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5.25 09:03최종 업데이트 21.05.25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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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이 우리 곁을 떠난지도 어언 3년이 흘렀다. 그의 3주기에 즈음하여 노회찬 재단은 오마이뉴스와 함께 공동기획으로, 4월 16일부터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 [우리시대 '6411투명인간'과 '약자들의 벗 노회찬'의 정치실천: 기록으로 기억하다] 기록 연재를 시작한다.[편집자말]
노회찬은 진보정의당 당대표 취임사(2012.10.21.)와 당대표 퇴임 고별사(2013.7.21.)에서 "6411번 버스를 아시나요?"라며 투명인간 분들을 구체적으로 호명한다. 이번 글에서는 '이주민'과 관련한 노회찬의 이야기와 그들의 '지금·여기' 삶의 현주소를 하나씩 살펴보기로 한다. - 기자말   

노회찬과 이자스민 ⓒ ytn캡처

  "이주민에게도 정의당은...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정당" 

"노회찬 의원은 '6411번 버스는 구로, 대림, 영등포를 지나 강남으로 간다'는 말씀을 하셨다. 구로 대림 영등포에는 서울에서 가장 많은 이주민이 살고 있다. 심상정 대표 말씀처럼 같이 사는 주민인데 존재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주민에게도 정의당이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정당'일 수 있다."


2019년 11월 11일 이자스민 전 국회의원이 정의당에 입당하면서 한 말이다. 그는 "노회찬의 '6411번' 버스를 기억한다"며 "대한민국에는 250만 명의 이주민이 살아가지만, 6411번 버스를 이용하는 이주민의 보편, 기본적 권리에 아무도 이야기 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다. 제가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고맙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필리핀 마닐라 출신인 이자스민은 한국인 배우자와 결혼하며 귀화한 뒤 서울시 외국인생활지원과 주무관, 다문화네트워크 '물방울나눔회' 사무총장 등을 지냈다. 영화 <완득이>(2011)에서 주인공인 완득이 엄마로 출연해 얼굴을 알린 이후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당선돼 '대한민국 최초의 귀화인 국회의원'으로서 19대 국회에서 의정활동을 했다. 2020년 현재 한·필 헤리티지문화교육협회(FILKOHA) 대표, 한국문화다양성기구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정의당에서는 이주민인권특별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차별금지법' 대표 발의,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

"우리나라 인구의 4~5% 정도가 이주민이지만 아직 우리 사회에서 약자다. 경험, 문화 여러 가지에 있어 차별적 요소가 작용한다. 심각하게 차별적인 발언, 혐오 발언이 많아졌다는 부분에 대해서 안타깝고 아쉽게 생각한다. 사회 모든 구성원이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해야 할 숙제다. 난민도, 이주민도, 소수자도 구성원으로서 권리를 지킬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겠다." - 이자스민 (2019.11.11. 정의당 입당식에서)
  
2003년 1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차별금지법' 제정 방침을 공식화했다. 2006년 7월 국가인권위원회는 20개의 차별사유를 적시한 차별금지법안을 노무현 정부에 권고했다. 2007년 10월 2일 법무부는 인권위원회 권고안을 수정한 차별금지법안을 입법예고했다. 2007년 10월 31일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차별금지법안의 차별금지 대상에서 '성적지향'을 비롯하여 '학력,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병력, 출신국가, 언어, 범죄 및 보호처분의 전력' 등 7개 항목이 삭제되었다. 이어 2007년 12월 노무현 정부는 '차별금지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노회찬은 정부안에 반대하며 17대 국회 임기가 끝나기 직전인 2008년 1월 28일 국회의원 가운데 처음으로 차별금지법을 대표 발의했다. 노회찬이 정부안을 반대한 이유는 7개 항목의 삭제와 함께, 국가인권위원회의 2006년안에 포함돼 있던 시정명령권과 이행강제금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등이 빠져 있어 실효성이 없다는 것 때문이었다.

노회찬은 법안 제안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언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출신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전과,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학력, 고용형태, 사회적신분 등을 이유로 한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예방하고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차별을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는 포괄적이고 실효성 있는 차별금지 기본법을 제정함으로써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평등을 추구하는 헌법 이념을 실현하고, 실효적인 차별구제수단들을 도입하여 차별피해자의 다수인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신속하고 실질적인 구제를 도모하고자 함."

노회찬의 차별금지법 1조는 이렇게 돼 있다.
 
"이 법은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하고, 차별로 인한 피해를 효과적으로 구제하며, 차별을 예방함으로써 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실현함을 목적으로 한다."
 
노회찬의 대표 발의안은 2008년 5월 17대 국회 임기 만료에 따라 자동 폐기되고 말았다.

10년 뒤인 2018년 1월 28일 정의당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위원장 노회찬은 <국민을 위한 헌법 개정안> 정의당 개헌 시안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의당 개헌 시한 발표 ⓒ 정의당

 
노회찬은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헌법으로 거듭날 수 있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면서 "기본권과 경제 사회권의 강화 방향은 제헌헌법 이래 독재권력의 개헌 과정에서 약화되고 후퇴한 내용을 원상회복하고, 민주주의와 인류문명의 발전에 따라 새롭게 제기되는 기본권을 과감하게 수용하였다"고 강조했다.

기본권의 확대 강화와 관련해서는 "평등권의 차별금지 조항도 확대했다. 성별, 종교, 인종, 언어, 연령, 장애, 지역, 사회적 신분, 고용형태 등 어떠한 이유로도 차별을 금지하고, 특히 이성애와 동성애를 가리지 않고 성적지향에 의한 차별 역시 금지할 것을 명문화했다. 공적 영역 및 직업, 사회적 지위 등에서 남녀의 동등한 참여와 기회보장도 적시했다"고 밝혔다. 

노회찬의 '수돗물 철학'과 이주노동자(이주민)의 권리 보장

2004년 9월 22일 <인권실천시민연대> '23차 수요대화모임'에서 노회찬은 "4.15 총선 직후 <뉴욕타임스>에서 한국사회가 전반적으로 왼쪽으로 이동했다는 평을 했다. 열린우리당의 과반의석 차지와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만을 놓고 볼 때 틀린 얘기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UN에 가입되어 있는 181개국 중 아직도 한국사회는 가장 오른쪽의 나라일 것이다"면서 국가보안법, 노동3권, 헌법 보장 기본권 등과 함께 이주노동자 문제를 예로 들면서 이렇게 말했다.
 

2004년 9월 22일 <인권실천시민연대> ‘23차 수요대화모임’에 참석한 노회찬 ⓒ 노회찬재단

 
"이주노동자 문제도 한국사회의 특성을 말해준다. 다른 어떤 나라보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심해 심지어 '인종차별'을 운운할 정도다. 화교가 정착하지 못한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제 인권을 군사독재시절에 유린되고 탄압받던 권리만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권리들을 되찾는 것으로 확대한다면 이를 위해 한국사회는 보다 왼쪽으로 가야 한다. 사회적 약자들의 문제, 이주노동자의 문제, 돈으로 인한 차별 등이 해결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이어서 노회찬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 '수돗물 철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 우리사회에는 '수돗물 철학'이 필요하다. 수돗물은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나 적게 버는 사람이나 기본적인 비용만 부담하면 누구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수돗물이 이렇게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것은 세금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돗물을 생산원가보다 싼값에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보다 많이 부담하고 있는 세금으로 충당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소득 재분배의 원리이고, 수돗물을 마시는 것으로 재분배가 이뤄지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돈이 없어서 물을 마시지 못해 죽는 것을 용인할 수 없다는 원칙이 있는 것이다. 이것이 '수돗물 철학'이다.

그런데 이미 재분배되고 있는 물과 공기 외에도 교육과 의료, 주택 등 인간답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기반들에도 수돗물 철학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교육비의 본인 부담율이 높아지고 사교육의 확장으로 부가 부를 세습하고 가난이 가난을 세습하는 지금의 구조는 바뀌어야 한다. 교육이 공공서비스로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제공되었을 때 비로소 기회의 균등이 생긴다. 이는 의료와 주택도 마찬가지다."


노회찬은 우리 사회 인권문제의 세 가지 해결책을 제시하면서 발표를 마무리했다.

"우리 사회의 인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론적으로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구시대 유물인 국가보안법, 사회보호법 등을 철폐하는 것이다. 둘째, 적극적으로 보장되지 않아서 문제인 장애인 이동권, 성소수자 인권, 이주노동자의 권리 등이 보장되어야 한다. 셋째, 수돗물 철학의 적용범위를 넓혀내야 한다."

수돗물 철학과 관련해 노회찬은 다른 자리에서 이렇게 설명하기도 했다.

"아프리카 일부 나라에서는 수돗물이 공급되지 않아 돈 있는 사람은 유럽에서 물을 사다먹고 없는 사람들은 그냥 더러운 하천물을 먹는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질병도 많이 걸리고 문제가 많이 발생하지요. 그래서 UN에선 이러한 국가들의 상수도 사업에 주력을 합니다. 그러나 대다수의 나라에서 수돗물은 그냥 공급됩니다. 수돗물은 상품이 아니라 서비스로 공급되는 것입니다. 돈 없어서 물 못 먹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다는 거지요. 그걸 수돗물의 철학이라고 합니다." (민주노동당 은평지역위 초청 강연, 2004. 12.18.)

"물 마시는 데도 철학이 있다. 수돗물과 생수는 같은 물이지만 전혀 다른 사회적 성격을 가진다. 생수는 이익을 위한 상품이지만 수돗물은 소득의 재분배를 실현하기 위한 공공재이기 때문이다." (한양대 강연, 2007.3.20.)


기록연재 | 조현연 노회찬재단 특임이사

[6411 투명인간과 약자들의 벗 노회찬] 이주민과 노회찬 ②로 이어집니다(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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