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30 11:53최종 업데이트 20.08.30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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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을 제작한 오마이뉴스는 마창진환경운동연합, 대전충남녹색연합, 대전환경운동연합과 함께 문재인 정부의 4대강재자연화 공약 이행을 점검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녹색 바이러스의 경고 '4대강은 안녕한가'>를 공동기획했습니다.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회원(http://omn.kr/1hsfh)으로 가입해 응원 부탁드립니다.[편집자말]

백제보 수문이 닫혀 있을 때는 녹조만 가득한 죽음의 강이었다. ⓒ 김종술

    
장마 뒤 올해도 낙동강에서 녹조가 시작됐다. 4대강사업 직후인 2012년부터 '녹조라떼'라고 할 만한 대규모 독성 녹조 현상이 9년째 반복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16개 보 수문 개방과 4대강 재자연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통령은 공약을 실행해 4대강사업 부작용 저감을 국민에게 약속했고, 당선 이후엔 100대 국정과제로도 선정했다. 문재인 정부 4년 차 대국민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고 있을까? 

강이 지닌 가장 기본적인 고유성은 '흐른다'이다. 이 고유성만 회복해도 수질과 생태계가 개선된다는 건 수많은 사례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1990년대 최악의 수질오염 사례인 시화호는 해수를 유통하면서, 즉 물의 흐름을 개선하고 나서야 수질이 개선됐다. 현 정부 들어 보 수문을 개방한 금강과 영산강에서는 녹조가 95% 이상 줄었다는 발표도 있었다(환경부-국립환경과학원 발표 2019.11.20).
 
그러나 한강, 낙동강은 이명박 정부 이후 현재까지 막혀 있는 상태 그대로다. 특히 8개 보가 집중된 낙동강 상태가 심각하다. 4대강사업의 하나로 강행된 낙동강 상류 내성천의 영주댐에서도 녹조가 발생하는 등 상황이 좋지 않다. 낙동강은 주민 식수원이다. 식수원 안전은 국민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국가의 기본 책무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낙동강 유역 환경단체는 "녹조, 올해도 마셔야 하나?"라며 체감할 수 없는 대통령 약속에 분노하고 있다. 환경단체는 주민들이 여전히 불안에 떠는 상황에서 재자연화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는 건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가장 큰 원인으로 청와대와 환경부의 의지 부족을 꼽는다. 이들의 우려와 분노는 이유가 있었다.
 
청와대 부당개입, 환경부 직무유기 
 

4대강의 16개 보 현황 ⓒ 물환경정보시스템

 
문재인 정부는 2018년 8월 대통령 훈령(제393호, 2018.08.17)에 따라 환경부에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이하 조사평가단)'을 설치해 공약 실행을 총괄케 했다. 환경부는 이를 근거로 2018년 11월 40여 명의 전문가‧민간단체 인사 등이 참석하는 '4대강 조사‧평가 전문위원회(이하 전문위원회)'를 구성했다.
 
4대강 자연성 회복 관련 안건 처리와 관련 업무 조정과 평가를 위해서 환경부 관료와 민간위원 15명이 참여해 심의‧의결을 하는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이하 기획위원회)'도 마련했다. 이는 4대강 재자연화 공약을 민‧학‧관의 협치로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의도였다. 이런 흐름에 따라 2019년 2월 기획위원회는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을 발표했다.
 
불행히도 문재인 정부 공약 실행 의지는 이후부터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를 보여주는 사건이 2019년 3월 26~27일 있었던 국제 심포지엄에서 일어났다. 이 심포지엄은 하천 계획학 분야 석학인 미국 UC 버클리 대학 마티어스 콘돌프(G. Mathias Kondolf) 교수가 참석해 국제적인 강 복원의 흐름을 설명하고 4대강 자연성 회복의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또 일본 구마모토 강의 아라세 댐과 미국 엘와강 내 2개 댐 해체 등 해외 사례를 통해 국제적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자리였다. 국제 심포지엄은 전문위원회가 제안했고, 의결기구인 기획위원회에서 결정됐다. 그에 따라 전문위원회가 국제 심포지엄 주최 기관이 돼 실무를 맡은 조사평가단 등과 관련 학회 섭외와 언론 홍보 계획 등을 수시로 논의했다.

 

우리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 개최 계획 국제 심포지엄 주최 기관은 전문위원회였지만, 4대강 조사평가단은 변경된 행사 진행 관련해 전문위원회에 통지조차 하지 않았다. ⓒ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단 문건

 

하지만 정작 양일간 진행된 심포지엄에서 조사평가단은 보도자료조차 배포하지 않았다. 축사를 예정한 환경부 장관도 불참하면서 해외 석학 초청 국제 심포지엄은 동네 심포지엄으로 전락했다. 환경부는 청와대에서 관련 홍보를 하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했다. 국민 세금을 들여 마련한 국제 심포지엄을 애초 목적과 달리 알리지 말라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됐다.
 
지난 7월 21일 방영된 MBC 'PD수첩' "4대강에는 '꼼수'가 산다" 편에서 당시 청와대 김혜애 기후환경비서관은 "(보 처리방안이) 정치적 논란이 된 상황에서 환경부가 이미 결론을 내놓고 가는 듯한 이미지를 줄 수 있다"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국제 심포지엄 이후 이 건에 대해 청와대와 환경부는 서로 탓하면서도 그저 진행 과정에서 발생한 해프닝으로 치부했다.
 
그러나 이 일은 단순 '해프닝'이 아닌 청와대와 환경부가 4대강 자연성 회복 공약과 그 실행을 위한 거버넌스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었다. 의결 단위인 기획위원회가 결정하고 민간위원회인 전문위원회가 주최하는 행사에 청와대가 심포지엄 목적을 방해하기 위해 홍보하지 말라고 지시한 건 명백한 '부당개입'이다.
 
이는 청와대가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거버넌스를 협의의 대상이 아닌 단지 지시의 대상으로 인식했다는 걸 말해준다. 이러한 지시를 과거 환경단체에서 거버넌스를 경험했던 김혜애 비서관 단독으로 결정했다고 보이지 않는다. 사실상 김수현 정책실장 등 김혜애 비서관보다 윗선에서 판단한 결과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청와대가 4대강 회복 거버넌스를 형해화 하자 환경부도 다르지 않았다. 환경부 조사평가단은 당초 계획된 심포지엄 일정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서 주최 측인 전문위원회에 사전 통지조차 하지 않았다. 이는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조사평가단은 민간위원에게 '성실의무'를 강조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공직자의 가장 기본인 '신의성실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
 
이 사건 이후 청와대와 환경부는 4대강 자연성 회복 공약을 소극적으로 대했다. 실제 이 사건 이후 정부는 2019년 말까지 한강, 낙동강 보 처리 계획을 마련하겠다던 약속을 흐지부지 지키지 않았다. 현재 환경부는 낙동강 2개 보 수문만이라도 개방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4대강 재자연화 공약을 후퇴시킨 꼴이지만, 낙동강 보 수문 개방 역시 그 실행 가능성은 미지수이다.
 
환경부 4대강 대국민 사과 막아선 청와대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와 한국환경회의 소속 회원들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청와대 일부 참모진과 환경부는 국민과의 약속 4대강 재자연화를 지키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에 더 이상 훼방을 놓지 말라”고 규탄했다. 2019.5.30 ⓒ 유성호

 
사실 기획위원회와 전문위원회 같은 민간위원회의 4대강 활동에 대한 청와대 개입 정황은 정권 초기에도 있었다. 2017년 11월 환경부는 이전 정부 내 발생한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 20여 명의 민간위원으로 '환경정책제도개선위원회(이하 제도개선위원회)'를 구성했다. 제도개선위원회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 4대강사업 등 8개 대표 적폐 사례를 선정하고 심도 깊이 검토했다.
 
2018년 3월 7일 최종 보고회에서 제도개선위원회는 "환경부는 오랜 세월 다듬어온 하천 관리 정책을 뒤집고 4대강사업 추진에 힘을 실었다"라며 "국민의 환경권을 침해한 행위에 대해서 이제라도 국민 앞에 사과하기를 권고한다"라고 밝혔다. 당시 보고회에 참석한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4대강사업은) 내가 한 일은 아니지만, 환경부가 거듭나기 위해 100번이라도 사과하겠다"라고 밝혔다.
 
 

환경정책제도개선위원회 4대강 대국민 사과 권고 문건 2017년 11월 전문가?민간단체 인사 2여 명으로 구성된 환경정책제도개선위원회는 4대강사업 등 이전 정부 환경부의 문제점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권고했다. ⓒ 환경정책제도개선위원회 최종 보고서

 

이명박 정부 당시 4대강사업에 앞장선 환경부를 두고 전문가와 환경단체는 '차라리 없는 게 낫다'라고 평가했다. 박근혜 정부 때는 4대강 부작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환경부를 두고 '낙제점'이라 평가했다. 문재인 정부가 4대강 재자연화를 공약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 우선을 원칙으로 정했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 환경부는 이전과 달라야 했다.
 
물관리일원화를 통해 주요 물 정책이 환경부로 일원화된 상황에서 환경부의 대국민 사과는 과거 적폐와의 단절이자, 한 부처의 사과를 넘어선 국가의 사과였다. 이를 통해 국민에게 신뢰받는 환경부로 거듭나겠다는 게 김은경 장관의 생각이었다. 또 대국민 사과를 통해 4대강 자연성 회복을 더욱 힘있게 추진하겠다는 뜻이기도 했다.
 
김은경 장관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2018년 3월 23일 제도개선위원회는 4대강을 포함해 1차 언론 브리핑을 예정했다. 제도개선위원회가 권고하면 장관이 이를 수용해 대국민 사과를 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갑자기 지방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고, 4대강 과제는 빠졌다. 지방선거 이후엔 감사원의 4대강 감사를 앞두고 있어서 안 된다고 했다.

2018년 7월 감사원 4대강 감사 결과 발표 이후엔 감사원 감사로 상황이 정리됐는데, 굳이 제도개선위원회가 4대강사업을 다시 거론하는 건 맞지 않다는 의견이 나왔다. 정치적 상황을 고려한 이러한 판단은 환경부 단독으로 한 것이 아니었다. 제도개선위원회의 한 위원이 청와대 관계자에게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말을 직접 들었다.

제도개선위원회의 대국민 사과 권고 발표가 무산되는 사이 환경부를 거듭나게 하고 4대강 자연성 회복 공약을 힘있게 추진하겠다던 김은경 장관은 사퇴하고 조명래 장관이 임명됐다. 2018년 10월 23일 조명래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4대강 대국민 사과'를 언급했다. 그러나 2020년 7월 22일 조명래 장관은 "(사과 권고를) 들어보지 못했다"라며 전혀 다른 말을 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18.10.23 ⓒ 유성호

 
집권 4년 차,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
 
결국 4대강사업에 대한 환경부의 반성이자 잘못된 정책으로 피해를 받은 국민에 대한 국가의 사과는 현재까지 없는 상태가 됐다. 이는 결국 4대강 자연성 회복에 대한 환경부의 의지 부족으로 이어졌다. 수질 개선과 생태계 개선이 환경부의 고유업무라는 점에서 환경부의 능력 부족도 여실히 드러났다.
 
근본 문제는 청와대가 4대강 자연성 회복과 관련해 의지와 능력이 부족한 환경부를 원했다는 점이다. 4대강 자연성 회복의 걸림돌이 됐던 청와대 인사들은 교체됐지만, 현재도 청와대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 기조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4대강 자연성 회복의 걸림돌이었던 청와대 인사들이 다가올 대선에서 유력 후보 캠프에 들어가게 된다면 아마도 4대강 불행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정과제 추진에도 우선 순위는 있다. 그에 따라 속도의 차이 역시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4대강 자연성 회복에 대해서는 속도가 늦어지는 게 아니라 추진 의지가 느껴지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다. 공약은 대국민 약속이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건 그 약속을 지킬 때보다 지키지 않았을 때 얻는 이익이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즉 4대강사업의 부작용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는 정치적 유불리만 따지고 있다는 말이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먼저인 나라'를 원칙으로 강조해 왔다. 그 원칙은 어디로 갔는가? 집권 4년 차,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 이젠 4대강 자연성 회복 대국민 약속을 청와대가 직접 챙겨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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