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6.08 09:30최종 업데이트 21.06.0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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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이 우리 곁을 떠난지도 어언 3년이 흘렀다. 그의 3주기에 즈음하여 노회찬 재단은 오마이뉴스와 함께 공동기획으로, 4월 16일부터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 [우리시대 '6411투명인간'과 '약자들의 벗 노회찬'의 정치실천: 기록으로 기억하다] 기록 연재를 시작한다.[편집자말]
노회찬은 진보정의당 당대표 취임사(2012.10.21.)와 당대표 퇴임 고별사(2013.7.21.)에서 "6411번 버스를 아시나요?"라며 투명인간 분들을 구체적으로 호명한다. 이번 글에서는 '여성'과 관련한 노회찬의 이야기와 그들의 '지금·여기' 삶의 현주소를 하나씩 살펴보기로 한다. - 기자말 

"그 누구보다 젠더 감수성이 탁월하셨다."


2018년 7월 23일 오후 노회찬의 빈소를 찾은 진선미(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회고다. 조문을 마치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던 진선미 의원에게 노회찬은 이런 사람이었다.

"노 의원님을 개인적으로 매우 흠모했고 좋아했으며 사적으로 가끔 만나서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정말 다정다감하고 훌륭하신 분이셨습니다. 그분이 지금까지 보여주고 지금껏 살아온 삶의 무게와 선한 영향력은 지금 현존하고 있는 어느 정치인보다 훨씬 더 강했을 것입니다. 이렇게 헛헛하게 마무리된다는 것 자체가 참 고통스럽습니다."

진선미 의원이 이렇게 회고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노회찬은 실제로 여성을 포함한 젠더 문제에 많은 관심을 쏟았고, 성평등을 위해서 오랫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한 예로 2005년을 시작으로 2018년까지 14년 동안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마다 꽃을 선물해온 건 유명한 일화다. 꽃을 받는 대상은 여성 오피니언 리더들부터 여성 당직자, 보좌진, 국회 여성 청소 노동자, 국회 출입 여성 기자 등 다양했다. 그가 떠난 해인 2018년에도 그는 어김없이 장미꽃을 선물했다. 같이 동봉한 편지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진선미 의원 트위터 갈무리 ⓒ 트위터캡처

 
"권력의 힘으로 강제된 성적 억압과 착취가 침묵과 굴종의 세월을 헤치고 터져 나오는 현실을 보며 정치인으로서, 한 여성의 아들이자 또 다른 여성의 동반자로서 부끄러운 마음을 감추기 어렵습니다."


고미경(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은 "진보 정치인으로서 정말 훌륭한 분이고 여성 인권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발언하셨던 분인데 참담함과 비통함을 금할 길이 없다. 너무 곧고 강직해서…"라며 한숨을 거듭 내쉬었다. 고미경 대표는 "노회찬 의원은 한국여성의전화 후원회원이시기도 했다. 후원행사에 오셔서 '미투 운동'에 대해 한국 사회에서 꼭 필요한 운동이고 사회가 변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여성운동에 큰 힘이 돼 주셨다"고 했다(경향신문, 2018.7.25.).

<오마이뉴스> 박정훈 기자의 글(「노회찬과 김근태에게 '새로운 남성성'의 길을 묻다」)을 보면 노회찬에 대해 이렇게 적고 있다(<brunch>, 2019.3.8.).

"진보진영에서 여성운동과 노동운동은 따로 있는 것처럼 이야기됐고, 실제로 여성운동은 노동·학생운동이 주가 된 민주화운동에서 주변화된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노동운동가 출신의 노회찬은 '노동해방'을 가로막는 중대한 방해 요소가 '젠더 문제'임을 아는 사람이었다. 또한 일찍이 독재정권이나 대자본과 공조하는 '남성체제'의 폭력성을 깨우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이중, 삼중고를 겪고 있는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 곁에 머문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호주제 폐지 법안', '차별금지법' 대표 발의 등은 그가 누구의 편에 서서 정치를 했는지 잘 보여준다. 최근엔 피해자의 무고 혐의 역고소를 수사하지 않는 '성폭력특례법 개정안' 발의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을 취임 이후 처음 만난 자리에서는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을 주면서 화제를 모았다. 그는 남성임에도 '페미니스트 정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선구자였다."

  
17대 국회 최초의 대표발의 법안: 호주제 폐지
: "오늘은 기쁜 날!"


노회찬이 17대 국회의원이 된 후 1호로 대표발의한 법안은 2004년 9월 14일 제출한 호주제 폐지 내용을 담은 '민법 개정안'이었다. 호주제는 호주를 중심으로 가(家)를 구성하고, 호주를 원칙적으로 남자 자손에게 승계시키는 제도다. 뿐만 아니라, 혈연 중심의 가족관계를 소위 '정상가족'으로 규범화시켜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차별할 수 있는 여지를 두고 있었다. 호주제와 호적제는 씨줄과 날줄처럼 가부장적인 가족질서를 유지하는 핵심적인 장치로 유엔 자유권위원회와 사회권위원회로부터 수차례 폐지권고를 받아왔던 성 차별과 인권 침해의 대명사였다.

노회찬의 개정안은 아들이 우선 승계하는 호주제가 남녀차별을 조장하고 호주와 가족 구성원 간의 가부장적인 관계를 고착시키므로 이를 폐지하고, 자녀가 아버지의 성과 본만을 따르도록 했던 것을 어머니의 성도 따를 수 있게 하자는 내용이었다. 변화된 사회상을 반영하지 못한 채 호주와 다른 가족구성원들의 관계를 종적이고 권위적인 관계로 규율한 호주제를 폐지해 개인의 존엄과 성평등을 실현하고자 한 것이었다. 김용갑 등 당시 한나라당 남성 의원들이 호주제 폐지 반대에 앞장서는 상황에서 노회찬의 행보는 당시에도 파격적이었다.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민법 개정안은 2004년 9월에 발의된 후 상임위 대안에 반영되어 2005년 3월 2일 8차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민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재석 235석 중 찬성 161표, 반대 58표, 기권 16표. 2005.3.2.) ⓒ 노회찬재단

  
노회찬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2005년 3월 2일 오후 5시 32분! 한 세기 동안 여성에게 억압과 굴종의 굴레가 되어왔던 호주제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오늘은 기쁜 날!> 역사는 제17대 8차 본회의를 그렇게 기록할 것이다."

호주제가 폐지되기까지 노회찬은 이런 역할을 했다.

2004년 12월 27일 국회 법사위(위원장 최연희) 법안심사소위는 호주제 민법개정안 3건을 병합심리 했다. 당시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은 호주제 폐지를 당론으로 정하고 있고, 한나라당은 호주제 폐지를 권고적 당론으로 정하고 있었다.

같은 날 법안심사소위 회의에 앞서 호주제 폐지를 주장하는 여야 국회의원 152명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호주제를 연내에 폐지하고 남녀 동반시대로 나가자"며 호주제의 연내 폐지 관철을 위한 정치권의 결단을 촉구했다. 이날 남성 의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우리의 전통과는 아무런 관련없는 일제통치의 잔재이며 합리적 근거 없는 부계혈통 제도인 호주제가 15, 16대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17대까지 넘어온 것은 우리 역사의 수치이며 후손들에게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며 "17대 국회가 올해 안에 호주제를 폐지하지 않는다면 이는 변화와 희망을 바라는 국민의 열망을 저버리는 일이며, 호주제로 인해 고통받는 수많은 가족들에 대한 약속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호주제 폐지를 주장하는 남성 의원들의 기자회견. ⓒ 노회찬재단


호주제 연내 폐지서명에는 천정배 원내대표 등 열린우리당 남성의원 133명 전원과 천영세 의원단 대표를 포함한 민주노동당 남성의원 6명 전원, 고진화, 김명주, 박계동, 박세환, 박형준, 배일도, 원희룡, 이성권, 이재오, 이주호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 10명, 김홍일, 이상열, 이정일, 의원 등 민주당 의원 3명이 참여했다.

평등가족 홍보대사인 배우 권해효씨의 사회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국회 법사위 소속인 노회찬(민주노동당 17대 국회의원)은 이렇게 밝혔다.

"호주제와 국가보안법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흉물이다. 호주제 폐지를 내놓고 반대하는 사람은 없고 심사소위에서는 다수가 찬성이지만, 호주제 존속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막무가내여서 이후 낙관이 쉽지 않다. 온몸을 던져 최대한 설득하겠다."

다음날인 12월 28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호주제 폐지에 전격 합의했다.

2005년 2월 3일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호주제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5차에 걸친 공개변론 끝에, 2005년 2월 3일 최종적으로 호주제가 규정된 민법 778조와 781조 1항의 일부분, 826조 3항 일부분의 헌법불합치를 재판관 9명의 6대 3 의견으로 결정했다.

2005년 3월 2일 호주제가 폐지되자 한국여성단체연합은 노회찬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 또 호주제가 폐지된 직후 <한겨레21>이 여성 국회의원들에게 물어본 결과 노회찬은 '여성 친화적인 남성의원' 1위로 뽑혔다. 2006년 3월에는 배우자인 김지선(한국여성의전화연합 활동가)과 함께 <여성신문>이 선정한 '평등 파트너'에 뽑히기도 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으로부터 감사패와 축하 꽃다발을 받은 노회찬(2005.4.8.) ⓒ 노회찬재단

  

한국여성단체연합 호주제 폐지 자축연에 참석한 노회찬(2005.4.8.) ⓒ 노회찬재단

 
※ 참고
우리나라에 '호주'라는 명칭이 처음 등장한 것은 고종 칙령 제61호로 '호구조사 규칙'이 시행된 1896년 9월이다. 호주제 지지자들이 "호주제가 가족 질서를 담은 전통"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호주제 폐지론자들은 "호주제는 일제의 잔재"라는 입장이다. 1905년 을사조약이 체결된 이후인 1909년에 제정된 민적법(民籍法)에서 처음으로 가족 관계가 '호주권'의 관점에서 파악됐다는 것이다.

해방 후에는 호주의 권한이 1958년 민법에 구체적으로 명시됨으로써 우리 사회에 큰 영향력을 미쳐왔다. 호주제 원리에 따라 혼인·부모와 자식·부부 관계가 결정되고, 호적법·주민등록법·아동복지법 등 각종 가족 관련법이 부계 혈통 중심으로 제정·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중앙일보, 2005.2.4.).

목적별 신분등록법 대표 발의
: 다양한 가족 형태를 보호하기 위하여
 

2005년 9월 28일 노회찬은 목적별 신분등록법인 <출생‧혼인‧사망 등의 신고 및 증명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과거 호적법에 의거하여 호적등본을 발급받을 경우 본인은 물론 가족 전체의 신분이력사항을 모두 기재하도록 하고 있어, 불필요하게 개인의 민감한 정보까지 모두 노출되고, 이것이 사회적 차별의 원인이 된다는 점을 시정하기 위해 본인 중심의 이력만 기재하도록 한 법안이었다. 보다 더 궁극적인 목적은 이혼 가정의 자녀들이 유치원 및 학교 입학과 동시에 겪게 되는 불편한 상황 등을 방지해 다양한 가족 형태를 보호하는 데 있었다.

이 법안은 2006년 4월 21일 국회 법사위에 처음 상정되었다. 입법 발의를 한 지 7개월이 지나도록 정부의 호적제도 개선 방안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안 심의가 미뤄졌고, 호주제 폐지 민법개정안이 통과된 지 1년이 지나서야 국회에서 본격적인 심의가 시작된 것이다. 법사위 시작 전 노회찬과 민주노동당과 시민사회단체 연대기구인 '목적별신분등록법제정을위한공동행동'(아래 '공동행동')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회찬은 ▲ 성평등 ▲ 가족형태에 따른 차별 해소 ▲ 개인정보 보호라는 세 가지 원칙에 걸맞은 올바른 신분증명제도 도입을 촉구하는 공동선언문을 낭독했다.

2006년 8월 30일부터 9월말까지 민주노동당과 노회찬, '공동행동', 독립프로덕션 빨간눈사람은 서울·부산·울산·인천·대전 등 전국 10개 지역에서 영화 <쇼킹패밀리> 지역상영회를 개최하며 현재 국회 계류 중인 '목적별 신분증명제도'에 대한 홍보활동에 나섰다. <쇼킹패밀리>는 호주제 폐지 이후에도 여전히 강하게 유지되는 가족주의와 그 안에서 개인이 온전한 '개인'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에 문제제기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한 달간 지역순회상영회를 마무리하며 9월 27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국회상영회가 개최됐다. 노회찬은 현재 국회 법사위의 호적법 개정 논의 현황에 대해 말하고, 영화가 상영된 뒤 한국사회의 다양한 가족 현실을 돌아보고 제작 과정의 에피소드를 들어보는 '제작진과의 대화'로 마무리됐다. 이와 함께 행사장 주변에서 목적별 신분증명제도 법안에 대한 홍보물도 전시됐다.
 
※ '가족 안에서 상실되어가는 자기의 모습에 대해 고민하고, 자신의 존재의미를 찾아가는 20, 30, 40대 세 여성의 시선을 기록한 성장영화.' <쇼킹패밀리>는 묻는다. "대한민국에서 가족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있을까?" 영화 <시놉시스>는 이렇게 전한다.

△ 20대 세영(촬영감독) "가족이 대체 뭐 길래...."
- 난 깨질 것 같은 하늘이 참 좋다. 이럴 땐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떤다. 하지만 요즘은 친구를 만나도 재미가 없다. 방안에 처박혀서 혼자서 노는 게 더 좋다. 늙었나? 집에서 독립한 지 일 년이 넘었지만 엄마는 수시로 날 불러들인다.
△ 30대 경은(스틸) "자유를 찾다"
- 난 혼자 산다. 500에 20짜리 반지하이지만, 나만의 공간이 있다는 게 참 좋다. 제일 좋은 건 늦잠을 잘 수 있고 밥 먹고 싶을 때 밥을 먹어도 된다는 거다. 그리고 사진을 찍는 것. 나는 2년 전에 아들과 남편을 두고 집을 나왔다...
△ 40대 경순(감독) "관습에 찌든 세상을 거부한다"
- 친구들이 가족문제를 이야기하면 난 가끔 단호하다. 이혼해! 그리고 종종 가르치려 든다. 게다가 싱글로 사는 게 즐겁다고 거짓말까지... 잠에서 깨면 내 옆엔 두 마리의 고양이와 딸이 있다.
△ 빈센트(영어 강사) "난 입양아에요"
- 한국 사람들 혈연, 가족 되게 중요하다고 하지? 그런데 그건 국내용인가봐? 제기랄, 한국을 사랑 하냐고? 왜?

2006년 9월 9일 법안설명회에서 노회찬은 이렇게 강조했다.

"호주제는 작년에 폐지되었지만 우리의 의식 속에 뿌리깊게 박혀있는 호주제도를 걷어내기 위해선 호주제도가 이 땅에 유지되었던 기간보다 더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2008년 1월부터 호적법 대신 들어서게 될 새로운 신분등록법은 성평등과 다양한 가족에 대한 차별해소, 개인정보 보호 원칙에 입각한 법안이어야 한다. 민주노동당과 시민단체가 만든 목적별 신분등록법안이야말로 인권을 지키는 유일한 대안이다."

2006년 9월 14일 국회 법사위에서 '새로운 신분등록법에 관한 공청회'가 열렸다. 정부(법무부)가 발의한 '국적 및 가족관계 등록에 관한 법률'과 열린우리당 이경숙 의원이 대표 발의한 '신분관계 등록 및 증명에 관한 법률', 그리고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대표 발의한 '출생.혼인.사망 등의 신고와 증명에 관한 법률' 등 3개 법안의 쟁점을 비교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쇼킹패밀리> 국회 상영회 포스터. ⓒ 노회찬재단

  

2006년 9월 27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쇼킹패밀리> 국회상영회에 참석한 노회찬. ⓒ 노회찬재단

 
2007년 3월 2일 노회찬은 이경숙 의원(열린우리당)과 한국여성단체연합 남윤인순 대표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호주제 폐지와 관련해 대체입법을 미루고 있는 17대 국회를 강력 비판하면서, "호주제 폐지를 완성할 호적법 대체입법을 늦어도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국회 법사위 의원들의 신속한 논의를 촉구"했다. 노회찬은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한 민법 개정안이 2년 전 오늘 국회를 통과했지만 개정법률 시행일(2007년 12월 31일)을 불과 9개월 남겨둔 지금까지 새 신분증명제도를 결정하는 호적법 대체입법은 심의조차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007년 4월 27일 국회 본회의는 헌법재판소가 호주제 폐지 위헌결정을 발표(2005.2.3.)한 지 2년여 만에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을 가결해 '호주'를 정점으로 한 '호적'제도가 역사의 무대로 사라지게 됐다. 이로써 2007년 12월 31일까지 유보되었던 미완의 호주제 폐지가 2008년부터 사실상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관련 법률안은 호적법 대체법안으로 발의된 3개 법안(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안, 열린우리당 이경숙 의원안, 정부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거쳐 마련된 법사위의 대안으로, ▲ 신분증명서를 기본증명·가족관계증명·혼인증명 등 목적별로 분리한 점 ▲ 원칙적으로 증명서 교부 대상을 본인과 배우자·직계혈족 등으로 명확히 한 점 ▲ 신분 변동사항의 신고를 민원인의 편의에 맞게 개선한 점 등은 현행 호적법에 비해 꽤 진일보한 부분으로 평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법률안은 가부장제에 기초한 가족 중심의 질서를 새롭게 변화시키고, 인권에 기초한 국가신분등록제를 설계하는 데에는 한계를 지녔다. 이와 관련해 '공동행동'과 민주노동당은 국회 통과 당일 날 성명을 통해 법률안의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김원정(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은 "법률 명칭부터 신분증명제도 전반을 '가족관계의 등록'이라는 이름 하에 설계했다는 점은 국민의 신분관계를 호주-가문을 중심으로 관리하였던 호적제도의 낡은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회에 상정된 3개 대체법안은 모두 개인별 1인1적을 신분증명제도의 편제원칙으로 삼았다. 그러나 이번 법률안은 개인별 신분증명제도라는 기본 원칙이 무색할 정도로 법률 명칭부터 신분등록부 명칭까지 '가족관계'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호적법의 아류에 머무르고 말았다.

또한 '공동행동'과 민주노동당은 ▲ 본적을 그대로 계승한 '등록기준지'를 만들어 호주제와 본적제의 폐해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점 ▲ 각종 증명서에 등록기준지·주민등록번호 등 과도한 개인정보를 포함하고 있는 점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최은하, 「부족하지만, 비로소 완성된 호주제 폐지: 국회 본회의 호적법 대처법안 통과」, 인권운동사랑방, <인권하루소식>, 52호, 2007.5.2.)

기록연재 | 조현연 노회찬재단 특임이사

(*다음기사 [6411 투명인간과 약자들의 벗 노회찬] 여성과 노회찬 ②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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