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9 13:12최종 업데이트 20.11.19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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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분진이 눈이 온듯 하얗게 돌담을 덮고 있다. ⓒ 최병성

 
돌담이 하얗다. 눈이라도 온 것일까? 눈이 아니라 시멘트다. 기술이 얼마나 좋으면 둥근 돌 위에 시멘트를 저토록 얇게 바를 수 있었을까? 사람이 시멘트를 부어 만든 것이라면 시멘트 두께가 차이가 나야 한다. 그러나 너무나 완벽하고 깨끗했다.

혹시나 싶어 톡톡 두들겨 보았다. 떨어져 나온 시멘트 덩어리는 사람의 작품이 아님을 입증했다. 그렇다면 누가 이 놀라운 시멘트 돌담장을 만든 것일까?
 

돌담을 두드려보니 시멘트 분진이 떨어져나왔다. ⓒ 최병성

 
주인공은 금방 찾을 수 있었다. 바로 곁에 있는 동해 쌍용 시멘트공장이었다. 시멘트공장에서 매일 펑펑 뿜어낸 시멘트 가루가 마을에 오랜 시간 날아와 기막힌 '작품'이 만들어진 것이다.

기와지붕은 돌담보다 더 기막혔다. 시멘트 분진이 쌓이고 쌓여 기와 골이 다 메워졌다. 기와지붕 맨 끝에는 시멘트분진이 나무의 나이테처럼 줄무늬로 새겨져 있었다. 시멘트 분진이 흘러내릴 만큼 펑펑 쏟아져 날렸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바람에 날리지 말라고 기와지붕에 올려놓은 돌은 마치 공룡 알 화석처럼 되었다.
 

시멘트 공장에서 날아온 분진이 기와 지붕 골을 다 메웠다. ⓒ 최병성

 
시멘트 분진이 얼마나 많이, 오랜 기간 쌓이면 이런 작품이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일까? 모 시멘트공장 부공장장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는 '설탕 공장에 설탕 날리고, 시멘트공장에 시멘트 가루 날리는 게 당연하다'고 당당히 이야기 했다. 시멘트공장이니 시멘트 가루가 날리는 게 과연 당연한 일일까?

쓰레기 시멘트 문제를 파헤친 지 벌써 15년째이다. 외국의 시멘트공장도 대한민국 시멘트공장들처럼 시멘트분진을 펑펑 날리는지 찾아보았다. 어디에도 없었다. 이런 건 오직 대한민국에서만 만날 수 있었다.

오래전 분진이다?

시멘트공장들은 공룡 알 화석 같은 시멘트 분진에 대해 오래전 분진이라며 지금은 분진이 날리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과연 사실일까? 지난 7월 4일, 시멘트공장이 있는 충북 단양을 찾아갔다. 성신양회공장 앞에 다다랐을 때, 놀라운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하얀 연기가 시멘트공장을 뒤덮고 있었다.
 

시멘트 분진이 굴뚝이 아닌 공장 전체에서 뿜어 나오고 있다. 2020년 7월 현재 이런 분진을 만나다니... ⓒ 최병성

 
자세히 살펴보니 연기가 아니었다. 시멘트 분진이었다. 시멘트 분진이 연기처럼 쏟아져 나오는 곳은 배출가스를 감시하는 TMS가 달린 굴뚝이 아니었다. 마치 눈이 날리듯 공장 여기저기에서 분진을 펑펑 뿜어내고 있었다. 커다란 시멘트 생산 시설 전체가 시멘트 분진 배출구였다.
 

굴뚝이 아니고, 시멘트 생산 시설 전체에서 분진을 뿜어내고 있다. ⓒ 최병성

   
2020년은 이상 기후로 54일이라는 최장의 장마기간 동안 많은 비가 왔다. 기상청이 지난 8월 16일 장마가 종료되었다고 발표했으니, 분진 사진을 찍은 7월 4일은 장마 기간 중이었다.

성신양회 시멘트공장 뒤편 산에서도 놀라운 광경을 만났다. 사방이 초록으로 덮인 여름인데, 성신양회 공장 뒤편 산만 눈이 온 듯 하얀색이었다. 시멘트 분진이 공장 뒤편 숲을 하얗게 뒤덮은 것이었다. 비가 쏟아지는 장마 기간이었는데, 얼마나 많은 분진을 뿜어냈으면 산이 하얗게 되었을까?
 

한 여름에 눈이라도 온듯, 공장 뒷편 산이 시멘트분진으로 하얗게 뒤덮여 있다. ⓒ 최병성

 
성신양회만이 아니었다. 바로 곁에 있는 한일시멘트 역시 동일했다. 공장에서 뿜어내는 시멘트분진에 의해 그 큰 시멘트공장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며칠 뒤 비가 펑펑 쏟아지는 날, 한일시멘트 공장에서는 폭우로도 잠재우지 못하는 시멘트 분진이 사방으로 날렸다. 공장 뒷산에 눈가루처럼 쌓인 분진과 폭우가 쏟아지는 날에도 펑펑 날리는 시멘트 분진은 시멘트공장의 분진 배출이 하루 이틀의 우연한 실수가 아니라 일상적인 일임을 보여주었다.
 

산봉우리를 통째로 까먹은 광산 너머에 한일시멘트 공장이 시멘트 분진으로 뿌옇게 덮여 있다. ⓒ 최병성

 
정부 배출가스 기준 10분의 1의 꼼수

한국시멘트협회는 '시멘트의 오해와 진실'이란 홍보책에 먼지가 발생하지 않는다며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시멘트업계에서는 먼지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적의 방지시설인 백(Bag) 필터를 설치 운영하여 먼지 배출량을 배출허용기준의 1/10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또한 굴뚝에 장착된 자동측정장치로 먼지 배출량을 측정한 후 실시간으로 정부의 관제센터로 전송하여 정부가 투명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배출가스 기준 1/10로 관리 중이라는 시멘트협회 홍보 자료 ⓒ 한국시멘트 협회

 
시멘트 분진이 연기처럼 펑펑 쏟아져 나온 2020년 7월 4일 TMS 기록을 확인해봤다. 먼저 단양군청 환경과와 환경관리공단 담당자에게 7월 4일 TMS 기록 이상 여부를 물었다. '정상'이라는 답을 받았다.

정보공개를 요청해 TMS 기록을 받았다. 성신양회와 한일시멘트 모두 12개로 동일했다. 내가 단양에 머물며 분진 사진을 찍은 시간은 오후 4시~6시 경이었다. 혹시나 싶어 오후 1시부터 7시까지 실시간 분진 측정이 담긴 TMS 기록을 받았다.
 

시멘트분진을 눈처럼 뿜어낸 성신양회와 한일시멘트 TMS 기록을 받아보니 정상이었다. ⓒ TMS기록

 
TMS 기록상으로는 배출가스 기준의 1/10로 관리한다는 시멘트공장의 주장이 맞았다. 시멘트업계 해명 자료처럼 TMS는 굴뚝에 달려 있다. 그러나 시멘트 분진은 굴뚝이 아니라 시멘트 생산 시설 전체에서 뿜어낸다. 굴뚝으로 분진이 나가지 않으니 아무리 시멘트 분진이 하얗게 하늘을 덮어도 TMS는 여전히 정부 기준 1/10 이하(정상)였다.

시멘트공장들은 TMS 기록을 근거로 자신들은 공해물질을 내뿜지 않는다고 큰소리 치지만, 주민들은 유해 물질 가득한 시멘트 분진을 마시며 시름시름 병들어 가고 있다.

지난 2008년부터 2016년까지 환경부가 시멘트 공장 주변지역 건강피해 현황을 조사한 결과 경악스러운 사실이 밝혀졌다. 시멘트공장 주변 마을에 사는 사람들에게서 진폐증이 발견되었다. 시멘트 공장 인근에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진폐증이라는 병을 얻은 것이다. 전국의 시멘트공장 마을마다 진폐증 환자들이 발생했다.
 

환경부 조사 결과 시멘트공장 마을 주민들에게서 진폐증이 발견되었다. ⓒ 강원도청

 
광산에 근무한 경험이 없는 일반인에게서 진폐증이 발생한 것은 세계 유래가 없는 일이었다. 공룡 알 화석 같은 시멘트 분진이 세계 유례 없는 기록이듯, 시멘트공장 주변 주민들에게서 진폐증이 발생한 것 역시 세계 시멘트 역사에 기록될 대사건이었다.

장독과 배추 잎에도 시멘트 분진

시멘트공장 마을들을 살펴보았다. 장독대 뚜껑 위에 하얗게 시멘트 가루가 쌓여 있다. 과연 장독 뚜껑을 열 수나 있을까? 장독 안에 든 음식을 먹어도 아무 문제없는 것일까?
 

장독 뚜껑과 배추 잎과 지붕에 시멘트 분진들로 가득하다. 이런 환경에서 과연 사람이 살 수 있는 것일까 ⓒ 최병성

 
공장 주변의 배추밭을 살펴보았다. 배추 잎사귀에 시멘트 가루가 가득 고여 있었다. 비닐하우스 속에 들어가 보았다. 비닐하우스 지붕에 시멘트 분진이 가득 달라붙어 있었다. 비닐하우스에 떨어진 시멘트 분진은 아무리 비가와도 떨어지지 않는다. 비닐하우스에 그대로 접착되었기 때문이다.

지붕 위에도 새까만 분진이 달라붙어 있다. 비를 맞아도 씻겨나가지 않는다. 요즘 시멘트공장의 분진은 과거의 분진보다 더 심각하다. 온갖 산업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들며 배출한 유해물질 가득한 분진이기 때문이다.

일본 시멘트공장과 한국 시멘트공장

쌍용, 한라, 삼표, 한일시멘트는 일본에서 쓰레기 처리비를 받고 일본 석탄재를 들여오고 있다. 그렇다면 일본 시멘트공장 환경은 어떨까? 일본 시멘트공장들도 우리나라와 같을까.

2008년, 일본 태평양시멘트를 가보았다. 태평양시멘트공장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주택의 지붕이 반짝인다. 시멘트공장 주변 주택마다 하얀 아기 옷이 걸려 있다. 지붕엔 분진이 가득하고, 빨래는 고사하고 창도 열고 살 수 없는 대한민국 시멘트공장 마을과는 너무 대조적이었다.
 

일본 태평양시멘트 공장 바로 옆 주택. 지붕은 반짝이고, 빨래가 널려 있다. 지붕 너머로 태평양시멘트공장이 보인다. ⓒ 최병성

 
놀랍게도 태평양시멘트 공장 정문 앞에 닛산 자동차 전시장이 있었다. 자동차들이 번쩍거린다. 이는 태평양시멘트 주변 마을에 시멘트 분진이 전혀 날리지 않음을 의미한다. 시멘트 분진은 자동차에 접착되기 때문에 분진이 날릴 경우 자동차를 전시할 수 없다.
 

일본 태평양시멘트공장 정문 앞에 닛산자동차 전시장이 있다. 전시된 자동차들이 번쩍인다. 닛산 간판 아래 태평양시멘트 이정표가 보인다. ⓒ 최병성

  

일본 태평양시멘트공장 앞과 한국시멘트공장 앞 자동차 차이. 한국은 분진으로 덕지덕지되었다. ⓒ 최병성

 
시멘트를 만드는 공장은 똑같은데 어떻게 큰 차이가 나는 것일까?

일본뿐 아니라 외국의 시멘트공장들은 대부분 한 공장에 시멘트를 만드는 소성로가 1~2개에 불과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5~7개까지 있다. 외국과 비교하면 시멘트공장 몇 개가 한곳에 있는 것과 같다.

일본 태평양시멘트는 시멘트소성로 수가 2개일 뿐만 아니라 생산시설 규모도 작다. 소성로와 예열기가 대한민국 시멘트공장의 크기보다 훨씬 작다.

규모가 작다고 분진이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시멘트 분진이 발생하지 않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따로 있다. 일본은 시멘트 제조 기술이 한국보다 뛰어날 뿐 아니라, 분진 자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를 한다.
 

일본 태평양시멘트 소성로 2개, 한국은 5개~7개이고, 규모도 크다. 그런데 기술력도 떨어지고, 분진 관리도 하지 않는다. ⓒ 최병성

 
지난 2009년 환경부는 일본 시멘트공장은 분진 민원이 없지만, 한국은 분진 민원이 많다며 일본과 한국의 차이를 조사 발표한 바 있다. 10년의 시간이 더 흘렀다. 개선된 것이 없다. 앞서 보았듯이, 말로는 법적 기준 1/10이라고 큰소리치지만, 현실은 개선된 것이 없다.
 

일본 태평양시멘트 옆 주택에 햇빛가리개는 반짝이고, 빨래가 널려있다. 그러나 한국시멘트공장의 햇빛가리개는 시멘트분진으로 가득 덮여 있다. ⓒ 최병성

 
크게 달라진 것이 하나 있다. 환경 개선은 제대로 안했는데, 쓰레기 사용량은 늘었다. 시멘트공장들은 국내 최대의 쓰레기 소각장이다.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들기 때문이다. 덕분에 시멘트공장 마당엔 전국에서 모아 온 쓰레기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들어 돈을 벌면서 환경 개선은 등한히 해온 것이다.

고통 받는 주민들

지난 8월 영월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주민의 애절한 절규를 들었다.

"시멘트공장의 악취로 인해 머리가 아파 살 수 없어 환경 개선을 해달라고 나왔다."
 

시멘트공장의 악취로 인해 고통을 견디다 못해 영월군청 앞에 1인 시위 중인 주민 ⓒ 최병성

 
시멘트공장에서 시멘트 분진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때론 토할 것 같고, 때론 머리가 깨질 것 같은 악취가 온 동네를 휘감는다. 창을 열 수도 없고, 숨쉬기도 힘들다.

몇 해 전 단양에서 쓰레기시멘트 강연이 열렸다. 강연 장소는 단양군청 앞의 모 교회였다. 강의가 끝난 후, 강연 장소를 빌려준 목사님이 내게 다가와 부끄러운 듯 한마디 했다.

"새벽 예배 가려고 문을 열고 집을 나서는 순간, 나도 모르게 욕이 확 나옵니다."

시멘트공장에서 밤새 배출한 분진과 악취가 온 동네를 휘감고 있기 때문이다.

시멘트공장들은 재활용이라는 미명 아래 온갖 산업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들고 있다. 공장의 오니, 반도체공장 오니, 제철소 슬래그, 소각장 소각재, 일본에서 쓰레기 처리비 받고 들여온 화력발전소의 석탄재 등 불에 안타는 비가연성 쓰레기들과 폐타이어, 폐고무, 폐비닐, 폐플라스틱 등의 온갖 가연성 쓰레기들을 혼합하여 태워 시멘트를 만든다.
 

시멘트공장에 가득 쌓여 있는 쓰레기 모습. 쓰레기 유치해 돈을 벌면서 환경 관리는 제대로 안 한다. 지역 주민도 고통받고, 시멘트 안전성도 위태롭다. ⓒ 최병성

 
하수슬러지도 시멘트공장에 들어간다. 하수슬러지는 수분이 많다. 예열기에서 하수슬러지가 건조 및 소각되며 발생하는 악취가 주변 마을에 퍼지며 주민들을 고통으로 몰아넣는다.

영월군은 시멘트공장 주변 지역을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하여 특별 관리하고 있을 정도다. 악취관리지역은 '악취와 관련된 민원이 1년 이상 지속되고, 악취가 배출허용 기준을 초과하는 지역'(악취관리법 제6조)을 말한다.

단양과 영월처럼 시멘트공장이 위치한 지역은 경관이 아름다운 곳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자연경관 만끽은커녕 시멘트공장에서 날아오는 시멘트 분진과 악취에 시달리고 있다. 석회석을 채굴하는 광산에서 암반을 발파할 때 나는 굉음과 충격으로 집이 흔들리고 깜짝깜짝 놀라는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다.

사람이 살 수 없는 이 고통스런 현실을 떠나고 싶어 집을 팔려고 내놓아도, 분진과 악취 가득한 마을에 이사 오려는 사람이 없으니 떠나지도 못하고 억지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오늘도 전국 곳곳에 쑥쑥 올라가는 아파트의 이면에는 시멘트공장의 분진과 소음과 악취로 고통 받고 살아가는 주민들의 눈물이 숨어 있다. 시멘트공장의 환경 개선뿐 아니라 신음하는 시멘트공장 마을 주민들을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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