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4.15 07:11최종 업데이트 21.04.15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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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는 13일 오전 도쿄 총리관저에서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로 발생한 다량의 방사성 물질 오염수를 바다에 배출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안에 보관돼있는 오염수 탱크. 2021.4.13 ⓒ 연합뉴스

 
"2023년부터 후쿠시마 원전의 다핵종제거설비(ALPS) 처리수를 해양에 방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짧게는 6년, 길게는 동일본대지진이 있었던 2011년 3월 이후 10년을 끌어온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해양방류로 최종결정 났다.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13일 오전 정례 브리핑을 통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이번 해양방류에 대한 일본정부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는 공식발언이라 판단해 가감 없이 싣는다.

일본 정부의 논리
 
"오늘 총리 주재로 폐로, 오염수, 처리수 대책관계 회의가 개최돼 '다핵종제거설비(ALPS) 처리수 처분에 관한 기본방침'이 결정됐습니다. 지금까지 6년간 관련 전문가들과 논의를 해 왔고, 작년 2월에 '해양방출'이 가장 현실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또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해양방출이)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수많은 전문가 분들과 의견교환을 했고, 깊은 검토를 거친 결과 현재의 규제기준보다 훨씬 더 높은 안전성을 확보하며, 풍평피해(風評被害, 가짜뉴스 등으로 인해 해당 당사자가 물적 정신적 피해를 입는 현상 - 기자주) 대책을 철저히 해 나가는 것을 전제로 해양방출이 현실적이라는 판단을 내리게 됐습니다."

그는 논란이 되고 있는 삼중수소의 방류기준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기본방침으로서는 먼저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해양방출을 할 때 트리튬(삼중수소)의 농도를 현행 국내규제기준 1/40,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하는 식음료 기준의 1/7로 할 것이며 국제원자력기구 등 제3자도 참여시켜 투명하게 감시할 수 있도록 대응책을 마련하겠습니다. 또한 풍평피해를 막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광고홍보활동과 판로개척지원을 비롯한 여러 대책을 세우겠습니다. 이러한 정부방침 및 대책을 착실히 실행시켜 나가기 위해 이번 주 내로 새롭게 관계각료회의를 신설하고 책임자는 저, 관방장관이 맡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가토 관방장관은 풍평피해를 염려해서인지 '처리수'와 '오염수' 등 용어를 구분해 달라는 말도 덧붙였다.
 
"먼저 '처리수'와 '오염수'의 차이를 명확하게 정리하려 합니다. 이를 위해 오늘 '폐로/오염수 대책 각료회의'의 명칭을 '폐로/오염수/처리수 대책 각료회의'로 변경합니다. 앞으로 'ALPS처리수'라는 명칭은, 다핵종제거설비(ALPS) 등의 장치에 의해 삼중수소 이외에 대해서는 규제기준 이하로 정화되어 희석한 후 방류가 가능한 물이라는 뜻으로 사용됩니다."

가토 장관의 이 말은, 지금까지의 각료회의가 후쿠시마 원전 폐로와 오염수를 다뤘다면 신설되는 각료회의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방류되는 물은 오염수가 아닌 문제없이 희석시킨 처리수'이니, 관계자(언론 포함)들도 처리수와 오염수를 혼동하지 말라는 의미다.

이는 일본정부의 공식 견해이다. '후쿠시마 원전'이란 단어가 안 들어가 있는 것이 지금 일본정부의 상황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지만 일본정부 나름의 고충어린 결정이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 발언은 크게 세 가지 핵심을 담고 있다.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 각의에서 발언하는 스가 일본 총리 13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각료 회의에서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발언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로 발생한 방사성 물질 오염수를 바다에 배출하기로 했다. ⓒ 연합뉴스

 

오염수 대신 처리수, 후쿠시마 원전 언급 안 해

먼저 왜 '해양방류'로 결정했는가라는 점이다. 일본정부의 '6년간의 치열한 논의'는 사실 거짓은 아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불가능하다는 전제 하에 도쿄전력과 일본정부는 원전 오염수를 육지의 저장 탱크에 보관하면서 처리 방법을 논의해 왔다. 대표적인 해결책은 지중매립, 연소 후 기체방출, 희석 후 콘크리트 혼합 매립, 해양방류 등이었다.


이 중 해양방류 쪽으로 최종 가닥이 잡힌 것은 2019년부터였다. 여러 제반환경 상 탱크 보관이 불가능해지는 2023년을 기점으로 잡고 그 이전에는 어떠한 형태로든 오염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해양방류가 지지를 얻게 된 이유는 타국과의 비교, 그리고 국제원자력기구의 판단 덕분이었다. 타국과의 비교는, 14일자 <니혼게이자이>가 다뤘듯이 일본이 아닌 다른 나라들도 이미 해양방류를 하고 있다는 것에서 비롯된다. <니혼게이자이>는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에 포함된 삼중수소의 양이 다른 선진국 및 강대국들의 처리수보다 오히려 적다"고 강조한다.

또한 일본 경제산업성의 추산에 따르면 2023년부터 방류할 예정인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에 들어간 삼중수소 양은 1500 베크렐로, 이는 세계보건기구가 음료수 기준으로 인정한 1만 베크렐의 1/7 규모이다. 이 추산에 따르면 2023년 이후 일본이 해양에 방류하는 삼중수소 양은 연간 22조 베크렐이 되는데 이 규모는 한국의 월성원전(2016년 23조 베크렐), 미국의 캘러웨이 원전(2002년 42조 베크렐), 중국의 대아만 원전(2002년 42조 베크렐) 등에 비해 오히려 적다고 강조한다.

문제는 이 계산이 현재로서는 추산치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가토 관방장관은, 그래서 국제원자력기구를 포함한 제3자 감시기구를 넣어 투명하게 관리하겠다고 강조한 것이다. 또한 도쿄전력 홀딩스 역시 오염수 정화 시스템에 관해 40분의 1, 7분의 1의 기준을 지키기 못할 경우 기준에 도달할 때까지 몇 번이고 희석작업을 되풀이하겠다고 공언했다.

두 번째는 정부차원에서 전면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지금까지 후쿠시마 원전의 제염작업은 도쿄전력이 담당해왔다. 일본정부는 어디까지나 지원하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오염수 해양방류를 결정하면서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을 의장으로 하는 '폐로/오염수/처리수 대책 각료회의'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차원에서 관계국들과의 회의 및 이해를 구하겠다는 입장도 표명했다.

실제로 13일 오후 일본정부는 도쿄거주 외국대사관 49개국과 지역, 기관 등 총 60인을 대상으로 화상설명회를 개최했다. 지리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동아시아의 경우 한국은 불참했고 중국과 대만이 이 설명회에 참석해 방출방법 및 시기에 대한 질문을 하기도 했다.

세 번째는 국제원자력기구 및 미국의 든든한 지원이다. 국제원자력기구의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은 13일 "일본정부의 발표를 환영한다"며 "우리는 이 해양방류 계획이 안전하고 투명하게 이행될 수 있도록 추적 관찰할 것이며 기술적 협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또한 그로시 사무총장은 "원래 원전의 제어된 물의 해양방류는 국제사회의 관행이며 일상적으로 이용되는 방법"이라며 일본의 해양방류를 지지한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해양방류 결정이 이뤄진 날 미국 국무성 프라이스 보도관은 "독특하고 곤란한 상황에 빠져있는 일본은 투명성을 유지하면서 세계적인 원자력 안전기준에 합치(合致)한 수법을 채용한 것 같고, 우리는 일본정부가 몇 가지 선택지와 영향을 비교, 고려했다고 인식한다"며 "계속적인 조정과 의사소통을 해 나갈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역시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투명성있는 조치에 감사한다"라고 밝혔다.

유럽연합(EU)도 중립적인 뉘앙스를 보이긴 했지만 "과정에 있어 완전한 투명성이 제공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일본정부가 국내 및 국제적 의무를 지켜가며 충분한 안전을 확보할 것을 기대한다"고 표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본정부로서는 한국과 중국의 반발을 걱정하면서도 여타 국제사회의 지지를 기반으로 이번 해양방류를 결정하기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국제원자력기구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이 후쿠시마 사고 현장을 방문한 모습 ⓒ Dean Calma / IAEA

 
일본 내의 반발

하지만 해상방류가 결정된 이후 반발도 잇따르고 있다. 먼저 후쿠시마 주민들이다. 일본정부가 아무리 '풍평피해'를 없애겠다고 말해도 그 말을 믿는 주민들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엔에이치케이>(NHK) 보도에 따르면, 정부가 가장 큰 직접적 피해를 입고 있는 후쿠시마 원전 인근의 주민들과 공청회를 가진 것이 원전사고로부터 무려 7년이 지난 2018년부터라고 한다. 게다가 공청회 역시 서면으로 주민들의 의견을 받는 앙케트에 불과했고, 관계자와의 대화 및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음이 밝혀졌다.

실제로 NHK는 지난 2월 후쿠시마 현민 1200명을 대상으로 "삼중수소 처리수의 처분에 대해 지역주민이 충분히 회의 및 논의에 참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그렇다고 생각한다'(3%)와 '어느 쪽이냐고 굳이 말한다면 그렇다고 생각한다'(10.4%)는 총 13.4%에 불과했다. 이에 반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37.4%), '어느 쪽이냐고 굳이 말한다면 그렇지 않다'(23.8%)는 61.2%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금에 와서 일본정부가 풍평피해를 없애겠다고 하는 말을 당사자들이 곧이곧대로 믿을 수 있을까. 당장 방류가 되면 후쿠시마 농산물을 안 먹겠다는 사람들과 관련 뉴스들(후쿠시마 주민들 입장에서는 풍평피해)이 만연할 것이다. 해양방류 결정이 내려진 13일, 이에 반대하는 최초의 집회가 후쿠시마 현청 앞에서 열린 후쿠시마 주민 50여명으로 구성된 집회였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시민과 학자들이 만들어가는 원자력시민위원회'의 오시마 겐이치 류코쿠 대학 교수는 "대체안을 구체적으로 검토도 해보지도 않고 해양방류를 결정했다"고 일본정부를 비난했다. 그는 "대형탱크의 보존연한이 언제가 한계인지 아무도 모르고, 콘크리트 혼합매설에 대해서도 검토했다고 말은 하지만 구체적 검토내용은 대체 어디서 얻을 수 있는 것이냐"며 강한 불만을 내보였다.
 

13일 일본 도쿄 총리관저 앞에서 시민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에 대한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일본 정부는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제1 원전 사고로 발생한 방사성 물질 오염수 125만여t을 바다에 배출하기로 했다. ⓒ 연합뉴스

 
이들은 일본정부의 해양방류 결정 프로세스, 그리고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될 오염수의 희석작업 '플랜'을 믿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간의 행태를 보면 주민의 참여는 배제됐고, 왜 해양방류가 됐는지 보고서조차 제대로 없으니 이들 입장에서는 당연한 반발일지도 모른다.

프라이스 보도관이 말한 대로 전례가 없는 '독특하고 곤란한 상황'에 빠져 있는 지금의 일본정부가 과연 자신들의 입으로 공언한 40분의 1 기준과 7분의 1 기준을 과연 지킬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투명한 정보공개와 관리는 과연 가능할 것인가.

참고로 고이즈미 환경상은 13일 "처리수 방출이 진행되는 1년 정도 전부터(2022년) 삼중수소 농도의 조사를 환경성 차원에서 실시하겠다"며 "환경성 차원에서 처리수 방류 전과 방류 후의 모니터링을 투명하게 진행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이즈미 환경상의 발언을 유추해 보면 결국 아직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말이 된다. 걱정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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