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2.18 12:59최종 업데이트 21.02.18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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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절벽이 바다와 어울려 절경을 자랑하던 여수 돌산도의 소미산이 쥐 파먹은 듯 처참하게 파헤쳐졌다. ⓒ 최병성

  
[기사수정: 18일 오후 3시 41분]

섬 하나가 처참한 몰골이 되었다. 마치 쥐가 파먹은 듯 바다가 바라보이는 곳엔 온갖 펜션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고 있다. 아름다운 절경을 자랑하던 여수 돌산도 소미산의 기암절벽 위에 펜션들이 위태롭게 들어섰다. 더는 이곳을 아름다운 남해안이라 말할 수 없게 되었다. 
 

해변부터 능선까지 온통 펜션이 들어선 막개발의 현장을 보여주는 여수 돌산도 ⓒ 최병성


인근의 또 다른 봉우리다. 해변부터 능선까지 온통 건물로 가득 채워졌다. 낯설고 생소한 이름의 펜션과 호텔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2013년(왼쪽)과 최근의 돌산도. 단 7년 만에 섬이 초토화되었다. ⓒ 카카오맵

 
이게 우리가 생각하던 남해안의 아름다운 바닷가 풍경이라 할 수 있을까? 항공사진으로 비교해보았다. 2013년 항공지도엔 해안가 숲이 있었다. 이렇게 여수 돌산도가 초토화된 기간은 근 몇 년에 불과하다.
 
바다로 오폐수 쏟아내는 펜션들
 
해변에 들어선 펜션들의 문제는 아름다운 경관을 훼손하는 난개발에 그치지 않는다. 펜션에서 발생하는 오폐수는 어디로 갈까? 여수 돌산도엔 오폐수를 처리하기 위한 공공 하수 처리장이나 차집관로(오수를 하수처리장으로 보내는 관 형태의 통로)가 없다. 그렇다. 저 많은 펜션에서 나온 오폐수는 바다로 버려지고 있다.
 

돌산도 해안가에 들어선 펜션. 위태로울 뿐만 아니라 하수관이 바다로 향해있다. ⓒ 최병성

 
여수시는 펜션 업주가 자체적으로 정화 작업을 한다고 주장한다. 과연 개별 펜션들이 스스로 정화한 오폐수가 얼마나 깨끗하게 방류될 것이며, 모든 펜션들이 그 지침을 제대로 지키고 있을까?
 
기암절벽 위에 멋지게 들어선 펜션 아래 해안가에 내려갔다. 악취가 진동했다. 이토록 아름다운 바닷가에서 왜 하수구 악취가 진동하는 것일까? 
 

해안가 절벽 위에 있는 펜션에 연결된 하수관. 이 하수관에서 오폐수가 나와 바다로 흘러들고 있다. ⓒ 최병성


원인을 금방 찾을 수 있었다. 펜션에 연결된 하수관들이 바다를 향해 있었다. 하수관에서 나온 오폐수는 그대로 바다로 흘러들어갔다. 악취 진동하는 오폐수가 흐르는 주변 갯바위엔 굴이 다닥다닥 붙어 자라고 있었다.
 
해변을 조금 더 걸어보았다. 덤불로 덮인 절벽에 시커먼 하수관이 불쑥 튀어나와 있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폐수를 바다로 흘려보낸 것일까? 하수가 흘러내린 바닷가 돌바닥은 시커멓게 변해 있었다.
 
잠시 기다려보았다. 드디어 하수가 콸콸 쏟아져 나왔다. 하얀 비누거품이 바다로 흘러들어갔다. 여수시는 펜션들이 자체 정화한다고 했지만 제대로 정화하지 않고 있었다.
  

펜션에서 버려진 비누거품이 그대로 바다로 들어가고 있다. 자체 정화는 아무 소용없었다. ⓒ 최병성

  

여수 앞바다로 흘러나가는 오폐수 펜션에 연결된 하수관들이 바다를 향해 있었다. 하수관에서 나온 오폐수는 그대로 바다로 흘러들어갔다 ⓒ 최병성

 
중요한 문제가 여기에서 발생한다. 인근 바다에 굴·홍합·멍게 양식장이 있다는 사실이다. 바다의 꽃이라는 스티로폼 부이가 끝없이 펼쳐진 굴 양식장이다. 양식장 저 너머 바닷가 절벽에 줄지어 서있는 펜션들이 보인다.  
 

하얀 스티로폼 부이가 끝없이 펼쳐진 굴 양식장. 근처 해안 절벽 위에 펜션이 가득하다. ⓒ 최병성


이번엔 반대편에서 살펴보자. 깎아지른 해안 절벽 위에 들어선 펜션들. 굴 양식장과의 거리가 바로 지척이다. 펜션 오폐수가 굴 양식장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연 양식장은 아무 문제없을까? 
 

오폐수를 바다로 내보내는 펜션들 바로 앞에 굴 양식장이 있다. ⓒ 최병성

  
굴 노로바이러스 
 
해양수산부는 지난 2020년 11월 10일 배포한 '제철 맞은 굴, 안전하게 드세요!'라는 보도자료에서 '패류양식장 인근 마을의 하수처리율이 낮으면 노로바이러스의 유입 가능성이 높고 오염된 굴에 의한 식중독 발생 위험성이 높아짐'이라고 밝혔다. 
 

육지의 오염원이 굴 노로바이러스의 원인이라고 밝힌 해양수산부 보도자료 ⓒ 해양수산부


해수부의 보도자료처럼, 굴 노로바이러스는 육지에서 오염물질이 바다로 유입되어 발생한다. 여수 돌산도뿐 아니라 남해안의 해안을 따라 줄줄이 들어선 펜션들에서 나오는 오폐수가 양식장이 있는 바다로 흘러들고 있다.
 
지난 1월 27일 여수시는 여수 인근 해역 수산물에서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되었다며 개인 위생과 식품 위생 관리에 세심한 관심과 주의를 기울여 줄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노로바이러스가 발생했으니 소비자들이 알아서 주의하라고 당부만 하면 지자체의 의무를 다한 것일까?
 

여수시 해역 수산물에서 노로바이러스가 발생했다며 식중독 주의를 알린 여수시 보도자료 ⓒ 여수시

 
해양수산부는 2020년 11월 27일에는 거제·고성·통영, 2021년 1월 27일에는 경남(거제·통영·고성 일원 / 6개 지점)과 전남(완도·진도 일원 / 2개 지점) 해역에서 굴 노로바이러스 추가 확인되었다며, 굴 제품에 '가열조리용' 표시를 부착하고 반드시 익혀서 먹도록 당부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러나 해안가 펜션 오폐수 및 난개발에 대한 대책은 전무한 상태다.

'노로바이러스'는 낮은 온도에서 오래 견디는 특성 때문에 겨울철에 쉽게 전염되는 바이러스다. 위와 장에 염증을 일으켜 설사·구토·근육통·두통·오한 등을 유발한다.

지난 2020년 12월 11일 끔찍한 굴 양식장... 꼭 이래야겠습니까(http://omn.kr/1rd5m) 기사에 굴을 먹고 노로바이러스에 걸려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는 댓글들이 많았다. 또 인터넷 카페에 굴을 먹고 몇 시간 동안 위아래로 쏟아내고 평생 처음 겪는 심한 통증에 시달렸다는 경험담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굴을 먹고 피해를 입은 국민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며, 국내 수산업의 현실이 심각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여성시대라는 카페에 올라온 굴 노로바이러스로 고생한 사람들의 경험담. ⓒ 여성시대

 
연안지역 위험성 경고했지만
 
해양수산부는 기후변화에 따라 우리나라 연안지역의 침식이 심화되고 있고, 슈퍼태풍 등 대형 재해의 증대 가능성이 높아져 가고 있다며 2021년 1월 제3차 해양수산 기본 계획(2021~2030)을 통해 다양한 대책들을 발표했다.
 
특히 지난 7년('12~'18년)간 연안 지역에서 발생한 자연재해 규모는 1조 1751억 원으로 전국 피해액(2조 901억 원)의 56.2%를 차지했다면서, 연안 도시의 인구 비중이 27.0%인데 비해 자연재해 비중은 56.2%로 우리나라 국토에서 연안 지역이 자연재해에 취약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 안전한 수산물과 재난과 재해 없는 연안을 위한 해양수산부의 기본 계획 ⓒ 해양수산부


이에 해양수산부는 '2030 해양수산 미래상'으로 ① 위생적인 수산물 생산으로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고 ② 재난·재해 걱정 없는 안전한 해안을 위해 연안재해 침식을 가속화하는 개발 행위를 최소화하고 건축물 증축 등의 행위제한 등 타 부처, 지자체 등과도 협력 체계를 강화하는 제도를 마련해 '국민 모두가 안전한 바다'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돌산도는 여전하다. 해수부가 기후위기로 슈퍼 태풍 등 대형 재해의 증대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하며 연안재해 침식을 가속화하는 개발 행위를 최소화하겠다고 2030 비전을 담고 있지만, 여수시는 재해와 재난을 자초하는 막개발을 남발하고 있었다. 
 

해수면이 상승하고 태풍과 파도가 거세지는데도 재난을 자초하는 막개발 공사가 진행 중인 돌산도 ⓒ 최병성

 
2월 8일 현재 돌산도의 모습이다. 지금까지 어디서도 보지 못한 기상천외한 방법을 이용한 건축물들이 들어서고 있었다. 

좁고 경사진 해변에 축대를 쌓고 흙을 부어 평지를 만든 뒤 그 위에 펜션을 지었다. 탁 트인 바다를 보려고 갯바위 위에 기둥을 세워 테라스를 만들었다.
 

좁고 경사진 해안가 도로 아래에 옹벽을 쌓고 갯바위에 기둥까지 세워 펜션을 지었다. 해안을 사유화 한 막개발이 곳곳에 넘쳐난다. ⓒ 최병성

 

바닷물이 있는 해변보다 더 낮게 땅을 파고는 옹벽 공사를 하고 있다. 옹벽이 세워지면 이 좁고 위태로운 땅에도 바다를 내다보는 '멋진' 펜션이 들어설 것이다. ⓒ 최병성

 
해변 바닥을 팠다. 철근을 넣고 옹벽을 쌓아 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바다 해수면보다 더 낮은 옹벽 공사라니,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기후 위기와 해수면 상승에 이런 건축물들이 과연 안전할까?
  

바다를 향해 오폐수를 내뿜는 하수관을 낸 바닷가 펜션들 ⓒ 최병성

 
"여수가 가진 것은 돌산도 하나인데 돌산도를 다 망가뜨리고 앞으로 어떻게 할는지 모르겠다. 펜션 난개발로 이전에 그 많던 조개들이 지금은 나오지 않는다."
 
2020년 11월 돌산도로 가는 택시 안에서 기사가 했던 말이다.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미명 아래 자행되는 여수 난개발은 단지 여수시가 재해와 재난의 도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그치지 않는다. 펜션 오폐수로 오염된 굴과 수산물을 먹고 국민이 병들고 고통받을 수 있다. 남해안 난개발은 결국 어민들을 어렵게하고, 국민들에게 비수가 되고 있음을 해당 지자체장들과 국가가 인식하고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해안가 절벽 위에 펜션들이 줄지어 있고, 바로 앞에 굴양식장이 있다. ⓒ 최병성

 
지난해 11월 11일 자 <'너무 끔찍, 다신 가지 않겠다'... 처참한 여수 돌산도(http://omn.kr/1rfex)> 기사에 충격을 받은 여수시의회가 지난해 12월 18일 본회의에서 '돌산지역 난개발 행정사무조사위원회' 구성과 활동 안건을 승인했고, 2020년 1월부터 3개월간 난개발 조사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3개월이라는 조사 기간으로는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할 수 없다. 심지어 난개발 조사 위원이 여수 시의원으로만 구성되고, 전문가는 자문 역할만 한다. 시작부터가 잘못이다. 난개발을 감시하고 대안을 제시할 전문가와 시민단체로 이뤄진 상설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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