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4.01 12:33최종 업데이트 21.04.01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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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3500엔(3만 5천 원)만 내면 된다고? 뭐가 이리 싸."

올해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큰 딸이 스마트폰을 장만했다. 보통 기계 값까지 포함해서 한 달에 약 1만 엔(10만 원) 정도를 내는지라 당연히 아이 통신비도 그 정도 하겠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와 함께 소프트뱅크 대리점에 갔던 아내가 보내온 향후 1년간의 요금명세표를 보면, 물론 '가쿠와리(学割)'라 불리는 학생 할인이 적용되긴 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저렴한 3천 엔 수준이었다. 명세표를 훑어보며 검색을 해보니 작년 스가 내각이 들어서면서 생활 공약으로 내세웠던 통신비 인하 정책이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었다.


이 연재를 통해 두어 번 언급한 바 있지만 스가 총리는 2005년 고이즈미 내각 시절 총무성 부대신 직을 수행했으며 2006년 아베 제1차 내각에서는 총무성 대신 및 우정민영화 대신이라는 중책을 역임한 바 있다. 아베 재집권 이후 7년 8개월 동안 지낸 관방장관을 제외한다면 스가 총리는 '총무성 프로'라고 할 수 있다. 총무성은 한국으로 치면 정보통신부와 행정안전부의 역할을 담당하는 일본 내각의 핵심 관청으로, 재무성과 더불어 투톱으로 꼽힌다. 내각명부상 서열을 보더라도 재무성(내각부총리), 총무성, 법무성, 외무성 순이다.

또한 총무성은 국가 전체의 방송, 통신 및 그 인프라를 구축하고 민간 사업자를 관리, 지도한다. NHK를 비롯해 TV아사히, 요미우리TV 등 민영방송사업자, BS및 CS(위성방송사업자)는 물론 일본 국내 모바일 3대 통신사업자인 NTT도코모, KDDI, 소프트뱅크까지 모두 총무성의 행정 지시 및 관리를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스가 총리의 장남 스가 세이고씨의 접대 스캔들이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킨 것도 접대 받은 당사자가 총무성의 핵심관료였기 때문이다. 2016년 스가 세이고씨는 정보통신 및 위성방송업체 '도호쿠신샤'의 엔터테인먼트커뮤니티 부장 및 산하 계열사인 '바둑장기채널' 이사로 근무하던 중 총무성 심의관 등 핵심관료들과 도호쿠신샤의 만남을 주선한 것으로 드러났다. 2020년까지 약 39차례나 알선했다.

도호쿠신샤 측의 접대 총액은 60만 8천 엔(617만 원)이고, 이 중 가장 많은 11만 8천 엔(119만 원) 상당의 접대를 받은 이가 바로 총무성 넘버2로 불리는 다니와키 야스히코 총무성 심의관이었다. 다니와키는 <주간문춘>의 특종보도를 통해 도호쿠신샤뿐만 아니라 NTT로부터도 세 차례에 걸쳐 약 17만 엔(172만 원) 상당의 접대를 받은 것으로 밝혀져 3월 16일 전격 경질됐다.

총무성 스캔들에 스가 총리의 장남이 관여돼 있다는 점 때문에 한때 스가 총리 및 내각 지지율에도 커다란 영향이 미칠 것으로 전망됐지만, 의외로 스가 내각의 지지율은 작년 12월 이후 38~42% 대(NHK 월별조사)를 줄곧 유지하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25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스가 총리는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끝난 뒤 가진 회견에서 "조금 전 북한이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며 북한의 발사체를 탄도미사일로 단정했다. 그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작년 3월 29일 이후 처음이라며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밝혔다. ⓒ 연합뉴스

 
기묘한 스가 지지율

긴급사태선언 기간 중 자민당 의원의 긴자 유흥가 출입, 장남의 총무성 접대 스캔들, 마땅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대책, 리더십 부재 등 각종 악재가 터져 나오고 있지만 지지율은 떨어지지 않는 기묘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다카하시 요이치 정책공방연구소 회장은 다음과 같은 분석을 내놨다.
 
사람들은 이미 다 잊어버렸겠지만 스가 총리는 작년 10월 26일 소신표명연설에서 말했던 것들을 착착 진행시키고 있다. 휴대폰 요금 인하, 디지털청 설치, 그리고 불임치료의 보험적용이다. 특히 휴대폰 요금 인하는 이미 3월부터 진행되고 있다.
- <겐다이비즈니스> 2021.3.14

돌이켜보면 휴대폰 요금은 스가 총리가 십 수 년 전 총무성 대신에 재직했을 때부터 줄곧 의문을 품어왔던 전문분야이기도 하다. 그는 일본과 비슷한 1인당 국민소득을 기록하는 다른 나라들이 20GB 기준 월정액요금을 5천 엔(5만 원) 이하로 설정하는 것에 비해 일본은 7000엔(7만 1천 원) 정도라며, 통신사업자들 간의 가격담합 의혹을 줄곧 지적해 왔다. 그리고 총리가 되자마자 총무성에 휴대폰 요금 인하를 위한 위원회 설치를 지시했다.

이러한 스가 내각의 움직임에 발맞춰 작년 11월 소프트뱅크와 KDDI는 20G 고속데이터 통신 월정액을 각각 4480엔(4만 5천 원), 4980엔(5만 원)으로 내리겠다고 발표했다. 첫머리에 언급한 큰 딸도 바로 이 혜택을 입은 것이다.

디지털청 설립도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다. 보통 일본에서 새로운 정부 부처를 신설하거나 폐지하려면 막대한 시간과 인원이 소요된다. 성청의 존재 근거를 만들기 위한 입법 법률안의 작성 및 검토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여야가 길항(대항)관계에 놓여있을 경우, 가령 여당이 중의원 다수당, 야당이 참의원 다수당인 '비틀린(ねじれ) 국회'일 경우 가결에도 막대한 시간이 소요된다. 법률안이 중의원에서 통과되어도 참의원에서 부결돼 다시 중의원으로 내려오고, 그 뒤엔 강제입법의 절차를 거쳐야만 하기 때문이다.

중의원과 참의원 의석 과반수를 자민당과 공명당의 연립내각이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디지털청 신설은 전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월 9일 '디지털 개혁관련 법안'이 각의 결정됐고, 3월 9일 중의원 본회의에 상정됐다. 이 추세로 간다면 중의원 임기가 끝날 무렵인 올해 9월 디지털청이 신설될 가능성이 크다. 인감과 팩스의 문화에서 탈피할 수 있는 국가적 매뉴얼과 시스템이 마침내 생겨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불임치료 보험적용도 2022년 4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지금도 실질적으로는 국가 보조금이 나오기 때문에 이전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도쿄의 경우 불임치료 체외수정이 1회 평균 30만 엔, 인공수정이 1회 1만 5천 엔 정도였다. 하지만 스가 내각이 들어서면서 가장 비용 부담이 큰 체외수정의 경우 도쿄에선 최대 30만 엔까지 보조금이 지급된다. 특히 불임치료 보험 적용은 저출산 대책과도 연동돼 있어 여성 유권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한편 다카하시 소장은 "국내 정책뿐만 아니라 코로나19 대응에서도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본이 꽤 선방하고 있다는 점이 (스가 내각의) 지지율을 유지시키고 있다"라고 주장한다.

인기도 없고 존재감도 없지만

실제로 일본의 코로나19 대책을 보면 한국에 비해선 여전히 엉망이지만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본다면 꽤 성적이 좋은 편이다. 무엇보다 긴급재정지출 면에서 세계적으로 톱수준에 이르고 있다. 작년 12월에 이미 재정지출 40조엔 규모의 종합대책을 발표했고, 3월 16일에는 또다시 극빈층에 대한 긴급지원책을 마련했다. 이 안에는 극빈층뿐만 아니라 홀로된 부모를 모시는 부양인 및 예년에 비해 소득이 낮아진 자녀 부양 세대주에게 5만 엔씩 긴급지원하는 현금급부안도 포함됐다.

일본 정부의 GDP 대비 재정지출 규모를 스가 내각 발족 이후인 사사분기에 한정해서 보면, 이스라엘에 이어 전 세계 두 번째다. 경제성장율 역시 전년도 동기 대비 -1.3% 정도로, 이스라엘, 노르웨이, 한국, 리투아니아 등과 함께 최선두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인구 5천만 이상의 선진국 그룹 중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유일하다.

실업율의 변화도 눈여겨 볼 만하다. 물론 일본 역시 2020년 추계 75만 명에 달하는 실업자가 양산됐고, 2021년 1월 현재 실업률도 전년도 대비 0.5%p 증가한 2.9%로 집계됐다. 하지만 증가율 0.5%는 상대적 관점에서 볼 때 가장 낮다. 동일시기 미국 +2.8%p, 영국 +3.8%p, 독일 +1%p, 유럽연합 +0.7%p, 한국 +1.5%p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시대를 맞아 일본도 국내 상황이 피폐해졌음은 분명하지만 상대적으로 수치 자체는 꽤 선방한 것으로 나온다. 이런 부분들이 스가 내각의 각종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지지율 하락을 막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내각 총해산 및 중의원 총선거를 언급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물론 스가 총리는 "총해산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단언하지만 임기 6개월밖에 안 남은 상황인 데다, 일본정치 역사상 중의원 임기 종료로 인한 총선거(현재 중의원들의 임기만료는 10월 21일)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드물었기 때문에 조만간 내각 총해산이 실시될 것이다.

총해산은 보통 현 내각이 가장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때 총리가 내각해산을 선포함으로써 이뤄진다. 양원제를 채택하고 있는 일본은 중의원 임기 4년, 참의원 임기 6년으로 정해져 있지만 중의원은 임기 도중에라도 총리의 전권으로 해산이 가능하다. 중의원에 10선 의원이 수두룩한 것도 그런 연유에서 비롯된다. 이 중의원 해산으로 인해 발생하는 선거를 총선거라 부른다. 반면 참의원은 임기가 6년으로 정해져 있고 해산자체가 없다. 그래서 임기만료로 인한 참의원 선거를 '통상선거'라고 한다.

임기만료에 따른 중의원 선거는 총리의 권한이 발휘되는 여지를 지워버린다. 오히려 얼마나 강단이 없으면 임기 끝날 때까지 저러고 있냐는 오해를 받을 우려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스가 총리 역시 중의원 임기, 나아가 9월 20일로 예정된 자민당 총재선거 전에 내각총해산을 선언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다면 해산 타이밍이 중요하고 그 시기를 엿보기 위해서라도 향후 정치일정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제2차 스가 내각 가능성

앞으로 남은 스가 내각의 굵직굵직한 정치 일정들을 보면 4월 정기국회에서 각종 주요법안이 통과될 예정이고, 총리의 방미 계획이 있다. 7월 4일엔 도쿄도 도의원 선거가 있고 도쿄올림픽이 개최된다. 이 시기를 넘기면 앞서 말했듯 9월 20일 자민당 총재 선거에 따라 스가 총리가 임기만료로 선거를 치르지도 못하고 자민당 총재(즉 내각총리대신)가 교체될 수 있기 때문에 여기까지 가진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도쿄올림픽 후 총해산을 실시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스가 체제로 선거를 치러 자민당이 여유롭게 승리한다고 가정한다면 제2차 스가 내각, 즉 스가 총리가 다시 한 번 더 총리대신 직을 수행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16일 도쿄의 총리관저에서 자신을 예방한 토니 블링컨(오른쪽) 미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왼쪽) 국방장관을 영접하고 있다. 2021.3.16 ⓒ 연합뉴스

 
한국에서는 옹고집에 스캔들투성이의 존재감 없는 총리대신으로 비치는 경향이 크지만, 스가 총리는 서민 체감 정책 실행 및 코로나19 선방 등으로 비교적 잘 버티고 있다. 미일동맹은 오히려 아베 내각 때보다 더 굳건해지고 있으며 쿼드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어 한때 스가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외교적 수완도 그럭저럭 발휘하고 있다.

무엇보다 본인의 스캔들이 없다. 아베 전 총리의 경우 '화약고'라 불릴 정도로 갖가지 스캔들에 본인이 직접 개입돼 있었고 측근을 감싸는 모습도 종종 보여 왔다. 하지만 스가 총리는 아들의 스캔들은 있어도 본인의 스캔들은 전무하다시피 하며, 당내의 스캔들을 일으킨 의원은 물론 핵심 관료들도 문제가 발생하면 가차 없이 내친다. 국민적 인기는 애초에 없었고 여전히 존재감과 리더십도 부재하다는 평가를 듣고 있지만, 정작 6개월간의 궤적을 살펴보면, 또한 최근 4개월간의 여론조사를 나열해 본다면, 단명으로 끝날 것이라 짐작했던 스가 내각이 의외로 별 문제없이 내외정을 이끌어 왔다라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긴급사태선언을 해제한 후 열흘이 지난 지금 다시 코로나19 제4차 감염웨이브를 걱정할 정도로 확진자 수가 늘고 있고, 백신접종 상황이나 도쿄올림픽 개최문제 등도 있어 지지율 하락의 요소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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