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25 10:14최종 업데이트 20.12.25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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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금주령이 발효되었다.

으레 모이고, 먹고, 마셔야 하는 멕시코 최대 명절 크리스마스를 목전에 두고 내려진 조치인지라 '사상 유례 없는'이란 말들이 쏟아져 나온다. 12월 22일 현재 수도 멕시코시티로 한정되지만 제2도시 과달라하라를 포함한 할리스코 주에서도 금주령 가능성에 대한 뉴스들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멕시코 많은 지역에서 '건조법'(Ley Seca)이라 불리는 금주령이 적용될 것이다.


혹시 있을지 모를 시민들의 동요를 미리 차단하려는 것인지 금주령에 이어 '검은 일월'에 대한 뉴스들도 이곳저곳에서 흘러나온다. 2020년의 마지막 일주일을 제대로 보내지 못한다면 분명히 매우 심각한 일월을 맞이하게 될 것이란 내용이다. 모임을 자제한 채 술 없이 '건조한' 크리스마스를 보내야 하는 명분이다. 이 또한 '사상 유례 없는'일이 될 것이다.

지난 2월 29일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꼬박 열 달이 흘렀다. 8천 명에서 시작된 사망자 숫자에 대한 예측은 8만 정도에 이르다 무의미해진 지 오래다. 12월 22일 현재 사망자 숫자는 11만 9495명이다.

크리스마스 앞두고 금주령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수도 멕시코시티의 대통령궁에서 주(州)별로 병원의 가용 병상 수를 기록한 그래프를 가리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멕시코 정부는 코로나19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자 19일부터 내년 1월 10일까지 3주간 수도 멕시코시티와 근교 멕시코주의 감염병 대응 단계를 최고 수준인 '적색'으로 다시 상향하기로 했다. 적색 지역에서는 식품 판매와 에너지, 운수 등 필수 업종을 제외한 '비필수 활동'이 전면 중단된다. 2020.12.18 ⓒ 연합뉴스

 
각 주마다 병상 점유율에 따라 초록색부터 노란색, 주황색, 그리고 빨강색까지 4색 신호등 체계로 운영되는 멕시코 코로나바이러스 경보 시스템은 지난 가을 붉은색 일색을 벗어나 각 주에 따라 더러 주황색 혹은 노란색 그리고 아주 드물게 초록색에 이르는가 싶더니 다시 붉은색으로 덮이는 와중이다. 각 주 마다 병상 점유율이 포화를 향해 치닫고 있다는 증거다.

수도 멕시코시티는 12월 19일 경보 최고단계인 빨강불로 격상되었다. 수도에서만 28만 명이 누적 확진되고 2만 명 가까이 사망한 시점이다. 다만, 그 결정이 결코 쉽진 않았을 것이다. 통상 멕시코에서는 지난 열한 달 동안의 소비보다 더 많은 소비가 이루어진다는 12월이었고 빨강불로 격상하게 되면 필수 산업 외 모든 경제활동의 중단과 함께 파급될 경제적 손실이 막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특히 외신에선 멕시코시티를 비롯한 각 지방 정부의 빨강불 격상이 너무 늦은 결정이란 비판이 인다. 적어도 2주 전에는 이루어졌어야 할 조치라는 것이다. 12월 들어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온통 거리가 반짝이는 와중에 반짝 이어진 크리스마스 특수와 함께 확진자와 사망자 역시 속수무책 증가하기 시작했다.

호흡에 곤란을 겪는 중증 환자만 입원이 허락되었지만, 병상 포화율은 금방 85%를 육박했다. 물론 사설병원의 경우 경증 환자라도 언제든 입원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멕시코에서 사설병원의 치료비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극히 소수다. 코로나바이러스 발생 초기 대통령이 나서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치료에 한해서 사설병원을 공공사회보험병원과 통합하여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공공병원에도, 사설병원에도 입원하지 못한 수많은 확진자의 가족들이 반짝거리는 거리 곳곳 약국과 의료기구상에 줄을 섰다. 무엇보다도 절박한 것은 산소통이었다. 적어도 이곳에선 한 집에 확진자가 발생하더라도 멀쩡한 사람이 격리를 해야 할 필요는 없다.

산소통 구하려고 줄 선 시민들

셧다운에 준하는 빨강불 격상과 금주령이 내려지기 바로 직전, 멕시코시티 시장 클라우디아 셰인바움(Claudia Sheinbaum)이 취한 또 다른 조치 중 하나는 쿠바로부터 의료진을 데려오는 일이었다. 이 세 가지 조치 모두 이미 지난봄과 여름 사이 코로나바이러스 시대의 멕시코가 경험한 일이고 멕시코 사회 전반에 적지 않은 불만을 야기한 일이었다. 특히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멕시코에 파견된 585명의 쿠바 의료진이 멕시코 의료진과 사회 전반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면서 예기치 못한 갈등으로 번진 바 있다.

'쿠바 의료진'은 이미 1960년대부터 냉전시대 의료 외교를 표방한 피델 카스트로의 정책으로 세계 각 국의 의료 비상 상황에 파견된 바 있다. 최근에도 66개국에 약 3만 명의 쿠바 의료 인력이 파견되어 있을 만큼 통상적인데 특히 2010년 아이티 콜레라와 2014년에 아프리카에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했을 때 파견됨으로써 글로벌한 인지도를 얻기 시작했다. 라틴아메리카에서는 볼리비아, 베네수엘라, 니카라과 등에 상시 파견되는 상황이고, 브라질에도 현 우파 정권이 들어서기 직전까지 약 5만 명 가까운 쿠바 의료진이 파견되기도 했다.   
 

화이자가 만든 백신이 도착하기 하루 전날인 12월 23일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시티 시장이 접종 계획과 관련하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클라우디아 쉐인바움 유튜브

 
2020년 코로나바이러스 창궐과 함께 이탈리아와 안도라 공국에 파견되었고 멕시코에도 지난 4월 585명의 쿠바 의료진이 도착하였다. 자신들의 위험을 무릅쓰고 기꺼이 가서 다른 나라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기에 인도주의 혹은 박애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또한 쿠바 의료 시스템의 우수함으로 이해되며 다소 과대 포장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면엔 비인권적이고 비민주적인 사실들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잇따라 이에 대한 평가는 늘 상반된다. 파견 자체가 무상이 아니고 일부 의료진의 경우 자신의 의사에 반해 원치 않는 곳에서 파견 생활을 이어간다는 점과 이들의 파견 생활 중 해외 망명, 특히 미국으로의 망명을 방지하기 위해 동행한 정부 요원의 감시가 이어지고 또한 그들에게 여권을 맡겨야 한다는 점들이 거론된다.

게다가 해외 파견 시 가족을 동반할 수 없고 이들 급여의 75%가 국고로 귀속될 뿐 아니라 그들이 받는 25% 급여도 일부는 본국 계좌로 이체된다는 사실들도 부각된다. 그럼에도 대부분 쿠바 의료진들이 외국 파견을 희망하는 이유는 임금 차이다. 보통 쿠바 의사들이 자국에서 매달 약 60달러 정도의 급여를 받는 반면, 외국에선 최소 그 열 배 정도에 해당하는 급여를 받기 때문이다.

멕시코 의료 인력 부족은 코로나바이러스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대두되던 문제다.

2020년 현재 27만 명의 의료 인력이 있지만, 여전히 13만 명 정도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 와중에 창궐한 역병은 멕시코 의료시스템에 내재되었던 치부들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2월 말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4월에 이르면서 병상은 포화되었고 의료진은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외부에서 의료진을 수입할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585명의 쿠바 의료진들이 멕시코시티에 있는 공공병원에 투입되었다. 그러나 기대했던 성과보다 오히려 사회적 불만과 우려가 야기되었다.

멕시코 지원 온 쿠바 의료진의 이면

무엇보다도 큰 불만은 멕시코 의료진들로부터 터져 나왔다. 돈 문제였다. 멕시코 정부가 585명의 의료진을 지원받으면서 쿠바 정부에 620만 달러를 지불한 사실이 밝혀지자 멕시코 의료진들은 즉각 자신들이 역차별 당하고 있음을 주장하며 불만을 제기했다. 실제로 멕시코시티 공공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의 급여가 월 1000-2000달러 정도인데 반해, 620만 달러를 585명으로 나눈 값은 매달 3500달러를 넘어서는 수준이었으니 불만이 터져 나올 만도 했다.

게다가 코로나바이러스 발생 이후 제대로 된 보호 장비를 지급받지 못한 의료진들이 연일 시위를 이어가던 시점이었으니 그들의 불만은 당연한 것이었다. 쿠바에 지불할 돈이 있다면, 자국 의료진에게 보호 장비부터 지급하라는 것이었다. 코로나바이러스 창궐 초기 멕시코 내 감염자의 40% 이상이 의료진이었다.

실제로 멕시코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의료진 사망자가 가장 많이 나온 나라다. 2020년 11월 말 기준 전 세계 7천여 명의 의료진 사망이 보고되었고 그 중 1882명이 멕시코 의료 부문 종사자들이었다. 이를 두고 멕시코 정부는 의료진의 경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치명률이 3.4%로 멕시코 평균 9.8%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이라고 강변하지만, 어찌됐든 당시 멕시코에서는 의료진의 치명률도 여느 나라의 일반인 치명률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쿠바 의료진들이 멕시코에 도착하는 장면 ⓒ Milenio 뉴스 유튜브 화면 캡처

 
급여 차별에 대한 불만뿐 아니었다. 지난 4월 쿠바에서 파견된 의료 지원 인력의 경우 감염병이나 호흡기 질환 전문가들이 아닐 뿐더러 당시 쿠바에 3천 명 미만의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발생하던 시점이었기에 해당 바이러스 환자에 대한 임상 경험조차 미미한 수준이라는 불만이 멕시코 의료진들 사이에서 제기되었다.

쿠바 의료진들이 멕시코에 체류하는 3개월 동안 멕시코 의료진의 불만이 불거지면서 사회적 의견 또한 호의적일 수 없었다. 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중앙아메리카에서 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밀입국하려는 이주자들을 향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지난 12월 16일 멕시코시티 시장 클라우디아 셰인바움은 쿠바로부터 다시 500명의 의료진 지원을 받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언론들이 즉각적으로 지난 4월의 교훈을 조목조목 언급하고 나섰지만, 수도 멕시코시티에 이어 주변 주들도 쿠바 의료진의 지원을 받겠다고 나서는 와중이다. 상황의 심각함에 비해 달리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국가의 보호 못 받는 국민들의 선택

멕시코 사람들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갖는 기대와 설렘은 유난하다 싶을 만큼 크다. 12월 초부터 선물들을 사 모으고 크리스마스 휴가에 들어가기 전에 전투적이다 싶을 만큼 많은 모임들을 갖는다. 어느 직장이든 12월에 일의 진척이 있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공공기관은 공식적으로 12월 15일부터 업무가 중단된다. 그리고 크리스마스가 임박하면 일가친척을 포함한 대가족이 서로를 왕래하며 몇 날 며칠 밤을 새워 음식과 술을 나누고 즐긴다. 그게 이곳의 크리스마스다.

오직 크리스마스를 위해 사는 사람들인가 싶을 만큼 몸과 마음과 돈을 다해 즐긴다. 그러니, 크리스마스 기간에는 술을 팔지 않겠다는 금주령과 '검은 일월'이란 말이 나오는 것이다. 물론 늦어도 너무 늦었다는 지적과 함께 말이다.

2020년 12월 22일 현재 멕시코에서는 133만 8426명이 누적 확진 되었고 그 중 11만 9495명이 사망했다. 치명률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9% 대다. 검사자 대비 확진율은 50%에 가깝다. 1억 2600만 전체 인구 중 300만 명 정도만 검사를 받았다. 그러니 '숨은 감염자'에 대한 우려가 높을 수밖에 없다. 최근 보건 당국은 전체 인구의 25%가 숨은 혹은 무증상 감염자일 수 있음을 발표했다.

이 또한 모이고 먹고 마셔야 하는 크리스마스를 염두에 두고 내보낸 경고성 메시지일지 모르겠으나 코로나바이러스 체제에서 꼬박 열 달을 보낸 멕시코 시민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 듯하다. 병상이 포화되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연일 뉴스에선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환자들이 죽어가는 그 순간을 모자이크 처리도 하지 않은 채 내보내지만 이들의 삶이 이미 오래전부터 국가의 보호를 받아보지 못한 채 각자도생 했고 또한 지금의 삶 역시 각개전투인 이상 국가가 보내는 경고성 메시지는 그들과 상관없는 일인 셈이다.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의 베니토 후아레스 국제공항에서 23일(현지시간) 멕시코 정부가 수입한 화이자ㆍ바이오앤테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첫 물량이 화물 항공기에서 하역되는 동안 취재진이 정부 관계자들을 상대로 열띤 취재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날 공항에는 외교ㆍ보건장관이 직접 마중을 나가는 등 코로나19 백신은 'VIP급' 환대를 받았다. 코로나19 백신이 도착한 것은 중남미 국가 중 멕시코가 처음이다. ⓒ 연합뉴스

 
예전에도 그랬고 역시나 지금도 국가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없다면 차라리 자신이 위험에 처했을 때 자신을 구해줄 수 있는 누군가의 존재가 절실할 것이다. 가족이야말로 그들에게 국가가 해주지 못하는 것들을 해줄 수 있는 구세주일 것이다. 약을 구해다 주는 이도, 산소통을 구해다 주는 이도 가족일 뿐이다. 그러니, 모이겠다는 것이다. 작금의 상황이라면 더욱 더. 그리고 당장 크리스마스가 내일 모레로 다가왔다면 더욱 더. 비록 술이 없을지라도.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6%는 올해 크리스마스가 예년의 크리스마스와 같거나 혹은 '더' 행복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들의 이 무한한 긍정이 이토록 기괴한 코로나 시대에 약인지 독인지는 다시 또 내년 1월을 기다려봐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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