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4.27 13:24최종 업데이트 21.04.27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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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이 우리 곁을 떠난 지도 어언 3년이 흘렀다. 그의 3주기에 즈음하여 노회찬재단은 오마이뉴스와 함께 공동기획으로, 4월 16일부터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 [우리 시대 '6411 투명인간'과 '약자들의 벗 노회찬'의 정치실천: 기록으로 기억하다] 기록 연재를 시작한다. [편집자말]
(* 지난 기사 [6411 투명인간과 약자들의 벗 노회찬] 쌍용차 해고자와 노회찬①에서 이어집니다.)

'의자놀이' 쌍용자동차 사태의 진실: "이제 침묵을 멈춰야"

2012년 9월 18일 노회찬은 '통합진보당 사태' 이후 새롭게 구성된 '새진보정당추진회의'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 쌍용차 노동자 농성장을 지지방문했다. 농성장에는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는 쌍용차 국정조사 실시 및 쌍용차특별법 제정을 수용하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같은 날 노회찬은 보도자료를 통해 "금감원, 쌍용차(주) 회계기준 위반 확인하고도 위반사항 발견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고 밝히면서 "회사측 자료 인용해 조치기준 1% 못 미친 0.98% 위반금액 판단에 대해서 객관적인 재검증해야" 하고, "생산시설의 마이너스(-) 사용가치 산정, 장부에 없는 생산설비가 차량 생산한 것인지도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명운동 당시 ⓒ 노회찬재단

 
9월 26일 노회찬은 노회찬마들연구소 제41회 '마들명사초청특강'에 공지영(작가), 김정우(쌍용자동차노조 지부장)를 초청해 '공지영의 쌍용자동차 이야기 <의자놀이> 북콘서트'를 개최했다. 

공지영 작가의 <의자놀이>(휴머니스트, 2010)는 "2009년 쌍용자동차 2646명의 해고 발표 이후 시작된 77일간의 뜨거운 파업의 순간부터 22번째 죽음까지 작가적 양심으로 써내려간 쌍용자동차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인간사냥과도 같은 경찰의 진압으로 파업이 끝나고, 어제까지 함께 울고 웃으며 일했던 동료들이 의자에서 쫓겨난 자와 의자를 잡은 자 두 편으로 나뉘게 되기까지의 잔혹한 의자놀이와 연이은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쌍용자동차 노동자, 대체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기에 죽음의 그림자가 이토록 깊게 드리운 것인지 생각해보고, 우리 모두의 의자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깊이 고민해볼 기회를 전해준다."
  

북콘서트에서 발언 중인 노회찬 ⓒ 노회찬재단

 
북콘서트에서 노회찬은 쌍용자동차 사태의 본질을 전했다.

"77일 간의 옥쇄 파업.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여름. 40℃를 넘나드는 공장 내부에서 물과 전기도 없이 싸워야 했습니다. 사측의 불법파업을 그만두라는 선동 방송, 용역들의 위협과 횡포, 의사도 물도 들여보내지 않았던 사측과 경찰에 맞선 노동자들.

노동자들은 공장 내부에 그마나 돌아가던 비상발전기의 전기를 자동차 만드는데 필요한 도료가 굳을까봐 그쪽으로만 전기를 가동했다고 합니다. 도료가 굳어버리면 배수관 등을 교체하며 한 달 정도의 수리기간과 백억 정도의 비용이 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복직할 수 있다는 희망이 전제되지 않으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지 않을까요?"

 

쌍용자동차 사태 이야기를 다룬 공지영 작가의 '의자놀이' 표지 ⓒ 휴머니스트

 
북콘서트에 오신 많은 분들이 이들이 주고받는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눈물을 흘렸다. 국제적인 노동자 연대를 위한 일정으로 독일을 방문했던 김진숙(민주노총 지도위원)은, 쌍용자동차 노동자 파업 진압 장면을 보여줬고 동영상을 본 그들은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저 사람들은 테러범인가요?'

'노회찬의 공감로그'는 특강 후기를 이렇게 전했다.


"이번 41회 명사초청 월례특강, 공지영 작가의 르포르타주 '의자놀이' 쌍용자동차 사태의 진실... 어떠셨나요!?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충분한 내용 전달과 공감이 형성되어서 짧지만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은 지금도 외롭고 힘든 싸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생활고로 힘들어하는 그들을 향해 우리는 이제 침묵을 멈추어야 합니다. 이번 월례특강이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그들과 함께 호흡하고 웃고 손을 잡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작은 계기라도 된다면 행복할 것 같습니다. 또 우리 사회가 양적인 성장보다 질적으로 수준이 높아진 그런 선진국으로서의 도약을 기대해 봅니다."


9월 27일 오후 7시 대한문 앞. 

새진보정당추진회의는 '함께 걷는 생활진보' 첫 번째 프로젝트로, 쌍용자동차 해고자 문제 해결을 위한 대국민 운동의 일환으로 '의자를 늘립시다'라는 이름의 캠페인을 진행했다.  
 

쌍용자동차 사태와 노회찬 ⓒ 이창우 화백

  

새진보정당추진회의의 '의자를 늘립시다' 캠페인 ⓒ 노회찬재단

 
20여일 뒤인 2012년 10월 21일 진보정의당 창당대회장. 노회찬은 당대표 수락연설을 통해 '6411번 버스를 아십니까'를 물으며 쌍용자동차를 호명했다.

"스물 세 명씩 죽어나간 쌍용자동차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2013년 1월 22일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 입구.

노회찬 등 진보정의당 의원단은 쌍용차 국정조사 실시 촉구 국회 농성을 시작, 1월 24일 쌍용차 정상화 다짐하며 국회 농성 잠정 마무리 기자회견을 했다. 국회 농성에 돌입하면서 노회찬은 모두발언을 통해 쌍용차 국정조사의 굳은 의지를 밝혔다.
 

2013년 1월 22일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 입구 ⓒ 노회찬재단

 
"쌍용자동차 국정조사를 여야가 국민들에게 약속한 것은 24명의 죽음에까지 이른 쌍용자동차 사태의 위급함 때문이다. 그리고 쌍용차 사태에 국가와 정치권이 회사 측과 더불어 중대한 책임을 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정조사를 통해서 오히려 쌍용차의 부당한 정리해고와 매각과정, 그리고 대대적인 공권력 투입과정에서 벌어졌던 잘못된 일들을 규명하고 그 책임을 가려내고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함이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는 말이 있는데, 정치권이 정치 불신을 제거하고 정치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은 국민에 대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고 해서 그 약속이 이렇게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1월 임시국회가 쌍용차 국정조사를 반드시 결의하는 국회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진보정의당이 앞장서서 노력하겠다."


여야가 합의했던 1월 24일 임시국회는 쌍용차 국정조사가 걸림돌이 됐다는 새누리당 반대로 무산되고 말았다. 

2014년 최악의 걸림돌 판결, '사법살인':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의 재판거래 결과

2012년 1월 13일 1심을 맡은 서울남부지법은 회사의 정리해고가 유효하다고 판단하고 원고패소 판결했으나, 2014년 2월 7일 서울고법 민사2부 재판부(조해현 부장판사)는 쌍용차 정리해고를 무효라고 판단하면서 회계보고서 조작 의혹 부분을 상당 부분 인정했다.

"당시 회사가 겪은 경영위기를 구조적·계속적 위기로 볼 수 없어 정리해고를 단행할 객관적 필요성이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원고승소 판결을 했다. 2014년 11월 13일 대법원 민사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해고무효 확인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정리해고는 적법하다"는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2009년 정리해고 사태가 사측의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따른 것이며, 사측은 '해고 회피 노력'을 다했다는 것이다. 

쌍용차 정리해고가 정당했다는 대법원 판결은 해고노동자에 대한 '사법 살인'이라 평가됐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이 판결을 '2014년 최악의 걸림돌 판결'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후 불거진 사법농단 사태로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어진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법원행정처가 해당 사건을 "VIP(대통령)와 BH(청와대)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대한 협조해 온 사례"로 꼽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대법원의 판결이 재판 거래의 결과라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2018년 5월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

노회찬(정의당 원내대표)은 "특별조사단의 조사결과로 박근혜 청와대와 법원 사이의 심각한 유착관계가 사실로 확인되었고, 사법부의 독립이라는 기본적인 헌정구조를 파괴한 법원행정처의 헌법 유린 불법 행위에 대해 검찰수사가 불가피하다"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의 조사결과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다. 법원행정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숙원사업이었던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판결을 청와대와의 협상카드로 삼았다. 내가 지난 3월에 청와대와 대법원 사이의 유착관계 의혹을 제기했던 통상임금 판결뿐만 아니라, 전교조 법외노조 통고처분에 대한 판결, 과거사정리위원회 사건 판결, 대통령 긴급조치사건 판결, KTX 승무원 판결, 철도노조 파업사건, 쌍용차 정리해고 사건에 대한 판결 등을 청와대에 대한 협상카드로 삼은 사실이 이번 조사로 밝혀졌다."

"과거 사법부는 사법부를 장악하려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위헌적인 시도에 맞서 100여 명의 판사가 집단사표를 제출하는 등 절대권력과 맞서 싸우는 용기를 보여주었다. 그러했던 사법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과 관련하여 교묘한 협력관계를 맺었다는 점은 매우 가슴 아픈 일이다. 이제라도 사법부는 당당히 검찰 수사를 수용하고 촛불혁명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사법부로 다시 태어나주길 바란다."


노회찬이 떠난 그 뒤… '함께 살자'는 호소는 이뤄졌을까

2018년 7월 노회찬이 떠나고 두 달쯤 지난 9월 14일 쌍용차 해고자 전원 복직 합의를 이뤄냈다. 이로써 경찰특공대의 옥쇄파업 폭력 진압과 함께 이뤄진 쌍용차 정리해고 복직 투쟁은 꼭 10년 만에 마무리됐다. 이창근(전 쌍용차노조 기획실장)은 "쌍용차 대량의 정리해고 사태는 매우 정치적인 사건"이라며 가슴 아픈 소회와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이창근, 이제 공장으로 돌아갑니다, 계속 함께 살겠습니다-쌍용차 대한문 분향소를 철거하며, <오마이뉴스>, 2018.9.20).

"2009년 6월 8일 해고 이후 112개월이 지났고 2285일이 흘렀으며 81240시간을 보내야 했다. 10년이 되기 전 해고자 복직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을 즐거워해야 할까. 보낸 시간과 잃은 동료를 생각하면 어떤 박수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중요한 이정표가 마련됐다. 결코 쉽지 않았다. 불가능하게 여겨졌던 쌍용차 해고자 전원이 공장으로 복직을 하게 된다. 줄기차게 외쳤던 '함께 살자'는 주장이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진 결과다.

노동과 연대의 힘이 쌍용차 투쟁을 가로질러 이 결과에 이르렀다. 시민사회의 노력과 종교, 학계, 문학, 인권, 여성, 장애, 정치, 성소수자, 법, 문화 예술, 시민, 학생, 기자, 피디, 작가, 스텝 등 조직된 노동자와 노조에 이르기까지. 부문과 계열을 넘나드는 뜨거운 연대와 노동의 총합의 힘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이번 결과에 엎드려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 더 이상 쌍용차 사례를 반복할 수는 없다. 얼마나 많은 사회적 갈등 비용을 지불했는가. 쌍용차 30명의 노동자들은 목숨까지 잃었다. 쌍용차 정리해고 문제를 둘러싸고 이 사회가 어떤 변화도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돌아가신 30명의 동료들의 목숨을 헛되게 만드는 일이다."
 
 

쌍용차 해고노동자 복직 잠정 합의안이 발표된 2018년9월14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앞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이 희생자들을 기리며 화분을 올리고 있다. ⓒ 권우성

  

쌍용차 해고노동자 복직 잠정 합의안이 발표된 2018년 9월14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앞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함께살자' 티셔츠가 놓여 있다. ⓒ 권우성

 
2020년 5월 4일 쌍용자동차 작업복을 입은 한상균(전 민주노총 위원장), 김득중(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장) 등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중 마지막 복직자들이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으로 11년만의 첫 출근을 했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면서 사람들은 쌍용자동차 사례를 '아름다운 노사 합의'라고 상찬했다. 복직만큼 중요한 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사자들에게 더 절박한 문제가 하나 있었다. 바로 손배·가압류다. 김득중 쌍용자동차 지부장은 이를 '벗을 수 없는 멍에'라고 표현했다. 많은 노동자들이 희생을 통해 '손배가압류는 악마의 제도'라는 것을 알리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4년의 손편지와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시절 이렇게 말한 바 있다. 

(2014년) "수십억 단위의 손배소, 가압류가 여전히 노동자의 목을 조이고 있습니다. 쌍용차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에 걸려있는 손배소가 1천억원이 넘었다고 합니다. 사측뿐 아니라 정부와 경찰까지 노조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은 오래고 고달픈 싸움에서 승리해도 기쁘게 작업장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됐습니다. 쟁의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과 가압류의 남용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 3권을 무력화하는 부당한 처사입니다. 그동안 노동자들이 짊어져야 했던 이 짐들을 시민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저도 함께하겠습니다." 

(2015년) "손해배상과 가압류의 남용은 노동3권을 무력화시키는 부당한 처사다. 국민의 힘으로 바꾸어 내지 않으면 안 된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 그래서 노동자들이 행복한 세상, 우리 손으로 만들어 나가자."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 3권을 무력화하는 부당한 처사인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과 가압류의 남용." '촛불 정부'를 자임하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와 21대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하에서도 여전히 빈발하고 있다. 

2020년 11월 현재 노동자를 상대로 진행 중인 손해배상 소송이 총 58건이며, 손배액은 약 658억1223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문재인 정부 들어 새로 제기된 손배 소송만 28건으로, 청구금액은 68억7679만 원에 달했다.

2020년 11월 12일 경향신문은 기사 하나의 제목을 이렇게 뽑았다.  

문재인 정부도 노동자 옥죄는 손배·가압류 문제 방치…"노동장관의 전태일 정신 계승 발언은 기만"

십수년 전인 2007년 7월과 8월 노회찬(민주노동당 대선 예비후보)이 손배 가압류에 대해 정부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온다. 
 

연설 중인 노회찬 의원 ⓒ 노회찬재단

 
"노조 활동 방해를 목적으로 하는 이랜드 비정규직에 대한 손배 가압류는 헌법에 규정된 노동3권을 짓밟는 행위다. 대통령의 침묵은 결국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학살 용인일 뿐이다. 정신이 똑똑히 박힌 정부라면 부당노동행위로 처벌해야 한다." 

기록 연재 | 조현연 노회찬재단 특임이사

* 다음 기사는 4월 30일(금) 게재 예정입니다(용산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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