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4.15 11:35최종 업데이트 21.04.15 11:35
  • 본문듣기

1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3월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1.05%를 기록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63스퀘어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의 모습. ⓒ 연합뉴스

   
청약제도를 둘러싼 공정성 논쟁

지난 2.4 공급대책의 특징 중 하나는 전용면적 85㎡ 이하 공공분양 중 9억 원 이하 주택에서 일반공급 비율을 15%에서 50%로 대폭 늘린 것이다. 기존 공공분양주택은 다자녀가구, 노부모부양자, 신혼부부, 생애최초주택구입자, 유공자 등 특별공급대상자의 주택물량이 전체의 85%를 차지하고 있어 특별공급 대상자가 아닌 일반인들은 일반공급 물량 15% 내에서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집값이 폭등하는 가운데 특별공급 대상자가 되지 못하는 이들의 불만이 쌓여가는 현실을 인식하고 국토부는 특별공급 물량을 줄이고 일반공급 물량을 대폭 늘리는 선택을 했다.


아울러 기존 일반공급에서 적용했던 순차제 100%에서 순차제 70%, 추첨제 30%로 무작위 추첨방식을 대폭 늘렸다. 순차제는 3년 이상 무주택자 중에서 주택청약종합저축 총액이 많은 신청자(전용 40㎡ 이하는 납입횟수 기준)를 뽑는 방식이기에 오랫동안 청약저축을 했던 4050세대가 유리한 방식이다. 반면 추첨제는 3년 이상 무주택자이면 청약저축 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신청가능하기에 2030세대에게 유리한 방식이다. 2030세대에게 불리했던 순차제를 줄이고 2030세대에게 유리한 추첨제를 대폭 늘렸으니 모든 세대에게 저렴하게 내집마련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 것처럼 보인다. 더 공정해졌을까? 모두가 다 공정하다고 느끼고 있을까?

누구의 입장에서 보는지가 중요하다. 2030세대 입장에서는 서울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는 상황 속에서 4050세대에게 집중되어 있던 저렴한 내집 마련 기회가 예전보다 늘어났기 때문에 공정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무주택자로 지내며 좁은 집에서 여러 자녀들을 키우고 꾸준히 청약저축을 납입하면서 오매불망 내집 마련을 기다리던 4050세대에게는 그간의 기다림을 허사로 만드는 불공정함으로 다가올 수 있다.

순차제가 줄어들고 추첨제가 늘어난 2.4 공급대책 청약제도 개편안은 사회 전반의 흐름과도 이어져 있다. 기다리면 언젠가는 직급이 올라가고 연봉이 높아지겠지 기대하던 연공서열 중심의 시대는 가고, 젊더라도 능력 있고 회사에 더 많이 기여하는 사람이 더 많은 연봉을 받는 것이 상식인 시대가 이미 도래했다. 나이를 떠나 능력 있고 회사에 더 많이 기여하는 사람이 더 많은 돈을 받는 것은 공정해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능력주의 방식을 두고도 과연 공정한지에 대한 논의가 분분하다.

부동산 시장에서 공정이라는 화두는 더 복잡하고 난해하다. 연공서열이 아닌 능력주의로의 흐름은 기업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기라도 하지만 아파트를 둘러싼 공정성 논쟁은 막대한 시세차익, 토지불로소득을 놓고 누가 더 가질 것인지의 싸움이기에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이다.

왜 순차제와 추첨제를 둘러싸고 2030세대와 4050세대가 각축을 벌일까? 주변 시세에 비해 대폭 저렴한 공공분양주택에 당첨되기만 하면 수억의 시세차익을 거저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얼핏 기회의 평등이라는 화두와 닿아 있는 공정성 문제처럼 보이지만 한 꺼풀 벗겨보면 막대한 부동산 시세차익을 누가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이전투구가 벌어지고 있다.

공정성 논쟁의 원인 제거 : 땅의 가치를 모두에게

집값이 폭등하지 않던 시기 2030세대는 순차제, 추첨제, 가점제 등 청약제도 자체에 큰 관심이 없었다. 중산층 이하 신혼부부,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다자녀가구, 노부모부양자들을 위한 특별공급이 85%가 되어도 주택이 더 필요한 사람들이 저렴하게 아파트를 얻어도 그럴 수 있지라며 넓은 포용력을 가진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집값이 폭등하는 시기가 도래한 이후에는 일단 공공분양주택에 당첨만 되면 막대한 시세차익이 발생하기도 하고, 급등하는 전월세가격을 보며 남 걱정할 때가 아니라 내 코가 석자라는 생각에 특별공급 대상자를 배려해줄 여유가 없어졌다.

일반공급을 대폭 늘리고 순차제, 추첨제를 놓고 아무리 조정한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공정성'은 달성하기 불가능하다. 어떻게 해야 모두가 공정하다고 생각할까? 애시당초 공정성 논의가 시작된 원인을 제대로 풀지 않고서는 답이 없다.

주택가격은 폭등하고 주택을 소유할 때 발생하는 비용은 시세차익에 비할 바가 못 되기에 각자에게 필요한 규모의 주택을 선택하기보다 앞으로 무조건 가격이 오를 만한 아파트를 1인가구이든 5인가구이든, 2030세대이든 4050세대이든 모두가 구입하려고 한다. 지금처럼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로 모두가 아파트를 사려고 하면 아무리 아파트를 공급한들 답이 없다.

집값 폭등을 막고 모두에게 공정한 방식으로 주택을 배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시장은 인간의 탐욕을 자극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시장만큼 공정하고,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제도도 없다.

시장을 선호하는 경제학자들이 세금을 싫어하는 이유는 개인의 노력이 들어간 결과물에 부과하는 세금은 근로의욕을 감퇴시키고 자원배분을 왜곡시켜 사회 전체의 효용을 낮추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금을 시장친화적으로 잘 활용하면 한정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배분하여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공정함을 느끼게 만들 수 있다.

시장친화적인 토지보유세가 답이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등 아파트 단지. ⓒ 권우성

 
사회 전체가 함께 노력하여 상승시킨 토지가치에 매기는 토지보유세는 매우 시장친화적인 세금이다. 정부의 시장 개입을 극도로 싫어하는 보수 경제학의 거두 밀턴 프리드먼도 토지보유세를 가장 덜 나쁜 세금이라고 한 이유 역시 개인의 근로의욕을 줄이거나 자원배분의 왜곡을 발생시키지 않는 세금이기 때문이다.

토지보유세가 충분히 높아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미국의 사례를 참고해보자. 텍사스주 샌안토니오는 주택 실거래가의 3.1%를 재산세로 내야 한다. 10억 원을 주고 주택을 샀다면 연간 3100만 원의 보유세를 내야 한다. 33년이 지나면 사실상 주택가치가 0이 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텍사스에서는 시세차익을 얻겠다는 기대로 집을 몇 채씩 사재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뉴욕의 베드타운 역할을 하는 뉴저지 역시 주택가격의 2.5% 수준의 보유세를 내야 한다. 엄청난 부자가 아니고서는 은퇴하여 소득이 없는 사람들이 집값 상승 기대를 가지고 뉴저지에 머물기가 쉽지 않다. 집값에 비례하는 보유세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시장 토지임대료 수준의 토지보유세를 부과한다면 막대한 시세차익이 애시당초 발생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에 꼭 살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주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효율적인 자원 배분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추첨제와 순차제를 둘러싼 청약제도 갈등은 공정성과는 거리가 먼 로또분양이라는 희소한 가능성을 두고 누가 막대한 시세차익을 가져갈지의 싸움이다. 순차제를 선호하는 4050세대와 추첨제를 선호하는 2030세대 모두가 불공정함을 느끼지 않고, 좋은 위치에 있는 집이라는 한정된 자원이 가장 필요한 사람에게 배분되기 위해서는 토지보유세 강화가 꼭 필요하다.

만약 거둔 토지보유세를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고루 배분한다면 수도권 중심의 대한민국에서 소외받는 지방민들에게도 공정의 과실이 고루 나누어질 수 있다. 모든 사람이 공히 동의할 수 있는 공정함은 사회 전체가 함께 만든 노력의 가치는 모두에게 고루 돌아가야 한다는 대전제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의견


10만인클럽후원하기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