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5.06 19:14최종 업데이트 21.05.06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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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 안정화 관련 입장을 발표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2021.4.29 ⓒ 서울시

 
지난 4월 29일 오세훈 시장은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관한 서울시의 의지를 밝힙니다'라는 입장문을 냈다. '재건축·재개발 정상화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해 시장 교란행위부터 근절하겠다'는 메시지였다.

불과 얼마 전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되면 일주일 안에 재개발 각종 규제를 풀겠다며 스피드 주택공급 공약으로 표를 호소한 오세훈 시장이었다. 이 공약은 공익성과 실현 가능성에 일부 의문이 있었지만 압승에 한몫했다. 그런 오세훈 시장이 투기 근절 의지를 밝히다니 다소 의외의 행보로 읽힐 만하다.


시장 당선 후 재개발 예상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책임론까지 나오다 보니 고육책으로라도 투기 근절 의지를 밝힐 수밖에 없던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미온적인 부동산 정책에 아파트값이 급등하자 재건축 재개발로 집값을 잡겠다는 게 오세훈 시장이 내놓은 부동산 공약이었다. 이에 대해 규제 풀린 재개발이 집값을 안정시키기보다 오히려 기름을 끼얹는 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그런 만큼 규제 풀린 재개발이 투기 세력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건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우려스러운 민주당

여당인 민주당은 오히려 반대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민주당은 그동안 임대차 3법 등 세입자의 권리 강화와 대출 규제로 집값을 잡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법안으로 입안하며 보조를 맞춰왔다. 그러나 4.7 재·보선 선거에서 완패하자 부동산 정책이 패인이라며 정책 수정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종부세 완화 논의를 배제하지 않겠다고 했고, 송영길 당 대표는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 대해 LTV(주택담보대출비율)를 90%까지 완화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세금을 징벌적 수단으로 쓰는 것은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재산세 등을 완화해야 한다는 것 또한 송영길 대표의 구상 중 하나다. 집 없는 사람, 세를 사는 유권자들에게 외면받아 놓고 반성은 오히려 부동산 자산가에게 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초선 의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로써 야당과의 마찰, 언론의 비난, 부동산 부자들의 반발 속에 힘겹게 지켜가던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골간이 4.7 재·보궐 선거 이후 여당인 민주당에서부터 흔들리고 있다. 이러다 1년 남짓 임기를 남겨놓은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정책의 원칙과 신뢰, 성과, 어느 것 하나 내세울 게 없는 빈털터리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이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달랐던 건 빚 내서 집 사라고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시절 정부는 공공연하게 부동산 투자를 권했고, 내수 시장의 불황을 부동산 거품으로 만회하려는 시도가 반복되었다. 전·월세 세입자에게 차라리 대출 받아 집 사는 게 나은 방편이라며 은행 문턱을 낮춰줬다. 이때 부동산 자산가들은 임대사업자로 온갖 특혜를 받아 자산 소득을 불렸다. 심각한 가계 부채와 자산 소득으로 인한 부의 양극화는 이때부터 공고해진 부자를 위한 부동산 정책 탓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가 국민의 호주머니를 채워 경제를 살리고, 부동산 자산가보다는 임차인을 보호하고, 대출을 규제해 부동산 투기를 막겠다고 한 것은 올바른 정책 방향이었다. 하지만 국민의 호주머니를 채우겠다는 소득주도성장론은 일찌감치 좌초했다. 이 상황에서 부동산 정책의 근간마저 흔들리면 빚 내서 집 사라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다른 점을 찾기 어려워진다.

과거 정권의 정책이 잘못됐다며 좌측 깜빡이를 켰던 민주당이 좌측 차선이 막힌다고 우측 차선을 넘보고 있다. 그러나 그 길은 실패했고 들어서서는 안 되는 길이다. 종부세를 완화하고 빚 내서 집 사라고 은행 문턱을 낮추는 게 4.7 재·보궐 선거 참패에서 민주당이 얻는 교훈이라면 실망이다.

투기 근절과 집값 안정

4.7 재·보궐 선거 직전에 터져나온 LH 직원들의 내부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는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국회는 국회의원 부동산 전수조사, LH 특검, LH 국정조사를 거론하며 투기 근절을 외쳤다. 그러나 국회의원 전수조사는 조사 주체와 방식을 두고 여전히 여야가 옥신각신하며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LH 특검이나 국정조사도 여전히 여야의 공방만 있을 뿐이다. 4.7 재·보궐 선거 이전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의지는 온데간데없다. 

돈과 권력 정보를 쥔 세력들의 투기를 근절하지 못하면 백약이 무효한 게 부동산 정책이다. 낙후된 곳을 재개발할 수 있어야 주거권이 나아진다는 주장도 일리는 있지만 투기를 막지 못하면 서민에게는 지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체득했다. 대출 문턱을 낮춰 내집 마련의 기회를 앞당길 수 있게 하는 것이 일부 계층에게 꼭 필요하더라도 그게 부동산 정책의 전부는 될 수 없다.
 

다세대주택과 아파트가 섞여 있는 서울 강북지역 주택가. ⓒ 권우성

 
부동산은 교육과 더불어 모든 국민의 이해관계와 욕심이 응축된 사안이다. 그래서 모든 국민이 만족하는 결과를 추구하기보다는 바른 원칙을 견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좌측 지시등 켜고 오른쪽으로 끼어들려는 민주당이나 우측 지시등 켜고 좌측으로 가겠다는 오세훈 서울시장이나 부동산 정책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부동산 정책의 원칙은 노동의 대가로 주거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유신 정권과 군사 정권에서도 도덕률처럼 회자하던 '열심히 일하면 집도 살 수 있다'는 말을 이제는 하는 사람도, 믿는 사람도 없다. 노동의 가치는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집은 권력층과 투기 세력에 의해 대출을 받아야만 살 수 있는 재화가 된  지 오래다.

노동의 대가로 주거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집값을 정상화하는 것이 지금 여야 부동산 정책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부동산 투기를 막아야 한다. 그걸 할 수 없다면 정치는 여야를 떠나 모두가 투기꾼과 한통속이라는 비난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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