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5.11 09:14최종 업데이트 21.05.11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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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이 우리 곁을 떠난지도 어언 3년이 흘렀다. 그의 3주기에 즈음하여 노회찬 재단은 오마이뉴스와 함께 공동기획으로, 4월 16일부터 매주화요일과 금요일에 [우리시대 '6411투명인간'과 '약자들의 벗 노회찬'의 정치실천: 기록으로 기억하다] 기록 연재를 시작한다.[편집자말]
노회찬은 진보정의당 당대표 취임사(2012.10.21.)와 당대표 퇴임 고별사(2013.7.21.)에서 "6411번 버스를 아시나요?"라며 투명인간분들을 구체적으로 호명한다. 이번 글에서는 '청년'과 관련한 노회찬의 이야기와 그들의 '지금·여기' 삶의 현주소를 하나씩 살펴보기로 한다. - 기자말

청년과 노회찬 
 

2016년 3월 20일 '경남 청년유니온'이 연 후원주점에 발걸음 한 노회찬. ⓒ 노회찬 블로그 갈무리

 
"(1980년대는) 화이트칼라라는 세대를 사회적으로 생산해내고 중산층이 양산된 시기였다. … 그러나 경제적으로는 형편이 나아졌지만, 정치적으로는 여전히 무권리 상태였다. 이들은 여기에 분노했다. 정치적 권리를 되찾자는 것이 화이트칼라의 요구였다. '386'이라는 것은 이 세대들의 정서적 표현이다.

386이라는 말 속에는 대학을 졸업했다는 말이 들어가 있다. 하지만 1960년대에 태어난 30대 중에는 '8'(1980년대 학번)자가 없는 사람들이 있다. 대학에 못 가고 고교 졸업 후 노동자로 취업한 사람들이다. 나는 이들을 '306세대'라 부른다. 그들이 '왜 우리한테는 분배를 안 해주냐?' 했던 것이 789투쟁이었다."



1960년대에 출생해 1980년대에 대학생활이나 학생운동을 했고 1990년대에 30대였던 사람들을 지칭하는 '386세대'와, 그런 범주에 끼려야 낄 수 없었던 '306세대'. 

<오마이뉴스> 구영식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노회찬이 한 말(노회찬, <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 비아북, 2014)로 오늘의 기록 이야기 '청년과 노회찬'을 시작한다. 

"패자부활전은 사라지고 계층 상승의 사다리는 끊어졌다"
 

2012년 7월 26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민생고 희망찾기 - 청년 불완전 취업, 그 절망과 희망' 토론회 기조발제를 맡은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 박소희

 
<노동 없는 민주주의의 인간적 상처들>(폴리테이아, 2012). 노회찬에게 실천적 영감을 준 최장집 교수의 책 가운데 하나로, 책 말미에는 '제1차 민생고 희망 찾기 국회 토론회'에서 강연(2012.7.26.)한 내용이 수록돼 있다.

"오늘의 청년들은 불행합니다"는 말로 강연을 시작한 최장집은 "역사상 최초로 사회경제적 문제로 등장한 청년 세대, 청년 문제"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노회찬이 만약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면, '청년 문제는 노동 문제이고 정치 문제' '청년 문제의 정치적 의제화'라는 핵심 주제와 강연내용에 대해 큰 공감의 박수를 쳤으리라. 

"오늘날 청년 문제는 시민사회의 공적 논의의 장으로부터 정치사회에 이슈로 등장하려 하는 경계선에 있습니다. … 청년 문제는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로 청년 문제를 대표할 한두 사람이 국회에 들어가는 정도로 축소되면서 이슈가 전치되는 것으로 끝났습니다.

청년 문제는 그 자체로 이슈가 되고 정책 사안이 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청년 문제는, 성장 정책, 산업 및 고용구조, 재벌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관계, 노동시장 구조, 정규직·비정규직 구분에 의한 노동시장 이원화, 대학 교육, 그리고 경제민주화, 복지, 기업 내 구조와 문화로서의 직장 환경, 결혼, 출산과 육아 문제, 인구정책 등 연관되지 않은 분야가 없을 정도로 광범하고 다층적입니다. 그것은 경제적인 문제이면서, 동시에 사회적인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청년 문제의 다층적 구조를 드러내기 위해서라도 먼저 정치적 의제를 만들어야 합니다."


노회찬의 마지막 정치적 거처였던, '일하는 사람들의 정당' 정의당 강령(함께 행복한 정의로운 복지국가를 향하여)에는 '청년들'에 대해 이렇게 적고 있다. 

"우리는 일하는 사람들의 정당이다. 일하는 모든 사람의 권리를 보호하고 확대하기 위해 폭넓은 연대를 주도할 것이다. 우리는 비정규직의 정당이다. 비정규직, 영세 자영업자, 청년 구직자와 같이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약자를 대표하는 데 우선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 패자부활전은 사라지고 계층 상승의 사다리는 끊어졌다.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불평등은 청년들을 좌절로 몰아가고 있다. … 우리는 일하는 사람들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 것이다. 모든 인간이 존엄하듯, 모든 노동은 존엄하다. 모두의 노동이 존엄해지도록 하기 위해, 우리는 약자들의 노동을 우선적으로 보호할 것이다."


'헬조선' 청년들의 현실... "돈도 실력? 아침이 기다려지지 않는 대한민국"
 

2017년 9월, 오마이뉴스와 만난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 ⓒ 정대희

 
2017년 4월 9일, 19대 대선을 앞두고 노회찬(정의당 상임선대위원장)은 KBS 1TV '일요토론'(대선 D-30, 누가 선택받을 것인가)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아침에 자기 집이 아닌 남의 집에서 눈을 뜨는 국민이 전체 국민의 절반입니다. 이 분들은 전세, 월세 살고 있는 분들이고 주택 가격 오를 때마다 월세 오를 때마다 전세 오를 때마다 걱정하는 분들입니다.

지금 대학 졸업한 청년 10명 중 3명은 내일 아침 출근할 직장이 없습니다. 그리고 내일 지하철 타고, 버스 타고 출근하는, 자가용 몰고 출근하는 분들 중에 절반은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으로 직장에 출근하고 있습니다. 같은 일 하고 임금 반밖에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침이 기다려지지 않는 대한민국, 이게 오늘의 모습입니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돈도 실력이다.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 이래서 많은 국민들이 격분했는데 이 말이 허무맹랑한 소리여서 격분한 게 아니라 이 말이 진실이었기 때문에, 사실이었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모습이었기 때문에 격분했습니다.

그런데 적폐라고들 얘기하는데 적폐가 뭡니까?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 아닙니까? 그 오랫동안이 지난 20년입니다. 지난 20년 동안 앞에 나와 계신 두 당(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이 두 당이 10년씩 10년씩 다 집권을 했습니다. 그 집권의 결과가 바로 오늘의 우리 사회의 모습입니다. 이제 바꿔야 됩니다." 

 

2017년 4월 10일 정의당 선대위 청년 선대본 발대식 모습. ⓒ 노회찬재단

 
다음날인 4월 10일 정의당 선대위 청년선대본 발대식이 노회찬(상임선대위원장)과 김형탁(조직2본부장), 배준호(청년선대본부장)을 비롯한 청년선대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노회찬(정의당 상임선대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헬조선'이라는 말을 써가며 한국 사회에서 청년이 처한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청년 선대본부가 발족하는 것은 대단히 의미가 크다. 기본적으로 진보정당은 스스로를 사회적 약자의 정당 특히 청년의 당 그리고 여성의 당, 또 다른 사회적 약자들의 당임을 자임하고 있다. 아직까지 한국 현실에서 청년들은 정치에 대한 관심은커녕 자신의 삶조차 제대로 간수하기가 대단히 힘든 처지에 놓여있다.

사실 '헬조선'이라는 말도 다른 계층이 아니라 청년의 어두운 현실 때문에 등장한 말이기도 하다. 그만큼 청년의 현실을 타개해 나가는 것이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노회찬은 "정의당과 같은 진보정당이 표방하고 있는 가치와 지향하고 있는 지점들이 우리 청년들의 처지와 우리사회에서 청년의 역할과 마주치는 부분이 많다"라면서 "단순히 대통령 선거에서 청년들의 표를 확보하는 것을 넘어서서 청년 부문 속에서 진보정당의 든든한 기준들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되기를 강력하게 희망한다"고 격려했다. 

이날 청년선대본 발대식에서 정의당은 정당과 선거역사상 처음으로 청소년을 선대위원으로 위촉했다. 청소년 선대위원들은 현행법상 선거운동을 하지는 못하지만 청소년 정책과 활동에 대해 의견을 내는 역할을 맡게 된다(<한국대학신문>, 2017.4.11.).

'청년 멘토' 노회찬의 만남: 소통과 경청
 

2017년 3월 22일 한양대학교에서 열린 '명사 강연' 연사로 나선 노회찬. ⓒ 서원종

 
자천타천 '청년 멘토'였던 노회찬은 청년(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많은 강연 활동을 해왔다.

17대 국회의 경우 2004년 4월 15일 당선 이후 노회찬은 강연회를 총 95차례 진행해 토요일과 일요일을 제외, 이틀에 한번 전국 각지에서 대중 정치 강연을 펼쳐왔다. 이중 학생 대상의 강연은 전국의 29개 대학교와 전교생 대상의 고등학교 강연 2회 등을 통해 9900여 명의 학생들을 만났다. 2005년 공식 강연은 84회, 2006년은 82회, 2007년 6월까지는 75회를 기록했다.

강연 외에도 노회찬은 청년들과의 일상적인 만남, 그 자리에서의 소통과 경청을 주저하지 않았다. 

'노회찬 네티즌을 만나다'; '20대 청년 10인과의 만남'
 

2005년 3월 3일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이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서 누리꾼들을 만나 '인터넷 의정보고'를 하고 있는 모습. ⓒ 남소연

 
2005년 3월 3일 노회찬(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은 국회의원 가운데 처음으로 <오마이뉴스>가 주최한 '인터넷 의정간담회'에 참석했다. '노회찬 네티즌을 만나다'라는 제목의 인터넷 의정간담회가 1시간 30분 동안 실시간 생중계로 개최됐다. 이명주 학생(한림대 법학 4년)이 "청년실업이 큰 문제다. 인턴십 등 공공기관들이 여러 제도를 마련하고 있지만 대책이라기보다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며 민주노동당의 실질적인 대책에 대해 물었다. 노회찬은 이렇게 답했다. 

"청년실업에 대한 3가지 대책이 있다. ▲청년을 고용하는 업체에 2년 정도 정상임금 줄 수 있는 직접적 지원 ▲중소기업의 활성화를 위한 지원 ▲복지확충으로 구매력 상승 등이 있다. 정부가 직접 공공투자를 확증해서 특히 노동집약성이 높은 IT산업을 집중 성장시키면 청년실업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2006년 4월 4일 저녁 민주노동당 청년학생위원회에서 주최한 '20대 청년 10인과의 만남'을 통해 노회찬은 취업난과 우리 시대 20대 청년들의 삶과 일상 고민, 당에 대한 당부를 3시간여에 걸쳐 함께 나눴다. 만남 하루 전날 노회찬은 이렇게 미리 심경을 밝혔다. 

"2006년 한국 사회의 20대들은 커다란 고통과 시련에 직면해 있다. 물가 상승률의 2배가 넘는 등록금 인상율로 사립대 재학생은 1년 1천만원에 육박하는 등록금을 내야하며, 그로 인해 매년 30만 명 이상의 대학생들이 대출을 받고 있다. 졸업을 할 때면 평균 2000만 원의 빚을 지게 되는 것이다.

또한 사상최악의 청년실업율로 일자리 구하기도 힘들고, 설사 취업이 되더라도 월급 70만원의 비정규직이 일자리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여대생들의 경우 졸업생의 70%가 비정규직이 된다는 통계가 있다. 20대 사망률 1위를 자살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여의도역의 한 호프집에서 개최된 이날 만남에는 등록금 투쟁으로 16일간 단식을 한 숙명여대 총학생회장 박정희와 38일째 파업중인 KTX 여승무원 윤선옥, 한혜주, 노은영, 종교청년단체 EYC 염혜영, 19세 첫 투표를 하게 될 남궁정, 졸업 예정자 오장원, 취업을 준비하는 정의용, 이은영, 은행원 이승덕 씨가 참석했다. 
 

2006년 4월 4일 저녁 민주노동당 청년학생위원회에서 주최한 '20대 청년 10인과의 만남'. 어색하고 긴장된 분위를 해소하기 위하여 사회자가 제안한 등 두드려주기 모습. ⓒ 노회찬재단

 
19세 남궁정씨의 연애 고민으로부터 시작된 이날 대화는 중간 중간 건배와 노회찬의 입담으로 재미있게 이어졌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청년들의 당부가 이어져 어느 때보다 진지하고 뜨거웠다. 함께 자리한 박영선 보좌관이 정리한 내용은 이랬다. 
 
"절박함이 있기 때문에 등록금 투쟁에서 2000명이 넘는 학우가 참여해 총회가 성사됐다. (그런데) 민주노동당이 20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절박함이 부족하기 않은지?"라는 박정희씨의 물음에 대해, 노회찬은 "민주노동당은 권위를 배격하고 나이 차이, 남녀 차이, 학력 차이, 세대 차이, 직업 차이가 없는 유일한 정당이다. 민주노동당을 처음 만들 때 노동자, 농민, 청년 학생의 당이라고 만들었는데 솔직히 청년 학생에게 다가서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 이런 자리를 당에서 만든 것도 청년들의 의견을 듣고 다가서기 위한 노력으로 만들어졌으니 많은 아이디어를 부탁한다"고 대답했다.
대학 4학년인 오장원씨는 '정자와 국회의원의 공통점'을 깜짝 퀴즈로 물으면서 젊은 친구들이 정치 전반을 바라보는 모습을 제시했다. 그러자 노회찬은 "인간될 확률이 매우 적다"라고 말하면서 "국민을 위해 불신받는 정치를 바꿔야 하고 이를 위해 민주노동당을 만들었다.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정치를 위해서, 정치제도 개혁과 부정부패 근절을 위해서 민주노동당이 제1야당으로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학과 동기 40명 중 2명만 전공을 찾아 갔다"는 취업준비생 이은영씨의 말에 대해, 노회찬은 "열린우리당 의장이 실업계 고등학교에 방문해서 대학 진학률을 늘려주겠다는 것처럼 잘못된 교육정책의 상징적 모습"이라고 지적하면서 "실업계만 나와도 제대로 취직하고 대우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대학에서 배운 것을 사회에 제대로 쓸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원인 이승덕씨가 "민주노동당이 궁극적으로 어떤 세상을 만들려고 하는지"에 대해 묻자, 노회찬은 "100% 평등은 불가능하다고 보지만 주택, 교육, 의료, 복지 등의 기회는 균등하게 주어져야 한다. 1단계 이상향은 스웨덴 수준으로 가는 것이고, 스웨덴을 넘어서는 사회를 꿈꾼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취준생인 정의용 씨가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노동당의 득표전략에 대해 묻자, 노회찬은 "유권자의 마음에 들도록 내가 변하는 것과, 당을 좋아하도록 유권자 마음을 변화시키는 것 이 두 가지가 있는데 두 가지는 많이 다르다"면서 "영화 '영웅본색'처럼 위장이나 꾸미지 않고 노동자, 서민을 위한 민주노동당 본색으로 정면돌파하는 선거전략"이라고 말한다.

이어 "어떤 당의 후보를 보니깐 그 당이 지은 죄가 많아 당과 무관한 듯 얘기하는데 비겁한 모습"이라면서 "유권자들은 그 당까지도 같이 심판하고 싶은데 당과는 무관하다, '저는 부모가 누군지 모릅니다'라고 떠드는 것은 위장이고 변장"이라고 비판한다. 

자리를 마감하면서 노회찬은 "19세 첫 투표자부터 대학생, 취업준비생, 직장인, 해고자까지 20대 젊은이들의 고민과 당에 대한 걱정에 대해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고민할 계기가 됐다. 청년의 당이 되기 위한 민주노동당의 몸부림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라고 답했다. 


기록 연재 | 조현연 노회찬재단 특임이사

[6411 투명인간과 약자들의 벗 노회찬] 청년과 노회찬 ②로 이어집니다(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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