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6 19:49최종 업데이트 20.08.16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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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을 제작한 오마이뉴스는 마창진환경운동연합, 대전충남녹색연합, 대전환경운동연합과 함께 문재인 정부의 4대강재자연화 공약 이행을 점검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녹색 바이러스의 경고 '4대강은 안녕한가'>를 공동기획했습니다.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회원(http://omn.kr/1hsfh)으로 가입해서 많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편집자말]

전남 구례 섬진강이 범람해 구례와 곡성,광양·순천 주민들이 대피했다. 구례의 경우 서시천 제방이 무너지고 토지면 송정리 등이 범람해 저지대 마을은 물론 읍내 오일장 거리까지 물에 잠겼다. ⓒ 구례시민 제공


"섬진강이 4대강사업에서 빠져 다행이라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잘못된 판단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지난 10일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서 한 말이다. 같은 날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섬진강에 쌓인) 토사로 하상이 높아졌는데, 준설을 안 해 물그릇이 작아져 둑이 터졌다'라는 취지로 말했다. MB 정부 4대강사업 때 섬진강은 빠졌고, 준설을 하지 않아서 수많은 이재민이 생겼다는 주장이었다.

11일 미래통합당 내 대표적 4대강 찬동 정치인 김희국 의원 역시 <영남일보> 인터뷰에서 "섬진강의 경우 준설을 해서 강의 수심을 깊게 하고 제방을 높여서 튼튼하게 했더라면 (홍수를) 막을 수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은 4대강사업을 반대해 재자연화를 추진하고 있는 현 정부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미래통합당 내에서 반복되고 있다.

10년 전과 참 닮았다

미래통합당이 최근 소환한 MB 4대강. 10여 년 전 이들이 4대강사업을 추진할 때의 방식과 여러모로 빼닮았다. 우선 아무런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언론이 받아쓸만한 선정적인 레토릭만 남발하는 것이 닮았다. 이재오 전 의원이 "이번 비에 4대강 16개 보를 안 했으면 나라의 절반이 물에 잠겼을 것"이라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만약 이 전 의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4대강사업 구간이었던 낙동강과 영산강의 제방이 무너진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특정 부분은 끌어다 쓰면서 이를 전체라고 우기는 전술, 아전인수격으로 특정 사실만을 편집해서 홍수 피해의 진실을 가리려했지만, 누구나 알 수 있는 거짓말이다.

10년 전 "고인 물도 썩지 않는다"고 우겼던 MB의 말을 검증도 하지 않고 언론들이 무조건 받아 적던 것도 빼닮았다. 당시 국민 70%가 4대강사업을 반대하자, MB정권은 환경단체들을 향해 "종북 세력" "빨갱이"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몰아부쳤고, 언론은 이를 그대도 보도해서 환경단체와 4대강사업에 반대하는 학자들을 매도했다.

최근 미래통합당은 환경단체들이 반대해서 지류-지천사업을 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역시도 과거 이명박 정권이 만든 비밀문건을 통해 거짓말이었다는 게 드러났다. 4대강사업이 진정 홍수 예방이 목적이라면, 지류지천 등 강 상류의 방재사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은 MB정권이 아닌 환경단체들이었다. 아래 기사를 보면 확인하실 수 있다.

[관련기사] "4대강사업 덕분에" 논란, MB 비밀문건에 담긴 진실 http://omn.kr/1om7v

당시 MB 정부는 "(4대강) 본류 물그릇을 키우면 지류지천의 홍수를 근원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이번 홍수 때 전 국민의 눈으로 확인했듯이 지류지천과 산간지역에서 대규모 홍수 피해가 발생했다. 홍수를 예방한다면서 4대강 본류에 22조원을 쏟아부은 4대강사업이 '삽질'이었다는 게 확인됨 셈이다.

지금부터 써내려갈 준설 논란도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레토릭만 남발하면서 우격다짐식으로 주장했던 과거 방식과 닮았다.

[섬진강 준설?] 강바닥 팔 정도로 쌓인 게 없다

우선 김종인 위원장과 주호영·김희국 의원 등이 주장하는 준설 문제는 언뜻 보면 그럴듯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10여 년 전부터 반복된 주장이다.

MB정권은 4대강사업을 벌이면서 한강, 낙동강, 영산강, 금강에서 대략 남산 9개 분량에 해당하는 4.2억㎥의 모래를 퍼냈고(준설 비용 부풀리기 증언이 있는 등 실제 준설량은 이보다 더 작다는 분석도 있다), 16개의 보를 만들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런 4대강사업을 염두에 두고 "준설을 안 해 섬진강 하상이 높아져 홍수가 났다"고 주장했다. 과연 그럴까?

아래 '사진 1'은 MB 정부 시절인 2009년 11월 국토부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의 '섬진강 하천기본계획(보완) 보고서' 중 1989년과 2003년의 섬진강 국가하천 구간의 최심하상고(하천 내 가장 깊은 지점 하천 바닥)와 평균하상고 변화를 보여주는 그래프이다.
 

'사진 1' 섬진강 하천 기본계획 하상 변화 도표(출처 : 국토부 익산지방국토청. 2009. ‘섬진강 하천기본계획(보완) 보고서’) ⓒ 국토부


섬진강 하구 지역의 경우 1989년과 2003년 최심하상고(EL.m)는 –7.60에서 –7.40으로 일부 증가했으나 평균하상고는 각각 –5.12으로 같은 수치를 기록했다. 섬진강 하구로부터 17km 지점의 최심하상고는 –0.59에서 –0.84로, 평균하상고는 0.81에서 0.47로 둘 다 낮아졌다. 57km 지점의 최심하상고는 24.35에서 23.15로, 평균하상고는 27.36에서 27.91로 증감을 동시에 보였다.

1989년과 비교했을 때 2003년 하상이 일부 높아지는 곳도 있지만 낮아지는 곳도 있다. 전반적으로 퇴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곳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이 자료를 검토한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다시 말해 모래나 토사가 유난히 많이 쌓여 홍수를 유발할 정도의 지점은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준설을 못해 홍수 피해가 생겼다는 주호영 의원의 주장은 근거가 약하다.

[섬진강은 안했다?] MB가 1000억 원 들였지만, 터졌다

섬진강에 준설이 필요했다는 미래통합당 의원들의 주장을 뒤집을 수 있는 또 다른 논문과 보고서도 있다.

2002년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연구부의 '섬진강 중류(곡성-순창) 구간의 하천지형 변화 연구' 논문에 따르면, 1978~1989년 분석 결과 섬진강 중류 지점은 퇴적보다 침식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 섬진강 인공 제방 축조 등으로 하폭이 축소되면서 유속이 빨라졌고, 그에 따라 침식 현상이 일어났다. 1980~1990년대 골재채취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미래통합당은 섬진강을 준설하지 않아서 홍수 피해가 커졌다고 주장했지만,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 MB정부는 섬진강을 준설했고 제방도 보강했다. 당시 공사에 1,000억 원이 넘는 세금을 투입했다. 2009년 '섬진강 하천기본계획(보완) 보고서'에는 구조물적 홍수 방어 대책으로 "'4대강 살리기 마스터 플랜'에서 제시한 하도정비계획 및 제방 보강을 반영하였다"라고 적시돼 있다.
 

'사진 2' 2009년 섬진강살리기 생태하천 조성사업. ⓒ 국토해양부

 
실제 2009년 국토해양부와 익산지방국토관리청,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1086억 원을 투입해 실시한 '섬진강살리기 생태하천 조성사업' 내용을 보면, 2.3km 구간의 하도정비(준설), 8.9km 구간의 제방보강, 5개 보 개량 등의 사업 내용이 포함돼 있다.

종합하면 MB 정부는 4대강사업 방식을 도입해 섬진강 일부 구간을 준설하고 제방 보강을 했지만, 이번에 홍수 피해가 크게 발생했다는 말이다. 미래통합당 논리대로 책임을 따지려면 MB정부부터 져야 한다는 의미다.

MB 정부는 4대강사업을 강행하면서 홍수 예방을 주요 목적으로 주장했었다. 2009년 1월 MB는 "낙동강에 모래가 많이 퇴적돼 홍수가 난다"고 했다. 2009년 6월 이만의 당시 환경부 장관은 "강에 물을 많이 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그동안 여러 가지 퇴적물 때문에 물그릇이 적어졌다"라며 대규모 준설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건교부와 감사원 등의 자료를 종합해 보면, 낙동강은 하상이 최대 9.4m 낮아졌고, 금강은 평균 2.03m, 영산강 영산포의 경우 1.3m 낮아지는 등 전반적으로 준설이 불필요한 상황이었다. 미래통합당의 최근 주장은 4대강사업 당시 거짓 논리를 되풀이 하는 것에 불과하다.

[모래는 홍수 주범?] 천연 필터이자 생태계 터전... 홍수 때 물 에너지 반감   
 

섬진강 범람으로 물에 잠겼다가 빠진 뒤 8월 9일의 구례지역 상황. ⓒ 독자제공

 
최근 논란에서 볼 수 있듯이 미래통합당은 강에 퇴적된 모래를 쓰레기인 양 바라보고 있다. 역시 4대강사업을 밀어붙였던 'MB정권의 후예'답다. 준설을 통해 강의 모래를 강 바깥으로 내다버려야 한다는 황당한 인식이 대물림된 것이다.

하지만 모래와 같은 토사는 우리 강에 있어 대체 불가한 구성 요소다. 모래는 김소월이 노래한 우리 강의 정서적 특징을 담아낸다. 또 경이적인 경관을 만들어낸다. MB 정권 '4대강 살리기' TV 광고에 등장한 낙동강 상류 경북 예천의 회룡포는 물과 모래가 어우러져 장관을 만든 경우다. 여기서 모래가 빠지면 경관적 가치는 물론 관광적 가치 역시 반감할 수밖에 없다.

섬진강은 대표적인 모래 강이다. 단군 시절 모래가람, 이후 다사강(多沙江)이라고 불릴 정도였다. 모래는 천연 필터가 되어 강이 스스로 깨끗해질 질 수 있도록 한다. 모래와 모래 사이 물을 머금어 천연 물 저장고 역할도 한다. 모래가 있어야 물고기와 새들이 산란하고 먹이를 찾는다. 태풍이 닥쳤을 때 모래는 그 에너지를 반감시키는 역할도 한다.

생명체의 중요 장기 중 하나가 고장 나면 건강한 삶을 이어가기 어렵다. 우리 강을 비롯해 섬진강 모래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MB 정부는 4대강사업 강행을 위해 우리 강 모래를 '썩은 퇴적토', '홍수 주범'이라는 누명을 씌워 파내버렸다. 그 결과 우리 사회는 지금도 4대강 부작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4대강사업으로 우리 강에서 모래가 없어졌기에 물고기떼들은 애꿎은 죽임을 당했다. 모래가 사라지고 나자 재두루미와 같은 천연기념물 겨울 철새들은 목숨을 걸고 더 멀리 서해 쪽 라인으로 돌아가야 했다. 모래가 줄어들고 물길이 막히자 강의 정화 능력이 떨어졌고, 그에 따라 낙동강에서는 매년 독성 남조류를 포함한 '녹조라떼'가 반복해서 창궐하고 있다.

4대강사업 부작용은 국내외 전문가들이 이미 예견했고 실제 발생했다.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서도 문제점이 확인됐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 들어 4대강 자연성 회복 정책이 추진되고 있지만,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느끼기 어려워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통합당 4대강 찬동 인사들은 섬진강 홍수 피해를 들먹이며 모래를 홍수 주범으로 몰고 있다.

대규모 준설은 홍수 예방을 위한 방법이 아니다. 준설은 울산 태화강 사례처럼 오염이 심각한 구간 또는 물 흐름을 위해 일부 퇴적 구간에 한해서, 즉 국지적으로 진행할 수는 있으나, 4대강사업처럼 전 구간에 걸쳐 대규모로 준설하는 건 홍수 예방 방법이 아니라는 것 역시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전 구간 준설은 운하 수심 확보를 위한 꼼수라고 보는 게 정확하다.

[섬진강, 4대강처럼 했다면?] 하지 않아서 천만다행인 까닭
 

하동 섬진강 ⓒ 하동군청


만약 미래통합당 주장처럼 섬진강에서 4대강사업처럼 대규모 준설과 거기에 보까지 들어섰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섬진강은 평소 상류 댐에 저장된 물의 약 70%를 다른 유역으로 보내서 문제가 되고 있다.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거의 유일하게 자연성이 살아 있는 강이다. 재첩과 벚굴은 막힘 없이 흐르며 바다와 교감할 수 있는 강에서 볼 수 있는 존재들이며, 섬진강의 상징이다.

4대강사업이 섬진강에서 벌어졌다면 섬진강 재첩과 벚굴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또 다른 섬진강 상징인 은어와 참게, 장어 등 회유성 어종 역시 산란할 곳을 찾지 못할 것이고, 그에 따라 강에 기대에 사는 섬진강 유역 주민들은 가장 먼저 경제적으로 고통을 받게 될 거다. 특색이 사라져 죽은 강을 찾는 관광객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섬진강에 4대강사업 방식이 적용되지 않은 건 그래서 다행일 수밖에 없다.

김종인 비대위원장 등 미래통합당이 섬진강에서 4대강사업을 언급하는 건 결국 4대강사업이 잘 된 사업이라는 주장이다. 4대강사업의 본질은 2013년, 2018년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듯이 한반도 대운하였다. 국토를 파괴하고 혈세를 낭비한 것에 반성은 커녕 여전히 '4대강 찬가'를 부르는 미래통합당의 행태는 국민을 다시 우롱하는 것이다.

'고인 물은 썩는다'라는 상식을 부정했던 게 미래통합당이다. 우리 강을 깨끗하게 만들고 미래를 위해 생명의 풍성함을 깃들게 하는 게 모래의 역할이다. 정치 집단도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 모래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이들에게 묻고 싶다. 미래통합당은 과연 모래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지 말이다.

미래통합당은 우리 강 모래를 왜곡하고 모욕하는 언행을 즉각 중단하고 4대강사업에 대한 반성부터 해야 한다. 그래야 혁신이 될 수 있고, 우리나라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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