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4.28 12:36최종 업데이트 21.04.28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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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부자 증세' 카드를 꺼냈다. 법인세 인상은 이미 발표했고, 고소득자의 소득세와 상속세를 올리겠다고 밝혔다. 

가장 강력한 부분은 자본이득세 증세다. 연소득 100만 달러 이상의 고소득자들이 주식·채권·부동산 등 자산의 매각으로 얻는 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율을 현행 20%에서 39.6%로 인상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기 이후 소득은 감소하는데 자산가격만 상승하여 양극화가 더 악화된 것에 대한 국가적 대응으로 해석된다.


취임 초기부터 강력하게 추진하는 것을 보면 바이든 대통령의 의지가 매우 강고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 모두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실현될 가능성도 높다. 신자유주의가 도입된 1980년대 이후 줄곧 악화돼 온 미국의 경제적 불평등이 바이든 정부에서 전환국면을 맞을지 주목된다.

우리도 부자 증세를 할 수 있을까?

미국의 부자 증세는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문재인 정부 초기 시행한 부자 증세를 다시 추진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예상컨대 증세 주장은 집권여당과 야당 모두로부터 강한 반대에 부딪힐 것이다. 여당은 내년 대선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야당은 과거부터 부자들의 세금 부담 증가를 반대해 왔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여당은 증세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진보 언론과 학자들 중에서도 증세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국가채무가 다른 국가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러나 다른 선진국들과 달리 국민연금을 비롯한 공적 연금의 본격 지급시기가 도래하지 않았고, 가계부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최상위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가채무 문제를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된다. 

보수진영에서 부자 증세를 결사적으로 반대하면서 내세우는 논리는 증세가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자 증세로 걷은 세금을 저소득계층과 코로나19 피해계층에 지원하면 가계소비는 오히려 증가해 경기회복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국가채무 관리와 가계소비 증가를 위한 부자 증세의 필요성이 분명함에도 부자 증세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거셀 것이다. 때문에 부자 증세 주장이 소리만 요란하고 실제로 실행 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현실적으로 힘들다면
 

경기도 구리와 남양주 지역 아파트 단지. ⓒ 권우성


그런데 부자 증세가 아니라 '부자 감세'를 폐지한다면 어떨까? 이미 실행하고 있는 부자 감세를 폐지하는 것은 조세 정의의 실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 아닌가.

혹시 문재인 정부가 부자 감세 정책을 시행한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사실 우리 정부는 오래전부터 집 부자들에게 감세 특혜를 베풀어왔다. 그것도 세계에 유례가 없을 규모다.

2014년 2월 박근혜 정부가 발표한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의 실상은 집부자에 대한 대규모 감세였다. 그 규모를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임대주택으로 등록만 하면 재산세를 최대 100% 감면하고, 종부세도 100% 감면했다. 양도세도 10년 이상 임대할 경우 100% 감면해주고, 임대소득에 대해서도 소득의 60%를 감면한 다음 산출한 세액의 75%를 또 감면해준다. 주택에서 발생하는 모든 세금을 거의 안 내게 해주었으니, 자본주의 국가들 중에서도 이에 비견될 국가가 없었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집 부자 감세'를 즉각 폐지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이를 계승했다. 단지 계승만 한 것이 아니라 누락된 부분을 찾아 감세를 더 추가하는 섬세함마저 보였다. 대표적으로 건강보험료 80% 감면을 추가했다. 어떤 국가유공자에게도 제공하지 않는 건강보험료 80% 감면을 추가함으로써 "지구상에 유일한 집 부자 감세 천국"을 완성했다.

증세 아니라 감세 폐지 먼저

이런 집 부자 감세정책으로 국가가 포기한 세수가 정확히 얼마인지는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가 감세 대상 주택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알 수 없다. 그러나 종합부동산세 감면액만 해도 매년 5조원을 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대 경제학부 이준구 명예교수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정부가 임대사업자들에게 최대 10조원이 넘을 수도 있는 종합부동산세 감면 혜택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가장 큰 세수 손실은 양도세 감면에서 발생한다. 지난 6년여 서울 아파트 가격은 두 배 이상 폭등했다. 빌라나 다가구주택도 큰 폭으로 올랐다. 서울에 등록된 50만 채 임대주택이 평균 2억원 상승했다고 가정하면, 전체 시세차익이 100조원에 달한다. 3주택자 이상에게 부과되는 양도세율은 75%다. 정부가 임대사업자에 대한 양도세 감면 혜택을 지속할 경우, 포기해야 할 양도세 세수는 대충 계산해도 약 60조원에 달한다. 전국의 160만 채 임대주택에 대한 양도세 포기는 이 금액의 두 배 이상이 될 것이다.

향후 부자 증세에 대한 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알 수 없지만, 집 부자 감세정책을 폐지하는 것에 비하면 세수 증가가 조족지혈에 불과할 수 있다. 2017년 문재인 정부는 부자 증세의 일환으로 3000억원 이상의 법인소득에 대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인상했다. 당시 기재부는 해당 기업이 77개이며, 법인세 증가액은 약 2조3000억원일 것으로 추정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증가한 국가채무를 방치하는 것은 위험하고 무책임한 행위다. 정부와 여당은 경기회복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면서 증세를 회피하고 있다. 그러나 별도의 증세 없이도 현재 시행하고 있는 '집 부자 감세'를 폐지하면, 경기에 악영향을 전혀 주지 않으면서 100조원 이상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

초거대기업에 대한 증세로 얻은 세수의 수십 배에 달하는 세수를 집 부자인 임대사업자에 대한 종부세와 양도세 감면을 폐지하여 얻을 수 있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폭등한 집값이 정상 수준으로 하락하여 무주택 국민과 20~30대의 고통을 줄여주는 것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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