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 13:07최종 업데이트 20.08.10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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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1일 MBC 뉴스가 보도한 채널A 기자와 검사장 유착 의혹 내용을 정부 고위 관계자가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권경애 변호사의 '썼다 지운' 페이스북 글이 논란이다. 해당 글에는 "MBC의 한동훈과 채널A 기자의 녹취록 보도 몇 시간 전에, 한동훈은 반드시 내쫓을 거고 그에 대한 보도가 곧 나갈 거니 제발 페북을 그만 두라는 호소(?) 전화를 받았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지난 5일 새벽 권 변호사가 잠깐 페이스북에 올린 글의 내용을 두고, 어떤 언론은 '일파만파의 후폭풍'이 일 것이라고 예견하는 기사를 내놓기도 했지만, 폭풍이 될지 해프닝으로 끝날지 판단은 아직 섣부르다. 그렇지만 논란인 것만은 분명해 보이고, 논란을 검증하려기보다는 부풀리고 키워서 정권 공격의 호재로 삼으려는 의도 또한 어느 때보다 선명하다.
 

8월 6일자 중앙일보 ⓒ 중앙일보 기사 캡처

 
'퍼가지 마세요' 경고는 했다지만

많은 사람들이 보는 SNS에 논란 될 글을 써놓고 '삭제 예정'이라며 '퍼가지 마세요. 소송 겁니다' 경고만 덧붙여 논란의 책임을 스스로 벗어 던진 권 변호사. 퍼가지 말라는 글을 굳이 공익이라며 기사화하고 권 변호사가 밝히지 않았던 정부 고위 관계자까지 꼭 찍어 지목한 언론. 이게 진실이 아니라면, 그래서 억울한 피해자가 생긴다면, 누가 책임질 일인지 궁금하다. 권 변호사의 지워진 글이 언론으로 건너가 관계자의 이름이 특정되고, 야당은 이를 근거로 권언유착을 입증하는 증언이라고 국정조사와 특검을 요구하는 수순. 관계된 사람만 달랐지 그리 낯선 장면도 아니다.

5일 새벽 권 변호사가 올린 페이스북 글은 <중앙>과 <조선>에 의해 기사화됐다. 두 신문은 여기에 더해 권 변호사와 통화한 인물로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과 한상혁 방통위원장을 거론했다.

이에 윤 국민소통수석은 권 변호사와 안면도 없는 사이로 통화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고, 한 방통위원장은 통화는 했지만 사실 관계가 틀렸다며 권 변호사와의 통화 기록을 공개했다. 공개된 통화 기록에는 권 변호사와 통화한 시간이 3월 31일 오후 9시 9분부터였다. 결과적으로, MBC 보도 전에 정부 고위관계자가 한동훈 검사장을 내쫓을 거라며 곧 보도가 나갈 것이라고 했다는 권 변호사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다.

한 방통위원장의 반박이 있자, 권 변호사는 "통화 시점은 MBC 보도 후인 9시경이 맞다, 기억에 오류가 있었다"고 인정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또 한 방통위원장은 권 변호사로부터 '실수가 있었다'는 사과 문자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논란은 정리되지 않았다. 권 변호사가 오히려 해명 글에서 통화 시간에 대한 기억의 오류는 인정하지만, 뉴스 보도 후 통화라도 뉴스에서 이름이 나오지 않은 한동훈 검사장을 언급한 것 자체가 권언유착의 증거이며, 한 방통위원장이 '윤석열이랑 한동훈은 꼭 쫓아내야 한다' 말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는 주장을 내놨다.

전제가 거짓으로 판명된 주장, 검증 없는 언론

그러나 권 변호사의 두 번째 주장은 증거가 없는데다가 한상혁 방통위원장의 주장과도 엇갈린다. 게다가 '방송 이전 통화에서 한동훈 검사장 언급, 권언유착의 증거'라는 당초 주장의 전제였던 '방송 이전 통화'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자, 방송에서 측근 검사장으로 특정된 사람을 보도 후 통화에서 한동훈 검사장으로 지칭한 것을 문제 삼았다.

권 변호사는 뉴스 보도에서는 한동훈 검사장이라고 적시하지 않았는데 통화에서 한동훈 검사장을 거론한 것이 의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MBC 뉴스에서 채널A 기자가 '인터넷에 쳐서 나오는 윤석열의 가장 최측근 그 검사장입니다'라고 한 보도를 봤다면, 방통위원장이 아닌 누구라도 그 인물이 한동훈 검사장일 것이라고 추론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2020년 3월 31일자 뉴스데스크 화면 ⓒ MBC 화면 캡처

 
<조선>과 <중앙> 보도가 나가자 야당 인사들과 문재인 정부에 날을 세워온 인사들은 권언유착 관계가 드러났다며 일제히 정권을 성토했다.
 
- "엄청난 사건입니다. 권력을 가진 이들이 애먼 검사장을 음해하기 위해 사실을 조작하고 날조하고 공권력을 남용 했습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 "한동훈 검사와 언론의 유착이 아니었다. 추 장관을 몸통으로 이성윤의 서울중앙지검과 권력의 나팔수 역할을 한 어용언론, 민주당 의원들이 합작해 윤 총장 쫓아내기 위한 더러운 정치공작을 자행한 것"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
- "집권세력이 검언유착을 조작하고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방송에 개입한 게 사실이라면 이는 절대 용서할 수 없는 국정농단이자 헌정문란 행위" (김기현 미래통합당 의원)

맞다. 미래통합당 주장처럼 방통위원장이 언론을 사주해 검사장을 음해할 뉴스를 만들고 윤석열 검찰총장을 몰아내기 위한 작전을 꾸몄다면, 공권력 남용이고, 정치공작이고, 헌정문란 행위다. 과거 세월호 보도를 빼달라고 방송국에 압박전화를 했던 이정현 전 의원의 KBS 보도 개입 사건보다도 더 지탄받고 무겁게 책임을 물어야 할 사안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권 변호사의 일방적인 주장만 가지고 그렇게 속단할 수는 없는 일이다. 기억의 오류 인정으로 사실 관계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뒤틀려 버렸고, 지목된 당사자가 정 반대의 주장을 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런데도 진실을 의심받기 충분한 주장을 가지고 정치공작 국정농단으로 몰아가는 건 20대 국회에서 자유한국당이 하던 못된 버릇이 또 도졌다는 비난을 듣기 십상이다.

진실보다 욕심을 앞세우는 야만의 사회
 

권경애 법무법인 해미르 변호사(사진 왼쪽)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오른쪽). ⓒ 남소연

 
통화 당사자로 지목된 한 방통위원장도 각종 의혹에 대답하고 해명할 책임이 있지만, 권 변호사에게 던져진 의혹은 권 변호사가 스스로 해명해야 한다. 당장, 한상혁 방통위원장과의 통화가 MBC 뉴스 전에 했던 게 아닌 것으로 밝혀진 마당에 증거도 없이 통화내용은 사실이라고 하는 주장을 어떻게 믿으라는 건지 모르겠다. 그리고 기억의 오류로 인해 수많은 억측과 비난이 만들어 졌다면 일단 사과하고 책임지는 자세 또한 필요하다.

언론은 더 문제다. 결과적으로 권 변호사의 말만 근거로 구체적인 인물까지 지목한 두 보도는 모두 오보였다. 특종과 언론의 보도 의도보다 진실 규명이 먼저였다면 생겨나기 힘든 언론의 병폐다. 그러나 반성하는 자세는 찾아보기 힘들다. 조국 전 장관의 딸의 집에 찾아가 문을 두들기던 언론사의 진실 규명 의지가 권 변호사 페이스북 내용에는 왜 발동되지 않는지도 궁금하다.

현직 부장판사가 SNS에 올린 "한국 사회는 일종의 야만사회가 되고 있다... 모든 것을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인다"라는 내용의 글이 갑론을박 중이다. 처지에 따라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야만 사회의 더 오래된 고질병은 사회적 논란거리가 생길 때마다 진실의 규명보다 의혹을 감추거나 키워서 집단의 욕심을 채우려는 세력들의 준동이 끊이지 않는 거다. 해당 부장판사의 장충기 문자에는 침묵했던 언론이 그의 야만 사회 비판에는 '작심비판' '직설'이라고 칭송을 늘어놓는 건 편 가르기에 능숙한 언론의 생존 본능을 드러낸 것이라 하겠다.

언제부터 검찰 개혁의 목소리가 정권 옹호의 허수아비로 손가락질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거다. 문재인 정부가 거짓과 작전으로 유지되고 있다면서 이 정부를 끌어내리는 것이 역사의 진보이고 언론의 사명이라고 주장하고 싶다면, 논란을 부풀리기 보다는 진실 규명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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