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4.20 12:00최종 업데이트 21.04.20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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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이 우리 곁을 떠난 지도 어언 3년이 흘렀다. 그의 3주기에 즈음하여 노회찬재단은 오마이뉴스와 함께 공동기획으로, 4월 16일부터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 [우리 시대 '6411 투명인간'과 '약자들의 벗 노회찬'의 정치실천: 기록으로 기억하다] 기록 연재를 시작한다. [편집자말]
앞서 여는글( http://omn.kr/1su18 http://omn.kr/1su66 )에서 언급한 것처럼 진보정의당 당대표 취임사(2012.10.21.)와 당대표 퇴임 고별사(2013.7.21.)에서 노회찬은 "6411번 버스를 아시나요?"라며 투명인간분들을 아래처럼 구체적으로 호명한다.

①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새벽 5시 반이면 직장인 강남의 빌딩에 출근해야 하는, 한 달에 85만원 받는, 그냥 청소하는 미화원일 뿐인 50, 60대 아주머니분들"
② "현대자동차 고압선 철탑 위에 올라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③ "23명씩 죽어나간 쌍용자동차 노동자들"
④ "남일당 그 건물에서 사라져간 다섯 분"

이번 글에서는 "청소하는 미화원일 뿐인 50, 60대 아주머니분들"과 관련한 노회찬의 이야기와 그들의 '지금·여기' 삶의 현주소를 하나씩 살펴보기로 한다. - 기자말

 

2010년 4월13일 게재된 <노회찬의 새벽첫차> 유튜브 영상 중 화면갈무리 ⓒ 노회찬재단

 
2010년 4월 13일, <노회찬의 새벽 첫차 (1편)>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온다. "노회찬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서울의 새벽을 여는 곳으로 출동합니다. 그 1편으로 구로에서 개포동까지 가는 6411 버스 첫차를 탔습니다"라는 설명과 함께. 영상의 마지막 자막은 '노회찬이 서울 시민을 응원합니다'였다.

기억의 환기 차원에서 <오마이뉴스>(2020.12.17.)에 연재된 '왜 노회찬은 6411 버스를 탔을까, 여태 몰랐던 이야기'의 일부를 다시 불러내본다.


6411번 새벽첫차에 오른 노회찬은 승객들과 나눈 대화와 버스 안 풍경을 영상에 담아 '노회찬의 새벽 첫차'라는 이름으로 온라인에 올렸다. 영상에는 이런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 노회찬) 제일 힘드신 게 뭐예요?
= 우리요? 어휴 일하는 데 힘들다고 하면은 안 되죠.
- 노회찬) 아니, 일이야 뭐 또 다 잘 하시겠고.
= 힘드는 거는 저기 아침에 버스 타는 게 힘들죠. 사람이 너무 많으니까. 여기서 많이 시달리니까, 다른 거는 뭐.


"일하는 것 자체보다도 만원버스 새벽 출근길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은 노회찬은 버스에서 내린 뒤 이렇게 말한다. 
 

"오늘 새벽 4시 10분에 대림동에서 버스를 탔는데 종점인 개포동까지 왔습니다. 5시 40분이 지금 시각이고요, 1시간 반 걸렸습니다. 흔히들 새벽 첫 버스하면 승객이 별로 없고 텅텅 빈 버스로 생각하기 쉬운데 오히려 새벽 첫 버스가 타자마자 승객이 완전히 만원이 됐습니다. 이 콩나물시루와 같은 버스를 1시간 이상씩 타고 출근하는 분들, 그분들의 평균 연령이 60대가 넘는 것 같습니다. 

참 어렵게 사시는 우리 서울 시민들의 모습을 오늘 뼈저리게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일하는 것보다 출근하는 게 더 힘들다고 말씀하시는 저분들을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 첫차 운행 편수를 늘리는 것부터 시작해서, 점심 때 빌딩에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국이나 찌개도 끓이지 못하고 마른 반찬으로 도시락밥을 드시는 분들, 참으로 가슴이 아려옵니다. 결국 서울을 만들고 있는 분들, 서울을 떠받들고 있는 많은 분들이 이 새벽에 힘든 출근길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름이 있었지만, 그 이름으로 불리지 않았습니다"

그 뒤 시간이 흘러 2012년 10월과 2013년 7월 노회찬은 진보정의당 당대표 취임사와 고별퇴임사를 통해 '50, 60대 청소미화원 아주머니들'을 불러낸다. 

"이 버스에 타시는 분들은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새벽 5시 반이면, 직장인 강남의 빌딩에 출근을 해야하는 분들입니다. 지하철이 다니지 않는 시각이기 때문에 매일 이 버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한 분이 어쩌다가 결근을 하면 누가 어디서 안 탔는지 모두가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좀 흘러서, 아침 출근시간이 되고, 낮에도 이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있고, 퇴근길에도 이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있지만, 그 누구도 새벽 4시와 새벽 4시 5분에 출발하는 6411번 버스가 출발점부터 거의 만석이 되어서 강남의 여러 정류장에서 5·60대 아주머니들을 다 내려준 후에 종점으로 향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분들이 아침에 출근하는 직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들딸과 같은 수많은 직장인들이 그 빌딩을 드나들지만, 그 빌딩에 새벽 5시 반에 출근하는 아주머니들에 의해서, 청소되고 정비되고 있는 줄 의식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분들은 태어날 때부터 이름이 있었지만, 그 이름으로 불리지 않습니다. 그냥 아주머니입니다. 그냥 청소하는 미화원일 뿐입니다. 한 달에 85만원 받는 이분들이야말로 투명인간입니다. 존재하되, 그 존재를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함께 살아가는 분들입니다."


2012년 당대표 취임사 며칠 전인 10월 12일 한 권의 책이 출간된다. 플로랑스 오브나의 <위스트르앙 부두: 우리시대 투명인간에 대한 180일간의 르포르타주>(현실문화, 2010). 노회찬이 쓴 추천글은 이렇다. 

"<위스트르앙 부두>는 프랑스에서도 광범하게 존재하는 '투명인간'에 관한 기록이다. '투명인간'을 만나기 위해 위장취업자가 된 기자, 플로랑스 오브나는 펜 대신 빗자루를 든 청소부가 된다. 그런 그녀가 사무실을 청소하다가 스스로의 존재가 주변의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저 진공청소기의 연장일 뿐이며, 고무장갑에 청소 작업복을 걸친 진공청소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장면은 우리 주변을 다시 둘러보게 만든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작업복을 입는 순간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는 수많은 '투명인간'들을 볼 수 있는 눈을 얻게 된다. 그리고 우리들 또한 서서히 '투명인간'이 되어가고 있는 건 아닌지 성찰하는 시간을 얻을 수 있게 된다."
  

대조적인 장면... 2010년 '노회찬의 새벽 첫차'와 2021년 '박영선의 새벽 첫차'

10여 년이 흐른 2021년 4월 6일 KBS 뉴스는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하루를 남기고 <마지막 유세 '강행군'>이라는 제목으로 박영선 후보 관련 보도를 한다. 

"민주당 박영선 후보는 오늘(6일) 마지막 선거운동을 노량진 수산시장으로 향하는 새벽 '6411' 버스에서 시작했습니다. '6411' 버스 노선은 고(故) 노회찬 전 의원이 지난 2012년 정의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언급했던 노선인 만큼 진보 지지층 결집을 위한 행보로 해석됩니다. 박영선 후보는 버스에 탑승하며 '서울의 새벽을 깨우는 노동자분들과 함께 버스를 타면서 노동자의 삶이 투명인간이라는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제도를 바꾸고 지원할 방법은 없는지 생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4.7 재·보궐선거를 하루 앞둔 6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노량진 수산시장을 방문하기 위해 6411번 시내버스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한 <프레시안>의 기사다. 

"진보층 지지 호소의 일환으로 풀이되지만, 정의당은 '아무리 선거가 급하다고 하더라도 고인을 선거판에 소환하는 것은 멈춰주기 바란다'고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4월 5일 대표단 회의에서 여영국 신임 정의당 대표는 민주당의 행태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출신인 박영선 후보의 행보에 대해 이렇게 질타한다(박정연 기자, 노회찬 '6411 버스' 탄 박영선 진보층 구애…정의당 "염치를 알라", <프레시안>, 2021.4.6.).

"정의당을 입에 올릴 자격도 없다. 염치를 알라. 박 후보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한 국회 논의과정에서 기업 입장을 대변해 법의 실효성을 무력화시킨 당사자다. 박 후보가 몸담고 있는 민주당은 1년 전 총선 당시에는 기만적인 위성 정당을 통해 시민들의 정치개혁 열망을 가로막았다. 국민의힘과 기득권 정치 동맹을 공고히 했던 민주당이 그 어떤 반성도 사과도 없이 지금에서야 도와달라니 이게 무슨 염치없는 것인가."(여영국 정의당 대표, 2021.4.5)

<오마이뉴스>의 한 기고는 "단지 새벽 시간에 6411번 버스에 탄다고 해서 표를 줄 사람들은 없다. 6411번 버스에 탄 사람들을 위한 정치를 할 때 비로소 민심은 움직인다"면서, '6411 정신'에 대해 예리하게 지적한다(김상현, 6411번 버스를 탄 박영선 후보가 해야 했던 말-'낮은 곳의 정치' 말한 노회찬 정신과 괴리, <오마이뉴스>, 2021.4.8.).

"단지 6411번 버스는 하나의 상징으로서만 이용될 뿐, 그 버스의 의미에 대한 성찰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 결과 노동 의제를 후퇴시킨 후보가 6411번 버스에서 유세하는 상황이 펼쳐지기도 했다. 노회찬 의원은 단순히 6411번 버스에 투명 인간과 같은 노동자들이 있다는 사실만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들의 손을 잡아주지 못하는 진보정당에 대해, 정치의 무능함에 대해 말했다. 그는 노동자들이 자신들을 알아주지 않음을 탓하지 않았고, 자신들이 노동자 곁에 다가가지 못했음을 탓했다. 이게 바로 6411번 버스의 정신이 아닐까?" 

노회찬 이후, 언론이 '6411번' 청소노동자를 찾다... "알아줘서 너무 고마웠어"

2018년 7월 노회찬의 갑작스러운 떠남이 있은 뒤 6411번 버스와 청소노동자를 비롯한 투명인간에 대해 방송·언론 곳곳에서 호명하면서 조망했다. 특정 버스 번호가 이렇게 주목받은 일은 아마도 처음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방송사의 보도 내용을 몇 개 추려보면 이렇다. 

- MBC뉴스, 2018년 7월 27일 (오현석, "약자와 함께"…'낮은 곳'을 향했던 삶이 만든 추모 물결) : "많은 이들이 '촌철살인'이었던 그의 말을 떠올렸지만, 애도의 시간이 흐를수록 약자를 대변해온 그의 삶이 더 또렷해졌습니다. 특히 '새벽 버스' 6411번을 타는 청소 노동자들에 대한 고인의 연설이 장례기간 내내 화제가 됐습니다." 

- SBS뉴스, 2018년 7월 29일 (이세영 기자, [취재파일] 닷새간의 작별 인사, 노회찬을 잊지 못하는 이유) : "인연도 없는 정치인의 죽음에 미안함을 느끼는 이유는 뭘까요. 그의 삶의 궤적이, 항상 낮은 곳을 향해 있었기 때문입니다. 낮아지겠다고 말하는 정치인은 많지만, 시작부터 낮은 곳에 있었던 정치인은 흔치 않습니다. '용접공 노씨', 고등학교를 마치고 노동운동에 뛰어든 그는 평생, '투명인간'들을 대변했습니다." 

- JTBC 뉴스룸, 2018년 11월 27일 (손석희, [앵커브리핑] '그들은 무엇 때문에 정치를 하는가…') : "그 버스는 서울에서 가장 유명한 버스노선 중의 하나가 됐습니다. 매일 새벽 4시 정각, 구로동에서 출발해서 개포동까지 가는 6411번 버스. … 그는 주의를 기울여 살피지 않으면 알아차릴 수 없는 현실을 끄집어냈습니다. 이른 새벽, 그 버스의 승객들은 조용조용 하루를 견디며 살아가는 사람들이었습니다.

… 그들을 오래 응시해온 정치인 노회찬은 '존재하되 우리가 그 존재를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정치가 바라봐야 할 곳이 어디인가를 보여줬습니다."

  

노회찬과 함께 꿈꾸는 사람들 노회찬재단 창립기념공연 <노회찬, 함께 꾸는 꿈> 진행 중, 축하공연으로 올라온 <작은 뮤지컬 6411>의 한 장면. ⓒ 곽우신

 
언론매체는 이렇게 기사화했다.

- 경향신문, 2018년 8월 4일 (송윤경 기자, "노회찬 의원, 사람대접 해줘서 고마웠어요" 나흘간 기록한 6411번 첫차의 풍경) : 6411번 첫차의 사람들은 그를 알고 기억할까.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지 못하는 '투명인간'들의 세상살이는 지금 어떠할까. … 승객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노 의원의 연설을 알지 못했다.

… 전날 건넨 '6411번 버스 연설'을 어떻게 보았는지 묻자 윤혜순씨가 말했다. "울었어. 가슴이 쓰려. 조금만 더 버텨보지." 김이순씨는 한숨 쉬듯 답했다. "노회찬 의원이 있다는 것만 알았지, 그런 인간미가 있는 분인 줄 너무 늦게 알았어. 우리를 알아줘서 너무 고마웠어."

- 한국일보, 2018년 8월 6일 (홍인택 기자, 그곳이 알고 싶다: "6411번 버스라고…" 노회찬이 전하고 간 '노동의 새벽') : 청소노동자들의 삶은 노회찬 의원의 '6411번 버스 연설' 이후로 몇 정거장이나 나아갔을까. 강남의 빌딩에서 청소 노동을 하는 이모(66)씨가 한 달에 받는 돈은 142만원. 어떤 추가 수당도 없이 노동시간에 최저임금을 곱한 금액이다. 해가 바뀌면서 최저임금이 10% 이상 올랐지만, 월급은 채 10만원도 오르지 않았다.

… 이씨는 노회찬 의원의 사망 소식을 듣고는 "실낱같은 희망이 끊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를 청소노동자와 같은 약자를 위해 발 벗고 나서주는 몇 안 되는 정치인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노회찬 의원은 2016년 국회 청소노동자들이 휴게공간을 잃을 처지에 놓이자 "내 사무실을 같이 쓰자"고 선뜻 손을 내밀었다. "6411번 버스를 아십니까"하고 물었던 정치인이 사회에 보여준 양심이었다.

- 오마이뉴스, 2018년 10월 2일 (김선희, 내신 실패자의 진로... 1등급의 비밀) : … 그러나, '과연 새벽 4시에 6411번 버스를 탄 청소 노동자들만 투명인간일까?'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호기심과 탐구욕을 잃은 아이들. 가르침은 기본이요 멀티플레이어가 되어 각종 행정서비스와 온갖 책임을 도맡느라 사유와 성찰을 포기한 교사. 적은 인원으로 많은 성과를 내어야만 자리가 유지되는 직장인.

성공한 직업군으로 주위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더 많은 돈과 명예를 축적해야만 하는 각계의 전문가들. 가족들이 자신을 최대한 쥐어짜고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정보와 헌신을 제공해야하는 어머니와 아내들. 우리 모두가 나도 모르게 6411번 버스에 탑승해 있는 투명인간들이 아닐까?

- 이투데이, 2018년 11월 26일 (김지영 기자, 홍남기 후보자, 노회찬의 '6411번' 버스 탄 까닭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최근 '6411번' 버스 첫차에 올랐다. 서울 구로동 거리공원에서 출발해 개포동 개포중학교를 돌아 복귀하는 6411번 버스는 고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가 당대표 수락연설에서 인용했던 바로 그 버스다.

노 전 대표가 6411번 버스를 언급했던 취지를 고려하면 홍 후보자의 행보도 단순히 '버스에 탄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26일 기재부에 따르면, 홍 후보자는 21일 6411번 버스 첫차에 탑승해 승객들과 대화를 나눴다. 취약계층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정부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 노 전 대표가 말한 6411번 버스의 의미를 되새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기록 연재 | 조현연 노회찬재단 특임이사

[6411 투명인간과 약자들의 벗 노회찬] 청소미화원분들과 노회찬②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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