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6.04 07:39최종 업데이트 21.06.04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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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이 우리 곁을 떠난지도 어언 3년이 흘렀다. 그의 3주기에 즈음하여 노회찬 재단은 오마이뉴스와 함께 공동기획으로, 4월 16일부터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 [우리시대 '6411투명인간'과 '약자들의 벗 노회찬'의 정치실천: 기록으로 기억하다] 기록 연재를 시작한다.[편집자말]
노회찬은 진보정의당 당대표 취임사(2012.10.21.)와 당대표 퇴임 고별사(2013.7.21.)에서 "6411번 버스를 아시나요?"라며 투명인간 분들을 구체적으로 호명한다. 이번 글에서는 '성소수자'와 관련한 노회찬의 이야기와 그들의 '지금·여기' 삶의 현주소를 하나씩 살펴보기로 한다. - 기자말

그가 떠난 뒤... "사회적 약자들의 든든한 뒷배, 당신 덕에 우리는 진보했습니다"
 

지난 3월 8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성소수자부모모임 회원들이 최근 성소수자들이 삶을 포기하는 사건이 이어지자 이를 애도하며 정치권을 향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과 성소수자 인권보호를 촉구하고 있는 모습. ⓒ 이희훈

 
"평생을 진보정당 운동에 헌신해온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오늘(23일) 오전 타계하셨습니다. 당원들과 함께 깊이 슬퍼하며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노회찬 원내대표는 생전 '이반(성소수자)과 연대하는 비성소수자'라는 의미에서 자신을 '삼반'으로 칭하기도 했습니다.

17대 국회에서는 '성전환자 성별변경 특별법'과 '차별금지법'을 대표발의하며 성소수자의 인권을 위한 의정활동을 펼쳤습니다.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는 '삼반' 노회찬 원내대표의 연대를 소중히 기억하겠습니다. 아울러, '성소수자 차별 철폐'를 위한 고인의 유지를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습니다." -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2018.7.23.)


"노회찬 의원은 차별금지법, 성별정정특별법을 발의하고 성소수자의 권익 쟁취, 소수자에 대한 차별에 함께 저항하고 투쟁했던 의원입니다. 고인은 사회적 약자들, 차별받는 사람들과 눈물 흘리며 그 고통을 함께 나누며 항상 그들의 편에 있었습니다. 정치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음을, 고인은 실천으로 보여주었습니다.

트랜스해방전선은 생전에 함께 투쟁했던 고인에게 감사드리며 명복을 빕니다. 고인께서 이루지 못한 꿈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멈추지 않고 고난의 길을 걸어 나가겠습니다." - 트랜스해방전선(2018.7.23.)

"정치인은 표를 걱정하기 마련인데 노회찬 의원은 초선 시절부터 소수자 인권을 지킨다는 원칙에서 흔들림이 없었다. 언제나 앞장서서 성소수자 인권을 비겁함 없이 원칙대로 함께 연대해주셨던 분이라 마음이 굉장히 무겁다. 왜 우리가 연대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목숨을 잃는지 모르겠다. 노 의원이 '스타 정치인'으로서 너무 책임을 많이 느낀 것이 아닐까 싶다. 짐을 같이 들어줘야 했는데 한 사람에게 너무 무거운 짐을 지게 했다." - 심기용('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집행위원, 2018.7.23.)

"고 노회찬 의원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전 정치가 뭔지 잘 모릅니다. 다만 노회찬 의원님이 살아생전 열심히 약자를 위해 해오셨던 일들을 지지했으며, 많은 업적에 너무도 감사하며 또 세상을 떠난 의원님이 참 마음이 아픕니다. 더 이상 이런 일이 생기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다시 한 번 명복을 빕니다." - 하리수(가수, 2018.7.25.)


2018년 7월 27일 성소수자 단체 활동가이자 당사자인 신필규는 "지금 그를 향한 나의 감정은 오직 미안함뿐"이라며 <오마이뉴스>에 <거짓말처럼 꾸준했던 정치인 노회찬은 그런 사람이었다: 성소수자, 장애인... 사회적 약자들의 든든한 '뒷배', 당신 덕에 우리는 분명 진보했습니다>란 제목의 글을 통해 추모의 마음을 전했다. 글이 가슴에 와 닿아 몇 부분을 발췌해 옮겨 적어본다. 
 
성소수자 단체 활동가이자 또한 당사자로서 정치인들을 볼 때면 항상 양가감정이 든다. 오해의 여지를 무릅쓰고 솔직히 말하자면, 정치인들이 성적소수자의 권리를 지지하고 우리의 존재를 방어할 때 나는 그들의 행동을 지지하는 마음이 든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개인에 대한 고마움이나 신뢰로 연결되느냐면 꼭 그렇지는 않다.

... 쉽게 믿음을 주기보다는 더 지켜보고 감시하는 쪽을 택한다. 하지만 24시간을 활동가의 태도로 사는 것은 아니기에 정치인에 대한 감정이 늘 그렇게 정리되지는 않는다. 옳은 선택을 해주어서 정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 그래서 호감과 신뢰가 갔던 인물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그 믿음이 실망으로 뒤바뀌지 않고 꾸준했던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 정치인 중 한 사람이 바로 노회찬 의원이다.

... 어쩌면 내가 꽤 오랜 시간 활동을 놓지 않고 이어왔던 것은 꾸준히 연대하며 가능성을 증거로 남긴 사람이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노회찬 의원은 내게 그런 인물이었다. 특히나 그는 험난한 정치 인생에도 품위를 내려놓지 않는 거의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나의 앞에 서서 세상을 향해 평등한 권리를 외친다는 것이 자랑스럽기도 하고 고마웠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는 그걸 당연하게 여겼던 것도 같다.

... 노 의원의 부고를 접한 날 그런 생각을 했다. 소외되고 배제당한 사람의 곁을 지키던 사람이 죽음까지 감행할 정도로 괴로웠던 순간에 기댈 곳 없이 홀로였구나. 지금 그를 향한 나의 감정은 오직 미안함뿐이다.

성소수자 차별 금지를 제도화하기 위해 나선 최초의 국회의원 
 

2006년 11월 7일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이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모습. ⓒ 이종호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생전에 '이반(성소수자)과 연대하는 비성소수자'라는 의미로 자신을 '삼반'이라고 했다. 그는 2006년 10월에 2008년 1월에 관련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2007년 12월 성소수자 단체 '친구사이'로부터 무지개 인권상을 받기도 했다. 성소수자를 위한 그의 행보는 이후에도 이어졌다.

꾸준한 정책 제안과 연대를 보였고 그래서 2012년 게이유권자파티는 동성애자 인권 의식이 가장 높은 후보로 노회찬 의원을 선정했다. 그는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연예인 하리수씨의 입양을 막아선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고, 퀴어문화축제를 비롯한 현장에 등장해 연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스스로를 이반(성소수자가 스스로를 지칭하는 은어)에 연대하는 '붉은 삼반'이라 지칭한 이의 행보다웠다." (경향신문, 2018.7.25.)

 

2008년 5월 31일, 제9회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해서 발언하고 있는 노회찬 당시 진보신당 공동대표의 모습. 그는 2008년뿐만 아니라 그 이전에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종종 퀴어퍼레이드에 참여했다. ⓒ 서울퀴어문화축제

 
2006년 10월 12일 노회찬(민주노동당 17대 국회의원)은 '성전환자의 성별변경 등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발의했다. 기존 법에 따르면 성전환자들은 호적상의 성별을 변경할 수 없었다. 그 결과 결혼 및 가족 형성에 제약이 따를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사회 활동에서도 불이익과 차별을 겪고 있었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고자 일정한 요건 하에 성전환자들에게 성별의 변경을 인정하여 주어 성전환자에게 부당히 가해지는 차별과 억압되는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법안이었다. 

2007년 6월 19일 노회찬은 '성전환자 성별변경 관련법 제정을 위한 공동연대'와 함께 국회 도서관 강당에서 '성전환자 성별변경 특별법 입법촉구 영화상영회'를 가졌다. 상영에 앞서 노회찬은 이렇게 인사말을 건넸다. 

"사회 구성원 개개인의 평등과 행복추구권을 보장해야 하는 헌법 정신에 따라 성전환자들이 이 사회의 뿌리 깊은 성별 이분법의 고통에서 벗어날 첫걸음이 될 수 있는 제도가 바로 '성전환자 성별변경 특별법'이다. 이 법안은 다수에게 적용되는 법이 아니라는 이유로 중요치 않은 법안으로 치부되어서는 안 된다. 법사위의 빠른 논의를 거쳐 9월 정기국회에 반드시 통과되어야 한다."
 

2007년 6월 19일 노회찬이 '성전환자 성별변경 관련법 제정을 위한 공동연대'와 함께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성전환자 성별변경 특별법 입법촉구 영화상영회'을 열었을 당시 모습. ⓒ 노회찬재단

 
영화 제목은 <트랜스 아메리카>. 남자에서 여자로 성전환한 주인공과,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기억에도 없는 아들이 함께 여행을 하면서 서로를 좀 더 알고 배워가는 과정을 그린 로드무비다.  

2006년 대법원 첫 판결 이후로 꾸준히 대법원에서는 개별 성전환자들의 호적상 성별 변경 판결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법제도 정비는 여전히 미비한 상황이다. 현재도 성소수자나 트랜스젠더에 가해지는 편견과 사회적 차별과 그로 인한 사회 갈등을 감안하면, 일찍이 차별 철폐에 대한 노회찬의 민감한 인권감수성을 엿볼 있는 법안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특별법안은 17대 국회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되었다. 

17대 국회 임기가 끝나기 직전인 2008년 1월 28일 정부안에 반대하며 노회찬은 국회의원 가운데 처음으로 <차별금지법>을 대표발의했다. "성별, 장애, 나이, 인종,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등을 이유로 한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이었다.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금지를 제도화하기 위해 나선 최초의 국회의원인 셈이다(노회찬과 함께한 '처음들'…그가 국회에 남긴 유산, 한겨레, 2018.7.25.). 

노회찬의 차별금지법 1조는 이렇게 돼 있다.
 
이 법은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하고, 차별로 인한 피해를 효과적으로 구제하며, 차별을 예방함으로써 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실현함을 목적으로 한다.

"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실현함을 목적으로 한" 이 법안 역시 2008년 5월 17대 국회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지금껏 대한민국 국회에서 찬밥 신세였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차별금지법은 2007년부터 2020년까지 국회에 8차례(의원입법 7번, 정부입법 1번) 제안됐다. 그 가운데 5번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고 나머지 2번은 철회됐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된 것은 4번이었지만 법사위에서 의원들이 논의한 횟수는 놀랍게도 '0'번이었다. 17대 국회 때 노회찬과 정부가 각각 발의한 차별금지법이 2008년 2월 12일 법사위에 상정됐다. 이날 정부의 제안 설명만 있었을 뿐 의원들은 토론하지 않았고 이후 법안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은 수정돼야 할 것 같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단 사회적 편견이 있거나 경제가 어려울 때는..."

 

2007년 11월 8일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린 '차별을 조장하는 법무부의 차별금지법 제정 저지를 위한 공동기자회견' 모습. 노회찬이 발언하고 있다. ⓒ 노회찬재단


법안 발의에 앞서 2007년 11월 8일 노회찬은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린 '차별을 조장하는 법무부의 차별금지법 제정 저지를 위한 공동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법무부가 입법 예고한 차별금지법안의 차별금지대상에서 '성적지향'을 비롯하여 '학력,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병력, 출신국가, 언어, 범죄 및 보호처분의 전력' 등 7개 항목이 삭제된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차별을 조장하는 차별금지법 제정 저지를 위한 공동 성명서'에는 이렇게 적고 있다. 
 
이미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안에서 최고 3천만원 이행강제금 부과, 징벌적 손해배상 등의 실질적 차별 구제 조치를 삭제한 것으로 모자라, 이제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심각하게 차별 받고 있는 사람들의 인권을 포기하려 하고 있다. 이는 보수 기독교계의 동성애 혐오증과 인간을 상품으로만 보는 재계의 경제제일주의, 그리고 인권을 장식품으로만 아는 법무부, 3자 합작의 결과라 아니할 수 없다.

... 보수 기독교계는 법무부가 '성적지향'이 포함된 차별금지법을 내놓자 '동성애를 비판하면 벌금이나 징역형에 처해진다'느니, '동성애가 확산될 것이다'느니 하는 터무니없는 허위사실을 유포하며 성소수자들에 대해 무지한 비성소수자들의 공포심을 조장해왔다. 뒤로는 수억 원의 떡값과 비자금을 조성하면서 언제나 경영이 어렵다고 엄살을 떨어대던 재계는 대놓고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기업이 망하고 경제가 어려워진다고 국민들을 협박하여 왔다.

... 성소수자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 때문에 성소수자들이 차별을 받는 것일진대, 그러한 편견을 가진 종교 집단의 요구에 응하여 성적지향을 차별금지 사유에서 삭제하겠다는 것은 기독교계의 편견이 없어질 때까지 성소수자들의 인권은 없다고 확인한 것임에 다름이 아니다.

... 이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선언한 대한민국 헌법 제11조는 이렇게 수정되어야 할 것 같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단, 사회적 편견이 있거나 경제가 어려울 때는 예외로 한다'라고 말이다.

... 우리는 헌법상 평등권을 구현하는 제대로 된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기 위하여 그리하여 허울뿐인 인권국가가 아닌 정말로 한국 사회 모든 사람의 인권이 존중되는 인권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차별을 조장하는 법무부의 차별금지법 제정 저지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노회찬이 차별금지법에 담고자 한 기본 정신은 이후 <'국민을 위한 헌법 개정안' 정의당 개헌 시안>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2018년 1월 28일 노회찬(정의당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정의당 개헌 시안 발표 기자회견을 했다.

노회찬은 '정의당 개헌 시안'의 특징과 관련해, "기본권과 경제 사회권의 강화 방향은 제헌헌법 이래 독재권력의 개헌 과정에서 약화되고 후퇴한 내용을 원상회복하고, 민주주의와 인류문명의 발전에 따라 새롭게 제기되는 기본권을 과감하게 수용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정치권과 권력기관을 위한 개헌이 아니라 우리 헌법이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헌법으로 거듭날 수 있는데 주안점을 두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본권의 강화 가운데 하나로 '평등권의 강화를 위해 차별금지 사유를 확대'했다는 특징을 꼽았다. 

"평등권의 차별금지 조항도 확대했습니다. 성별, 종교, 인종, 언어, 연령, 장애, 지역, 사회적 신분, 고용형태 등 어떠한 이유로도 차별을 금지하고, 특히 이성애와 동성애를 가리지 않고 성적지향에 의한 차별 역시 금지할 것을 명문화했습니다. 공적 영역 및 직업, 사회적 지위 등에서 남녀의 동등한 참여와 기회보장도 적시했습니다."

정의당 개헌시안 제14조의 각 항은 이렇게 구성돼 있다.
 

정의당 개헌시안 제14조의 각 항 구성. ⓒ 정의당

 
①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다. 
② 누구든지 성별, 종교, 인종, 언어, 연령, 장애, 지역, 성적지향, 사회적 신분, 고용형태 등 어떤 이유로도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③ 국가는 실질적 평등을 실현하고, 현존하는 차별을 시정하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조치한다.

"하리수씨의 입양권은 헌법이 보장한 인간의 당연한 기본권"

"하리수씨의 입양권은 헌법이 보장한 인간의 당연한 기본권이며, 그의 결혼과 당당한 입양계획 표명은 그동안 억눌려 왔던 1200명, 많게는 4500명까지로 추산되는 트랜스젠더(성전환자)를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그들을 끌어안는 성숙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

"폭력을 행사하고 아이를 돌보지 않는 일반적인 부모보다는 아이를 원하고 사랑해 줄 준비가 이미 되어 있는 성전환자,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가족, 혹은 동성애 커플이 더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다. 입양을 간절히 원하는 하리수씨에게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그를 또 한 번 수술대 위로 떠미는 행위다."
 

2008년 3월 27일, 진보신당 연설원으로 등록한 트랜스젠더 연예인인 하리수씨가 서울 노원구 지하철 마들역 부근에서 열린 '진보신당 총선승리 선포식'에서 노회찬 후보 지지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 권우성

 
노회찬(민주노동당 17대 국회의원)은 논평을 통해 2007년 5월 결혼한 트랜스젠더 하리수씨가 입양기관을 통해 공개적으로 입양추진계획을 밝히면서 거세게 찬반양론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이어 노회찬은 "동성애자의 가족구성권은 전통적 가치나 종교적인 면에서 부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좀처럼 인권의 문제나 시민권의 문제로 여겨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다양한 가족형태에 따른 차별해소와 동성애자의 혼인, 입양 등 가족구성권을 보장하는 법제화가 더욱 더 절실하다"고 주장했다.(전홍기혜 기자, 노회찬 "하리수의 입양을 허하라": "성전환자·동성애자들의 가족구성권 인정해야", 프레시안, 2007.6.13.).

참고로, '정상가족이데올로기'란 아빠, 엄마 그리고 1~2인의 정상자녀로 이루어져있는 전형적인 가족만을 '유일한 정상가족'인 것처럼 여기는 인식을 말한다. 사회에서는 이것이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이고, 이러한 가족의 모습에서 조금 다른 형태의 가족이나 가령 기러기 아빠, 무자녀 가족, 입양가족, 동거가족, 조손가족, 동성결혼 가족과 같은 가족들을 비정상적으로 본다는 메시지를 함의하고 있다. 
 

2006년 9월 4일, 한국 최초로 이뤄진 '성전환자 실태조사 보고대회'에서 노회찬이 축사하고 있는 모습. ⓒ 노회찬재단

 
이에 앞서 2006년 9월 4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성전환자인권연대 지렁이, 성적소수문화환경을위한모임 연분홍치마,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및 개인 연구활동가들이 모여 구성한 '성전환자 인권실태조사 기획단'과 노회찬(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은 한국 최초로 이뤄진 '성전환자 실태조사 보고대회'를 개최했다. 이 보고서에서 이들은 성전환자 인권실태조사의 목적과 의미를 이렇게 밝혔다.
 
성전환자는 자신이 인식하는 몸과 성별이 사회에서 인정하는 일반적인 '남성' 혹은 '여성'과 맞지 않아서 어릴 때부터 많은 갈등과 고통을 경험하고, 그 과정에서 대부분의 성전환자는 자신이 생각하는 성별주체성에 따라 몸의 변화를 추구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성별 이분법을 강요하는 사회는 그러한 변화의 과정을 인정하거나 그저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비정상'으로 낙인찍고 차별을 가하기 때문에 교육권을 비롯한 제 권리를 박탈당하거나 사회적인 관계에서 배제되고 있다. 이렇게 주변부로 밀려난 상황에서 성전환자 이슈는 사회의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고 당사자 개개인의 문제로 감추어져 왔다. 이에, 이번 실태조사는 성전환자의 삶의 경험과 차별을 사회구조적인 측면과 함께 접근하며 그동안 보장하지 않았던 인권과 시민권을 확보해나가는 데 일조하고자 한다.

... 미디어를 통해서 사회에 성전환자의 존재가 알려진지 벌써 몇 년이 흘렀지만, 성전환자가 삶에서 어떤 경험과 차별을 경험하는지, 그것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사회가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고 책임을 느껴야 하는지 거의 논의되거나 합의된 바가 없다.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서 인식해야 하는 점은 성전환자가 겪는 어려움을 단지 자기안의 정체성 혼란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사회가 인식해야 하는 점은 성전환자 본인이 인식하는 성으로 변화하고자 하는 의지를 부정하고 막아서는 사회적인 시선과 제도적인 한계가 가진 폭력성을 재고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는 점을 인정하고 그것을 사회에서 중요한 쟁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참고로, '진보정당의 설계자·개척자'인 노회찬이 주도하고 이끈 정당의 강령을 보면, 성소수자와 관련한 다음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민주노동당 강령) "소수자가 고통받지 않고 자기의 양심과 신념대로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 것이다. 한 사회의 인권보장 수준은 그 사회의 다수자가 아닌 소수자의 입장에서 결정된다. … 성적 소수자를 비롯한 우리 사회의 모든 소수자들이 어떠한 종류의 법적, 사회적, 문화적 차별과 편견에 의해서도 고통받지 않고 이 모두가 정정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적극적인 투쟁을 할 것이다.

(진보신당 강령) "이주노동자, 이주민, 성 소수자, HIV/AIDS 감염자, 노숙인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에게 선거권·피선거권, 거주 및 이주의 권리, 가족구성권 및 각종 사회적 권리들을 보장하기 위해 실질적인 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한다."

(통합진보당 강령) "가족구성권을 보장하여 다양한 형태의 가족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고 가족 종교 학교 미디어 노동환경 내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없앤다."

(정의당 강령) "우리는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가해지는 어떠한 폭력이나 괴롭힘, 차별과 배제, 낙인과 편견 등을 없앨 것이다. 소수자 혐오 범죄를 강력히 규제하며 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할 것이다.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해 차별 없이 가족을 구성할 권리를 보장할 것이다."

기록연재 | 조현연 노회찬재단 특임이사


[6411 투명인간과 약자들의 벗 노회찬] 성소수자와 노회찬 ②로 이어집니다(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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