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29 15:59최종 업데이트 20.08.2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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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8일 오후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의를 공식 표명했다. ⓒ 연합뉴스

 
28일 아베 신조 총리가 기자회견을 열고 사임할 뜻을 밝혔다. 사임 이유는 17살 때부터 앓아오던 지병 궤양성 대장염의 재발이었다. 궤양성 대장염은 원인불명의 난병으로 일본에는 17만 명의 환자가 있다. 완화기와 악화기를 반복하며 극심한 복통과 혈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미 아베 총리는 2007년 9월 이 궤양성 대장염으로 한번 자진사퇴를 한 바 있다. 이번에도 스트레스로 인해 지병이 악화된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13년 전에도 그랬다. 2007년 7월에 열린 제21회 참의원 통상선거에서 자민당이 대패했고, 그에 따른 '비틀린(ねじれ) 국회' 현상으로 아베 총리는 엄청난 스트레스에 직면해야 했다.

아베 병증의 재발

일본은 양원체제의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다. 물론 중의원이 실질적으로 모든 것을 처리할 수 있지만 절차상 중의원에서 참의원으로 올라가 양원이 모두 동의한 형태로 예산안, 법안 등이 통과된다. 그런데 당시 참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및 야당세력이 전체 242석 중 137석을 차지했다. 참고로 참의원 정족수는 242석으로 121석을 두고 3년에 한 번씩 선거를 치르며 임기는 6년이다. 중의원과 달리 내각 총해산에 따른 임기 도중의 선거가 없기 때문에 통상선거라고 부른다.

아무튼 이렇게 되면 중의원에서 통과된 것들이 참의원에 올라가면 누더기가 되어 버린다. 특히 정치적 쟁점이 첨예한 안건은 아예 통과되지 않는다. 물론 참의원에서 통과되지 않을 경우 다시 중의원으로 되돌려져 중의원이 독자적으로 최종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에 참의원의 실질적 파워는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이만저만 불편한 게 아니다. 시간이 걸릴뿐더러, 무엇보다 참의원에서의 법안심의 및 질의응답을 할 때 총리가 나서야 한다. 도처에 야당이 포진한 적진에 단기필마로 뛰어들어 하나부터 열까지 온갖 추궁을 당한다. 이 때 받은 엄청난 스트레스가 궤양성 대장염의 악화로 이어졌다. 당시 아소 다로 자민당 간사장은 아베 총리에게 그만두는 게 어떻겠냐고 말했고 2007년의 아베 총리는 9월 12일 사임발표를 했다.

돌이켜보면 지금의 상황은 2007년의 데자뷔를 보는 듯하다. 사임 발표 전날인 27일, 아소 다로 재무상 겸 부총리는 자신의 파벌 간부들과 긴급회합을 가졌다. 이미 아베 총리의 사임을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사임 후의 정국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을 것이고, 총리가 사임을 표명하면 그날부터 자민당 총재선거가 열릴 때까지는 아소 부총리가 실질적인 총리직을 수행할 것이다.

임기 도중의 총리 교체이기 때문에 총해산은 없다. 그렇다면 아마도 양원총회의 형태로 자민당 총재, 즉 총리대신을 뽑게 될 것이다. 여기서 선출되는 총재는 아베 총리의 잔여임기 동안 총재직을 수행한다. 즉 내년 9월 전당대회가 열릴 때까지의 임시 관리직 총재지만 1년 동안 성과를 보인다면 이 정식전당대회에서도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29일 일본 도쿄도에서 발행된 주요 일간지 1면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전날 사의를 표명한 사실이 보도돼 있다. ⓒ 연합뉴스

 
다음 총리는 누구?

그래서인지 몰라도 벌써부터 유력 총리후보들이 뛰기 시작했다.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은 처음으로 자기 집을 공개했다. 언론노출이 적었던 그의 일상생활, 그것도 아이들과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 친근감을 쌓기 시작했다.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은 지난 24일 'BS아사히'에 출연해 "이후 열릴 양원총회에 지방당원 산정표를 제대로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 연합/EPA

 
이는 2018년의 경험 때문이다. 총재 선거에서 아베 신조 후보와 이시바 시게루 후보가 붙었다. 이 선거에서 이시바는 254표를 획득했다. 553표를 획득한 아베의 절반에도 못 미친 득표였다. 하지만 구체적인 수치를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의원 표에선 당내 최대 파벌 세이와정책연구회의 실질적인 수장 아베 신조에게 턱없이 밀렸지만(아베 329표, 이시바 73표) 중참 양원의 의원수와 동수로 산정한 당원 산정표에서는 181표나 획득해 224표를 획득한 아베 신조 후보와 별 차이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시바 시게루는 조만간 치러질 임시총재선거에서 당원산정표의 비율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의 예를 본다면 이번 총재 선거도 역시 양원총회로 치러질 것이다. 자민당 당칙을 보면 총재는 기본적으로 당 소속의원과 당원전체가 참여하는 당 대회를 통해 선출한다고 전제하면서도(제6조 1항), 당 총재 선출이 매우 긴급할 경우 양원과 각 도도부현 연합대표자의 투표로 선출할 수 있다(제6조 2항)고 명시해 놨다.

다시 2007년 9월로 돌아가 보자. 당시 자민당 소속의 국회의원은 양원 387명, 도도부현 3명씩 지방대표 141명 등 총 528명의 선거인단으로 총재 선거를 치렀다. 

각 거대 파벌들이 후쿠다 야스오 관방장관 지지로 돌아섰고, 퇴임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도 공개적으로 후쿠다 지지를 선언했다. '무파벌'의 제왕이었던 고이즈미와 최대 파벌 세이와정책연구회, 그리고 가토파(현재 기시다 후미오 정조회장이 수장으로 있는 고치카이) 등의 지지를 등에 업은 후쿠다는 일방적으로 아소 다로 간사장을 이겼다. 당시 선거결과를 보면 지방표는 후쿠다 76표, 아소 65표로 비슷했지만 의원표 획득에서 후쿠다가 254표, 아소는 132표로 거의 더블스코어 차이가 났다. 이는 곧 양원총회를 통한 총재선거에서 파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관련기사] 아베의 몰락... 흥미로운 내부의 속사정 (http://omn.kr/1o50l)

주목받는 3인, 누가 되든 아베보다는 낫다?

그렇다면 기존의 방식대로 임시총재선거를 연다고 가정할 때 가장 유리한 사람은 기시다 후미오 정조회장과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다. 세이와정책연구회에서 자체 후보를 낼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기시다 후미오 정조회장 ⓒ 연합/EPA

 
세이와정책연구회가 후보를 낸다면 극우 중의 극우로 불리는 이나다 도모미 밖에 없는데 이나다 의원이 나올 리가 없으니 다른 파벌 누군가를 밀어야 한다. 세이와정책연구회의 실질적인 수장 아베 총리는 오래 전부터 기시다 후미오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런데 원로언론인 다하라 소이치로의 증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최근 들어 기시다로부터 마음이 떠난 것 같다고 말한다.
 
"올해 4월 아베 총리를 만났는데, 후계는 기시다한테 물려주는 거냐고 물었다. 그러자 아베 총리는 역으로 나한테 묻더라. 기시다 상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나는 '사람은 좋다. 당신도 쓰기 편할 거라고 생각할 테고 뭐 평범하지'라고 답했는데 총리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어제 사임회견에서 후계 문제에 대해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원래 중도 사임할 때는 후계자를 지명한다. 사토 에이사쿠나 나카소네 야스히로 등 과거 장기집권 하의 후계총리는 다 그러했다. 심지어 아베 상 자신도 고이즈미 총리의 지명이었다. 그런데 아베 총리는 아무 말도 안했다는 것이 걸린다. 나는, 아무튼 스가 관방장관이 될 거라고 본다."
- 다하라 소이치로, 8/29, 닛칸스포츠 및 스포니치 칼럼

스가 관방장관은 무파벌이기에 오히려 거부감이 별로 없다. 게다가 아베 정권 임기 내내 관저의 2인자로서 살림을 도맡아 해 왔기 때문에 적어도 관리능력은 높이 평가받고 있다. 현재의 국가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고, 핸들링이 가능하다는 것은 커다란 장점이다. 물론 각종 스캔들 대응이 최악이라는 평가, 최근 불거진 아베와의 불화설, 코로나19 대응 실패, 정권 지지율 하락 등의 이유와 함께 동반퇴진론도 나오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 연합뉴스

 
하지만 아베 총리의 심중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리고 스스로 시코우카이(志公会) 파벌의 대표이기도 한 아소 부총리가 스가를 밀게 되면 그가 차기 총리가 될 확률이 가장 높다. 후보로 나오는 순간 최대 파벌 세이와정책연구회의 몰표가 쏟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된다면 그 밥에 그 나물인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역시 대중적 인기 및 지명도가 높은 이시바 시게루를 총리로 앉혀 새로운 자민당을 꾀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나올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현재 당을 움직이는 실질적인 권력자인 니카이 간사장의 의중이 중요해진다. 니카이씨 자체로도 47명의 의원이 소속돼 있는 시스이카이(志帥会)의 대표이기도 하지만 그가 이시바를 지지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힐 경우 무파벌 의원들이 일거에 이시바를 지지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한편, 고노 다로 방위상과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은 이번에는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자민당 총재선거는 9월 15일에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일본 정국의 커다란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다. 한일관계 역시 누가 되든 아베 총리보다 나을 것이기 때문에 약간의 기대감을 품게 된다. 아베 신조 총리의 장기집권이 가져온 폐해를 정상으로 되돌리려면 어마어마한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야 할 것이다. 물론 아베 총리도 총리직에서 물러난 이후 검찰 조사를 받게 될 것이다. 2019년 터져 나온 벚꽃을 보는 모임 스캔들은 뭘 어떻게 봐도 공직선거법 상의 정치자금법 위반이기 때문이다.

다음 화에서는 아베 총리가 남긴 대표적 범죄 '벚꽃 스캔들'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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