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24 07:35최종 업데이트 20.07.24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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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코로나19와 함께 생활할 수밖에 없다는, 이른바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시대가 왔다. 코로나19가 등장한 지 이미 반년이 넘었지만, 전 세계는 아직도 코로나19와 씨름하고 있다. 연일 엄청난 확진자 수가 발표되고, 통제가 됐다 싶었던 지역들에서도 연이어 지역 감염이 반복된다.

그런 가운데, 매일 쏟아지고 있는 전세계발 코로나19 관련기사 중에는 혼란을 가중시키는 뉴스들이 더러 있다. 그런 뉴스들 중 두 가지를 짚어본다.

코로나19는 2019년 3월에 시작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 이후 3개월 만에 처음으로 이 전염병의 발원지인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을 방문해 의료진과 환자를 격려했다고 중국의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사진은 우한의 훠선산(火神山) 병원을 방문해 환자 및 의료진을 화상을 통해 격려하는 모습. 2020.3.10 ⓒ 우한 신화=연합뉴스

 
6월말 크게 보도되었던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하수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인 2019년 3월 이미 코로나19가 검출되었다"는 기사가 그 중 하나다. 이 경우는 잘못된 연구 결과가 검증 없이 크게 보도된 케이스이다.

바르셀로나 대학의 연구팀은 2018년 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채취된 하수 샘플들을 분석한 결과를 메드아카이브(medRxiv.com)라는 곳에 발표했다. 메드아카이브는 전문가들의 리뷰 과정 없이 의학논문을 사전 공개하는 사이트다. 그러나 발표 직후, 연구 결함에 대한 지적이 쏟아졌다. 연구결과가 가양성 반응이거나 시료의 오염에 의한 것은 아닌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6월 26일 미국 미시건주립대학의 이레네 사고라라키(Irene Xagoraraki) 교수는 <뉴욕타임스>를 통해 검사에 이용된 세 개 유전자 부위가 모두 양성을 보인 것도 아니며, 민감도가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유전자 부위에서는 오히려 음성으로 나오기도 하는 등 연구 결과에 신빙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6월 29일 코펜하겐의 에픽(EPIC) 세미나에서 코로나19 연구에 대해 강연한 루시 판 도프(Lucy van Dorp) 박사 역시 지금까지의 코로나19 유전체(genome) 연구들을 바탕으로 볼 때, 코로나19가 우리가 알기 훨씬 이전부터 존재하고 있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전세계 3831개의 코로나19 유전체 시퀀스로 분석한 계통도. 계통도가 2019년 말로 수렴하는 것을 볼 수 있다 ⓒ 넥스트스트레인(nextstrain.org)

 
바이러스 유전체를 기반으로 한 계통도 분석은 이 같은 해석의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된다. 계통도는 일정한 비율로 유전체 상에 돌연변이가 생기면서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는 유전체의 특징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으로, 가계도와 같은 역할을 한다.(관련 기사: 중국 봉쇄하면 끝? 그게 얼마나 순진한 생각이었냐면 http://omn.kr/1nddq) 바이러스가 채취된 지역까지 고려하면 세대에서 세대로 확산되는 동안 어느 지역에서 어느 지역으로 번져갔는지, 가계도를 따라 올라 갔을 때는 바이러스의 기원이 어느 시점이었는지 같은 정보들을 알려주게 된다.

현재, 코로나19 유전체들은 전례 없는 속도로 시퀀싱 되고 있다. 지금까지 세계 곳곳의 환자에서 채취한 수십만 개의 유전체가 분석됐고, 이를 바탕으로 여러 독립적인 계통도 분석 결과들이 발표됐다. (시퀀싱 : DNA의 염기서열을 알아내는 일. 유전자의 염기서열이 종-개인마다 어떻게 다른지 알아내거나, 세대에서 세대로 어떤 유전변이들이 생겼는지 연구하는 데 사용된다.)

지금까지 발표된 대부분의 분석 결과들에 따르면, 현재 확산 중인 코로나19 바이러스들의 기원은 2019년 말 경으로 수렴된다.

코로나19 시작은 중국이 아니다?
 

코로나19 마스크로 무장한 로마의 관광객들 (로마 EPA=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이탈리아에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26일(현지시간) 마스크를 쓴 관광객들이 로마의 명소 콜로세움을 구경하고 있다. 2020. 2.26 ⓒ 연합뉴스/EPA

 
두 번째는 코로나19가 어느 나라에서 시작됐느냐다. 코로나19가 크게 번지기 훨씬 이전인 지난해 말부터 이탈리아 북부지역에서 정체불명의 폐렴 환자가 속출했다는 보도들이 있었다. 코로나19의 기원이 중국이 아닐 수도 있으며, 인지하지 못했을 뿐 이미 코로나19가 이탈리아에서 유행 중이었을 수 있다는 함의를 가진 보도들이었다.

그러나 이 역시 코로나19 계통도가 2019년 말로 수렴하고 그 시초가 중국으로 보인다는 현재까지의 증거들을 뒤집을 만한 다른 증거가 발표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소문으로만 떠돌았다.

그런데, 이 같은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는 보도가 또다시 나왔다. 22일 한국에는 "이탈리아서 초기에 퍼진 코로나19, 중국발 아닐 가능성"(연합뉴스)이라는 기사가 소개됐다. 기사는 같은 날 게재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보도를 인용해 밀라노 대학의 연구진이 2~4월 롬바르디의 코로나19 환자 샘플 346개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바이러스의 기원을 추적했는데 지난 1월 초 중국이 염기서열을 공개했던 바이러스주(바이러스의 계통도에서의 한 줄기-필자주)는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연구진은) 다양한 지역에서 롬바르디로 바이러스가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 롬바르디 지역에는 1월 하순 바이러스가 유입됐을 것으로 추정했다"고 전했다.

기사는 위 논문과 함께 이탈리아 국립 고등보건연구소(ISS),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 뉴욕보건당국, 프랑스와 러시아 연구 결과 등을 언급하면서 "프랑스와 러시아에서도 자국에서 유행한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온 게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라고 적고, 이어 바르셀로나의 폐수 연구를 언급하며 "코로나19가 후베이성 우한(武漢)에서 유래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연구도 있다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는 자칫, 이 연구들이 코로나19의 기원이 어디인지를 알아내는 연구였던 것으로, 결과적으로 우리는 아직도 코로나19가 어디에서 기원했는지 알 수 없는 것으로 오해하게 만든다.

실제 메드아카이브에 실린 이탈리아 밀라노대학 카를로 페데리코 페르노 교수 연구팀의 논문의 내용은 이렇다. 이탈리아의 첫 지역감염 사례이자 엄청난 확산력을 보였던 롬바르디의 첫 감염자에 대한 보도는 2월 하순에 나왔지만, 코로나19는 이미 1월 하순에 유입돼 롬바르디 지역에 퍼져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바이러스의 기원이 아니라 지역감염의 유입경로를 확인하는 역학 조사차원으로, 연구 결과는 당시 지역 당국의 감지가 매우 늦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롬바르디의 지역감염이 확산됐던 2월, 3월 당시에 언제부터 어떤 경로로 감염 고리가 시작된 것인지 방역당국이 전혀 종잡지 못한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탈리아는 중국의 지역감염이 보도되던 1월에 중국과의 직항 항공편을 모두 중단시켰다. 때문에 이탈리아에서의 감염은 중국에서 직접 유입된 것이 아니라 독일 등 당시 감염 사례가 보고되었던 이웃 국가를 통해서였을 것이라는 추측들이 있었다. 이번 연구는 이를 뒷받침한다. 이탈리아의 감염이 중국에서 바로 들어온 것이 아니라 중부 유럽을 통해 유입된 것으로 보이고, 한 번이 아닌 여러 번의 반복된 유입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하고 있다.

뉴욕, 프랑스, 러시아 등의 연구내용도 이들 지역에서의 지역감염이 중국으로부터의 직접 유입이 아니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미 1월 중에 모든 대륙으로 퍼져 있던 코로나19가 인구인동을 따라 일사불란하게 번지고 있었다는 것을 다시 확인한 연구들이었다. 코로나19의 기원이 중국이 아니라는 언급은 없다. 이탈리아와 미국의 경우처럼, 초기부터 중국인 입국자를 차단한 국가들도 다른 나라를 통해 번져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는 의미다.

아직까지 코로나19의 정확한 유래는 알 수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코로나19의 기원이 2019년 말 훨씬 이전이라거나, 중국이 아닌 다른 지역에 이미 퍼져 있었다고 볼 수 있는 직접적, 과학적 증거는 현재까지 보고된 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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