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5.28 06:54최종 업데이트 21.05.28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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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이 우리 곁을 떠난지도 어언 3년이 흘렀다. 그의 3주기에 즈음하여 노회찬 재단은 오마이뉴스와 함께 공동기획으로, 4월 16일부터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 [우리시대 '6411투명인간'과 '약자들의 벗 노회찬'의 정치실천: 기록으로 기억하다] 기록 연재를 시작한다.[편집자말]
(*지난 기사 [6411 투명인간과 약자들의 벗 노회찬] 이주민과 노회찬 ③에서 이어집니다)

다시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지난 기사에서 살펴본 것처럼 2019년 기준 국내 체류외국인은 불법체류자 포함해 290만 명을 넘어섰고 이 수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주민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낮은 나라로 꼽혀왔다.


전문가들과 활동가들은 이주노동자를 비롯한 이주민에 대한 제도적 차별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장은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법률간 상충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이미 있는 법의 '차별' 요소를 점검하고 들여다볼 것이다.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식이 견고해질 테고, 그럼 고용허가제 같은 차별적 제도 역시 개정될 것"이라고 말한다. 김민정 강원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도 "우리나라의 이주민 인권의식은 처참하다. 포괄적으로 차별을 아우르는 법이 없으면 사람들은 '차별'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차별금지법 제정이 '차별'에 대한 논의의 장을 열 것이며 그래서 필요하다"고 설명한다(<이로운넷>, 2021.3.5.).

대한민국 헌법 제11조 ①항은 차별금지조항으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 다문화가족지원법,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처럼 이주민을 위한 개별법도 이미 마련돼 있다. 각 법안마다 '차별받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지만, 그러나 선언적 맥락만으로 차별은 사라지지 않는다.

무엇이 차별인지, 실제로 차별을 받았을 때 그 행위를 중지시키고 피해자를 구제할 방법을 표시한 법안이 필요한 것으로, 그래야 '차별받지 않는다'는 조항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다.

차별금지법은 그것들을 모두 아우른 법안이다. 예컨대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제22조를 보면 '외국인 근로자라는 이유로 부당하게 차별하여 처우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적혀 있다. 이 조항이 차별금지에 대한 내용 전부다. 현행법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조치가 전부다. '강제'의 효과가 없고, 당사자가 무시하면 그만이다(<이로운넷>, 2021.3.5.).

2007년 12월 법무부에서 처음 발의한 이후 지금까지 정부 입법으로 발의된 차별금지법은 없다. 

"17대 국회에서 노회찬이 발의한 차별금지법은 아직도.. 이젠 달라져야 한다"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2015년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할 당시 모습. ⓒ 권우성

 
국회에서는 꾸준히 입법을 시도했다. ▲ 2008년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 등 10명 ▲ 2011년 9월 박은수 민주통합당 의원 등 11명 ▲ 2011년 12월 권영길 통합진보당 의원 등 10명 ▲ 2012년 11월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 등 10명 ▲ 2013년 2월 김한길 의원 등 51명 ▲ 2013년 최원식 민주통합당 의원 등 12명 ▲ 2020년 6월 장혜영 정의당 의원 등 10명이 차별금지법을 발의했다. 이 가운데 장혜영 의원의 법안을 제외하고 6건은 정식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노회찬·박은수·권영길·김재연 의원 안은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김한길·최원식 의원은 이례적으로 '법'을 철회했다. 철회 이후 20대 국회에서는 발의조차 안됐다.
    
2020년 5월 31일 정의당은 21대 국회 개원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당의 '3대 핵심 과제' 및 '5대 법안'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정의당은 3대 핵심 과제로 ▲ 불평등·양극화 심화 저지 ▲ 사회 공공성 강화 ▲ 차별 및 젠더 폭력 근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의당은 ▲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 전국민 고용보험제 도입 ▲ 그린뉴딜추진특별법 제정 ▲ 차별금지법 제정 ▲ 비동의강간죄 도입 등 5대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장혜영 의원은 이 자리에서 노회찬을 소환하며 의정활동의 포부를 밝혔다.

"누구도 스스로를 차별주의자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사회는 차별금지법을 이야기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고 노회찬 의원님이 17대 국회에서 발의한 차별금지법은 18대, 19대를 거쳐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발의에 필요한 10명을 모으지 못해 발의도 되지 못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차별금지법의 제정은 모두의 생존을 위한 기본전제조건이다.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우리 모두의 삶이 안전하고 존엄하도록 사회적 연결과 안전망을 강화하는 의정활동을 해나가겠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오른쪽 두번째)이 지난해 6월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1대 국회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20년 6월 14일 정의당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추진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은 차별금지법 발의 실패의 역사를 언급하며 시작됐다.

"2008년 5월 29일(17대 국회 종료일), 2012년 5월 29일(18대 국회 종료일) 그리고 2016년 5월 29일(19대 국회 종료일). 모두 '차별금지법'이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도 되지 못한 채 '임기 만료 폐기'된 날짜입니다. 2013년 4월 24일. 발의된 지 불과 두 달여 만에 현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발의 법안이 반대 여론에 못 이겨 '철회'된 날짜입니다. '불평등'과 '차별'의 문제를 해결하고 대변해야 할 국회가 써내려온 부끄러운 역사입니다."

2020년 6월 29일 21대 국회에서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다시 대표 발의했다. 법안에는 차별금지 유형으로 성별, 장애, 나이,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등 23개 항목이 열거돼 있다. 법안을 함께 발의할 의원을 모으는 일조차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장혜영 의원은 "21대 국회에 계시는 모든 의원이 차별 반대에 동의할 것이고 그렇다면 법안 발의에 동참할 수 있다고 생각해 개별적으로 연락했다. 누구도 불필요하거나 동의할 수 없다고 말하지 않았지만, '지금 참여하기는 어렵다', '미안하다'고 말한 의원들이 많았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한겨레, 2020.6.30.).

장혜영 의원의 법안은 9월 21일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됐다. 전체회의에 상정되면 토론과정을 밟고 소위원회에 회부되는 게 보통이다. 회부 이후에도 상임위 축조심사, 찬반토론, 표결 등을 거쳐야 본회의에 올라간다. 법사위 회의록을 살펴보면 장혜영 법안은 제안설명만 했고 이후 절차를 어떻게 하겠다는 논의는 없었다. 이는 여야 법사위원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에 별 관심이 없다고 해석할 수 있다.

정치란 무엇인가
 

장혜영 의원실에 놓인 차별금지법 제정 관련 포스터 ⓒ 노회찬재단

  
국가인권위원회가 2020년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한 국민인식조사(4월 22일~27일) 결과를 보면 88.5%가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종교단체 등이 주로 공격해온 '성적 지향·정체성' 항목과 관련해서도 응답자의 73.6%는 "동성애자, 트랜스젠더 등과 같은 성소수자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존중받아야 하고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한국 사회가 차별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의견이 모였다. 응답자의 72.4%는 지금과 같은 수준의 대응을 이어갈 경우 사회적 갈등이 심해질 것이라고 답했다. 81.4%는 차별이 범죄까지 유발할 것이라고 답했다. 구체적인 대책을 묻는 질문에선 '국민인식 개선 교육·캠페인 강화'(91.5%), '인권·다양성 존중 학교교육 확대'(90.5%), '차별 금지 법률 제정'(88.5%) 등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나왔다. 특히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찬성 의견은 성별, 나이대, 지역을 가리지 않고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박윤경 기자, 인권감수성 높인 '코로나의 역설'…88%가 "차별금지법 찬성", 한겨레, 2020.6.24.).

이와 관련해 코로나19 사태가 차별과 혐오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를 넓혔다는 해석도 나왔다. 응답자의 91.1%는 최근 코로나19 국면에서 '누군가를 혐오하는 시선·행위가 결국은 (나 자신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생각을 해봤다고 답했다.

코로나19라는 '비상사태' 속에서도 서로간 증오를 부추기며 소모적인 정쟁만 일삼는 오늘의 21대 국회와 여야, 이들의 시선에는 차별과 혐오에 대한 확장된 국민적 공감대는 들어오지 않는가 보다.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정치를 통해서만 사회가 변화할 수 있습니다"는 것을 강조해온 노회찬. 2017년 1월 17일 '[신영복 1주기 추모기획: 만남] 신영복의 글을 만나다'를 통해 노회찬은 신영복 선생이 쓴 '정치'에 대한 글을 읽는다. '정치란 우리의 삶이 억압당하지 않고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일이며, 평화와 소통과 변화의 길'이라는 말의 뜻을 되새기며 오늘의 이야기를 마친다( https://youtu.be/_UK-uYrscb8 ).

"수신제가치국(修身齊家治國)의 궁극적 목표가 평화로운 세상(平天下)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평화(平和)란 글자 그대로 화(和)를 고르게(平) 하는 것이다. 화(和)의 의미가 쌀을 먹는 우리의 삶 그 자체라면 정치는 우리의 삶이 억압당하지 않고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정치가 평화의 실현이라는 의미를 다시 생각하는 까닭은 오늘의 정치적 현실이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 우리가 짐지고 있는 고통이 무겁고 질긴 것이 사실이지만 바로 그 엄청난 무게 때문에 머지않아 '평화와 소통과 변화'라는 새로운 정치 전형(典型)의 창조로 꽃필 수 있기를 바란다. (…) 정치란 무엇인가. 평화와 소통과 변화의 길이다."


기록연재 | 조현연 노회찬재단 특임이사

(* 다음 기사 '장애인과 노회찬'은 6월 1일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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