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1.27 07:21최종 업데이트 21.01.27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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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8일 서울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 공사 현장. 이곳에는 23개동 2,990세대(지하 4층에서 최고 지상 35층)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 '래미안 원베일리'가 들어설 예정이다. ⓒ 권우성


최근 서초구 반포동의 재건축아파트인 '래미안 원베일리'의 분양가격이 논란이 되고 있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었음에도 역대 최고가인 3.3㎡당 5668만원으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래미안 원베일리의 분양가는 택지감정평가액 4204만원에 기본형 건축비 798만원, 택지·건축 가산비 666만원을 더한 값이다. 지난해 7월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받은 4892만원(3.3㎡ 기준)보다 약 16% 높다. 분양가상한제는 분양가 뻥튀기를 막기 위해 일정한 건축비에 택지비를 더하여 분양가를 산정하는 제도다. 이런 규제 하에서도 초고분양가가 산정됐으니 분양가상한제의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래미안 원베일리의 초고분양가는 크게 오른 주변 시세를 반영한 택지비 산정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렇다면 래미안 원베일리 토지비 감정가격은 적정한 수준일까. 또 아파트 분양가격 산정 시 택지비는 어떻게 결정되는 게 맞을까.   

부동산 시세의 여러 얼굴들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먼저 '부동산 시세'에 대해 살펴보자. 우리는 흔히 '시세'를 부동산의 가치나 가격과 혼용하고 있다.

A씨의 사례를 보면 그는 부모로부터 증여받은 강남의 빌딩을 소유하고 있다. 부동산업자들은 이 빌딩의 시세가 200억원대라고 한다. 공시지가는 70억원 정도다. 12년 전 증여받을 당시 공시지가 30억원을 기준으로 세금을 냈고, 대출을 받아 충당했다. 이 빌딩가격의 가격은 10년 전 증여받을 당시에 비하여 3배 이상 올랐다. 

A는 쓸 돈이 부족해지면 시세가 계속 오르고 있는 빌딩을 담보로 추가 대출을 받는다. 해가 가면갈수록 빌딩 가격은 상승하므로 더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고, 금리의 하락으로 담보대출 이자는 점점 낮아지고 있으니 전혀 부담이 안된다. 금리가 하락할수록 빌딩 가격은 더 올라간다. 올해 초에도 10억원을 추가로 대출 받아서 2억원 정도는 대출이자로 떼어놓고 나머지는 생활비로 쓰고있다.

이 돈이 다 떨어지면 또 대출을 받으면 된다. 빌딩가격은 올라있을 것이므로. 엊그제도 부동산업자에게 연락이 와서 한 투자자가 250억원에 구입하고 싶어하니, 매도할 의사가 있는지 묻는다. 이 빌딩이 250억원에 거래되는 순간 일대의 빌딩 시세는 25% 더 높은 가격에 시세가 형성될 것이며, 시세가 높아질수록 더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사모펀드·투자회사들은 은행의 돈으로 빌딩을 사고팔며 계속 시세를 올려준다. 빌딩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종전보다 높은 거래가격이 계속 찍히고, 그 높은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다시 대출을 해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계속 높아지는 실거래가가 부동산의 시세이고 가치일까.

부동산 '시세'란 사람들의 불안 심리, 투기 심리가 그대로 투영된 날 것의 가격이다. 동시에 기존 자산의 소유자, 담보대출이 주요 수입원인 은행 등의 금융회사, 건설을 통한 분양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건설회사 등의 이해관계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지금과 같은 부동산 가격 폭등 문제로 몸살을 앓던 2006년, 노무현 정부에서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제가 도입됐다. 계약 체결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실제 거래가격을 신고하도록 하고, 이를 공개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실거래가 신고제도를 도입한 것은 거래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대단한 발전이긴 하지만, 실거래가격은 사람들의 투기 심리와 불안 심리를 자극하는 데 악용되기도 했다. 또 온갖 불법, 탈법 거래를 조장하는 데 활용되기도 하였다. 거래되지 않은 허위의 실거래가를 신고한다든지, 실제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신고하여 시세를 높이거나, 대출을 많이 받는 등의 일이 비일비재하다.

실거래가격은 더 높은 가격에 팔고 싶은 매도인의 욕망, 지금보다 더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 같은 투기 심리에 기댄 매수인의 욕망, 최대한 적은 세금을 내고 가족에게 증여하고 싶은 욕망, 적은 자기자본으로 많은 대출을 받아 더 좋은 부동산을 소유하고 싶은 욕망, 자신들이 일으킨 대출이 부실해지지 않기 위해서 부동산 가격을 계속 상승시켜야 하는 은행의 욕망 등이 그대로 투영된 들쭉날쭉한 가격이다.

때문에 특정 부동산의 가치를 '실거래가격'이라는 한 가지 데이터만을 근거로 판단하는 것은 불완전하며, 어떤 실거래가격을 기준으로 삼을지에 따라 가치 평가의 편차가 크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부동산 가격에 대한 판단 기준을 오로지 '실거래가'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여전하다.

부동산 가치를 결정하는 원리
 

지난 24일 오전 경기도 광주 남한산성에서 바라본 위례신도시에 건축중인 아파트의 모습. ⓒ 연합뉴스


실거래가격만을 그대로 차용하여 부동산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여러가지 문제가 있기 때문에 미국·영국·캐나다 등에서는 최유효이용분석 등을 통한 '감정평가 3방식'이라는 감정평가기법에 따라 부동산 가격을 산출하고 있다. 감정평가 3방식이란 시장성, 비용성, 수익성의 세가지 측면에서 부동산의 가치를 분석한 후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앞서 언급한 A가 소유한 강남의 200억원 짜리 빌딩의 경우 실제 사용가치, 즉 임대료에 기반한 수익성·상권·공실률·빌딩 보유에 따라 지불해야 하는 관리비·보유세 등의 비용 분석 등 수익환원법에 따른 감정평가를 통해서 실거래가격이 적정한 것인지 검증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실거래가가 다시 실거래가를 올리고, 대출금액이 점점 더 커지면서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단편적인 시장의 순환에 문제가 없는지 다시 한번 더 점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부동산 시장은 실거래가 정보 외에 임대료 정보 등의 데이터 기반이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수익환원법 등은 감정평가에서 실거래가에 근거한 매매사례비교법을 보조하는 수단 정도로만 인식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용가치에 기반한 충분한 수익자료 데이터 부재로 인해 가치결정 논리를 제대로 발전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장 가격이냐, 정책적 택지 가격이냐

고분양가 논란이 된 래미안 원베일리의 땅값 상승도 이런 감정평가 허점이 투영돼 있다. 아마도 래미안 원베일리의 택지비 감정평가를 담당했던 감정평가사는 아파트 택지비의 '시장 가격'과 분양가상한제의 취지를 고려한 '정책적 택지 가격' 사이에서 큰 고민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분양가상한제 하에서 아무런 조건이 부가되지 않은 '택지비 감정가격' 결정에는 투기심리와 불안심리에 기댄 주변 아파트의 실거래가 몇 건이 근거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가격이 계속 오를 것만 같은 불안심리에 기댄 투기수요가 계속 상존하는 한, 분양가가 주변 아파트 실거래가와 유사한 수준이거나 약간만 낮아도 성공적인 분양이 이루어질 것이니, 결국 택지비는 이미 오를대로 올라있는 주변 실거래가가 고스란히 반영되어 평가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재건축 아파트의 택지비를 평가할 때 다른 평가조건이 부가되지 않고, 정책적 택지 가격 산출에 대한 아무런 법적 근거도, 논리도 없는 상태에서 택지비 평가를 담당하는 감정평가사에게 국토교통부가 택지비를 낮추라는 요구를 한다면 부당한 감독이나 개입이라고 여길 수밖에 없다.

이런 구조를 강화한 것은 박근혜 정부 때였다. 사실 땅값이란 건축비와 달리 원가가 없다. 그러나 신도시개발사업과 같은 대규모 택지개발사업 시에는 토지수용가격과 조성 원가 등을 가산하여 택지 원가를 산출할 수 있다. 그런데 국토부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5월 19일자로 '공공택지 시장 정상화를 위한 규제 개선'의 명목으로 분양 공동주택건설용지 공급가격의 합리화를 추진했다.

그 결과 60㎡ 이하 분양 용지를 제외한 모든 공동주택건설용지의 공급가를 감정가격으로 바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택지개발사업으로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었다. 현재는 일부 임대주택건설용지를 제외한 모든 주택건설용지에 대하여 감정평가액으로 택지공급가격을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택지공급가격이 높아지면서 분양가가 높아지는 구조가 더욱 공고해진 것이다.

서민주거안정을 목적으로 국민의 재산에 강제수용권을 발동해 조성한 택지에 대하여 조성원가로 공급하는 것을 포기하고, 시장의 투기심리가 투영된 실거래가격을 반영할 수밖에 없는 '감정가격'으로 택지비를 산정하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재건축 아파트의 택지비를 다른 방법으로 평가하도록 규정을 마련하겠는가.

실거래가만 반영되는 감정평가에서 벗어날 최소한의 조건

지금이라도 사실상 유일하게 원가법을 적용할 수 있는 택지개발사업지구 내의 공공택지에 대한 택지비 산정 기준을 재정비해야 한다. 서민주거안정이라는 공공택지의 조성 목적과 정책적인 목표를 고려하여 공공택지를 조성원가로 공급하면서,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이 되는 사업지의 택지비 한도를 공공택지 원가 기준과 비교해 검증하는 제한된 원가법 적용을 병용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  

결국 부동산의 가치는 부동산 가격 결정의 원리인 감정평가 3방식을 통하여, 시장성·비용·수익성 측면에서 모두 분석하고 검증한 후 종합적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또 분명한 정책목표에 따라 명확히 근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들쭉날쭉 혼란스럽기 짝이없는 실거래 가격만을 기준으로 하여, 그나마도 실거래 가격에 어떤 특수한 사정이 개입되었는지 알기도 어려운 상태에서 부동산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많은 한계를 노정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 시장과 부동산의 가격 형성 원리, 부동산 가치 평가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기반으로 부동산 시장을 관찰하고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부동산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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