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5.04 07:10최종 업데이트 21.05.04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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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오는 5월 5일부터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에게 2주간 자가격리를 면제해주기로 했습니다. 백신별 접종을 마치고 2주간의 항체형성 기간이 지난 '접종완료자'의 경우에는 확진자와 밀접접촉자이거나 해외에 나갔다가 들어온 사람이라 해도 검사 결과 음성이고 증상이 없으면 격리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해외여행을 가지 못해 답답해 하던 이들에게 이번 조치는 백신 접종에 적극 참여할 동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 소식을 그 누구보다 격하게 반길 사람들은 나라 밖에 있습니다.

자가격리 면제가 가장 절실한 사람들
 

싱가포르에서 백신접종을 하고 있는 모습 ⓒ 이봉렬

   
코로나로 인해 국가간 왕래가 어려워지면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사람은 해외여행을 못하게 되어 답답한 사람보다는 외국에 살면서 여러가지 일로 한국 방문을 해야 하는 재외동포일 것입니다. 사업 문제로 외국에 살면서 한국을 왕래해야 하는 사람들도, 한국에 떨어져 살고 있는 가족들을 돌봐야 하는 사람들도 코로나 발생 이후 거의 왕래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한 번 갈 때마다 해야 하는 2주 격리입니다.

싱가포르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저부터도 가족을 만나기 위해 한국에 다녀 오려면 한국에서 2주, 싱가포르에 돌아와서 또 다시 2주를 격리해야 하기 때문에 한 달 이상 휴가를 내야 합니다. 회사 다니는 사람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4주간의 격리를 감당하면서까지 외국에서 한국을 오고가는 건 쉽지가 않은 일입니다.


한국 입국시 공익적 목적이나 인도적 목적 등의 경우에는 자가격리 면제 신청이 가능하긴 하지만 그건 부모 상을 당해 장례식 참석 같은 경우에만 해당하는 겁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부모님이 병 중에 있어도 안 되고, 돌아가신 후에나 격리 없이 찾아 볼 수 있다는 겁니다. 그것도 격리면제서 발급신청서, 활동계획서, 격리면제 동의서, 거주 비자 원본 및 사본… 등을 모두 구비한 후 승인이 나야 가능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급한 일로 한국에 들어 갈 때 백신접종 이력만 확인 되면 2주간 격리가 면제된다고 하니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얼마나 가뭄에 단비가 같은 소식이겠습니까.

싱가포르는 작년 말 화이자 백신을 도입하면서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백신을 도입, 접종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도입 초기에는 의료진과 대중교통 종사자 등 필수 인력에 대한 접종을 위주로 했는데, 접종률이 20%를 넘기면서 일반인도 나이에 따라 순차적으로 접종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싱가포르의 한 커뮤니티 센터에서 백신접종을 하고 있습니다. ⓒ 이봉렬

 
전 지난 4월 11일 1차 접종을 마쳤고, 5월 초에 2차 접종이 예약되어 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알고 지내는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백신 접종에 적극적으로 참여 하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확진자 수가 일주일에 한두 명 수준으로 안정된 상태라 코로나 감염에 대한 걱정이 크게 없음에도 싱가포르 거주 한국인들이 백신 접종에 적극적인 이유가 바로 이러한 조치가 취해졌을 때 곧바로 한국으로 갈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싱가포르뿐만 아니라 백신 접종이 가능한 나라에 사는 모든 재외동포들이 같은 마음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이 소식이 발표되자마자 저와 같은 처지의 재외동포들 커뮤니티에서는 너도 나도 이 소식을 전하며 다들 기뻐했습니다.

우린 왜 제외인가

그러나 기쁨은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국내가 아닌 외국에서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에 대해서는 자가격리가 면제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외국에서 접종을 마친 경우까지 포함하는 건 향후 국가 간 협약, 상호주의 원칙이 적용된 국가부터 순차적으로 조정 방안을 적용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이번 발표는 다른 나라와의 협의가 필요하지 않은 범위에서 정부가 우리 국민의 해외 이동을 보다 자유롭게 해 줄 수 있는 묘안을 찾아 낸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묘안의 혜택을 누려야 할 "우리 국민"은 한국에 주소를 두고 살고 있는 사람만 해당 되는 걸까요?

외국에 살고 있는 한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이번 발표에 실망이 큽니다.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외국의 영주권을 취득한 자 또는 영주할 목적으로 외국에 거주하고 있는 자"를 "재외국민"이라 하고, "대한민국의 국적을 보유하였던 자 또는 그 직계비속으로서 외국국적을 취득한 자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를 "외국국적동포"라고 합니다.

외교부가 집계한 전체 재외동포의 수는 약 750만 명입니다. 이 중에서 저처럼 한국 국적으로 성인이 되면 외국에서도 한국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재외국민의 수만 해도 260만 명이 넘습니다(2018.12월 기준). 해외 영주권자, 단기 체류자, 해외 유학생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백신접종 완료자에 대한 자가격리면제는 한국에 살면서 해외에 나갈 기회를 기다리는 사람들보다는, 해외에 거주하고 있으면서 한국에 들어가야 할 사람들에게 더 절박합니다. 재외동포에게 한국 방문은 여행이 아니라 일상 그 자체니까요.
  

싱가포르의 백신접종증명서. 나라별로 다른 이런 백신접종기록을 한국에서 검증할 방법을 찾는다면 해외에서 백신접종 받은 재외동포의 자가격리면제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 이봉렬

 
백신을 맞은 기록만으로 다른 나라에서 오는 모든 방문객들을 격리 없이 받는 건 기술적으로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백신 접종을 마친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격리를 면제하겠다고 결정한 만큼 그 대상에는 재외동포 750만 명도 당연히 포함되어야 합니다. 이건 다른 나라와의 상호주의 원칙이나 협약이 없어도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해외에서 발급된 백신 여권을 검증하는 절차만 마련하면 되는 겁니다.

지금 이순간에도 해외에 살고 있는 재외동포 750만 명이 저마다의 절박한 사정을 안고 적극적으로 백신을 맞으면서 한국에 방문할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코로나 대책뿐만 아니라 정부가 어떤 정책을 준비할 때는 재외동포도 늘 함께 고려의 대상이 되어야 마땅합니다.

정부의 빠른 후속 대책 마련으로 해외에서 백신 접종을 마친 재외동포가 격리없이 한국을 방문할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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