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5.21 09:42최종 업데이트 21.05.21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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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이 우리 곁을 떠난지도 어언 3년이 흘렀다. 그의 3주기에 즈음하여 노회찬 재단은 오마이뉴스와 함께 공동기획으로, 4월 16일부터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 [우리시대 '6411투명인간'과 '약자들의 벗 노회찬'의 정치실천: 기록으로 기억하다] 기록 연재를 시작한다.[편집자말]
노회찬은 진보정의당 당대표 취임사(2012.10.21.)와 당대표 퇴임 고별사(2013.7.21.)에서 "6411번 버스를 아시나요?"라며 투명인간분들을 구체적으로 호명한다. 이번 글에서는 '노인'과 관련한 노회찬의 이야기와 그들의 '지금·여기' 삶의 현주소를 하나씩 살펴보기로 한다. - 기자말 

(*지난 기사 [6411 투명인간과 약자들의 벗 노회찬] 노인과 노회찬 ②에서 이어집니다.)

'세상을 바꾸는 약속' '약속을 바꾸는 세상'... 노회찬의 진박 선언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2012년 18대 대선과 정부 출범 이후 '국민이 행복한 사회'를 이루기 위한 사회보장 정책 방향으로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를 제시했다. 그 가운데 '편안하고 활력있는 노후생활 보장' 과제는 든든한 노후 소득보장체계를 구축해 행복한 노후를 위한 국가적 지원 체계를 만드는 방안이다.


이에 따라 추진된 실천 과제로는 ▲노인빈곤 완화를 위한 기초연금 도입 ▲국민연금 제도개선을 통한 사각지대 완화 ▲다양한 욕구에 부합하는 맞춤형 노인 일자리 제공 ▲노후설계 서비스 활성화 ▲치매 예방기반 및 조기발견 강화 ▲간병부담 완화를 위한 치매가족 지원 등이 있었다.

2012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어르신들의 행복한 노후가 될 수 있도록 국가가 일하는 것이 당연한 책무"이자 "노령사회가 되면서 노후를 어떻게 하면 행복하고 보람차게 보낼 수 있는지가 국가적인 큰 과제"이고 "노후 불안 없이 편안하게 모시는 것이 정책의 근본정신"임을 강조했다. 
 

2012년 4월27일 새누리당 경남도당에서 열린 '경남총선공약실천본부 출범식'에 참석한 당시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윤성효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2012년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를 제시했다. ⓒ 새누리당

 
박근혜의 약속과 공약만 보면 대한민국은 '노인을 위한 나라'가 될 수도 있겠다 싶은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60대 이상의 유권자층이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데에는 이런 공약에 대한 기대감도 꽤 작용했었을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최선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국가의 실종 속에서, 이른바 '희망고문'이 노인들의 삶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편안하고 활력 있는 노후생활'이라는 박근혜 정부 목표와, 2017년 1월 현재 175만 명의 노인이 생계유지를 위해 폐지 수집에 나서게 하는 비극적 상황 사이의 간극은 하나의 단면에 불과했다. 

노회찬이 신랄하게 비판한 것이 바로 이 지점이었다. 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두고 진행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2013.2.8.)에서 노회찬은 두 가지 질문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 문) 박근혜 당선인은 복지 관련 공약도 많이 내놨다. 그러나 실현은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많은데….

- 답) 다운사이징(소형화)이 필요하다. '더 많은 복지'보다 '지속가능한 복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의 복지 공약은 현재의 조세제도를 유지한다는 전제하에서는 100% 이행이 불가능하다. 증세(增稅) 없이는 못 한다. 그래서 할 것과 안 할 것을 나눠야 한다.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적(인기영합주의적) 정책은 나도, 민주통합당도, 박 당선인도 공약했다고 본다. 공약의 우선순위를 정해 못 할 것에 대해서는 솔직히 사과하고 복지의 우선순위나 규모에 대해 수정할 부분이 있다면 야당과 국민의 동의를 구하면 된다.

- 문) '증세 없는 복지 재원'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데...

- 답) 소득 양극화를 내버려두고 복지로만 해결하려 하면, 하느님이 와도 (해결) 못 한다. 병을 줄이지 않고 약값만 대주는 건 '병 주고 약 주고'다. 더 많은 복지가 좋은 게 아니라 복지 수요 자체를 줄여야 한다. 박 당선인의 복지 공약이 잘 실현되려면 일자리와 복지가 함께 가야 한다. 돈을 나눠주는 게 아니라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2007년 5월 30일 당시 박근혜 전 대표와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서울 광장동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 2007' 개막식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복지재정 확충과 관련해, 2017년 11월 9일 노회찬은 '법인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안했다. 주요 내용은 '과세표준의 기준금액을 2억 원 이하, 2억 원 초과 20억 원 이하, 20억 원 초과로 하고, 각각의 과세표준에 해당하는 세율을 10%, 20%, 25%로 조정'한다는 것으로 "이명박 정부의 감세 이전으로 법인세를 원상회복함으로써, 저출산‧고령화 현상으로 인해 급증하는 복지재정 확충에 기여하고, 기업의 적정한 조세부담을 통해 기업소득과 국민소득 간의 과세 불공평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제안이유는 이랬다.

"우리나라의 국민총소득에서 기업소득의 비중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임. 최근 기업소득의 비중은 늘어나고 가계소득의 비중은 줄어들고 있으나, 기업소득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법인세수는 그만큼 늘어나지 않고 있음."

"현행 법인세 최고세율은 22%(지방세포함 24.2%)로 OECD 주요국가에 비해 낮은 수준이며, 법인세 유효세율 역시 선진국과 개도국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평가됨. 그동안 기업의 투자와 고용 창출을 유도한다는 미명하게 법인세를 인하했으나, 법인세 감세의 혜택이 집중된 대기업을 위주로 사내유보가 늘어나면서, 투자와 고용 창출로 이어지지 않고 과잉‧중복 투자, 경제력 집중 등의 폐해가 나타나고 재정적자로 인해 재정 건전성만 훼손되고 있음."


박근혜 대통령 취임 1주년에 즈음해 2014년 2월 21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한 노회찬은 이렇게 비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대선 공약집 제목이 '세상을 바꾸는 약속'이었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박 대통령이 이뤄낸 것은 세상을 바꾸는 약속이 아니라 '약속을 바꾸는 세상'이었다. 주요 공약들이 여전히 지켜지지 않거나 심하게 훼손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2주년 차에 바로잡아야 할 가장 큰 과제다. 지난 1년 동안 박 대통령이 이뤄낸 것은 '세상을 바꾸는 약속'이 아니라 '약속을 바꾸는 세상'이지 않았냐."

2013년 1월 15일 노회찬이 트위터에 올린 것처럼, 박근혜 당시 후보의 대표적인 약속 위배 공약 중 하나가 노인연금 문제였다.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20만 원씩 기초연금 주겠다는 공약을 믿고 표를 던진 분들에겐 마치 그랜져 샀는데 소나타가 배달된 격입니다. 환불조치가 필요합니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이 그리고 박근혜 정부는 이렇게 약속했다. 

"안정적 노후생활을 위해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한 국민행복연금을 도입합니다. 연금이 도입되면 그동안 노후보장의 사각지대에 있던 무연금자에게도 혜택이 돌아갑니다. 어르신 일자리가 연간 5만 개 확충되고 보수도 월 20만 원에서 30만∼40만 원으로 늘어나고, 고용 기간도 7개월에서 10∼12개월로 확대됩니다."

이와 관련해 '노유진의 정치카페'는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약칭 '내만복') 운영위원장을 초청(2014.7.4.)해 이야기를 나눴다.     
 

노유진의 정치카페 '박근혜, 약속을 바꾸는 세상'편. ⓒ 유튜브화면갈무리

 
이른바 박근혜 정부의 '국민행복연금'에 대해 오건호와 '내만복'은 2013년 대통령을 검찰에 고발했다. 고발한 이유는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 전에 선거운동 과정에서 이미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는 것이었다. 주겠다고 하고 안 준 게 아니고, 안 줄 걸 줄 것처럼 이야기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회찬은 이런 비유를 들었다.

"예를 들면 바나나 우유에 바나나가 들어 있지 않다는 걸 아는 거예요. 그러면 바나나 맛 우유라고 이야기해야 하는데, 바나나 우유라고 하는 걸 그냥 내버려둔 겁니다."

20대 총선을 앞둔 2016년 2월 5일 <한겨레TV> 시사탐사쇼 '김어준의 파파이스'에 출연한 노회찬은 '노회찬 진박선언'을 소리높여 외치며 꼬집었다. 

"4.13 총선 공약 중 최대 5개의 공약은 박 대통령이 지키지 않은 좋은 공약들만 추려서 내걸겠다. 진짜 '진박'이 누구냐, '진박' 되려면 이 정도는 해야 한다. 노회찬 진박 선언이다."

"대통령 공약집 중에서 가장 잘 만든 공약집이 박근혜 대통령 공약집이에요. '세상을 바꾸는 약속'. 제 아주 애독서에요. 제가 이게 한 권밖에 없는데 두 권이 있었으면 한 권을 보내드리고 싶어요. 본인이 안 읽어본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책을 다시 낸다면 제목을 바꿔야 돼요. '약속을 바꾸는 세상'으로, 솔직히 정치인들의 약속, 대통령의 약속, 안 지켜지는 것들이 있잖아요. 그런데 스스로의 약속을 안 지키는 대통령은 많았지만, 자신의 약속을 반대로 위배하는 대통령은 처음이에요."


'세상을 바꾸는 약속'에서 '약속을 바꾸는 세상'으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세상을 바꾸는 약속 투어'를 통해 '통합 대통령', '민생 대통령', '약속 대통령'이 되겠다는 다짐과 함께, "산업화와 민주화 세력의 화해를 통해 과거의 아픈 역사를 치유하고, 이념과 세대, 정치 세력간 갈등을 넘어, 희망찬 미래로 국민 모두가 나아갈 수 있는 대통합의 나라를 만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했다.

박근혜 정부 통치의 결과는 천명한 약속이나 의지와는 달리 '분열 대통령', '민생 파탄 대통령', '약속 파기 대통령'으로 귀결되었다. 세대 문제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실 개인과 집단을 막론하고 이해관계가 다르고 서로간의 요구가 충돌되는 상황에서 다양한 갈등의 구조들이 만들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지역과 성별, 학력이나 사회계층 또는 계급, 그리고 이념과 세대 등에 따른 균열의 요인들은 오래 전부터 사회적 갈등의 주요한 요인으로 꼽혀왔다.

세대 갈등에 주목해 볼 때, 세대란 같은 시기에 특정한 역사적 사건을 공유하며, 사고방식이나 생활방식에서 공통점을 지니는 등 특정한 집단적 정체성을 갖춘 동일 연령대 집단을 일컫는다. 특정한 세대에 속하는 세대귀속성과 세대들 간의 구별은 계층, 젠더와 더불어 우리가 사회적 정체성을 인식하는 기본 범주라고 할 수 있다. 한국사회의 세대간 인식 및 가치관의 차이는 적지 않으며 세대간 정체성 또한 뚜렷하다고 할 수 있다. 

세대 문제와 관련해 특히 주목하고 경계할 것은, 박근혜 정부에 들어와 세대간 균열과 갈등이 한층 심화되고 첨예화되었다는 사실이다. 박근혜 정부는 대선 공약인 노인연금(기초연금)도 깨고 공적연금 강화를 방해하기 위해 아예 노인빈곤 문제, 미래소득 보장 문제를 세대간 갈등을 통해 정쟁의 도구로 삼았다. 당시 청와대와 친박계 국회의원들이 "국민연금과의 연계는 명백한 월권"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나섰다. 청와대 홍보수석은 1702조원이라는 조작된 수치를 제시하며 '세금 폭탄론'을 주장하고 나섰다.

연금 관련 주무부처인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의 경우는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한다'는 여야 합의안에 대해 '세대간 도적질'이라는 선동으로 노인들을 도적으로 몰고가면서 세대간 갈등을 조장하기까지 했다(조현연·김정석, 박근혜 정부의 '다원적 두 국민 전략'과 세대갈등, 비판사회학회, 경제와 사회, 2016년 여름호). 

일자리 문제에 있어서도 박근혜 대통령은 노동시장 개혁과 관련해 "생존을 위한 필수전략"이자 "세대간 상생을 위한 시대적 과제"라고 언급하면서, '청년실업은 기성세대 책임'이라는 논리를 내세우며 의도적으로 세대간 갈등을 조장했다. 일자리의 경우는 사실 모든 세대에 해당하는 문제다. 따라서 어느 특정 세대와 특정 세대 간의 긴장으로 읽어내기보다 세대간의 갈등과 동시에 세대내의 갈등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 

'세대간 갈등'과 관련해 KBS 뉴스('대선 1주년, 통합으로 가는 진통', 2013.12.19.)에 출연한 노회찬은 이렇게 이야기를 나눴다.
 

2013년 12월 KBS 뉴스('대선 1주년, 통합으로 가는 진통')에 출연한 노회찬 ⓒ KBS

 
- 문) 세대 갈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답) "저는 그렇게 세대 갈등이 심하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이념적 차이나 갈등이 너무 과대포장되고 과도하게 부추겨지는 측면은 있습니다. 그것이 밖에서 볼 때는 세대간 갈등으로 비춰지기도 하는데 사실 젊은 세대들이 힘든 거나 또는 우리 노인층 자살율이 보여주듯이 노인들이 힘든 거나 다 힘든 거거든요. 그래서 세대 간의 그렇게 큰 갈등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 사회의 다양한 요구나 이해관계를 갖다가 제대로 조정해내지 못하고 통합해내지 못한 정부와 정치권의 문제가 더 크다고 봅니다."

- 문) 우리 정치권이 갈등을 치유하는, 의견을 모으는 기능이 매우 약해졌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 답) "예 그건 지금 드러난 현상을 그대로 지적한 것이라 생각되고 또 갈등이 있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닙니다. 갈등이 없는 곳이 어디 있겠습니까? 다만 있는 갈등을 어떻게 해소하느냐 해결하느냐의 문제인데 이걸 해결하는 데 있어서 너무 극한적인 대립을 하고 있는 게 최근의 특징이기도 하고, 또 어차피 칼자루를 쥔 것은 대통령이자 집권여당입니다. 그런데 정부와 여당이 칼자루를 쥔 쪽에서 너무 경직된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게 아니냐는 거죠.

- 문) 세대 간의 갈등에서 기성세대가 특히 정치권으로 대표되는 기성세대가 젊은이들에게 뭔가 해법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 답) "그렇죠. 그 해법을 젊은층에게 마련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앞뒤 순서가 잘못됐다고 보여지구요. 그리고 기성세대들 중에서도 지금 먹고 살기 위해서 자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서 힘들게 살아가는 분들도 사실 그 대안을 마련하는 주체는 아닙니다. 대안 마련하겠다고 권력을 달라고 했던 사람들, 각종 선거에 나가서 당선되려고 했던 사람들, 그리고 당선된 사람들 이런 분들이, 여야 정당들이, 정치권이 책임질 문제인 것인데...

그런데 지금 국회는 뭐하고 있습니까? … 첫 단추를 잘 꿰야 그 다음 단추도 꿰질 수 있습니다. 근데 첫 단추는 사실은 대통령이 꿰야죠, 그리고 여당이 책임져야죠. 근데 첫 단추를 집권도 하지 않은 야당이 꿸 수는 없는 것이고... 시간은 대통령 편이 아니라고 봅니다. 시간이 갈수록 상황은 악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1년에 즈음한 지금쯤은 대통령이 큰 결단을 내려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봅니다."


기록 연재 | 조현연 노회찬재단 특임이사

[6411 투명인간과 약자들의 벗 노회찬] 노인과 노회찬 ④로 이어집니다(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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