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5 14:08최종 업데이트 20.09.05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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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9일(현지시간) 독일 수도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통제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행진하고 있다. ⓒ 연합


독일도 코로나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마찬가지로 극우파가 그 중심에 있다. 하지만 특정 종교를 중심으로 갈등이 야기된 한국보다 양상이 좀 더 다양하고, 혼란도 더 크다.

지난 8월 29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코로나 정책 반대 집회, 혹은 코로나 음모론 집회에 독일 전역에서 3만 8000여 명이 몰려들었다. 마스크와 최소거리 유지는 당연히 없었다. 집회 자체가 코로나를 부정하고, 정부의 코로나 대책을 거부하는 것이다. 방역 규정을 지킬 리 만무하다. 베를린 경찰은 당초 이들의 집회를 금지했지만, 법원이 다시 시위를 허용하면서 예정대로 열리게 됐다. 새벽까지 이어진 법원 결정에 많은 이들의 시선이 몰렸다.

극우파, 제국 국기 흔들며 국회의사당 난입 

독일에서는 코로나 초기 마스크 착용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히 강했다.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이곳에서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지 못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거부감에는 좌우도 없고, 남녀노소도 없었다. 지난 봄 작은 규모로 코로나 반대 시위가 열렸을 때는 극좌 청년들과 극우 청년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저 자유로운 영혼들은 분명 좌파들인데, 독일국기를 들고 흔드는 극우 영혼들과 뒤섞였다. 당시 경찰들도 '정치적인 성향을 특정할 수 없다'고 말할 정도였다.

지난 주말 시위에서도 가족여행 삼아 참여한 시민들부터 '반나치' 깃발을 든 사람들까지 다양한 주체가 참여했다. 축적된 제한 속에서 에너지를 풀 곳이 필요한 젊은이들까지 몰려들었다. 하지만 이 시위는 결과적으로 극우파들을 위한 무대가 됐다. 

이날 시위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독일 제국 국기. 1892년부터 1919년까지 독일 제국이 사용하던 이 국기는 나치 초기인 1935년까지 사용됐다. 현재 나치의 하켄크로이츠 상징 사용이 금지되면서 극우파들과 신나치들이 나치 상징의 대용으로 즐겨 사용하는 국기다. 초기에는 그나마(?) 독일 국기가 휘날렸는데, 이제는 제국 국기가 등장한 것이다.
 

독일제국 국기. 하켄크로이츠 나치 상징 국기 사용이 금지되면서 극우파들이 대신 사용해온 국기다. ⓒ 위키피디아

 
시위 참가자들과 경찰들은 강하게 충돌했다. 일부 시위대는 경찰에 돌과 물병을 던지며 폭력을 행사했고, 300-400여 명은 독일 연방의회 보안 저지선을 넘어 건물로 뛰어 들어갔다. 소위 '제국 시민' 시위대는 경찰들에게 돌과 물병을 던지며 폭력을 행사했다. 이날 시위에서 316명이 체포됐으며, 131명이 범법 행위로 고발당했다. 방역 지침 위반 등 적발된 규정 위반도 255건에 달한다. 부상당한 경찰관도 33명이었다. 
 
정치권 경악... 시위 참가 의원 제명도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평화롭게 시위를 마무리했지만, 일부 시위대가 국회의사당에 난입한 모습은 독일 사회에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독일제국의사당으로 시작한 이 건물은 지난한 역사를 거쳐 오늘날 독일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곳이다.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연방 대통령은 "독일 의회 앞에서 제국 국기와 극우 성향의 난폭한 이들이 민주주의의 심장에 용납할 수 없는 공격을 가했다. 우리는 결코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바이에른 주지사인 마르쿠스 죄더는 "독일에서는 누구나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국회의사당 앞 극우파들의 상징은 어두운 역사를 반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시위에 참가한 녹색당 소속 의원이 제명되는 일도 발생했다. 다비드 클라우디오 지버 시의원은 시위 무대에 올라 정부의 과도한 방역 정책과, 방역 정책에 찬성한 녹색당을 함께 비판했다가 이틀 뒤 제명조치를 당했다. 

시위대에 대한 강한 비판과 함께 국회의사당 보안 문제부터 대규모 집회 허용 여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도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베를린시는 집회가 마무리된 직후인 9월 1일 100명 이상 집회 시 마스크착용을 의무화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규모 시위 금지 등 더 강한 대책을 주문하고 있다.
 

8월 초 독일 베를린에서 진행된 '코로나19 통제' 반대 시위 ⓒ 연합/AP

 
독일 언론사 <타츠>(taz)는 이 움직임이 5년 여 전 '반이슬람'과 '반난민'을 외치면서 성장한 극우 세력 페기다(Pegida)의 새로운 버전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치학자 얀 라트예는 지난달 31일 <타츠>와 한 인터뷰에서 "페기다가 인종주의를 앞세웠다면, 지금은 '국민을 속이고 있는' 국가를 향하고 있어 내용이 좀 다르다"면서도 "지난 30년간 열린 제국시민들의 데모 중에서는 가장 큰 규모"라고 말했다.

주최 단체는 '극우'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이날 시위를 주최한 단체는 슈투트가르트에서 시작된 '크베어뎅켄711(Querdenken-711)'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극우파로 비치는 것을 거부한다. 미하엘 발벡 크베어뎅켄 대표는 9월 1일 남서독일방송(SWR)과 한 인터뷰에서 "크베어뎅켄은 민주주의적 움직임으로 극좌도 극우 사상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시위에 제국국기가 나타난 것에 대해서는 "제국국기를 든 사람들에게 가서 물어보니 누군가 나눠주었다고 했다. 이 국기가 어떤 의미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정부의 반유대주의 담당관 미하엘 블루메는 "속으면 안 된다. 미하엘 발벡과 다른 이들은 그들이 극우와 함께 일한다는 걸 부정하면서 돈을 벌고 있다. 그들은 극우파들과 우연히 마주치는 게 아니라, 유대인, 여성, 민주주의에 대한 혐오를 가진 제3의 위치(Querfront)에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크베어뎅켄은 독일의 유명한 음모론자인 켄 옙슨과 함께 일하는 게 알려지면서 더욱 비판받고 있다. 켄 옙슨은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주 공영방송국 사회자로 일하다가 반유대주의 및 홀로코스트 부정 발언으로 2011년 방송국에서 쫓겨났다. 이후에는 '음모론자'로 직종을 바꾸어 지금은 코로나 음모론을 주창하고 있다. 

한국이나 독일이나 

한국의 광화문 집회와 이후 상황을 보며 안타까움이 컸다.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인 혐오사회. '우리나라는 왜 이럴까', '아픈 사람이 참 많구나'. 그런데 독일 시위와 그 여파를 보니 오히려 한국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한국은 시위 참여자들을 열심히 찾아서 코로나 검사를 하고 있지 않은가.

독일에는 그런 것도 없다. 시위대에 코로나 감염자가 얼마나 있었는지, 이들로부터 몇 명에게 전파되었는지 알 길이 없다. 9월 4일 기준 독일 코로나 신규 확진자는 782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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