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20 12:04최종 업데이트 20.12.20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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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7일, 크루즈 한 대가 1680명의 승객과 1148명의 승무원을 태우고 싱가포르 항구를 떠났습니다. 전 세계가 코로나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이때에 추가 확진자가 거의 없는 싱가포르에서는 크루즈 여행을 시작한 겁니다. 기항지 없이 싱가포르 해역만 돌고 오는 상품인데도 그동안 여행을 가고 싶어도 못 갔던 이들에게 상당한 인기를 끌었습니다. 나오자마자 매진이 되어서 내년 1월 말까지는 더 이상 표를 구할 수도 없습니다.
   

싱가포르에서 출발하여 기항지 없이 돌아 오는 크루즈를 운행하고 있는 로열 캐리비언 홈페이지. 인기가 많아 1월 말까지는 모두 매진입니다. ⓒ 로열 캐리비언 홈페이지

 
크루즈에 타기 전에 승객과 승무원 모두 코로나 검사를 거치고 음성이 나온 걸 확인하도록 했습니다. 탑승 인원도 최대 수용인원의 절반으로 제한했고, 배 안에서도 동선 추적과 접촉자 확인을 위해 휴대폰에 앱을 설치하고 실행하도록 했습니다. 배 안에 PCR 테스트 실험실과 인공호흡기가 있는 중환자실을 갖춘 병원까지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크루즈 여행이 순조롭지만은 않았습니다. 크루즈 여행 사흘 때 되는 날 80대 승객이 설사증세를 호소해 크루즈 안의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는데 코로나 양성 판정이 나왔습니다. 크루즈는 즉각 운항을 중단하고 싱가포르로 돌아왔으며 밀접접촉자들은 코로나 검사를 받았습니다. 함께 탑승한 모든 승객과 승무원은 배에서 내린 후에도 14일 동안 건강상태를 확인받아야 했습니다.

출발 3일 만에 되돌아온 크루즈, 반전

올 해 초 일본에서 발생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크루즈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 사건이었지만 다행히도 크루즈 안에서의 판정이 잘못된 것으로 결론이 나왔습니다. 해당 승객은 크루즈에서 내린 후 세 차레에 걸쳐 코로나 검사를 받았지만 모두 음성으로 나왔습니다. 다른 승객 중 누구도 양성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코로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1680명의 승객을 태운 크루즈가 운항을 중단하고 돌아오게 된 사건입니다.
  

싱가포르의 코로나 확진자 수. 4월부터 6월까지 락다운을 실시했고 그 후로도 단계적으로 거리두기를 완화하여 10월부터는 하루 한 명의 확진자도 나오지 않는 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 MOH(싱가포르 보건국)

  
코로나가 관광 산업의 발목을 잡은 경우는 또 있습니다. 싱가포르는 지난 11월 11일 홍콩과 격리 없이 관광객이 오고 갈 수 있는 이른바 '트래블 버블' 협약을 맺었습니다. 협약에 따르면 하루 1회 싱가포르와 홍콩을 오가는 비행기를 운항하며 이들에 대해서는 출발 일 3일 이내에 코로나 검사만 받으면 상대국에 도착해서는 별도의 격리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감염경로가 파악되지 않는 확진자가 1주일간 하루 평균 5명 이상일 경우 2주간 시행을 중단한다는 조건이 붙었습니다.

격리조치 없이 다른 나라를 방문하게 된다는 소식에 첫 번째 비행기부터 매진이 되었지만, 이것 또한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협약이 체결된 이후 홍콩에서 갑자기 코로나 확진자가 늘기 시작한 것입니다. 애초 시행 예정이었던 11월 22일을 하루 앞두고 시행일을 2주 연기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홍콩의 확진자 수가 늘어나고 감염경로 추적이 안 되는 사례가 하루 평균 10건을 훌쩍 넘기면서 다시 내년으로 연기했습니다. 시행 시점을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트래블 버블은 결국 없던 일이 되어 버린 것과 마찬가지가 되어 버렸습니다.
 

홍콩과의 트래블버블이 연기되었음을 알리는 싱가포르 이민국의 안내문입니다. 연기날짜가 정해지지 않아 무산 된 것과 다름없습니다. ⓒ ICA (싱가포르 이민국)

    
이런 여러 가지 시행착오에도 불구하고 싱가포르 정부는 관광 산업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12월 초에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100달러(약 8만 2천원)짜리 관광 바우처를 나눠 줘서 싱가포르 안의 관광지에서 사용하도록 했습니다. 이 바우처는 호텔, 유원지, 크루즈, 공원 등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한편 싱가포르 관광청은 한국의 드라마 제작사인 스튜디오 드래곤과 업무협약을 맺고 싱가포르에서 한국 드라마를 촬영할 때 전폭적인 지원을 해 주기로 했습니다. 어떻게든 관광 산업을 되살리겠다는 의지가 느껴집니다.

이처럼 싱가포르 정부가 관광 산업 활성화에 적극적인 건 이유가 있습니다. 2019년 싱가포르를 찾은 관광객의 숫자는 약 1800만 명입니다. 이는 싱가포르 전체 인구의 3배가 넘습니다. 관광업이 싱가포르의 국내총생산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로, 약 16만 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는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산업입니다. 관광 산업 자체가 곧 일자리 문제이고 서민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산업이기 때문에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더 적극적인 대책이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관광 재개 노력... 서서히 일상으로 돌아가는 싱가포르

관광 산업과 관련된 이런 저런 대책을 내 놓을 수 있는 바탕에는 코로나 확진자 수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는 현 상황에 더해 앞으로도 코로나를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습니다. 지난 14일,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오는 28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3단계를 시작한다"고 밝혔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3단계를 선언하며 활짝 웃고 있는 리셴룽 총리. 거리두기 완화 3단계는 완전 해제를 앞둔 마지막 단계입니다. ⓒ Singapore Gov 유튜브 화면

 
싱가포르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 4월부터 두 달간 록다운을 실시, 필수 사업장을 제외한 모든 사업장이 두 달간 문을 닫았습니다. 록다운을 마친 6월 초부터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단계적으로 완화하기로 했는데 1단계 사업장 영업 재개, 2단계 사적 모임 허용을 거쳐 이번에 완전 해제 전 마지막 단계인 3단계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다음 달 부터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도 시작될 예정입니다.

확진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서 맞이하는 거리두기 완화 마지막 단계에서는 어떤 걸 할 수 있을까요?

우선 식당이나 가정에서 8명까지는 모여서 식사를 할 수가 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거리두기 3단계가 아니라 거리두기 완화 3단계이며 이번 단계가 끝나면 완전히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적 모임은 8명까지만 할 수 있습니다. 관광지는 수용인원의 65%까지 손님을 받을 수 있고, 쇼핑몰도 동시 방문자 수 제한이 20% 완화됩니다. 종교시설이나 공연장의 경우 최대 250명까지 입장이 허용됩니다.
   

싱가포르의 한 커피숍 풍경. 테이블은 1미터 이상 띄우고 테이프로 자리를 표시해서 그 밖으로 옮기지 못하게 해 두었습니다. 일상 속 모든 것에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 이봉렬

 
식당에서 절반 이상의 테이블을 치워 낸 후 1미터 이상의 간격을 두고 손님을 받는 거나, 10시 30분 이후에 식당 및 술집의 영업을 금지하는 것, 마스크 안 쓰면 벌금을 내는 것, 대기업 직원의 일부 재택근무, 모든 매장 출입 시 QR코드로 신분을 확인하는 것 등은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확진자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이렇게까지 해야 돼?' 라고 할 수 있지만 이렇게까지 하니까 확진자가 거의 안 나오는 거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록다운 실시 6개월만에 다시 관광객을 받을 준비를 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 국가도 하기에 따라서 코로나를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겠습니다. 서울과 경기도처럼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이 많은 한국도 그리 오래지 않아 코로나를 통제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싱가포르 사례에서 찾게 됩니다. 다만 코로나 이전의 일상과는 전혀 다른 생활 속 거리두기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를 눈앞에 두고 있는 한국도 모두의 협조로 인해 머지않아 거리두기 해제 3단계를 선포하는 날을 맞이할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꽃 피는 봄이 되면 우리도 전국 방방곡곡 어디든 다시 관광을 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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