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5.11 07:49최종 업데이트 21.05.1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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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원인 바이러스는 박쥐에게서 매개체를 거쳐 사람에게로 전이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 unsplash

 
코로나19 원인 바이러스는 박쥐에게서 매개체를 거쳐 사람에게로 전이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발생했던 사스와 메르스, 에볼라 등 악명 높았던 전염병들 역시 박쥐에게서 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쥐는 지금도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다양한 병원균의 저장소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따라서 한편으로는 박쥐에게서 새로운 병원체가 인간에게로 전이되는 것을 막을 방법을 논의해 왔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렇게 여러 병원균에 대해 높은 면역력을 갖고 있는 박쥐에 대해 연구해 왔다.


코로나19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세계적으로 물적·인적 자원의 교류가 활발한 현대의 팬데믹은 병원균의 전파 속도와 방역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타격의 무게가 대단하다. 그런 만큼 앞으로 올 팬데믹을 대비하는 데에 초점이 모인다. 3월 말 한국을 포함한 20여 개국 정상들이 팬데믹 국제조약을 제안하며 초국가적인 대응을 견고히 해야 한다고 한 것이 좋은 예다.

새로운 병원체 발생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는 박쥐와 같은 잠재적 병원체의 근원지에서 인간에게로 균을 전이시키는 고리가 되는 다양한 야생동물 종들을 어떻게 통제할지에 대한 논의가 있다. 야생동물의 거래와 그 공급망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그 예다.

새로운 병원체의 요람
 
어디서든 새로운 질병이 나타날 수 있다. 많은 연구자들은 (특히) 생물다양성이 위협받고 있는 열대우림이 위험성을 가진 새로운 병원체의 요람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파수병들(The sentinels)'이라는 제목의 4월 30일 자 <사이언스> 기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브라질의 열대우림에서 한 연구팀이 동물에서 인간에게로 전염될 수 있는 병원체를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전했다.

많은 연구자들은 열대우림이 병원체의 저장소일 거라고 보고 있다. 그래서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열대우림에 들어가 새로운 병원체를 접촉할 가능성을 높이는 일을 멈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에 더해 새로운 병원체가 발견되었을 때 즉각 반응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과 대응 체계를 갖추도록 하는 움직임도 있다. <사이언스>지 기사에서 소개하는 브라질 마나우스 시(市)의 연구팀이 하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브라질 아마조나스 연방 대학의 생물학자 마르셀로 고르도(Marcelo Gordo)와 수의사 알레산드라 나바(Alessandra Nava) 등이 함께하는 연구팀은 로드킬과 같은 이유로 죽은 열대우림의 여러 동물 종들을 시 당국으로부터 인계 받아 사체에서 검체를 채취한다. 채취한 검체들은 피오크루즈 아마조니아 바이오뱅크(Fiocruz Amazônia Biobank)로 보낸다. 브라질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인 오스왈도 크루즈 재단(Oswaldo Cruz Foundation)에 속한 이 바이오뱅크에서는 검체 속에 기생충과 바이러스, 기타 감염원이 될 만한 것들이 있는지 검사한다.

지금까지 수집된 동물들은 40여 종인데 대부분 인간에게 질병을 옮기는 것으로 알려진 원숭이, 박쥐, 설치류와 같은 포유류들이다. 그 외에 이 동물들을 매개체로 인간에게 전염병을 퍼뜨릴 가능성이 있는 곤충들도 있다. 사체를 통한 검사 말고도, 연구팀은 열대우림의 일부이자 도시 중앙에 위치한 공원에 미끼를 넣은 케이지(cage)를 설치해 지나가는 야생동물들을 유인하고 검체를 채취한 후 방사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

 

2016년 1월 지카 바이러스 대유행을 경고하는 CNN 뉴스 ⓒ CNN

 
이 실험실의 부책임자인 펠리페 나베카(Felipe Naveca)는 이 같은 모니터링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예로 지카(Zika) 바이러스를 언급한다. 숲모기에서 유래한 지카 바이러스는 원숭이를 매개체로 사람에게 전이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47년 아프리카에서 처음 확인되었는데 이후 사망자를 크게 내지 않고 감지되지도 않은 채로 수십 년간 전파가 진행되었다. 2013년 오세아니아에서 비로소 여러 지역 감염으로 나타났고, 이로부터 18개월 후에는 라틴 아메리카에서 광범위하게 전염병으로 유행했다.

2015년 미국에서도 수십 건이 보고되었는데 2016년에는 무려 5천 건 이상으로 증가했다. 브라질 보건당국은 2015년 10월부터 2016년 1월 사이 지카 바이러스와 연관된 3500명 이상의 소두증 사례를 보고했는데, 전문가들은 모체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신생아 소두증이나 사망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아직 크게 확산되지는 않았지만 우려되는 바이러스들을 모니터링 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나베카는 말한다. 예를 들어 열과 두통, 관절통 등의 증상을 일으키고 지금까지 30여 곳 이상에서 발생해 50만 명 이상의 환자를 기록한 오로퓨스(Oropouche) 바이러스가 있다. 처음 확인된 것은 1955년이었는데 이후 남아메리카의 여러 곳으로 확산했다. 병원체가 유래한 곤충의 서식지가 미국 북부 지역을 포함하고,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호주 등에 서식하는 남부 집모기(southern house mosquito)도 이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잠재적 위험이 크다고 보고 있다.

또 한 가지는 독감 증상을 일으키는 마야로(Mayaro) 바이러스인데 증상으로는 다른 질병들과 구분하기 어려운 만큼 진단되지 않은 채로 전파되기 쉽다. 따라서 언제라도 브라질이나 근처 지역에서 대형 지역감염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여러 과학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잠재적 위험 바이러스들

도로 포장, 도시화, 농장 개간 등을 위한 산림파괴로 인간과 야생동물 간의 거리가 계속 좁아지면 다른 동물 종들에게 퍼져있던 병원체가 인간에게로 옮겨 올 가능성이 커진다. 물론 인간들이 야생동물들에게 병원체를 전이시키는 일도 마찬가지다. 피오크루즈 아마조니아 재단의 연구팀이 모니터링하고 있는 브라질 마나우스 시 열대우림의 경우 이런 위험이 매우 큰 지역 중 하나다. 전 세계 1400여 박쥐 종 중에서 12%가량이 아마존 우림에 살고 있을 뿐 아니라 이곳에 사는 원숭이들과 설치류들도 잠재적 위협이 된다.

2016년 이 연구팀은 산림 파괴 정도가 다른 숲들을 대상으로 그곳에 서식하는 박쥐들을 조사했다. 그 결과 산림 파괴가 덜 할수록 더 적은 수의 박쥐가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감염원인 바이러스의 종류도 더 적었다. 무차별한 산림 개발이 새로운 전염병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결과다.

현재 브라질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Bolsonaro)의 친기업 정책은 브라질 열대우림의 파괴를 촉진하고 그로 인한 감염병 위험을 더 키우고 있다. 그의 임기가 2년 가까이 남은 상황에서 이를 당장 멈추기는 어려울 거라고 연구팀은 이야기한다.
 

브라질 아마존 열대우림에 대형산불이 난 모습. 2019.8.27 ⓒ 연합뉴스=EPA

 
그런 만큼 새로 발견되는 병원체에 대한 모니터링은 더욱 중요해졌지만, 이 같은 작업은 현재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중단된 상태다. 마나우스는 지난 여름과 올해 초 코로나19가 무섭게 전파된 곳으로 도시 인구당 사망자 숫자가 세계에서 가장 높았다.

죽은 동물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야생동물들에게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감염시킬 우려가 있어 지난 1년간 모니터링 팀은 현장 작업을 할 수 없었다. 연구팀은 다양한 모니터링 작업을 조만간 재개할 계획을 갖고 있다. 다만 현재 진행형인 코로나19 팬데믹의 전개 양상이 여기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야생동물에게서 인간으로 전이되는 질병을 연구하는 미국 프린스턴 대학의 생물학자 앤드류 돕슨(Andrew Dobson)은 이들의 모니터링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한다.
 
이것은 자원이 한정적이고 과학에 대한 정부 입장이 매우 부정적인 나라에서도 새로 등장하는 바이러스에 대한 모니터링 체계를 세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희망적인 메시지다. 아마존을 위시한 세계의 여러 열대우림을 대상으로 모니터링 체계를 만드는 것이 현실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이 같은 감시가 필요한 지역에서 발생하는 환자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새로운 증상이나 감염원이 확인될 때마다 확산 방지를 위한 조기 개입이 이루어지도록 체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브라질 아마존의 열대우림이나 아프리카 숲에서 발생할지 모르는 병원체를 모니터링하는 일이 먼 나라의 일같이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팬데믹에서 경험한 바와 같이 새로운 전염병을 예방하는 일은 세계인 모두의 일이다. 이에 대한 국제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열대우림에 대한 무차별한 개발과 파괴 역시 국제사회의 관심과 개입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것이 다음 팬데믹을 준비하는 우리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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