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3.05 07:34최종 업데이트 21.03.05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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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 사진공동취재단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부터 출구를 찾기 위한 지구촌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터널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국가마다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북반구 지역에서 지난해 가을부터 이어지는 감염 증가세가 줄지 않고 있다.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 또한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앞으로 보게 될 백신의 효과가 유일한 희망.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집단 면역이 이뤄져야 하는데 아직까지 대부분의 국가에서 백신 접종률이 낮다. 게다가 백신 접종률이 가장 높은 이스라엘(2일 기준 접종률 100명당 96.07명)에서도 최근 감염자 수가 오히려 늘고 있다. 접종자 개인의 면역력이 형성될 시간이 필요하고, 이후 집단면역까지 가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 현황 ⓒ ourworldindata.org

 
전문가들의 전망에 따르면 빨라도 올 가을은 돼야 비로소 정상화를 향한 전환점을 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올 한 해도 마스크 착용과 위생관리, 거리두기 등 개인 생활 방역과 함께 경기 침체 장기화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대표적 위기 대응 방안은 역시 대규모 경기부양책. 한국의 경우 시급하다는 위기의식과 아직은 미국과 유럽에 비해 코로나19 대응 여력이 있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 열쇠를 쥔 주무부서가 곳간 열기를 주저하는 모양새다. 실제 주요 경제 선진국 가운데 한국의 경제 피해가 가장 덜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서민들의 체감 피해규모는 주관적이다. 미국과 서유럽 등 다른 경제 선진국에 비해 비교우위에 있다는 논리로는 국민을 설득하기에 한계가 있어 보인다.

한국과 달리 미국과 서유럽 등 주요 경제국가들의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피해는 병리적 피해 못지않게 위험 수위에 와 있다. 좌고우면 할 여력이 없다는 의미다. 흔히 한국에서 '왜 서구 사회에선 방역을 더 철저히 못하는가' 의아해 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초기 방역 실패로 경제와 보건이 한꺼번에 무너져 둘 다 건지기 쉽지 않다는 이유가 크다.
 

OECD 국가들의 2020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 OECD

 
경제와 보건 모두 무너진 미국과 유럽

미국은 코로나19가 처음 발발한 지난해에 이어 바이든 정부 들어서도 경기 부양책을 위해 추가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지난주 1조 9천억 달러(2100조원 규모) 규모의 코로나19 구제 법안이 하원을 통과했다. 상원의 표결을 기다리는 이 부양안에는 성인 1인당 1400달러의 현금지급, 실업급여 추가 지급 연장, 백신 접종과 검사 확대, 학교 정상화 지원자금 등의 계획이 담겼다.


자신의 취임 이후 미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3월 한 달 동안의 코로나19 추이가 임기 초반 상승세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총력전을 펴는 듯하다. 2일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미국 성인 전체가 접종할 수 있는 6억 회분의 백신 보유 시점을 기존의 7월 말에서 5월 말로 당기겠다고 발표했다.

남은 것은 미국 국민들의 백신에 대한 신뢰도. 물론 이물질 투여로 면역을 키운다는 근본적인 방법론적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도 있지만 여전히 백신 투약을 음모론적 시각에서 보는 미국 국민들도 많다. 트럼프 집권기 동안 기존 체제에 대한 근본적 의심과 회의가 커진 이유와 함께 불안한 사회적 요소들 앞에서 합리적 판단보다 신비적 계시에 기대는 일반적 인간의 성향도 한 몫 하고 있다.

반면 또 다른 코로나 피해지역이자 주요 경제 축인 유럽연합에서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먼저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근본적 의심은 유럽에서 더 심하다. 프랑스의 파리정치대학 정치연구소(Cevipof)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서유럽 국민들의 30% 이상이 정부가 백신의 위험성을 감추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코로나19를 빌미로 정부가 시민을 감시한다는 생각을 하는 국민은 40%가 넘는다.

여기에 더해 느슨한 연합체 성격이라는 유럽 국가들의 특성상 국가마다 백신 확보량도 다르다. 앞서 도표에서 보듯 유럽연합의 평균 백신 접종률은 세계 평균보다는 높지만 지역의 피해 상황을 고려하면 생각보다 저조하다. 백신 확보량은 단순 절대치보다 인구수와 확진자 규모에 대비해 충분 정도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하루 신규 확진자 규모가 백 단위인 한국, 천 단위인 일본, 만 단위인 프랑스가 단순 백신확보량을 놓고 비교하기 어려운 이유다.

게다가 경기부양책도 유럽 국가들은 미국만큼의 규모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최근 미국의 시엔엔(CNN) 방송은 향후 유럽의 경제 회복 속도가 미국보다 짧게는 6개월에서 1년까지도 뒤처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말 유럽 연합은 1조 8천 유로(1360조 원)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했지만 올 한해가 아닌 2027년까지의 계획이다.

관광, 휴가 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서유럽 국가들은 올 여름을 앞두고 고민이 크다. 기대와 달리 올 여름까지 코로나19 상황이 좋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면서 백신, 추경예산과 별도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올 여름 베를린에 사는 독일인 부부가 남프랑스 니스로 휴가를 떠나는 일은 상상할 수 없다.

지난 1일 유럽연합 집행위는 유럽 시민들이 코로나19에서 벗어나 정상적 활동을 하기까지는 최소 수개월이 지나야 할 것임을 공식 인정했다. 그에 따라 올 여름 휴가철을 앞둔 유럽연합 차원의 새로운 대책을 발표했는데 바로 "녹색전자여권"의 발행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 연합뉴스

 
관광 막힌 유럽의 자구책, 백신여권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최근 트위터에 "녹색전자여권은 유럽인들의 삶에 편리함을 줄 것"이며 목표는 "업무상 또는 여행 목적으로 유럽연합과 그 외 지역을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5일 유럽연합 정상들의 화상회의에서 나온 질문에 대한 답변 형식이었다.

이미 지난해 유럽연합에서는 트럭 운송용으로 유사한 통행증을 발행한 예가 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국경이 통제될 경우에도 운송은 최대한 보장하려는 조치였는데 이제 여행객에게도 국경 통과의 길이 열리게 됐다. 단 국경 통과 시 백신 접종 정보를 제시해야 한다. 유럽연합다운 고유의 코로나19 대응책이 하나 더 나온 셈이다.

전산 정보로 된 이 여권에는 백신접종 여부가 기록된다. 어느 지역에서 백신을 맞았는지 정보도 포함된다. 1차 백신을 갑 국가에서 맞은 후 2차 백신을 을 국가에서 맞을 수도 있게 계획하고 있다. 국경을 지날 때, 이 여권을 소지하면 통과할 수 있다.

유럽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으려는 야심찬 계획은 전후 복구과정에서 처음 등장했다. 유럽을 다시는 전쟁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게 하겠다는 이들의 절박함은 당시 전쟁 물자로 사용되는 석탄과 철강 생산을 공동관리체제 하에 두겠다는 야심찬 계획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 계획은 1951년 파리조약을 통해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6년 후 유럽 국가들의 공동관리 원칙은 전반적인 정치, 경제, 사회 분야로 확장되는데 이렇게 탄생한 것이 유럽연합(EU)이다. 이들의 목표는 소모적 국경을 해체함으로써 다양성과 통합을 함께 이루겠다는 것.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정치적 국경에도 불구하고 문화는 더 이상 국경에 제한 받지 않고 돈의 이동과 사람의 이동도 자유롭게 한다.

그렇게 구체화된 것이 유로존(유럽연합 화폐인 유로를 쓰는 나라들)과 솅겐조약(EU 국가간 무비자 통행 규정한 국경개방조약)이다. 돈의 자유 이동을 보장한 것이 유로존이라면, 사람의 자유 이동을 보장한 것이 솅겐조약이다. 유럽연합 회원국이 모두 27개 국이고 솅겐조약 회원국은 26개 국, 유로존 회원국은 19개 국이다. 유럽연합 회원국이지만 아일랜드나 불가리아, 루마니아처럼 솅겐조약 회원국이 아닐 수도 있고, 덴마크, 스웨덴처럼 유로존 국가가 아닐 수도 있다. 역시 솅겐조약 회원국 가운데에서도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위스, 리히텐슈타인처럼 유럽연합 국가가 아닐 수도 있다.

유럽인들의 민주적이고 자유분방함은 이처럼 국가 간 연합관계에서도 잘 드러난다. 물론 행정 절차가 복잡할 수도 있고 진행이 느릴 수도 있지만,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면 느슨한 자유계약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이 이들의 원칙이다. 물론 영국처럼 탈퇴도 가능하다.

이 '유럽다움'은 코로나19라는 시험 앞에서 고전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 나름의 답을 찾아내고 있다. 물론 녹색전자여권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 얼마나 호응을 얻어낼지는 두고 볼 일이다. 특히 백신에 회의적인 많은 유럽인들이 또 하나의 통제 수단이라고 반발할 수도 있다. 회원국 가운데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백신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큰 프랑스의 경우 대통령이 나서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면 관광산업이 필수적인 그리스는 조속한 실시를 바라고 있다.

새로운 도전 앞에서 유럽인들의 토론은 한동안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주어진 토론의 시간은 길지 않다. 올 여름 유럽인들은 휴가-이동의 자유와 통제 받지 않을 자유 앞에서 선택을 해야 할 것 같다. 지난해 카드 사용내역과 이동 동선을 제공하지 않을 자유와 집단 격리를 당하지 않을 자유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했던 것처럼. 

모든 자유가 동시에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자유는 선택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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