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27 18:57최종 업데이트 20.07.27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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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래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유성호

 
조명래 환경부 장관님, 4대강은 안녕한가요?

이 질문을 꼭 드리고 싶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고 무증상으로 빠르게 전파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퇴치하려고 지금 이 순간에도 고군분투하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과는 너무 달랐기 때문입니다. 환경부엔 '정은경'이 없었습니다. '4대강 녹조 바이러스'에 맞서는 문재인 정부의 환경 수장은 4대강에 없었습니다. 조 장관님의 2년 가까운 행보를 보고 내린 결론입니다.

지난 21일 MBC PD수첩이 <삽질>을 만든 오마이뉴스와 공동기획한 '4대강에는 꼼수가 산다'를 방송했습니다. 뉴스타파도 이날 '문재인 정부의 4대강'을 내보냈습니다. 방송이 나간 다음 날 182개 시민환경단체들로 구성된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는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외쳤습니다.
 
수문 개방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며 하천 관리, 보 수문 관리 등의 책임과 권한이 있는 환경부 장관의 적극적인 행정 행위로 충분히 타개할 수 있는 사안입니다. 그럼에도 영남의 지자체 핑계만 대고 있습니다. 행정의 태업이 분명합니다.

조 장관님, 위의 두 방송을 보셨는지요? 이날 환경부 기자단 정책간담회에서 이에 대한 반론을 펴셨더군요. <한겨레>는 장관님이 "이 정부에서는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안 하겠다고 한 적이 없다"면서 "그러나 충분한 검토 절차를 따라야 한다, 절대적 시간이 필요하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래서 더 답답했습니다. '안 하겠다'고 말한 적은 없지만, 집권 4년 차 문재인 정부에서 지금까지 '안 한' 겁니다. 장관님의 말은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사업에 앞장섰던 한나라당의 후신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지난해 금강과 낙동강을 오가면서 "성급하게 보 처리 방안을 결정하지 말라"고 윽박지른 것과 다를 게 없다는 게 제가 내린 결론입니다.

이를 인정하고 싶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지난 13년 동안 4대강 사업을 취재하면서 영화 <삽질>을 연출한 저의 눈에는 조 장관께서 사실상 '4대강 재자연화'를 포기한 것으로 비쳤습니다. '절대적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변하시는 조 장관께서 그간 허비해버린 절대적 시간들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복기했습니다.

[2018년 10월] '4대강 해결사'라 소개되다
 
정책 전문성은 물론 리더십과 조직 관리 능력이 검증됐다. 수년간 경험을 토대로 미세먼지, 4대강 녹조 문제 등 당면 현안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다.

위의 말은 지난 2018년 10월 조 장관께서 환경부 장관 후보로 지명됐을 때 청와대 대변인이 밝힌 인물평입니다. '4대강 재자연화'를 공약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조 후보가 '4대강 해결사'로 나서줄 것을 기대했던 것입니다. 장관께서도 그해 12월 31일 발표한 첫 신년사를 통해 4대강 문제 해결 의지를 밝히셨습니다.
 
4대강은 자연성 회복이라는 목표를 넘어 그 이후 국민에게 돌아갈 혜택까지 고민해야 한다.(중략) 특히 낙동강은 모든 유역의 주민이 안심하고 먹고 마실 수 있는 깨끗한 물을 제공하는 것이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한다.

하지만 장관에 취임한 지 1년 9개월이 지나가는데 낙동강 보의 수문은 한 개도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권이 집권 4년 차에 접어들었는데도, 4대강 16개 보 중 단 한 개의 보 처리 방안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금강 등 수문을 일부 연 구간도 있지만, 재자연화에 대한 정부의 정책 결정과 실행 능력을 점수로 매긴다면 지금까지 낙제점에 가깝습니다.
 
[2019년 2월] 4대강기획위에 대한 기대 상승
 

낙동강네트워크가 2월 12일 오전 낙동강 창녕함안보에 "낙동강 8개 보 해체하라"고 쓴 대형펼침막을 내걸었다. 2019.2.12 ⓒ 윤성효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2017년 5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은 4대강 보 상시개방과 4대강 사업 정책 결정 및 집행 과정에 대한 정책감사 진행 등을 지시했습니다. 그해 11월 환경부 산하 4대강조사평가기획위원회(이하 4대강 기획위)가 구성됐습니다. 이 기구가 2019년 2월 금강과 영산강 5개 보 처리 방안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기대를 했습니다.

4대강 기획위는 보가 강의 수질에 미치는 폐해와 경제성을 분석한 결과 3개는 해체 혹은 부분 해체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보를 해체했을 때의 편익이 더 크다는 결론이었습니다.

이날 4대강 기획위는 국제 심포지엄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한 뒤 6월 구성될 국가물관리위원회에 보 처리 방안을 보고하고, 최종적인 처리 방안은 12월 중에 결정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또 12월까지 한강과 낙동강 수문을 열어 모니터링 한 뒤 11개 보 처리 방안도 제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사항이기도 했습니다.
 
[2019년 3월] 보도자료 하나 안 돌린 국제 심포지엄
 
하지만 그 뒤부터 이상 기류가 감지됐습니다. 3월 27일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단 전문위원회 주최로 열린 '우리 강 자연성 회복 국제 심포지엄'에는 콘돌프 미 버클리대 교수와 일본 규슈 구마모토 자연협회 츠루 쇼코 회장 등 세계 석학과 전문가들이 초청됐습니다. 영화 <삽질>을 취재할 때 미국과 일본에서 제가 직접 만났던 분들입니다.

하지만 이날 심포지엄 행사장에는 저를 제외한 언론사 기자들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환경부가 출입기자들에게 보도자료 한 장 돌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전날 해외 초청 인사들이 4대강 현장을 둘러볼 때도 기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사실상 비공개로 진행했습니다.

장관님, 당시 환경부는 국제 심포지엄 행사에 5000여만 원을 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민에게 알릴 수조차 없는 행사였다면 차라리 그만뒀어야 합니다. 당초 내부 자료에는 이날 조 장관께서 환영사를 하는 것으로 예정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나타나지 않으셨습니다.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단 전문위원회 주최로 열린 '우리 강 자연성 회복 국제 심포지엄'에서는 환경부 장관이 환영사를 하는 것으로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장관은 나타나지 않았다. ⓒ 환경부

 
[2019년 8월] 늑장 출범 국가물관리위, 보 처리 방안 물거품

그 뒤에도 기대를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었지만 퇴행과 지연의 연속이었습니다. 6월경 출범할 예정이었던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는 8월 27일에야 발족했습니다. 4대강 기획위의 제안을 검토해 보 처리 방안을 최종 결정할 기구였습니다. 하지만 늑장 출범하는 바람에 12월 말까지 4대강 보 처리 여부를 결정하라는 대통령 지시 이행은 불가능했습니다.

물관리위원회 위원 구성에 대해서도 뒷말이 많았습니다.

4대강 기획위의 한 관계자는 "물관리위에 참여한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권 시절 '고인 물은 썩는다'는 상식이 부정당할 때 침묵했던 사람들이다,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 작업이 지지부진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면서 "당시 양심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국민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남아 있다면 지금이라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조명래 장관은 유역위원장을 포함한 물관리위 당연직 위원 18명 중 한 명이지만, 물관리의 주무 부처가 환경부이기에 4대강 수문개방 문제 해결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할 위치에 있습니다. 하지만 당초 계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하지도 않았고, 결정을 차일피일 미뤄 환경단체들로부터 반발만 샀습니다.

[2019년 12월] 보 처리방안 "총선 전후 발표" → "주민 설득 때까지 기다리겠다"

오락가락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조 장관께서는 2019년 12월 17일에 기자들을 만나 "내년 4월에 선거가 있으니 이를 전후해 좀 더 분명한 결론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는 3일 뒤인 2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4대강 재자연화가 정쟁에 휩쓸려 표류하고 있다"면서 "핵심부처인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나서 4대강 재자연화 시간표에 내년 총선을 얹고 있으니 2020년 상반기도 실현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이것으로 끝난 게 아니었습니다. 조 장관께서는 두 달여 뒤인 지난 2월 <한국일보> 인터뷰에서는 "4대강 보 처리 결정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말을 번복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생태계까지 포함한 4대강 자연성 회복이라는 관점에서 지역 주민들을 충분히 설득할 것"이라며 "지역 주민들이 (보 처리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들이 동의할 때까지 설득하고 기다리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대표적 적폐로 회자됐던 4대강사업을 해결하기 위해 재자연화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습니다. 지난 10년간 물고기 떼죽음과 큰빗이끼벌레 출몰, 녹조 창궐 등의 폐해를 보아왔기 때문입니다. 또 2018년 감사원은 보를 유지하는 것에 대한 경제적, 생태적 효과가 없다는 감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4대강 기획위도 금강-영산강에 대한 모니터링과 경제성 분석 등을 통해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조 장관님이 또 다른 동의 절차를 구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게다가 장관님은 어떤 방식으로 동의절차를 진행할지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주민 동의라는 그럴듯한 외피만 둘러썼을 뿐, 4대강 재자연화 포기선언과 다를 바 없다고 여겨졌습니다.

[2020년 7월] 3번의 수질개선 브리핑, '수문개방'은 없었다
 

7월 5일 낙동강 합천창녕보 상류에 녹조가 발생했다. ⓒ 마창진환경운동연합

 
4대강재자연화에 대한 어정쩡하고 미온적인 태도는 조 장관 개인의 문제로 그치는 게 아닙니다. 환경부의 잘못된 수질 대책으로 나타나고 있고, 막대한 예산을 낭비하는 것으로 귀결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6일 마창진환경운동연합은 낙동강 상수원 칠서 지점이 녹조로 인한 조류경보 2단계에 진입한 사실을 확인하고 낙동강유역환경청 앞에서 수문개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다음날인 7일 배포한 '전국 6월 녹조 발생 현황 분석'이라는 환경부의 보도자료에는 사태 해결에 대한 핵심은 빠진 채 곁가지만 나열됐습니다.

환경부는 "낙동강 3곳(강정고령, 칠서, 물금·매리)을 중심으로 남조류 개체수가 늘어나는 추세를 보임에 따라 녹조가 확산될 우려에 대비하여 먹는 물 안전 등 분야별 대책을 철저히 이행하고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남조류는 유속이 느리고 인과 질소와 같은 영양물질이 풍부한 환경에서 수온이 25℃ 이상으로 상승하고 일사량이 높아지면 증가하는 특성이 있다. 칠서 지점은 6월 초부터 수온이 26℃ 이상 높게 유지되고, 강우로 유입된 총인 농도의 증가가 유해 남조류(마이크로시스티스) 발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녹조의 원인을 지적하면서 유속이 느린 이유가 '4대강 보' 때문이라는 것을 밝히지 않았고, 수문만 열어도 총인 농도가 낮아질 수 있다는 사실에는 애써 눈을 감았습니다. 이건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에도 환경부가 내놓던 단골 메뉴였습니다.

지난 7월 14일 환경부 세종청사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4대강 수계, 2021년 차기단계 수질오염총량제 본격 시행' 제하의 브리핑에서 2030년까지 한강과 낙동강 수계에서 총인 평균 27.2%를 낮추는 목표치를 제시한 뒤 실행계획을 밝혔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브리핑을 들었지만 역시나 였습니다. 오염물질 배출 저감 방안만 나열했습니다. 녹조를 해결하기 위한 수문 개방 대책은 없었습니다.

저는 지난 16일 조 장관께서 '그린뉴딜' 추진 방안을 발표할 때에도 브리핑에 참석했습니다. 조 장관께서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자연생태계 보전 등 지속 가능성에 기초한 국가발전전략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면서 분야별 주요 내용으로 '깨끗하고 안전한 물 관리 체계 구축' 추진 방안을 밝혔습니다.

이날 역시 조 장관께서는 먹는 물 안전 확보를 위해 상수도 고도화 사업, 지능형 하수처리장 15개 구축, 12개 정수장 시설 고도화, 노후 상수도 3332km 개량 등의 사업을 밝혔지만, 식수의 원수인 한강과 낙동강의 수질 개선을 위한 수문 개방 등의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맞습니다, 절대적으로 시간이 필요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후 청와대에서 국가기후환경회의 초청 오찬에 입장하고 있다. 왼쪽부터 노영민 비서실장, 문 대통령, 조명래 환경부 장관. 2019.12.3 ⓒ 연합뉴스

 
이뿐만이 아닙니다. 조 장관께서는 4대강 기획위를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로 방치해왔습니다. 지난해 3~4월경 홍종호 위원장은 4대강 재자연화에 대한 정부의 빈약한 의지를 비판하면서 구두 사표를 던졌습니다. 그 뒤 1년 넘게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홍 위원장은 "사표가 수리됐는지, 장관에게 전화 한 통 받지 않았고 통보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지난해 9월부터는 회의도 제대로 열지 않았습니다. 12월 4대강조사평가단 단장이 퇴직한 뒤에 최근까지 공석이었습니다. 2020년 1월 1일부로 4대강조사평가단의 국장 직제와 과장 직제도 사라졌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 공약을 구현할 실무 역량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방치한 셈입니다.

이런 상황을 지난 1년 9개월 동안 지켜본 저로서는 지금에 와서 '절대적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장관님을 도대체 이해할 수 없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안 하겠다고 한 적이 없지만, 4대강재자연화를 앞장서 추진해야 할 조 장관이 그간 보여온 행태는 포기를 선언한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입니다. 지난 22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는 2개의 요구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하나. 4대강 재자연화 공약대로 부당한 정치개입 배제하고 금강과 영산강 보 처리방안 조속히 확정하라.

하나. 4대강 재자연화 공약대로 낙동강과 한강의 보 처리방안 마련하고, 수질 개선 위한 전면적인 보 상시개방 시행하라.

조 장관께서 이를 실행한 의지가 없다면, 이제라도 장관직에서 스스로 물러설 것을 정중하게 요청드립니다. 문재인 정부가 국민과 약속한 4대강 재자연화를 실행할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합니다. 조 장관께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4대강의 회복을 갈망했던 국민들의 소중한 시간을 더 이상 빼앗지 말아주십시오.

절대적으로 시간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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