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5.07 09:04최종 업데이트 21.05.07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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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이 우리 곁을 떠난 지도 어언 3년이 흘렀다. 그의 3주기에 즈음하여 노회찬재단은 오마이뉴스와 함께 공동기획으로, 4월 16일부터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 [우리 시대 '6411 투명인간'과 '약자들의 벗 노회찬'의 정치실천: 기록으로 기억하다] 기록 연재를 시작한다. [편집자말]
노회찬은 진보정의당 당대표 취임사(2012.10.21.)와 당대표 퇴임 고별사(2013.7.21.)에서 "6411번 버스를 아시나요?"라며 투명인간분들을 구체적으로 호명한다.

이번 글에서는 '청소년'과 관련한 노회찬의 이야기와 그들의 '지금·여기' 삶의 현주소를 하나씩 살펴보기로 한다. - 기자말


"수능 결과에 목 매지 않아도, 행복한 미래 꿈꿀 수 있도록…"
    

"청소년이 투표하면 세상이 바뀐다" 눈물의 삭발식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회원(청소년)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에서 열린 선거연령 하향 촉구 농성 돌입 기자회견에서 삭발 후 눈물을 흘리는 모습. ⓒ 남소연

  
"지난 3월, 청소년 세 명이 참정권과 인권을 보장해달라고 외치며 국회 앞에서 삭발식을 했었습니다. 삭발식을 시작으로 청소년이 시민으로서 인간답게 존중받는 세상을 바라는 사람들이 함께 국회 앞에서 천막을 차리고 43일간 농성을 벌였습니다. 선거연령 하향 법안을 4월 국회에서 통과시키라고 요구하는 시민들의 거리 농성의 시작을, 정의당 원내대표였던 고 노회찬 의원이 함께 지켰습니다. 삭발하며 눈물을 흘리던 청소년들의 곁에 그가 서 있었습니다.

고 노회찬 의원은 소외된 자들의 인권과 정치개혁을 위해 평생을 헌신하신 진보정치운동가였습니다. 국회의원이 된 후에도 약한 이들의 편에 서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선거연령 하향 법안의 4월 통과가 무산된 후, 우리가 거리 농성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건 국회에서 청소년 참정권 보장을 우선순위 과제로 조속히 실현하겠다는 고 노회찬 원내대표 등의 약속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故 노회찬 의원의 명복을 빕니다." -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2018.7.24.)


"아쉽고 놀랍고 안타깝다. 이렇게 가시면 안 되는데…. 노회찬 의원은 우리 가족들 이야기를 참 잘 들어줬다. 저희들이 의지하는 분 중 하나였다.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신 분인데 먼저 가신 게 야속하기도 하다. 그렇지만 또 얼마나 고뇌를 많이 하셨을까 생각하면 힘을 못 드린 것 같아 정말 죄송하다. 연배로 따지면 우리 아이들 할아버지뻘 되시니까, 우리 아이들하고 (만나서) 할아버지처럼 그 곳에서 잘 지내주시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2018.7.25.)


'청소년과 노회찬' 관련 기록을 찾아 정리하던 중 뜻밖의 난관에 부딪혔다. '청소년이라 할 때 몇 살에서 몇 살까지를 말하는 것이지?'

청소년과 아동, 성인을 나누는 명확한 구분은 없으며 나라마다 다르다. 또한 청소년을 부르는 법적 명칭도 다양해서 아동, 소년, 청소년, 연소자, 미성년자, 형사미성년자 등으로 지칭한다. 같은 청소년 관련 법률이라 하더라도 연령이 서로 다르게 규정돼 있다. 예컨대 청소년기본법에서 정하는 청소년 연령은 '9세 이상 24세 이하인 사람'으로 돼 있다. 이와는 달리 청소년보호법에는 '만19세 미만인 사람'을 청소년으로 보고 있다. 
  

같은 청소년 관련 법률이라 하더라도 연령이 서로 다르게 규정돼 있다. ⓒ 노회찬재단

 
아무래도 연령에 대한 법적 기준을 정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약간 난감한 것이 없지 않지만, 노회찬의 관련 기록들을 찾아 함께 기억하면서, '청소년 노회찬' 관련 가벼운 질문 하나를 던지며 기록 이야기를 시작할까 한다. 

- 문) 부산중학교 시절 노회찬의 생활기록부 '학생의 희망' 란에 3년 내내 적혀 있던 것은?
- 답) '의사'. 


훗날 노회찬은 청소년 시절 '의사'를 꿈 꾼 것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슈바이처 같은 분을 굉장히 존경했습니다. 희생적으로 돕는 것도 대단해 보이고 아프리카 간다는 것도 매력적이었습니다." (<오마이뉴스>, 2005.3.3.)

2007년 민주노동당 대선 경선후보의 '50문 50답' 가운데 28번 '어린 시절 꿈'에도 노회찬은 같은 내용을 적는다(<진보정치> 329호, 2007.6.25.~7.1.). 

"슈바이처같이 오지에서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의사", '까까머리 중학생' 노회찬이 품은 희망이자 '야망'(ambition)이었다. 

"'입시지옥' 대한민국은 성적공화국"

"Boys, be ambitious!"(소년들이여, 야망을 가져라)

어린 시절 언젠가 한 번쯤은 들어본 말일 것이다. 꽤 오래 전 일본 삿포로 농학교(현 홋카이도 대학) 초대 교감이었던 윌리엄 스미스 클라크(William Smith Clark, 1826~1886)가 한 말이다. 대체로 사람들의 기억은 여기서 멈춘다. 그런데 클라크 박사가 뒤이어 말한 것이 잘 알려지지 않아서 '야망'으로 해석된 단어의 뜻풀이를 놓고 오해를 낳곤 했다. 

"Be ambitious not for money or for selfish aggrandizement, not for that evanescent thing which men call fame. Be ambitious for the attainment of all that a man ought to be." ("돈이나, 이기적인 성취를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명성이라 부르는 덧없는 것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으로서 갖춰야 하는 모든 것들을 얻기 위해서 야망을 가져라.")

사람으로서 갖춰야 할 덕목에 대해 우리는 제대로 배우고 있는가? 우리의 학교는 그것을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가? '입시지옥', '성적공화국'이라는 오래된 교육현실에서 그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노유진의 정치카페>에서 노회찬과 유시민과 진중권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초청(2014.6.18.)해 이런 대화를 나눴다(노회찬.유시민.진중권, <생각해봤어? 내일을 바꾸기 위해 오늘 꼭 알아야 할 우리 시대의 지식>, 웅진지식하우스, 2015).

- 노회찬 : 사람의 운명이 평생에 걸친 동안의 자기 노력이 따라 달라지고 결정돼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열아홉 살에 운명이 결정되는 나라죠. 열아홉 살 이후로는 학교 졸업장 하나로 행세를 할 수 있고, 반대로 학교 졸업장 때문에 노력해도 안 되고. 그러니까 그 자격을 따기 위해서 온 집안이 아이에게 물적 투자를 하는 거죠.

- 유시민 : (독일 초등학교의 경우) 초등학교 1학년에게 매일 5분에서 10분 걸리는 숙제를 내주는데, 4학년이 되면 30분 정도 할 수 있는 거 내주죠. 가장 먼저 받는 주의 사항이 1학년 때는 집에서 가르치지 말라고 해요. 이유를 물어보니 태양이 2개면 안 된대요. 하늘에 해가 2개 있으면 아이가 방향을 알 수 없다, 가르치는 역할은 오로지 학교 선생님의 몫이에요.

- 조희연 : 한국의 입시 경쟁은 아동 학대, 청소년 학대 수준이에요. 그래서 선행학습금지법이 만들어졌는데, 이게 고육지책이죠. 공부를 법으로 금지하는 건 뭔가 잘못된 것 같아요. 중요한 건 이런 고육지책을 안 써도 되는 상태를 만드는 거죠. 

- 진중권 : 우리 아이들은 한국어도 제대로 못하는 나이부터 영어를 배우기 시작하죠. 대학 입시 개혁에 대한 논의가 많지만, 이제는 그렇게 대학에 들어가서 또 취직할 때까지 공부를 미친 듯이 합니다. 열아홉 살의 성적표로 평생이 결정되고, 스무 살이 넘어서도 계속 공부만 해야 하는 인생. 이건 사회적으로도 엄청난 낭비이자 손해고, 일종의 도박이죠.

 

노유진의 정치카페 유튜브 방송화면 갈무리 ⓒ 노회찬재단

 
2017년 11월 14일 대학수능을 이틀 앞두고 노회찬(정의당 원내대표)은 정의당 의원총회에서 이런 응원과 당부, 다짐의 말을 밝혔다.

"이틀 후면 2018학년도 대학입학 수학능력시험(수능)이 실시됩니다. 본인이 원하는 미래를 위해 노력해온 모든 수험생들에게 행운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수능 당일 날이 매우 춥다고 하니 건강에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수능에서 모든 학생들이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을 주문함과 아울러 대학입시 결과로 인생의 방향과 사회적 지위가 좌우되는 현실을 깨기 위해서 정치권 또한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대학을 일렬로 줄 세우고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면 미래가 암울해지는 현실을 혁파해야 합니다. 이미 과도한 대학입시의 부담은 학생들을 우울증과 정서불안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개혁하기 위해 정의당도 노력할 것을 다짐합니다. 우리 청소년들이 수능 결과 한 가지에 목을 매지 않아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행복한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언젠가 노회찬이 말한 것처럼 한국은 공부를 잘하는 나라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3년마다 시행하는 국제학업성취도 평가(PISA)에서 2000년부터 2015년까지 수학 1~4위, 읽기 3~8위, 과학 5~8위로 회원국 중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그럼에도 2010~2017년 어린이와 청소년의 '주관적 행복지수'가 OECD 회원국 중 최하위에 머물렀던 것과는 대조를 이뤘다. 통계청의 '2016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자살 충동을 느낀 한국의 10대 절반가량(48.1%)이 성적을 꼽았다. 성적이 좋건 나쁘건 한국 학생들은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다. 

2019년 5월 14일 한국방정환재단이 연세대 언더우드특훈교수인 염유식 교수에 의뢰해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팀과 함께 조사한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의 '삶의 만족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가 가운데 꼴찌를 기록했고, 2019년 주관적 행복지수(주관적 건강, 삶의 만족, 학교생활 만족, 어울림, 소속감, 외로움 등 여섯 항목) 표준점수는 88.51점으로 OECD 22개국 가운데 20위를 기록했다. 이는 2018년 주관적 행복지수(94.7점)보다 6점 가량 낮아진 것이다 (한겨레, 2019.5.15.). (* 이 조사는 2018년 3월 7일~4월 6일까지 초등학교 4학년에서 고등학교 3학년까지 총 7454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이다.) 

연구를 진행한 염유식 교수는 "행복을 위해서 무엇이 중요하냐고 묻는 질문에 가족이나 건강이라고 답한 어린이·청소년이 행복도와 삶의 만족도가 높은데, 행복해지려면 돈이 필요하다고 응답하는 학생들의 연령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어 걱정이다"고 말했다. 염 교수는 "사회나 부모가 암묵적으로 돈이 최고라는 걸 보여주고 있어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라며 "행복해지는 방법을 아이들이 습득해야 하는데, 이런 가치관을 갖고 있으면 불행한 어른들이 양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OECD 발표(2017.3.19.)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생들의 행복지수는 10점 만점에 6.36점을 기록, 우리나라 학생들의 삶에 대한 만족도가 조사 대상 국가 중 최악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다 낮은 나라는 터키(6.12)뿐이었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행복지수가 낮은 주원인은 '과도한 학습 시간과 성적 스트레스'로 나타났다.

노회찬의 '제7공화국 평등교육혁명'... "일등뿐 아니라 꼴찌까지 행복한 나라"

노회찬의 말처럼, "우리 청소년들이 수능 결과 한 가지에 목을 매지 않아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행복한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나라"를 많은 사람들이 바라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될 수만 있으면 정말 좋겠다. 그 연장선 위에서 노회찬의 꿈 가운데 하나는 '대학서열과 학력차별이 없고 누구나 원하는 만큼 교육받을 수 있는 나라'였다. 2007년 발표한 노회찬의 '제7공화국 평등교육혁명'(2007.7.30.)은 이렇게 밝힌 바 있다. 

"교육양극화로 인한 부의 세습과 가난의 대물림, 기형적 입시경쟁, 학벌주의를 근본적으로 제거한다. 16개의 서울대 만들기 등 전면적인 대학평준화 정책을 전격 도입하고 입시제도를 폐지하며, 고교평준화를 강화한다. 질 높은 공교육체계를 구축하고 사교육 긴급처방을 통해 학생과 학부모를 입시 사교육에서 해방시킬 것이다."

"건국 이후 16번 대입제도가 바뀌었지만 입시불평등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이제 대학평준화만이 사교육비, 입시교육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하고도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극단적인 평준화정책을 펴고 있는 핀란드의 경우, 문제해결력 2위, 읽기 1위, 수학 2위, 과학 1위의 세계 최고 수준의 성취도를 보이고 있다 OECD도 한국 초중등학교의 높은 학력의 원인은 평준화 정책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평준화 정책이 교육력 상승의 기반이다."
 
    

2007년 발표한 노회찬의 '제7공화국 건설' 당시 모습. ⓒ 노회찬재단

  

2007년 발표한 노회찬의 '제7공화국 건설' 당시 모습. ⓒ 노회찬재단

  
2007년 10월 5일 전국의 11개 교육대 학생 수천여 명이 교육부가 있는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 광화문 열린시민광장에 모여 '전국예비교사 총궐기 대회'를 개최, OECD 수준의 교육여건 개선 촉구와 함께 국공립대 통폐합 반대, 신자유주의 교육정책 반대를 외쳤다.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교사 1인당 학생수 감축'을 꼽았고, "교사 1인당 학생수가 줄어들면 교사들이 학생 한명 한명에게 충분한 관심을 가질 수 있고 업무 부담이 줄어 양질의 교육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공교육의 질이 높아지면 인성교육도 가능하고 사교육비도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2007년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초등학교 교원 1인당 학생 수는 우리나라가 29.1명인데 비해 OECD 국가 평균은 16.9명이며, 학급당 학생 수도 우리가 33.6명인데 비해 OECD 국가 평균은 21.4명이었다.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GDP의 7%를 교육비에 사용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지키지 않고 있다"고 노무현 정부의 교육정책을 비판하면서, "사교육에 따라 가난과 부가 대물림되는 사회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교육 공공성을 확보하고 공교육을 강화해 교육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2007년 10월 5일 '전국예비교사 총궐기 대회' 당시 모습 ⓒ 노회찬재단

 

2007년 10월 5일 '전국예비교사 총궐기 대회' 당시 모습 ⓒ 노회찬재단

 
2010년 진보신당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한 노회찬은 '평등선진화 혁신교육'을 제시하면서 "서울 공교육이 핀란드와 같이 창의적이고 평등한 선진교육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공약집 <노회찬의 약속>을 넘기다보면 '꼴찌도 행복한 학교'를 만나게 된다. 노회찬은 핀란드 사례를 소개하며 이렇게 물었다.

"참 이상한 학교가 있답니다. 쉬는 시간이 되면 아이들은 모두 운동장으로 나가야 한답니다. 교실 문이 잠겨 책상에 앉아 공부하고 싶어도 공부를 할 수 없으니까요.

시험 시간에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아이들은 선생님에게 질문을 한답니다.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문제 푸는 방법까지 알려주니까요. 시험이 끝나고 성적표가 나와도 아이들은 모두 웃음을 짓는 답니다. 성적표에 점수만 있을 뿐 석차가 없으니까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오후 3시가 되면 공부를 마치고 취미활동을 한답니다. 학원도 과외 공부도 없으니까요. 그러면서도 다들 공부를 잘 한답니다. 뒤처지는 학생들에게 학교가 아주 특별한 지원을 하니까요. 세계에서 가장 공부 잘하는 나라, 핀란드 학교의 이야기입니다. 일등뿐만 아니라 꼴찌까지 행복한 나라입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공부 잘하는 나라, 한국은 어떤가요? 일등만 기억하는 세상 속에서, 아이들은 무슨 꿈을 꾸고 있나요?"


"이 좋은 핀란드 교육 시스템, 우린 왜 못하냐고요?"

<노유진의 정치카페>에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스무 살 넘어도 공부만 하는 인생을 언제까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노회찬은 이렇게 말한다(노회찬.유시민.진중권, <생각해봤어? 내일을 바꾸기 위해 오늘 꼭 알아야 할 우리 시대의 지식>, 웅진지식하우스, 2015, 260쪽).

"몇 년 전에 핀란드교장협의회 피터 존슨 의장이 한국에 왔을 때 많은 관심이 몰렸죠 이분 이야기에서 귀기울여야 하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핀란드도 1970년대에 우열반을 도입해보는 등 노력해봤지만, 최종 결론은 잘하는 아이와 못하는 아이를 섞어서 교육해야 한다는 거라고 합니다. 그러면 그 안에서 발생하는 학력의 차이는 어떻게 하냐? 수준에 맞게끔 따로 가르친다는 거예요. 그러려면 선생님이 할 일이 아주 많아지죠.

그래서 핀란드에서는 선생님에 대한 지원이 엄청납니다. 선생님 대부분이 석사 학위를 가지고 있죠. 선생님이 자신의 능력을 더 키우기 위해 휴직을 하거나, 부수적인 교육을 받는 것에 대한 지원도 잘돼 있습니다. 무엇보다 학급 수를 줄이고, 개인별 성적을 매기는 시스템을 없애버렸죠.

이렇게 여러 시스템이 복합적인 역할을 하면서 결국 핀란드의 교육이 성공했다고 합니다. 이 좋은 걸 왜 우리는 못 하냐고요? 살인적인 대학 입시가 기다리고 있는 곳에서는 불가능해요. 우리가 PISA 성적이 좋다고 자부심을 가질 이유도 없어요. 한국의 노동시간이 전 세계 1위죠. 그런데 노동시간보다 수업시간이 더 길어요. 우리나라 학생들은 주당 60시간 공부해요."


※ 이와 관련해 참고로, 오세정(서울대 총장)-이광형(KAIST 총장) 대담 내용도 주목해봄직하다(<한국은 왜 美처럼 백신 직접 못만드나... 정답 외우는 주입식 교육엔 미래 없어>, 동아일보, 2021.4.19.)

이 총장 : "정답 고르기 교육의 폐해는 대학을 넘어 한 사람의 일생에 영향을 미친다. 최근 사회 이슈에 접근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보자. 국민들이 현상에만 반응하고 이면은 들여다보지 않게 된 것은 정답을 골라잡는 교육의 탓도 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미국은 방역에 엉망인 나라로 보이지만 백신을 만들어 냈다. 우리는 질서정연하게 방역에 임했지만 백신을 어디서 사와야 할지 고민하기에 바쁘다. 다음 감염병에 대비해 무엇을 할지는 엄두도 못 낸다. 주입식 선다형 교육에는 미래가 없다."

오 총장 : "고교 내신과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어떻게 하면 틀리지 않는지를 가르친다. 서울대 1학년생들에 대한 학교의 과제는 정답을 외우던 버릇을 고치는 것이다."


2011년 '진보교육의 미래를 묻다'를 주제로 한 '양평교육희망네트워크' 창립 1주년 기념 특강(10.20.)에서 노회찬은 이런 우려를 표했다. 

"교육 분야에서 보수와 진보를 나누는 기준은 교육을 상품으로 보는가, 아니면 공공서비스의 일환으로 바라보느냐의 차이로 무상급식 문제도 여기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면서, "복지국가 등 많은 나라들이 교육의 공공성 강화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다른 분야에 비해 특히 교육의 상품화가 가장 많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면서 노회찬은 "교육의 기능과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기회균등이 실현되지 못하면 민주사회 또한 요원할 수밖에 없다. 국가 한 해 교육예산이 20조원인데 사교육 1년 예산이 평균 40조원에 이르는 현실이 기회균등이 실현되지 못하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노회찬은 대학 등록금 문제를 예로 들면서 진보정당 집권과 노동조합 설립율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강연을 마무리한다. 

"노르웨이, 핀란드 등 등록금이 아예 없는 나라들은 과거 100년 동안 진보정당들이 40년 이상 집권하고 있으며, 노조 설립 비율도 40% 이상으로 높습니다. 또 프랑스, 독일 등 등록금이 현저히 낮은 나라들도 최소 20년 이상 진보정당이 집권했고, 노조 설립 비율 역시 30% 이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와 미국 등 등록금을 많이 받는 나라의 특징은 진보정당이 단 한 번도 집권하지 않았고, 노조 설립 또한 20%를 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기록 연재 | 조현연 노회찬재단 특임이사


[6411 투명인간과 약자들의 벗 노회찬] 청소년과 노회찬 ②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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