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6.08 09:31최종 업데이트 21.06.08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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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이 우리 곁을 떠난지도 어언 3년이 흘렀다. 그의 3주기에 즈음하여 노회찬 재단은 오마이뉴스와 함께 공동기획으로, 4월 16일부터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 [우리시대 '6411투명인간'과 '약자들의 벗 노회찬'의 정치실천: 기록으로 기억하다] 기록 연재를 시작한다.[편집자말]
(*지난 기사 [6411 투명인간과 약자들의 벗 노회찬] 여성과 노회찬 ①에서 이어집니다.)

2005년 5월 13일 스승의 날을 앞두고 노회찬은 일일교사로 이화여고 교단에 섰다. 그는 이화여고와의 남다른 인연을 밝히면서 3학년 2개 학급 학생들과 함께 '여성의 지위와 역할'이라는 주제로 수업을 진행했다. 1973년 경기고 1학년 재학 당시 이화여고 축제에 초청받아 대강당에서 첼로연주를 한 바 있고, 그 후 32년 만에 다시 이화여고를 찾게 됐다는 것이다. (※ 고교 동창 몇 분의 후일담에 따르면, 고교 시절 첼로 연주 실력이 아주 빼어난 것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2005년 5월 13일 일일교사 노회찬과 이화여고 학생들. ⓒ 노회찬재단

2005년 5월 13일 일일교사로 이화여고에 간 노회찬. ⓒ 노회찬재단

 
"유관순 열사를 배출시킨 역사적 전통이 깊은 학교에 다니는 여러분의 긍지는 남다르겠다"라며 수업을 시작한 노회찬은, "세계 여성의 날이 언제인지 아시나요?" 하고 물은 뒤 이렇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를 모르는 학생은 없지만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모르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여성의 지위 향상과 성평등을 위해 국제적인 명절로 지정된 여성의 날과 유래에 대해 여성으로서 더 관심을 갖기 바랍니다."


두 달쯤 전인 2005년 3월 8일. 17대 국회 초선의원 노회찬은 '3.8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박근혜(한나라당 대표)와 장하진(여성가족부 장관), 김선옥(법제처장), 강금실(전 법무부 장관) 등 여야 여성 국회의원과 여성단체, 국회 여성 청소노동자들과 국회 출입 여기자들에게 장미꽃과 편지를 전달했다. 이후 2018년 3월까지 14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노회찬은 각계각층 여성에게 장미꽃을 선물했다. 그가 함께 보낸 편지에는 '3.8 세계여성의 날'의 의미를 되새기고, 현재 한국 사회가 해결해야 할 여성 차별 해소, 여성의 권리 확대, 성평등 문화 실현에 함께하겠다는 다짐이 담겨 있었다.

'깊은 반성과 함께 노회찬 올림'으로 맺고 있는 2005년 3월 8일의 첫 편지 몇 대목을 소개하면 이렇다.

"간절하고 뜨거운 마음으로 제95회 세계여성의 날을 축하드립니다. 올해는 특히 양성차별의 대표적인 낡은 제도인 호주제가 철폐된 후 맞이하는 첫 번째 세계 여성의 날이어서 더욱 감회가 새롭습니다."

"이처럼 뜻깊은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하면서 저는 한국의 여성권한지수(GEM)가 여전히 세계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유엔개발계획(UNDP)의 통계발표 앞에서 부끄러움과 죄스런 마음을 감추기 어렵습니다."

"3월 8일을 명절처럼 보내는 세계 각국의 관례대로 축하와 다짐과 반성의 마음을 담아 장미꽃 한 송이를 보냅니다. 다른 나라들처럼 3월 8일 무렵에는 꽃값이 세 배나 오르길 바랍니다. 발렌타인데이는 알아도 세계 여성의 날은 배운 바 없다는 제 조카와 같은 대학생이 더 이상 나오기 않기를 희망합니다."

"어버이날에 부모님의 은혜를 다시 한 번 생각하듯 적어도 이 날만큼은 우리 모두가 (양)성평등과 여성의 정치세력화를 다시 생각하고 다짐하는 뜻깊은 날이 되기를 염원합니다."

 

2005년 3월 8일부터 14년 동안 한해도 거르지 않고 사회 각계각층 여성에게 장미꽃을 선물한 노회찬. ⓒ 노회찬재단

  
'노회찬의 장미'를 계기로 이후 3.8 세계여성의 날에 장미꽃을 선물하는 것이 하나의 행사처럼 됐고, 많은 정치인들과 공직자, 일반인들이 장미꽃을 주고받으며 여성의 날을 기념했다.
 
'3.8 세계여성의 날'은?
※ 참조) 조현연, 「노회찬하면 떠오르는 것, 여덟 장면: 기록으로 톺아보기 ⑥-1: 여성의날, 붉은 장미, 편지」(<오마이뉴스>, 2020.12.24.)

'3.8 세계여성의 날'은 1910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2인터내셔널의 노동여성회의에서 클라라 체트킨(Clara Zetkin)과 함께 '러시아 혁명의 붉은 장미' 콜론타이(Aleksandra Mikhailovna Kollontai)가 제안한 데서 유래됐다. 2년 전인 1908년 3월 8일 미국 방직공장 여성 노동자들이 열악한 작업장에서 화재로 타 숨진 동료들을 기리기 위해 뉴욕 루트커스 광장에서 시위를 벌이며 "우리는 빵과 장미를 원한다"는 구호를 외친 것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었다. '빵'은 생존권을, '장미'는 인간의 존엄성을 의미했다. 이후 '빵과 장미의 파업'으로 알려진 1912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로렌스 지방 섬유노동자들의 파업은 시인 제임스 오펜하임(James Oppenheim)의 시 <빵과 장미(Bread and Roses)>에 영감을 제공했다고 한다.

2018년 노회찬이 떠난 뒤 '노회찬 장미꽃' 전달은 2019년, 2020년, 2021년 3월 8일 성평등 메시지 발표와 함께 노회찬재단이 이어갔다. 노회찬재단이 존재하는 한 '노회찬 장미꽃'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2019년 노회찬 장미. ⓒ 노회찬재단

  

2020년 '노회찬의 장미' 행사를 이어나가는 노회찬재단. ⓒ 노회찬재단

  

2020년 국회 여성 청소노동자 분들께 전달한 ‘노회찬 장미’. ⓒ 노회찬재단

   

2021년 ‘노회찬 장미’ (서울 여의도 LG타워 여성 청소노동자 분들께 전달) ⓒ 노회찬재단

 

2021년 대구 ‘노회찬 장미’. ⓒ 노회찬재단

 
특히 2021년 코로나19로 여성의날을 기념하는 활동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노회찬재단은 '장미꽃 대신 전달하기' 캠페인을 벌였다. 여성 투명 노동자에게 장미를 보내고 싶은 사람이 온라인 신청서에 사연을 적어 신청하면 재단이 대신 장미꽃을 전하는 캠페인이었다.

노회찬재단은 "여성 차별 해소와 여성의 권리 확대, 성평등 문화 실현을 위한 노회찬 의원의 다짐을 우리 모두의 다짐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프로젝트다. 여성 투명 노동자들께 노회찬 장미꽃을 전하며 그들의 노동에 격려를 보내고, 한편으로는 여성노동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확산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온라인에 올라온 신청 사연 몇몇을 소개한다.
 
# 조카 둘과 홀로 남겨진 새언니에게 작은 힘을 주고 싶습니다.
# 남들의 제대로 된 휴식을 제공하기 위해 휴일을 반납하고, 호텔 객실청소를 위해 설날인 오늘도 출근하시는 엄마를 위해 노회찬의 장미꽃을 신청합니다.
# 코로나19와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등 최전방에서 고군분투 하고 있는 저희 경기도콜센터 구성원 83명에게 응원의 장미꽃을 전하고 싶습니다!!!!
# 저는 빌딩에서 청소를 하는 60세의 여성입니다. 장미를 꼭 전해 드리고 싶습니다. 이분은 이곳에서 청소한 지가 10년이 됐다합니다 진정한 노동자입니다 부탁드립니다.
# 매일 20여 명이 넘는 우리 건물 식구들의 점심식사를 만들어 주시는 조리사님!
# 이마트 노동자로, 이마트노동조합의 노동운동가로 살고 있는 저의 동생에게 노회찬의 장미꽃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 외국인복지센터의 통역사로 일하고 있는 필리핀 출신 결혼이주여성인 로0, 그녀를 응원합니다.
# 패션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로 일하면서도 패션어시지부 활동을 병행하고 있는 00님께 노회찬 장미꽃을 드리고 싶습니다.
# 매일 병원과 집만 오가며 환자를 돌보는 한00 간호사님의 노고에 감사하며 장미 한송이 전해주세요~
# 가사노동자의 권리 찾기를 위해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도하고.. 정말 열심히 사는 언니에게 노회찬님이 주는 장미꽃을 선물하면 참 의미가 클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들어 응모합니다.
# 몇 백 명이 타는 비행기를 1-20분 안에 청소해야하는, 말 그대로 열악한 노동조건 속에서도 자부심을 가지고 일을 해왔던 김00님께 여성의 날을 기념하며, 그리고 그를 응원하며 장미 한 송이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 누구보다 먼저 출근하여 늘 깨끗한 교육청을 만들어 주시는 미화노동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 파업 중인 부산 신라대학교 청소노동자들에게 장미꽃 전달을 신청합니다.

기록 연재 | 조현연 노회찬재단 특임이사

(*[6411 투명인간과 약자들의 벗 노회찬] 여성과 노회찬 ③, ④편은 6월 11일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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