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7 15:50최종 업데이트 20.10.17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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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시티 헌법광장. 사진 정면에 대통령궁이 보이고 그 좌측으로 대성당이 보인다. 1521년부터 3년간 공사를 해 1524년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들어섰다. ⓒ 위키피디아

 
지난 9월 23일 멕시코 수도 헌법광장이 점거됐다. 일명 소깔로(El Zocalo)라 불리는 곳으로 멕시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의 중심적 상징성을 갖는 공간이다. 멕시코시티 역사중심지구 한가운데 위치할 뿐 아니라 그 한 면이 대통령 궁에 닿아 있으며 또 다른 한 면은 대성당과 이어진다. 16세기 초 대서양을 건너온 유럽인들에 의해 지금과 같은 형태로 건설되기 이미 훨씬 이전부터 아즈텍 왕궁이 있던 자리이기도 하니, 역사의 중심이기도 하다.

그 곳을 점거한 사람들은 멕시코 현 대통령 이름의 약자(AMLO)를 넣은 'AMLO반대국민전선(Frente Nacional Anti-AMLO, FRENAAA)' 소속이다. 이들은 그 전부터 이곳으로부터 약 1km 떨어진 국립 예술궁전 앞 대로에 텐트를 친 채 헌법광장 진입을 시도하던 중이었다.

당일 경찰 추산 8천 명, 프레나 추산 5만 명이 멕시코 대통령궁 앞 헌법 광장에 집결했다. 그리고 그 곳에 다시 600여 개의 텐트를 쳤다. 이들의 요구는 간결했다. 대통령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ndrés Manuel López Obrador, AMLO)에게 대통령직을 내려놓고 퇴진하라는 것이다. 그가 퇴진할 때까지 헌법광장에 친 텐트에서 먹고 자며 시위를 이어가겠다는 것. 그들이 대통령에게 퇴진을 요구하며 전달한 최후 기한은 11월 30일이다.

멕시코 제1, 제2 야당이라 할 수 있는 제도혁명당(PRI)과 국민행동당(PAN)이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현 대통령에게 퇴진을 요구하고 행동에 나섰으니 작금 멕시코 정치 구도는 여당인 '국가재건운동당(모레나, MORENA)'과 'AMLO반대국민전선(프레나, FRENAAA)'이라는 시민단체의 대립이다. 사실상 AMLO의 당이라 할 수 있는 '모레나'와 그들 스스로 시민대표라 자처한 '프레나'가 수도 멕시코시티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헌법광장에서 서로 대치하고 있는 형국이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21일(현지시간) 수도 멕시코시티 도심 도로에 텐트를 설치하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반(反) AMLO(대통령 이름 약자) 국민전선'이라는 이름의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이 시위의 참가자들은 현 정부 들어 빈곤과 부패가 늘고 치안이 악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통령 퇴진할 때까지 텐트 시위"

프레나는 올해 만들어진 신생조직이다. 그 이름이 말하듯, 현 대통령을 '제거'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다. AMLO를 반대하는 국민전선이라는 이름의 약자이면서 '중단시키다'라는 뜻을 갖는 동사 frena와 발음이 동일하니, 현 여당인 모레나를 끝장내겠다는 결의가 충분히 반영된 이름이다. 신생 조직임에도 거대 야당조차 하지 못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 단연 정치권 뉴스의 톱이다.

시위 방법 또한 독특하다. 일정 장소에 모여 자신들의 정치의사를 표현하고 해산하는 것이 일반적 시위의 형태라면, 이들은 대통령 퇴진이라는 요구사항을 내놓고 자신들의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시위 현장에 머물겠다고 한다. 다만 코로나바이러스의 여파로 집회가 금지된 시절이니만큼 안전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각자 텐트를 준비하고 그 텐트 안에서 각각 격리된 채 시위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처음 국립 예술궁전 앞 차도를 막은 채 수백 동의 텐트가 쳐졌고, 9월 23일 이후 대통령궁 앞 헌법광장을 점거한 채 텐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가장 먼저 이목을 끈 사람은 시위를 이끌고 있는 프레나의 리더 힐베르토 로사노(Giblerto Lozano)다. 최근 정치권 뉴스에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특이한 사실은, 그가 단 한 번도 기성 정당에서 활동한 적이 없는 데다 전문 정치활동을 해 본 적도 없다는 점이다. 그가 멕시코에서 가장 '비싼' 학교로 유명한 몬테레이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그 곳에서 강의를 했다는 것과 멕시코의 주요기업인 코카콜라와 콰우테목 맥주 회사의 요직인 인적자원부장을 역임한 사실 또한 주목받고 있다. 1999년에는 몬테레이 지역에 기반을 둔 프로 축구팀의 전문 경영인으로 활동했고, 멕시코에서 가장 비싼 사설 병원기업의 인적자원부장을 거치기도 했다.

그의 이력 중 정부 고위공직자로 일한 부분도 특이사항으로 부각된다. 지난 2000년 대선에서 80년간 정권을 이어오며 공룡정당이라 불리던 멕시코 제도혁명당이 보수우파인 국민행동당에 패하였다. 멕시코 근대정치에서 최초로 정권이 바뀌는 대이변이 벌어진 셈이다. 그렇게 등장한 새 정부에서 힐베르토는 행정부 고위 직급에 임명되었다. 당시 대통령에 당선된 비센테 폭스(Vicente Fox)가 코카콜라 사장이었고 힐베르토가 그 회사 주요 요직에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가늠할 만한 일이었다. 1990년대와 2000년대에는 오랜 시간 '멕시코 고용주 연합회(COPARMEX)'와 '멕시코 전국 기업인 연맹(CCE)'의 이사직을 맡기도 했다.

그의 학력부터 경력까지 그 면면을 보면 멕시코에서 가장 보수적 우파 성향의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이후 멕시코 거대기업들과 우파 정부의 요직을 거쳤으니 경제적 측면에서도 최상위에 있었던 셈이다. 그런 그가 자체 추산 5만여 명의 지지자들을 이끌고 길거리에 텐트를 친 채 풍찬노숙을 이어가고 있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면서.

시위 참가자들의 이력 또한 특이하다. 시위 현장의 언론 인터뷰를 통해 드러난 사연들은 하나 같이 삶의 신산함을 드러낸다. 당장 집에 끼니 이을 것이 없거나,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직장을 잃은 경우가 많다. 개중에는 잠잘 곳이 없거나 이미 수년 전부터 노숙을 이어온 경우도 상당했다. 그런 그들이 프레나의 리더 힐베르토 로사노를 따르며 풍찬노숙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리고 하나된 목소리로 AMLO의 퇴진을 외친다.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 헌법광장에 쳐진 프레나(FRENAAA) 텐트.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우려해 텐트 간 안전거리를 확보했다. ⓒ 연합뉴스

 
"대통령은 공산주의자... 왜냐고? 프레나 홈피에 나와"

밑도 끝도 없이 현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니 그 이유가 사뭇 궁금하기도 하다. 그에 대한 현장 기자들의 질문에 가장 많이 나오는 답은, 대통령 AMLO가 공산주의자임과 동시에 독재자이고 더불어 비종교인이고, 거짓말쟁이, 심지어 사악한 정신적 문제를 지난 자라는 것이다. 거기서 좀 더 나가는 사람들은 그에게 살인자라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마치 공식과 답을 외우듯 천편일률적으로 쏟아지는 시위자들의 답에 기자가 좀 더 나아가 왜 공산주의자라 생각하는지, 왜 독재자라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이어갈라치면 역시나 어김없이 다음과 같은 답이 돌아온다. 프레나 홈페이지에 다 적혀 있으니 그 곳을 참고하라고. 그리고 다음과 같이 못을 박는다. 멕시코가 베네수엘라나 쿠바처럼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자신들이 추종하는 프레나 홈페이지를 한 번이라도 봤거나 우파 성향의 언론들이 쏟아내는 뉴스를 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상파울로 포럼(Foro Sao Paulo)'과 AMLO의 연결고리에서 그들의 답을 제시한다. 라틴아메리카 좌파 성향을 갖는 정당들의 집합체인 상파울로 포럼에 AMLO가 관여해왔다는 사실이다.

일면, 맞다. 해당 포럼은 1990년대 당시 브라질 대통령이었던 룰라 실바에 의해 발기되었고 라틴아메리카 정당인들이 참여하는 초국적 연합체다. 2020년 현재 약 20여개 국가의 120여개 정당들이 참여하고 있다. 그들 중 대부분이 좌파 혹은 중도좌파적 정치 성향을 갖는다. 실제로 AMLO는 2011년 니카라과 수도 마나과에서 열렸던 제17차 상파울로 포럼에 참여한 적이 있다. 2006년 대선에서 0.58%포인트 득표차로 멕시코 국민행동당의 펠리페 칼데론 이노호사(Felipe Calderon Hinojosa)에게 석패한 후 다시 2012년 대선을 준비하고 있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제25차 상파울로 포럼은 멕시코에서 개최되었다. 그러나 이런 사실만으로 현 대통령 AMLO를 공산주의자 혹은 독재자로 규정하며 타도를 외치고 나선 프레나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물론, 프레나는 자신들의 논리로 좀 더 구체적 정황들을 제시한다. 일단 AMLO의 신자유주의 반대 정책이 상파울로 포럼의 기본 정책과 흡사하고 빈민들에 대한 경제 지원은 베네수엘라의 실패한 포퓰리즘 정책과 같은 맥락이란 주장이다. 게다가 종교 활동에도 소극적이니 공산주의자와 다를 바가 없으며, 교육개혁에서도 평등, 특히 양성평등을 강조하고 부의 분배를 주장하고 있으니 이 또한 멕시코가 공산주의화 되고 있다는 명백한 징조라고 밝히고 있다.

이미 수십 년간 멕시코 거대기업의 요직을 거쳤고 전국기업인연맹이나 고용주연합회의 이사직을 거친 힐베르토 로사노를 비롯한 지도부의 입장만 놓고 본다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주장이다. 다만 아이러니 한 것은, 그를 따르는 자들 대부분이 현실의 경제적 압박에 밀려 시위 현장에 나왔고, 그들 상당수가 고용주의 압박에 직장을 잃었으며, 그간 부의 분배에서도 소외되어 있던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부의 분배를 주장하는 AMLO의 퇴진을 요구하면서 프레나 시위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것이다.
 

'반(反) AMLO(대통령 이름 약자) 국민전선'이라는 이름의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이 시위의 참가자들은 현 정부 들어 빈곤과 부패가 늘고 치안이 악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상류층과 빈민이 왜? 빵과 돈으로 얽힌 시위대

도저히 섞일 수 없을 것 같은 지도부와 지지자를 엮은 것은 빵과 돈이다. 공식적인 확인이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그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시위자들 스스로 혹은 엉겁결에 밝힌 내용만으로도 충분하다. 시위 참가자 상당수가 지금 당장 그곳에 가면 먹을 것과 잠자리가 해결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경제적 지원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프레나의 텐트가 쳐진 곳으로 모인다. 평생 상류층 최고 위치에서 삶을 살아온 리더와 평생 경제적으로 신산한 삶을 살아온 지지자들을 엮어준 것은 결국 빵과 잠자리와 돈이라는 사실이 여러 번 순진무구한 지지자들의 인터뷰에서 확인된다.

여느 시위라면 주말 혹은 평일이라도 하루 이틀을 이어 가기가 힘들겠지만, 프레나 시위는 벌써 스무 날 넘게 평일 시위가 밤낮으로 이어지는데도 지속적으로 참가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해가 쉽지 않은 상황에 대해 묻는 기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답이 돌아왔다. "이곳에 오면 아침저녁으로 음식도 제공되고 밤에는 텐트가 아닌 호텔과 같은 숙소가 제공되고 또 교통비도 제공된다"고. 물론 상당수 시위자들이 밤에는 집에 가거나 주최 측에서 제공하는 숙소에서 잠을 자지만 그렇다고 텐트를 버려두는 것은 아니다. 밤이 되면 노숙인들이 주최 측이 제공한 텐트에서 잠을 자는 게 여러 언론을 통해 확인되었다.

언론들이 프레나 시위를 두고 '투피죠(tufillo)'라는 고어를 빌려 표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묘하지만 불쾌한 냄새가 스멀스멀 새어 나오는 상황을 뜻하는 단어다. 프레나 스스로 대통령 퇴진이 이루어지는 그 순간까지 텐트 시위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 하였으니 누군가는 생업을 포기하고 시위 현장을 지켜야 할 것이다. 어지간한 정치적 의지가 아니고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해발고도 2300미터에 달하는 곳에서 밤에 비라도 내리면 사실 풍찬노숙이 여간 고달픈 것이 아닐 터. 프레나 수장 힐베르토 로사노마저도 첫날 하루를 견디고 바로 인근의 고급 호텔에 방을 얻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언론들이 프레나의 배후, 쉽게 말해 돈줄을 굳이 캐지 않았지만 이 또한 비교적 쉽게 드러났다. '프레나의 사람들' 가운데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이는 '마왕(El Diablo)'이라는 별명을 가진 호세 안토니오 페르난데스 카르바할(José Antonio Fernández Carbajal)이다. 멕시코뿐 아니라 라틴아메리카 전역과 필리핀을 아우르는 지역의 다국적 기업 코카콜라 소유주다. 동시에 멕시코에서 가장 비싼 사립학교인 몬테레이 공과대학 이사장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 멕시코 경제인 연맹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이 세 가지만으로도 마왕과 프레나 리더인 힐베르토 로사노와의 연결은 분명하다. '마왕'이 수장을 맡은 이 세 곳 모두에서 힐베르토 역시 고위 요직을 역임했다. 무엇보다도 프레나의 배후에 '마왕'이 있음을 유추할 수 있는 사건은 지난 4월 마왕의 기업인 코카콜라가 AMLO 정부의 압력에 의해 결국 그간에 미납했던 세금 87억 9천만 페소(4억2천만 달러)를 냈다는 점이다. 물론 멕시코 정부는 마왕의 기업뿐 아니라 거액의 세금을 미납하고 있는 50여 개 대기업에 '협조요청' 서한을 보냈다고 하지만, 결국 국세청의 세무조사에 부담을 느낀 마왕이 오랜 시간 미납된 세금을 낼 수밖에 없었으니 현 정부와 사이가 좋을 리 없다.

아니나 다를까. 프레나가 멕시코 심장이라 불리는 헌법광장에 AMLO의 퇴진을 요구하며 텐트를 치자 "AMLO만 퇴진시킬 수 있다면 몇 달 전 낸 세금(4억 2천만 달러)의 두 배 아니라 세 배라도 기꺼이 후원하겠다"는 말과 함께 앙심을 표했다. 돈줄의 출처가 얼추 밝혀진 셈이다. 프레나는 3년 이상 시위를 이어갈 수 있는 재원이 있다는 사실을 공공연하게 밝힌다. 시위대에 참여하는 자들이라면 무엇을 입을까 무엇을 먹을까 염려치 말라고 큰소리치는 힐베르토의 공언이 어느 정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돈과 기도로 무장한 극우들의 조력

힐베르토 로사노의 사람들로 언급되는 이들 중 멕시코 최대 대형마트 체인인 '소리아나 (Soriana)'가의 장남 페드로 루이스 마르틴(Pedro Luis Martin)이 있다. 그가 공식적으로 프레나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자 시민들이 해당 대형마트 불매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결국 현재 경영인으로 있는 동생이 직접 나서 "이건 어디까지나 형 개인의 정치적 의사 표현일 뿐"이라고 선을 긋고 나섰다.

멕시코 내에서 극우 보수 성향을 보이는 심리학자 후안 보스코 아바스칼 카란사(Juan Bosco Abascal Carranza)도 주요 조력자 중 한 명으로 언급된다. 그의 부친이 20세기 초 극우 보수 성향의 종교 지도자였고 그의 형제 중 한 명인 카를로스 아바스칼 카란사(Carlos Abascal Carranza)는 2000년 우파 성향의 국민행동당 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역임했다. 당시 '멕시코 고용주 연합' 의장이었던 카를로스 아바스칼이 노동부 장관에 취임한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우스꽝스러운 상황이었다.

후안 보스코도 그 스스로 자신을 '슈퍼 울트라 보수주의 신앙인'으로 규정하면서 이 세상에는 오직 신과 마귀만 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종교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게다가 낙태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AMLO는 공산주의자이기 이전에 마귀로 규정된다. 프레나 시위대 맨 앞에 과달루뻬 성모상이 나가고, 점거한 헌법 광장에 가장 먼저 기도소와 하루 종일 이어지는 기도부대가 등장한 것 또한 그의 조력과 무관하지 않다.

돈과 기도로 무장한 채 대통령궁 바로 앞에서 자신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시위대에 대한 AMLO의 반응은 비교적 차분하지만, 때로는 그들의 정곡을 찌르기도 한다. 프레나 시위를 자신과 최고 상류층과의 싸움이라고 규정하는가 하면, 이 상황이야말로 멕시코가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이며 또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잣대라 평가했다. 프레나의 대통령 퇴진 요구를 과거 부정부패가 횡행했던 정권에서 그들이 취했던 달콤함을 다시 찾기 위한 행동이라고 일갈했다.

프레나는 멕시코 헌법 광장에 입성하기 전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시위 규제를 받게 되자 즉각적으로 2006년 AMLO의 텐트 시위를 언급했다. 왜 당신은 되고 왜 우리는 안 되냐는 식이었다. 2006년 대선에서 0.58%포인트 득표차로 2위에 머문 AMLO는 재개표를 요구하며 멕시코시티 중심에 텐트를 치고 시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AMLO는 당시는 코로나바이러스가 횡행하던 시절도 아니었을 뿐더러 본인은 46일간 텐트를 비운 적 없이 시위를 이어갔으니 프레나 시위대들도 텐트를 비우는 일 없이 성실히 시위에 임할 것을 당부했다. 텐트 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로와 광장에 텐트만 쳐 놓고 사라져버리는 시위대에 대한 지적이었다.
 

멕시코 헌법 광장에 쳐진 텐트 중 일부가 강풍에 날리고 있다. 사실 빈 텐트가 많아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텐트들이 바람과 함께 공중으로 솟으면서 일반 시민들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 aristegui뉴스 화면 캡처

 
사실, 프레나 시위가 시작된 이후, 빈 텐트는 비웃음거리였다. 여러 방송사의 리포터들이 손으로 텐트를 하나하나 들어보며 상당 수 텐트가 비어 있음을 확인해줬다. 뿐만 아니라 바람이라도 조금 세게 부는 날이면 빈 텐트들이 바람을 타고 공중으로 날리면서 멕시코 시내 중심 한복판에서 기이한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텐트가 날릴 때마다 프레나에 대한 비웃음과 조롱이 이어진다. 멕시코시티 클라우디아 쉐인바움(Claudia Sheinbaum) 시장 역시 이 문제를 지적했다. 기왕 도로와 광장을 막고 시위를 할 것이라면, 최선을 다해 텐트에 머물러 줄 것을 당부하였다.

이에 대해 프레나 지도부는 클라우디아 시장을 '소비에트 아줌마'로 비하하면서 대통령뿐 아니라 멕시코시티 시 정부와도 날을 세우는 중이다. 프레나 지도부 중 한 명인 후안 보스코 아바스칼 카란사의 부친이 20세기 내내 극보수 종교지도자로 왕성한 활동을 하면서 자신과 조금이라도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는 무조건 '마르크스주의자'로 규정하며 비난했다더니, 그 전통이 아들을 통해 프레나까지 이어지는 모양새다. 조금만 자신들의 비위에 거슬리면 공산주의자가 되어버린다. 하물며 양성 평등에 대한 주장마저도 이들에게는 공산주의의 징조로 보이는 마당이니, '소비에트 아줌마' 정도의 표현이라면 크게 놀랄 일도 아니다.

11월 30일에 과연 무슨 일이?

시위는 한 달을 향해 가고 있다. 대통령 AMLO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당연히 보호받고 보장되어야 할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이기에 프레나의 요구와 표현 방식 또한 존중되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여기저기서 문제점들이 노정되고 있다. 프레나 지지자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나르는 가짜 뉴스의 폐해가 심각하다. 상당수 언론에서 그들이 유포하는 뉴스가 가짜임을 명확히 확인해 줬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가짜 뉴스에 대한 확신에는 변함이 없다.

그 중 가장 단골 메뉴는 AMLO 정부가 자신들에게 매우 불리하게 언론 통제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 증거로 해당 내용을 담고 있는 멕시코 대통령실 민정수석 격인 사회소통 장관의 가짜 공문이 일파만파 퍼지기도 했다. 물론 언론사들이 가짜 뉴스임을 명명백백한 증거들과 함께 확인해 줬으나 그들의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

어느 일간지 기자가 힐베르토 로사노에게 물었다. 만약 11월 30일이 되어도 대통령 AMLO가 사임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에 대해 힐베르토 로사노의 답은 한결 같았다. "AMLO가 사퇴해야 한다는 것과, 사퇴해야 할 것이란 것과, 사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답의 전부였다. 플랜B도 없고 플랜C도 없이 오직 플랜A만 있을 뿐이다.

헌법적 혹은 사법적 절차도 없이, 합의에 의한 민주적 절차도 없이 대통령 퇴진이라는 요구가 멕시코 심장 한복판에서 11월 30일을 향해 카운팅 되고 있다. 일개 이방인으로서 프레나가 정한 11월 30일에 과연 무슨 일이 생길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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