, 2021년에도 꼴찌 순위는 변하지 않았다. 2020년 2위였던 스웨덴이 1위를, 1위였던 아이슬란드는 2위를 각각 기록한 데 이어 3위 핀란드, 4위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이 상위를 차지했다.
  
국가기관의 성폭력·성범죄 실태를 공개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다

"성폭력범죄 담당 법관으로서 '결격사유'"

2007년 3월 21일 노회찬(17대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은 20대 여성 납치신고 늑장 대처로 집단성폭행을 방치한 서울 동작경찰서에 대해 "경찰청의 늑장대응은 일반국민의 생활을 침해한 행위로 형벌에 처할만한 행위다. 범인을 처벌하기 전에 먼저 경찰청을 민생침해사범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민생불감증에 걸린 경찰의 직무유기를 강하게 질타했다. 즉 "실종신고 접수 즉시 경찰이 수색에 나섰더라면 한 젊은 여성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지는 않았을 것", "경찰청은 해당직무 경찰에 대한 성희롱예방교육, 성별영향평가교육, 성인지정책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반드시 밝혀야 할 것이며, 이번 사건을 민생경찰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2016년 9월 26일 노회찬(20대 국회 정의당 원내대표)은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가 지난 4년간(2013~2016. 8.) 총 221건의 성폭력범죄 재판에 동행해 피해자 권리보호 상황을 모니터링한 보고서(「성폭력 재판 과정에서의 피해자 권리에 대한 모니터링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성폭력범죄 피해자들의 인권을 보호하여야 할 법원이 외려 법정에서 언어폭력을 일삼거나, 피해자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마련된 법령을 숙지하지 못하는 등 '2차 피해'를 입힌 것으로 드러났다.
 

'성폭력 재판 과정에서의 피해자 권리에 대한 모니터링 보고서'를 공개한 2016년 9월 26일자 보도자료. ⓒ 노회찬재단

  
노회찬은 "특히 2016년 8월 18일 서울서부지방법원 성폭력전담재판부 이 모 부장판사가 법정에서 내뱉은 발언들은 현재 성폭력전담재판부의 문제점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며, 이 모 부장판사의 '재판 중 망언' 목록을 공개했다.

 

노회찬이 공개한 서울서부지법 성폭력전담재판부 이아무개 부장판사의 ‘재판 중 망언’ 목록. ⓒ 노회찬재단

  
노회찬은 이 부장판사의 발언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날 이 부장판사의 발언은 성폭력피해자, 나아가 여성에 대한 편견과 왜곡된 성의식이 그대로 드러난 '망언'이다. 이렇게 낮은 수준의 성의식을 가진 부장판사가 성폭력피해자의 증언청취를 전담해 왔다는 사실에 참담함마저 느낀다. 피해자의 성경험에 대한 발언은, 성폭력범죄를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로 보지 않고, '순결'의 문제로 접근하는 구시대적 편견에 기초한 발언이다. 또, 공소사실을 '여자랑 자면'으로 표현한 것은 성폭력범죄와 합의에 의한 성관계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성범죄에 대한 기본 개념조차 결여된 발언이다. 성폭력범죄 담당법관으로서 '결격사유'다."
 

노회찬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래 '성폭력특례법')은 법원 등이 성폭력피해자의 인격·명예가 손상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피해자가 편안한 상태에서 진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라고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법관의 공정하지 못한 발언은 피해자에게 커다란 심리적 타격을 주어. 재판이 공정하지 못하리라는 불안을 심는다. '재판부가 나의 말을 믿어 주지 않을 것'이라는 의심은 증언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성폭력 사건에서는 대개 피해자의 증언이 가장 중요한 증거다. 그런데 재판관이 피해자를 인격적으로 공격하여 객관적 증언을 방해한다면, 사실상 진실 규명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서, 노회찬은 "성폭력특례법 및 성폭력범죄 등 사건의 심리‧재판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규칙(아래 '규칙')은 법관이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비공개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모니터링 대상 재판에서는 11건 중 1건 꼴로 재판진행 중 피해자의 개인정보가 여과없이 노출됐다. 가해자 변호사가 계속해서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호명하는데도 판사가 전혀 제지하지 않거나, 심지어 판사 스스로 법령을 위반하고 피해자 실명을 노출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노회찬은 마무리하면서 이렇게 촉구했다.

"판사는 대한민국에서 담당사건에 관한 법리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피해자가 법관이 제도를 잘 이해하고 있는지, 내게 2차 피해를 입히지는 않을지 불안해하는 지금의 현실은 사법부의 수치다. 법원은 이 모 부장판사 개인의 징계는 물론, 성폭력전담재판부 제도의 운영을 총체적으로 점검하여, 소속 판사들이 성폭력범죄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피해자지원제도를 취지에 맞게 적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은폐되어 온 검찰 내 성폭력 사건, 명백하게 밝혀져야"

2018년 2월 2일 노회찬은 "검찰이 서지현 검사가 폭로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당시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의 성추행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말하며, "다만 이번 진상조사를 통해 8년간 은폐되어 왔던 성추행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것 외에도 그동안 은폐되어 온 검찰 내 성폭력 사건이 명백하게 밝혀지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여성검사 등 전체 검찰 구성원을 대상으로 성폭력 피해사실을 전수조사하고,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직접 조사는 외부전문가에 의해 철저하게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내 성폭력 사건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한 2018년 2월 2월 보도자료. ⓒ 노회찬재단

 
노회찬은 "이번에 밝혀진 검찰 내 성폭력 사건은 매우 충격적이다"라며, "단지 성추행의 가해자가 안태근 전 검찰국장이어서가 아니다. 많은 사람이 있는 장례식장에서, 당시 이귀남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검찰 간부 및 직원들이 함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부하직원에 대한 상사의 성추행이 발생했다"고 말하며, "또한 많은 사람들이 그 현장을 목격했으나 침묵했고, 문제를 제기하는 피해자 등에게 검찰 고위 간부가 은폐를 강요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더욱이 피해자는 이 사건으로 인사 불이익을 받았다고 밝혔다. 검찰조직이 다시 한 번 국민들의 공분을 사게 된 큰 사건이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노회찬은 "검찰이 진상조사단을 꾸려 최선을 다해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밝혔지만 우려되는 점이 있다"며, "검사들이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조사를 직접 하게 되면 진상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다. 왜냐하면 검찰은 폐쇄적이고 위계질서가 강한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고, 그동안 성폭력 사건이 은폐되어온 관행으로 볼 때 더욱 그럴 것이다"라고 밝혔다.

끝으로 노회찬은 검찰 내 성폭력 예방 및 피해자 구제를 전담하는 조직 설치 및 최소한의 제도 마련을 촉구했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 이후 검찰 내 여러 성폭력 사건에 대한 제보가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만약 감찰부서 외에 성폭력전담센터가 있었다면 검찰 내부의 성폭력이 이정도로 은폐되거나 반복적으로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미 경찰청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성희롱상담신고센터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다. 검찰도 이 기회를 반면교사 삼아 성폭력 예방 및 피해자 구제를 전담으로 하는 조직을 설치하고 최소한의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성폭력·성범죄 관련 노회찬 의원실 보도자료 목록
 
오랫동안 노회찬의 정책보좌관으로 활동해온 박창규는 <제2회 노회찬포럼>(2019.5.24.)에서 발표(「노회찬의 정치의제와 법안, 무엇을 남겼나?」)하면서 성폭력·성범죄 관련해 노회찬 의원실이 낸 보도자료의 목록을 이렇게 정리했다.
- 2016년 8월 1일, 노회찬, "학교 성폭력 3년간 3배 늘어", "전학·퇴학 등 중징계는 오히려 줄어 '12년(30.2%) → '15년 (18.5%)"
- 2016년 9월 26일, 노회찬, 221건 성폭력 재판 모니터링 보고서 공개(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작성). "여성이 술마시고 성관계 맺는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 "성경험 여부가 성폭력 판단에 영향을 준다" 등 재판부 망언에서부터 피해자보호법령 위반까지 재판과정 천태만상 드러나
- 2016년 10월 7일, 노회찬, "'여군 피해자 사건' 가해자 대부분 장교와 부사관... 일반사병에 비해 13배", "가해자중 상급자일수록 '공소권없음', '기소유예' 등 '불기소처분' 건수 많아"
- 2017년 10월 29일, 노회찬, "여군 대상 성범죄, 90%가 간부급에서 발생. 우월적 지위에 의한 성폭력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성범죄 입건수는 증가하는 반면 기소율은 낮아져, 성범죄에 온정적인 수사·판결 개선돼야", "여군 대상 성범죄 사건의 실형률은 5.6%로 일반 성범죄 사건의 실형률 23%의 1/4에 불과해"
- 2018년 1월 30일, "검찰 내 성추행 고발한 서지현 검사 계기로 '#미투(Me too)' 운동 더 확산돼야… 모든 분야에서 성범죄 사라지는 계기 되길"
- 2018년 2월 2일, 노회찬, "검찰 내 성폭력 피해자 조사는 외부전문가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 "진상조사단은 피해자 조사결과에 따라 범죄혐의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하게 수사해야", "성폭력사건 재발방지 및 예방 위해 검찰 내 성범죄신고센터 설치 등 제도적 장치 마련하고 조직문화 개선해야"
- 2018년 3월 13일, 노회찬, "성폭력 피해 후배 도왔다 2차 피해 입었던 임 경위 어제서야 원소속 경찰서 복귀, 철저한 진상조사 통해 가해자 처벌하고 경찰 조직문화 개선해야", "지난 6일 국회 사개특위서 경찰청장에 임 경위 2차 가해 피해문제 해결 촉구", "성폭력 가해자가 허위사실 유포하는 동안 경남 경찰청은 피해자 도운 임 경위에 대해 부당한 징계", "경찰청도 성범죄, 갑질없는 직장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대안 마련해야"
- 2018년 초, 성범죄 처벌을 형법으로 통합하고,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죄의 처벌을 강화하고, 명백한 거부의사 표시에 반한 강간죄('비동의 강간죄')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형법 개정안 준비
 
*참고
2018년 8월 16일 이정미(정의당 대표)는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명시적 동의가 없으면 강간으로 보는 원칙'(예스 민스 예스 룰, Yes means yes rule)을 제도화한 '비동의 강간죄'의 법안 발의를 예고했다. 이정미 대표는 "법제사법위원이었던 고(故) 노회찬 원내대표가 '비동의 강간죄'와 함께 성폭력범죄에 대한 포괄적 처벌강화를 위한 법안 준비를 완료한 상태였다"라며 "이미 독일 스웨덴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 이러한 법률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9월 3일 이정미 대표는 노회찬이 준비한 법안 내용을 기초로, 동의하지 않은 성관계를 강간죄로 처벌토록 하는 형법개정안을 발의했으나 20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되었다.

21대 국회에 들어와 정의당 5대 우선입법과제 중 하나가 된 이 형법 개정안은, 2020년 8월 12일 류호정 의원이 <성범죄 처벌 강화를 위한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일명 '비동의강간죄' 법안)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대표발의했다.
 
기록 연재 | 조현연 노회찬재단 특임이사

(*[6411 투명인간과 약자들의 벗 노회찬] 여성과 노회찬 ④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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